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15)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14화(115/266)
114. 금쪽같은 내 선수 (5)
첼시 팬과 보드진이 뒷목을 부여잡게 만들었던 앤서니 로우.
앤서니 로우의 성격이 악독해서, 비열해서 그런 게 아니다. 악의 따위는 없는 순수함일지, 눈치 보지 않는 솔직함일지, 사회성이란 사슬을 과감히 벗어던진 그의 종잡을 수 없는 언행이었다.
그 증거로는, 첼시뿐만 아니라 맨스필드 역시 뒷목을 부여잡는 상황이었으니까.
“집중해! 그냥 뛰는 게 아냐! 발바닥, 발목, 종아리, 허벅지,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해!”
알렌스키의 목소리가 훈련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가벼운 워밍업.
휴식기 잠들었던 근육과 몸을 깨우는 시간.
하나 알렌스키의 외침이 무색하게도, 선수들은 가벼운 워밍업에서도 신경이 다른 데 가 있었다.
“우에에엑.”
“…….”
가벼운 워밍업으로 훈련장 몇 바퀴 도는 평범한 루틴. 첫날부터 격한 훈련을 하는 사람은 없다. 천천히 강도를 올리면서 몸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지 않은가.
그래, 가볍다. 가벼운 뜀박질인데, 그걸 뒤처진 채 못 쫓아 오다가 갑자기 구역질해 대는 선수는…….
“으으으으. 나 이런 거 안 해도, 골 잘 넣는데에에.”
“씁! 앤서니! 빨리 일어나!”
“안 해도 되는데에.”
“어허, 애가 왜 이래, 하, 하하, 평, 평소에 안 그러면서! 새 팀 온다고, 긴, 긴장해서 그렇구나!”
“…….”
쏟아지는 싸늘한 시선.
주위 눈치를 보면서 앤서니 로우를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려는 에이전트.
선수의 이적 후 첫 훈련 날이니, 에이전트의 동반은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눈빛은 묘해졌다. 마치 철딱서니 없는 애가 길거리에서 주저앉고 생떼 부리고, 초보 엄마가 주위 눈치를 보면서 애를 어르고 달래는 모습 같지 않은가.
여기엔 유부남들도 많았으니,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다.
“……저거 맞아?”
“아니, 쫌.”
“이적이 급하게 이뤄진 거야, 뭐야?”
“아니 그래도, 소집일 전날부터…….”
선수들은 흘긋 바라보면서 숙덕거렸다. 그야 당연했다. 사실 지금 장면뿐만 아니었다.
‘……체지방률이 24%라고요?’
‘이게 선수 몸 맞아……?’
‘어쩐지, 살집이 좀 보인다더니.’
‘우선 몸 상태부터 끌어올려야겠습니다. 알렌스키 코치, 앤서니 선수 체크하면서 움직여줘요.’
‘예에? 첫날부터는 쪼오옴 힘든데에.’
‘선수가……말대꾸?’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지시에도 불퉁스러운 말을 내뱉는 모습에, 그것도 감독을 향해 똑바로 말하는 장면에 선수들은 기함하고 말았다.
“무슨…….”
“좀 유명한 망나니라더니.”
“팀 분위기 개판으로 만들겠는데.”
선수들은 하나같이 아니꼬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지금 맨스필드는 과거 오스카나 스탠리, 대니 스콧이 이적해 오던 순간하고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파벌이 나뉘어 이적 선수들도 빈틈으로 파고들 수 있던 환경과는 차원이 달랐다.
거의 하나처럼 결속된 선수단.
우승이라는 큰 산을 넘고,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조직이란 점이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나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은근한 경계를 하기 마련.
하물며 단단히 하나가 된 선수단에, 전혀 뜬금없이 나타난 외부의 선수.
보통 이럴 땐 새로운 선수가 녹아들려고 애쓰는 편이다. 안 하면 본인만 손해니까. 따돌림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외톨이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팀 스포츠에서 개인이 성장하고 활약하려면, 그 팀에 속해야 한다. 노력해야 한다. 우승을 거두며 하나가 된 팀에게, 갑자기 끼어들려면 그만한 노력은 필요하다. 하나 앤서니가 그러겠는가.
도리어 첫날부터 엉망인 모습을 잔뜩 보여 주고 있으니.
선수들이 흘긋 눈치를 봤다.
팀의 핵심 선수들, 오스카와 대니 스콧, 그리고 존 젠킨슨.
결국 워밍업이 끝나고 잠깐의 휴식 때, 나선 선수는 존 젠킨슨이었다.
“앤서니라고 했지?”
