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14)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13화(114/266)
113. 금쪽같은 내 선수 (4)
고작 친선 경기 하나가 무슨 대단한 성과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번 프리시즌, 우리 팀은 7개의 팀과 친선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친선 경기는 필수다. 프리시즌 훈련으로 몸과 체력을 만들고, 동시에 시즌에 대비해 발끝을 날카롭게 만드는 데 친선 경기만큼 효과적인 건 없다.
훈련은 결국 훈련이다.
실전 한 번이 훈련을 반복하는 것보다 선수들에게 좋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는 명백한 사실. 친선 경기를 준비하는 것 역시 무척 중요했다.
[맨스필드, 첼시와 친선 경기 성사! 경기일은 시즌 개막 직전, 7월 25일 토요일!]첼시와의 친선 경기 매칭은, 여러 친선 경기에서도 가장 화제가 되는 대단한 성과가 틀림없었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친선 경기를 제안하면, 갑과 을이 갈리기 마련이다.
우리는 분명 을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아니었다.
“분위기 보니까, 아주 부글부글 끓고 있더라고.”
릴리가 짐짓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말은 안 하지만, 혼쭐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더라. 그만큼 앤서니의 인터뷰들 때문에 화가 잔뜩 났나 봐.”
“그러니 이 친선 경기 제안이 반가운 거였겠네.”
“그렇지. 혼내 주고 싶어도 어떻게 만날 수 있는 팀이 아니니까. 리그가 이렇게 격차가 나는데.”
“그런 도중에 우리가 친선 경기를 신청하니까.”
“저쪽에선 옳다구나 하고 받았지.”
“시즌 개막 직전, 마지막 친선 경기라…… 속내가 투명하긴 하네.”
시즌 개막 직전 마지막 친선 경기.
뻔하다.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강팀은 친선 경기를 똑같은 빅클럽끼리만 붙지 않는다. 하부리그의 제휴 구단, 소위 약팀들과도 종종 붙는다.
친선 경기라도, 승리를 거두면 선수단 분위기가 좋아지니까.
그 좋은 분위기로 시즌에 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마음에 안 드는 앤서니를 혼쭐 좀 내 주고, 거기에 약팀인 우리를 최대한 두들겨 패서, 분위기도 끌어올려 보겠다는 거지.”
“응. 괜찮……지?”
릴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라면, 반대도 적용된다.
지면 우울한 건 당연한 일. 그 분위기로 우리도 시즌을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그래 봤자 한 경기야. 다른 친선 경기들 다 이기고 분위기 끌어올리면 그만이야.”
“그래, 한 경기 져도, 괜찮을 거야!”
“진다고?”
“응? 그야, 첼시는 빅클럽이니까…….”
나는 말끝을 흐리는 릴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첼시.
수도 없이 만나본 팀이다.
그리고 나는, 첼시에게 무패였다.
* * *
확실히 1년 전과 비교하면 체감되는 게 달랐다.
굳이 따지면 저번 시즌보다 할 게 더 많아진 것은 당연한데도, 나 한 명한테 부담되는 일은 훨씬 덜했다.
“현재 시장에 나온 골키퍼 매물을 선수단지원팀에서 리스트업 했습니다.”
“선수의 매각 역시 감독님이 요청한 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나 홀로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협상하고, 계약서까지 골몰하던 이적 시장부터가 달랐다.
여전히 진두지휘하는 것이 나임은 변치 않지만, 확충된 프런트의 선수단 지원팀이 실무를 맡으면서 나는 최종결정권자로 변모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선수 매각은, 이득보다는 서로 좋은 거래라는 인상을 남기게 진행해 주세요.”
“네. 다들 긍정적인 분위기라 감독님 말대로 될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딱 고른 구단들이, 마침 다 필요한 포지션들이더라고요.”
론 팀장이 감탄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예. 마침 연락이 가능한 구단들이라서, 거래가 원활하네요.”
선수 매각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정리하려는 선수는 네 명.
리그 투에선 백업으로 그럭저럭 쓸 만한 기량을 뽐냈던 선수지만, 리그 원에서는 한계가 명확했다. 정리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넷 모두 계약 기간이 1년은 더 남은 상태.
하부리그에선 돈이 오가는 거래보단, 자유계약이 거의 모든 계약의 7할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돈이 오가는 이적 거래는 그리 많지 않다.
