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8)
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8화(8/269)
8화 너희, 사람 잘못 건드렸어. (1)
순식간에 한 명이 죽었다.
“이, 이놈이!”
다른 남자가 다급하게 검을 들어 지셀을 내리쳤다.
지셀은 가볍게 피하며 손등으로 검의 옆면을 툭 올려 쳤다.
따앙!
경쾌한 소리와 함께 검을 쥔 팔이 휙 위로 들렸다. 남자의 상체가 그대로 노출되었다.
덥석!
지셀은 그의 얼굴을 손으로 잡은 뒤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아아앙!
지축이 울리는 굉음과 함께 남자의 뒤통수가 반쯤 땅에 박혔다.
머리가 깨졌는지 피가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셀은 멈추지 않고 남자의 머리를 잡아 들어 계속 땅에 찍어 댔다.
쾅! 쾅! 쾅! 콰앙!
몇 번을 반복하자 남자의 뒤통수는 완전히 박살이 나고 말았다.
콰직!
남은 앞면마저 지셀의 주먹에 완전히 으깨졌다.
지셀이 천천히 몸을 세웠다.
눈이 마주치자 프랑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얼이 빠져 대응도 하지 못했다.
‘무슨 눈빛이…….’
지셀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프랑크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피에 굶주린 짐승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을 죽여 왔지만 저런 기세를 뿜어내는 자는 본 적이 없었다.
계획대로라면 어려울 게 없는 일이었다. 쟈말과 필립만 죽이면 방해할 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쯧, 정보가 완전히 잘못되었군.’
순간적이지만 분명 지셀은 마나를 사용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런 힘과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저 나이에 마나를 쓸 수 있다니.’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는 무력에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마나를 두른 검날은 어지간한 강철도 쉽게 벨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고 예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쳐도 두 사람이 너무 빨리 당했다. 방심한 건가?’
프랑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알고 있던 정보와 지금 본 모습을 대조해 보았다.
‘사람을 죽이면서 망설임조차 없었어. 저 나이에는 드문 일인데. 망나니라더니 원래 성품이 잔인했던 건가.’
분명 페르디움 대공자는 사람을 죽인 적도 없고 영지에서만 지냈다고 했는데, 지금 그는 당연한 듯 과감하게 손을 썼다.
저게 정말 첫 살인이라면 지셀 페르디움은 아마 타고난 살인마일 것이다.
‘돌아가면 정보부 놈들을 족쳐야겠군.’
형편없는 실력으로 소문난 지셀이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 두 명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애초에 정보가 잘못됐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얼이 빠진 건 엘레나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펼쳐진 잔인한 광경에 몸서리가 쳐졌지만, 그보다도 오빠에게 저런 실력이 있다는 게 더 놀라웠다.
‘며칠 수련했다고 저렇게 강해진 거야? 그게 말이 돼?’
엘레나는 깜짝 놀랐지만, 곧 안도했다.
‘그, 그래도 다행이네. 일단 살았다.’
실력을 어떻게 키웠든 간에 지금은 살아남는 게 중요했다.
프랑크는 마른침을 삼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페르디움 대공자 지셀. 정보와는 다르군.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
그때, 지셀이 허리를 완전히 펴며 검을 뽑아 들었다.
“남이야 실력을 숨기든 말든. 다시 한번 묻지. 누가 이 일을 사주한 거지?”
지셀의 물음에 프랑크는 고개를 저었다.
“알 필요 없다. 제법 놀라운 실력이지만, 여기서 죽을 테니까.”
놀란 것은 놀란 거고, 상황은 정리해야 했다.
지셀이 이 정도의 무력을 가졌다는 건 예상 밖이었지만, 자신의 상대가 될 수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지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순순히 입을 열 거라 기대하진 않았어. 보통 악당들은 그러더라고.”
“고작 내 수하들을 이겼다고 자만하지 마라. 나이에 비해 실력이 뛰어난 건 인정하지만, 그 정도 연륜과 경험으로는 날 이길 수 없다.”
지셀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누구더러 연륜과 경험을 논한단 말인가.
“내가 살아온 날이 너보다는 많을걸?”
“실없는 놈이었군.”