“으음. 네.”
어지간한 망나니인 앤서니도 젠킨슨의 흉악한 체구와 땀에 번들거리는 얼굴을 보곤 무시할 순 없었다. 하나 힘 빠지는 목소리로 툭 대답하는 모습은, 과연 그게 무시가 아닌지, 젠킨슨은 곰곰이 생각해야만 했다.
“이적이 뭐 급하게 결졍돼서 소집일 전에 술 마시고, 지각한 거야 그렇다 쳐. 치는데…… 지금 그 태도 말이야.”
“아하, 또 텃세?”
“……!”
말을 툭 잘라먹는 앤서니의 모습에 젠킨슨의 얼굴이 굳었다. 지켜보던 선수들 사이로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앤서니가 흐물거리는 웃음으로 툭툭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으휴. 어딜 가나 없는 데가 없네. 지긋지긋해.”
“야, 너…….”
“수비수죠오?”
“……뭐?”
“지금 내 상태, 엉망인 거 같나아아봐요?”
젠킨슨은 이 조막만 한 놈을, 진심으로 한 대 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코치진도 괜히 소리치거나 말리지 않았다. 이건, 선수단 내부의 문제라는 인식이란 뜻이다. 어느 정도 선수단 내부에서 저들끼리의 위계와 기강을 잡는 데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
젠킨슨은 결심했다. 아무리 대단한 유망주고, 출신이 엄청나다고 한들. 여긴 맨스필드다. 그리고 주장은 자신이다. 그러니…….
“막아 봐요. 그러면.”
“……!”
순간 젠킨슨은 입을 닫았다. 느슨하고, 흐물거리던 앤서니의 두 눈이, 흐릿함 속에서 선명하게 번뜩였다.
“혼자로는 안 되니까, 어디 보자, 한 여섯 명 정도 있으면 재미는 있겠네. 그 정도면, 쫄진 않겠죠?”
* * *
프로 축구의 역사가 깊은 만큼, 워낙 여러 방면으로 훈련 방식 역시 발전해 왔다.
하나 예전부터 바뀌지 않은, 훈련이라기엔 너무도 클래식한 방식이 존재했다.
수비수와 공격수.
한쪽은 막고, 한쪽은 뚫는다. 이 방식은 정식 훈련이라기보단, 선수들끼리 가뿐하게 몸을 풀거나 개인 훈련을 할 때 늘 사용하는 방식이다.
또는, 누군가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고 싶을 때.
“어, 고작 둘?”
앤서니는 젠킨슨과 톰 뉴톤이 앞에 서는 걸 보고 말꼬리를 늘렸다.
“잘 모르나 본데, 나 챔피언십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인데.”
니들은, 리그 투잖아?
같은 뒷말은 말하지 않았는데도 들리는 건, 참 신기한 재주였다. 표정으로 사람이 말을 하네.
젠킨슨은 그제야 새삼 이 답 없어 보이는 어린놈이, 자신보다 윗물에서 놀던, 소위 좀 치는 선수임을 되새겼다. 워낙 처음부터 뜀박질도 못 하는 모습을 보여 주니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곤 말했다.
“스탠리, 다 와. 첫날부터 몸 체크 좀 하지.”
“흠. 고작 넷?”
“……이게 진짜.”
모여든 수비수들 사이로 살벌한 분위기가 풍겼다. 앤서니가 어깨를 으쓱였다. 얄미운 모습에 다른 선수들도 끼어들었다.
“자신 있다는데, 해보죠 뭐.”
“참나.”
수비형 미드필더 토마스 캐롤과 톰 브룩스 역시 끼어들었다.
여섯 명.
네 명의 포백, 투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당장 숫자로만 따져도 네 명이 전후좌우에서 길을 막고, 두 명이 거리를 두면서 압박만 해도, 뚫을 수 없는 철옹성과 같다.
물론 지금 다들 좋은 몸 상태는 아니다. 휴식기가 막 끝났으니까.
그러나 철저하게 관리해온 젠킨슨과 스탠리는 물론, 나머지 네 명도 꽤 괜찮은 상태.
방금 전 워밍업도 따라오기 벅차서 구역질하던 앤서니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실력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투웅!
“……!”
순간 톰 브룩스와 토마스 캐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눈앞에 있던 앤서니의 몸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툭!
“실례할게요오.”
공이 둘 사이의 절묘한 공간으로 툭 빠지고, 앤서니가 크게 몸을 돌려 나갔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눈앞에서 공과 선수가 차례대로 사라진 듯한 기분이었다.
“이, 미친!”