‘선더랜드 디렉터님이 말씀하시더군요, 미드필더 자원에 보강이 필요하시다고…….’
‘예, 보훔 단장님과 통화 중에, 귀 구단에서 수비수를 찾는다기에, 드릴 얘기가 있어…….’
‘예, 감독직에 미련이 남아서 연락드린 건 아닙니다. 하하, 마침 블랙풀에서 왼쪽 미드필더가 필요하다고 얘기가 있던데, 사실 이 선수 덕분에 맨스필드가 승점을 제법 얻어왔거든요.’
‘이 선수, 판매하겠습니다. 데려가시죠.’
축구계 네트워크에 편입되는 건 여러모로 일의 편리를 증가시키는 법이다.
어차피 내가 판매할 선수에 관심을 가질 구단은 하부리그가 대부분.
하부리그의 구단들은 스카우터 조직이 잘 구축된 편이 아니며, 대개는 에이전시에 의존해서 선수를 구하곤 한다.
나는 거기서 에이전시 대신, 직접 끼어들었다. 바로 네트워크를 통해서.
아는 사람, 아는 직원, 믿을만한 사람의 ‘소개’를 받아, 내가 직접 ‘추천’하는 선수의 매각.
어차피 에이전시의 추천을 통해 영입하는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 다만 에이전시를 별로 안 좋아하는 구단 직원들의 특성상, 같은 축구계 인사의 소개로 알게 된 감독이 직접 추천하면 관심을 더 깊게 가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적료는 그리 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여러 구단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 그 정도로 진행해 주세요.”
어차피 거의 쓰지 않을 선수고, 1년 후면 자유계약으로 풀릴 선수.
소액의 이적료와 여러 구단과 거래를 해 보고 서로 괜찮은 관계를 형성하면 족하고도 남는다. 형성된 네트워크에 좀 더 깊숙이 파고들게 되는 일이니까.
“다른 포지션은 괜찮습니다. 백업 선수 정도를 영입하는 것이면 충분해요. 하지만 골키퍼만큼은 중요합니다. 모두 심혈을 기울여서 명단 추려주세요.”
선수단지원팀에게 어느 정도 일임하면서 여유가 생긴 나는 다른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리그 원 팀들은 데이터가 많이 없는데.”
어쨌거나 우리는 승격팀, 도전자의 입장이다.
적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상대 팀을 분석하고, 파헤쳐야 한다. 무려 23개 팀 전부를 말이다.
“릴리. 혹시 지금 자금 상황은 어때?”
“응? 혹시 이적 자금 필요한 거야? 증액 필요해?”
“아니, 이적 자금 말고. 새로운 조직 하나 필요해서.”
“조직?”
“전력분석팀.”
“아……!”
릴리가 탄성을 터뜨리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의외로 여유가 조금 있어.”
“프런트 직원들 확충하느라 운영 자금은 부족하지 않아?”
나는 살짝 놀랐다. 어쩌면 이적 자금으로 책정된 재정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으니까.
“첼시 덕분이야.”
“친선 경기 수익?”
“응. 경기는 첼시의 홈구장에서 할 거야. 대신 입장권 수익의 50%를 우리가 받기로 했어.”
“스탬포드 브릿지가 4만 명이니까, 거기 절반이면, 우리 티켓의 두 배군.”
“노. 거기 티켓값 우리의 4배야.”
첼시의 표값이 비싼 것도 있지만, 우리 팀이 유난히 싼 것도 있다.
워낙 시골 구단이고, 도시 자체가 가난해서 가격을 무작정 높이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럼 8배인가? 만원 관중 찬다는 가정으로?”
“분위기로 봐선 차지 않을까? 첼시 서포터들 앤서니에게 야유하고 싶어서 막 몸이 근질거릴 것 같은데? 거기에 중계도 잡혔어.”
“오.”
이건 기자들 덕이다. 이 재밌는 사건에 흥미진진하면서 연신 부채질한 결과. 첼시 자체 중계가 아니라, 정식 방송사를 통한 중계였다.
“중계권료는 우리가 60%.”
“정말로?”
살짝 놀랐다. 릴리가 알아서 협상한다고 하더니, 예상보다 더 잭팟이다.