프랑크는 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이곳에 오래 있어서 좋을 건 없으니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지셀도 검을 세우며 한쪽 입술을 올렸다.
“그럼 시작하지.”
파앙!
선공을 취한 건 지셀이었다.
프랑크는 빠르게 그의 공격을 막고 바로 반격을 시도했다.
콰앙!
두 사람의 검이 복잡하게 얽혔다.
엘레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두 손을 꽉 맞잡았다.
지셀이 지면 꼼짝없이 자기도 죽을 판이지만, 도울 길이 없으니 그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도, 도망가야 하나?’
어쩌면 빨리 사람을 불러오는 게 현명한 행동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빠를 두고 혼자 도망가는 게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일당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른다.
‘괜히 혼자 움직였다가 더 위험해질지도 몰라.’
엘레나는 이도 저도 못 한 채 눈치만 보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조금 더 지켜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으면 어떻게든 성으로 돌아가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카앙! 카아앙!
엘레나가 고민하는 사이 두 사람의 전투는 더욱 격렬해졌다.
‘과연, 쟈말과 필립 정도는 쉬운 상대였겠군.’
지셀이 보기에 프랑크는 상당히 뛰어난 기사였다.
뿜어내는 마나의 양이나, 그걸 활용하는 기술이 어지간한 기사들보다 한 수 위였다.
하긴, 실력에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으니 페르디움 영지까지 왔을 것이다.
‘오래 끌수록 내가 불리해.’
고작 일주일 모은 마나로는 프랑크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신체 능력도, 마나도 부족한 지셀이 버틸 수 있는 건 오로지 뛰어난 검술 덕분이었다.
프랑크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슨 검술이!’
기괴할 정도로 실전적인 지셀의 검술은 섬뜩함을 넘어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의 검은 일반적인 기사들의 검도 아니고 페르디움 가문의 검도 아니었다.
흉포하고 살기가 짙으며 검로를 예측할 수 없었다. 막았다 싶으면 검을 타고 흘러 생각지도 못한 경로로 급소를 노린다.
기사들은 이런 잔인한 검은 쓰지 않는다.
‘이건 절대 페르디움 가문의 검술이 아니다. 도대체 이 나이에 어떻게 이런 검술을 익힌 거지?’
프랑크가 생각하기에 지셀의 검술은 자신보다 한 수, 아니 몇 수는 앞서 있었다. 월등한 마나로 강화된 육체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진작에 온몸이 찢겨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긴다.’
프랑크는 싸움을 빨리 끝내기 위해 마나를 더욱 끌어올렸다.
시간이 갈수록 지셀의 몸에 상처가 늘어났다.
카앙!
날아오는 검을 힘겹게 막은 지셀이 프랑크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가문의 원수들이 이 사건과 연관되었는지 떠볼 심산이었다.
“누가 시켰는지 한번 맞혀 볼까? 델파인 공작? 아니, 데스몬드 백작일 가능성이 더 크겠네.”
데스몬드 백작은 델파인 공작의 명을 받아 북부 영지들을 관리하고 있는 자였다.
아무리 델파인 공작가라도 모든 영지에 직접 손을 쓰기는 어렵다.
작은 영지를 공격하는 일은 공작가를 따르는 다른 가문에 맡기곤 했다.
델파인 공작이 직접 하수인을 보냈을 수도 있지만, 페르디움에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어느 쪽에서 보냈든 둘 다 한통속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질문이라기에는 확신 어린 어조에 경악해 프랑크가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곧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표정을 수습했다.
“위험한 놈이었군.”
그는 더 말하지 않고 다시 검을 휘둘러 왔다.
하지만 지셀은 그 반응만으로도 확신했다.
“큭큭, 역시. 그쪽이 맞나 보군.”
“닥쳐라.”
역시 가문이 망가진 것은 그놈들의 계략 탓이었다.
모든 음모가 엘레나의 죽음에서부터 시작되었으리라는 추측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확인은 끝났으니, 놈들이 첫발을 떼지 못하게 막을 차례였다.
그그그극.
두 사람의 검이 얽혀 불쾌한 금속성을 사방에 뿌려 댔다.
지셀은 이를 악물며 웃었다.
“더 확인할 건 없으니 이제 끝내지.”
“오기 부리지 마라. 검술은 제법이지만 아직 그 정도 마나로는 날 이길 수 없다. 네놈이 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죽으면 다 소용없지.”
프랑크는 자신 있게 답했다.
이미 지셀은 상처를 많이 입었다. 이대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지셀은 숨을 거둘 것이다.
드드드드!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며 검에 마나를 힘껏 끌어올렸다.
점점 지셀의 검이 밀려났다. 프랑크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때였다.
“승부는 끝까지 가 봐야지. 안 그래?”
지셀의 눈에서 순간 붉은빛이 번뜩였다.
섬뜩한 예감을 받은 프랑크가 모든 힘을 끌어올려 지셀을 밀어붙이려 했다.
그 순간.
우우우웅!
지셀의 몸속에서 두 번째 코어가 돌아가며 마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프랑크의 마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선명한 붉은빛이 지셀의 검을 감쌌다.
“크윽!”
순간적으로 지셀의 힘이 강해지자, 프랑크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프랑크가 놀라 외쳤다.
지셀은 천천히 상대의 검을 밀어내며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범인이 따로 있는 줄도 모르고 평생 후회만 하고 지냈지. 알았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 죽였을 텐데.”
“뭐?”
“넌 나의 가장 큰 후회 중 하나였다.”
프랑크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리라. 그래도 상관없었다.
나이를 먹고 세월이 지나도 이때의 기억은 잊히지 않았다.
엘레나의 죽음이 떠오를 때마다, 그는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새웠다.
언제나 후회했지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던 과거.
“이번엔 달라.”
과거로 돌아온 지금, 그 모든 고통과 분노는 이제 희열이 되었다.
모든 악몽의 시작점을 끊어 내고 복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
지셀은 웃으며 세 번째 코어를 폭발시켰다.
콰아아앙!
그는 가진 마나의 몇 배나 되는 힘을 뿜어내며 프랑크를 몰아붙였다.
“크헉!”
그 강맹한 힘을 견디지 못하고 프랑크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이게 무슨…….”
재빨리 자세를 잡고 일어난 프랑크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마나를 끌어올린다 해도 저런 식으로 힘을 증폭시킬 수는 없다. 원래 자신이 낼 수 있는 힘보다 조금 더 강해질 뿐이었다.
그런데 지셀이 보인 힘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힘을 숨긴 건가? 아니, 그렇다면 왜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버틴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프랑크는 혼란에 빠졌다.
지셀은 그 짧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봐라.”
쾅!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지셀이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카앙!
프랑크는 가까스로 막아 냈지만, 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시 공격이 들어왔다.
카앙! 카앙! 카앙!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내려오는 지셀의 검격.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그에게 프랑크는 점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갑자기 이런 힘이라니!’
프랑크는 이제 속도와 힘, 기술 모두 지셀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콰아앙!
지셀은 멈추지 않고 폭풍처럼 상대를 밀어붙였다.
그가 이렇게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시간은 몇 분 되지 않는다. 그 안에 승부를 내야 했다.
카아앙!
지셀의 검이 프랑크의 검을 강하게 내리쳤다.
프랑크는 이번에도 막아 냈지만, 지셀은 멈추지 않았다.
치이이익!
지셀의 몸에서 마나가 폭주하듯 뿜어져 나와 유형의 기운을 만들어 냈다.
프랑크에게 입은 상처로 피범벅이 된 그의 몸에서 붉은 연기가 넘실거렸다.
그 모습이 그야말로 붉은 사신과도 같았다.
까앙! 카앙! 카앙!
두 사람의 검이 몇 번이나 다시 강하게 부딪혔다.
콰지직.
어느 순간, 프랑크는 자신의 검에 무언가 이상이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지셀의 공격을 받아치지 못하면 그의 목이 날아갈 것이다. 손쓸 방도가 없었다.
카아앙!
다시 한번 검이 부딪혔을 때.
파아악!
프랑크의 검이 지셀의 공격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깨져 나갔다.
흩날리는 검의 파편들 사이에서, 프랑크가 망연자실한 채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지셀은 그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쉽게 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