“대신 앤서니 70분 이상 출전 조항.”
“아, 그 조항이 그래서 걸린 거야?”
“응.”
나도 앤서니를 한번 제대로 써 볼 생각이라서 받아들인 조항이다.
그런데 중계권료를 그만큼 받으면서라면, 우리가 남는 거다.
첼시 입장에선 솔직히 고작 친선 경기 한 번으로 벌어들이는 돈.
빅클럽의 부자 구단주가 코웃음 치면서 지갑 열어서 툭 던져주는 것보다 적은 금액이지만, 우리 팀의 처지에선 엄청나다. 괜히 약팀들이 강팀과의 친선전을 바라겠는가. 제휴 구단, 하위구단을 자처하면서까지 하는 이유가 있다.
“전력분석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그 정돈 지원해 줄 순 있어.”
“규모는 크지 않을 거야.”
“몇 명?”
나는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릴리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정말, 그 정도로?”
“응, 충분해.”
“혹시, 누구 데려올지 정했어? 그, 명함들 돌려서 찾아보려고?”
릴리는 내 인맥을 가리켰다. 당장 보훔 단장에게 전화만 해도, 꽤 괜찮은 사람을 추천받을 수 있으리라. 하나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굳이 인맥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꽤, 쓸 만한 사람을 눈여겨봐 뒀거든.”
“응? 누군데? 나도 아는 사람이야?”
“알 수도, 아닐 수도.”
“뭐야, 그 애매한 답은…….”
나는 빙긋 웃으며 휴대폰을 바라봤다.
구단 공식 SNS에 올린 앤서니 로우의 오피셜 게시글.
그리고 그 게시글을 재게시하면서 강력한 의견을 덧붙여놓은 한 사람.
@Professor_Jailson
말도 안 된다. 앤서니 로우의 영입은, 맨스필드의 팀 성격과 맞지 않아. 유진 감독이, 승격하고 조급해지기라도 한 건지, 의심스럽다. 좋지 않은 이적!
“말로만 훈수 두는 사람에게, 한 번쯤 일을 맡겨 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거든.”
나는 가볍게 그 글에 댓글을 달았다.
@BarkingMad
네가 뭘 안다고 지껄여?
낚싯대를 드리웠으니, 기다려야 할 때다.
전력분석팀을 조직하기 위한 미끼도 던져놨으니, 나는 이적 시장과 선수단 훈련에 집중했다.
훈련은 대개 막스와 알롭 코치가 서로 분담하여 잘 진행하고 있다.
막스도 1년이 지났다고 이제 제법 수석코치 태가 났고, 알롭 코치는 이제 완전히 내 사단에 속했음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뜻에 잘 따르며 움직였다.
둘의 코칭과 훈련 능력도 꽤 수준급이고. 특히 알롭의 경험을 옆에서 흘긋 바라보면서 흡수하는 막스의 성장 덕분에, 코치가 고작 세 명인데도 훈련은 작년보다도 훨씬 원활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다.
선수들은 천천히 몸을 만들고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었고, 알렌스키 코치의 정밀한 지도하에 나이 많은 선수들을 유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
나이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오스카도, 대니 스콧도, 젠킨슨도.
시즌 시작 전에 부상을 당하면 시즌 전체가 시작부터 꼬이는 일이니까.
다행히도 심혈을 기울이는 덕에 프리시즌의 훈련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막스가 답답한 얼굴로 나타나기 전까진.
“돌아 버리겠는데, 유진.”
막스는 당일 훈련 보고서를 들고 오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훈련장에 내가 아예 안 가는 건 아니다.
매번 참석한다. 그저 훈련장에서 서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감독의 권위는 선수들을 긴장케 하고, 바짝 정신 차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니까.
다만 반복적인 훈련 세션과 체력 위주의 훈련은 코치진에게 전부 일임하는 편이다. 둘의 코칭 능력은 1년 동안 내 곁에 있으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지도하게 됐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막스가 저런 표정으로 왔다는 건.
내가 생각한 훈련 흐름에 문제가 생겼단 의미였다.
사실, 왜 일지는 짐작이 됐다.
“왜?”
“앤서니, 걔, 보통은 아니리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더?”
막스가 말끝을 흐렸다. 입을 오물거리며 무어라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얼굴이다가, 겨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신 나간 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