토마스 캐롤은 굳어 버린 채 비명을 내질렀고, 톰 브룩스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공은 놓쳤다. 하나 수비가 실패한 건 아니다. 수비는 공만 뺏고, 차단하고, 걷어 내는 것만이 있는 게 아니다.
‘경고를 각오하고 끊어 내는 것도, 수비지.’
톰 브룩스가 투지 넘치는 스타일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최대한 가까이 붙어서 어깨를 밀어 넣었다. 훅, 코끝을 찌르는 술 냄새. 가까워지는 흐물거리는 미소를 지은 얼굴. 자기보다 훨씬 호리호리한 체격.
부딪치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두가 알았다.
그리고 예상은 늘 깨지는 게 스포츠였다.
“컥!”
톰 브룩스는 기이한 감각을 느꼈다. 부딪치는 순간 기묘하게 몸의 균형과 중심이 무너지는 건 자신이었으니까. 힘 대 힘이 아니다 그건 중심과 절묘한 밸런스의 이동. 노련하기 짝이 없는 경합에 톰 브룩스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으, 땀 냄새.”
같은 소리를 내뱉으며 툭, 공을 차고 달리는 앤서니.
“미드-톰이랑 캐롤이 꼼짝도 못 하고……?”
“쟤, 뭐야?”
분분히 터져 나오는 탄성과 감탄.
어디 그뿐일까. 젠킨슨이 톰 뉴톤과 간격을 유지하며 막아서는 순간.
투웅!
“……공을 띄워?”
멀리서 지켜보던 선수들의 입에서 순수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공을 머리 위로 띄우는 순간, 톰 뉴톤은 당황해서 올려다봤고, 젠킨슨만이 노련하게 공을 띄우고 빠져나가려는 길목을 막아섰다.
“!”
“……뭔 씨.”
탄성을 넘어서 툭 튀어나오는 욕설. 젠킨슨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힘으로 부딪치면 무조건 이긴다. 균형이나 밸런스, 자신도 노련한 베테랑이다. 그 정도는 충분히.
한데 이건.
어깨가 부딪치는 순간 앤서니의 몸이 빙그르르 돌더니, 한순간에 두 선수의 등 뒤에 도달했다.
‘농락.’
수비수를 농락하는 공격수의 개인 플레이.
젠킨슨도, 톰 뉴톤도 몸을 돌려 쫓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드는 마르세유 턴. 그리고 가볍게 뚝 떨어지는 공을 트래핑. 앤서니가 공을 지그시 밟으며 몸을 돌렸다. 눈을 크게 뜬 여섯 명의 선수를 바라보면서.
“이제, 텃세는 그만……우에엑.”
그리고 끝내 헛구역질이 아니라 토사물을 쏟아 내는 앤서니를 보면서, 맨스필드 선수단은 할 말을 잃었다.
* * *
앤서니는 임대로 팀을 여러 번 옮겼다.
그래서 이런 상황도 익숙할 거다.
소위 말하는 텃세.
“……사실 텃세 탓하는 건 너무 관대한 거 아냐?”
막스가 눈살을 좁혔다.
그의 탐탁지 않은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훤히 보였다.
벤치 왼쪽에서 알렌스키의 지도하에 몸을 풀고 있는 대기 선수들.
대기 선수 중에서도 한쪽에 멀거니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풍기는 앤서니.
“막말로, 첫인상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말이 괜히 있어? 첫날의 그 모습 보고, 누가 웰컴! 외치면서 레드카펫 깔아 주겠냐고.”
“그래서 보여 줬잖아, 실력.”
“……하, 그래 실력.”
막스도 그 말에 탄식하듯 읊조렸다. 사실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누가 봐도 몸 상태가 엉망인 앤서니가 여섯 명을 단숨에 농락하듯이 돌파해 냈으니까.
“그래도, 고작 한 장면이야. 경기는 90분인데, 쟤 90분은커녕 30분도 못 뛰어.”
고작 한 장면이다.
번뜩이는 모습 한번 보여 준다고 한들.
그 이후부턴 마치 유령이 된 것처럼 경기 내내 보이지 않을 거다. 체력이 안 돼서. 전투에선 이겨도 전쟁에서는 진다는 개념과 같다. 90분이란 긴 싸움이라면, 우리 수비수들이 아주 제대로 혼쭐을 내 줬을 거다.
“그런 점 생각하면, 그저 게으르고 오만하기만 한 친구 아냐. 영악한 면도 있어. 똑똑한 거지.”
“똑똑?”
“그 몸 상태에서, 그 적대적인 시선과 분위기에서, 모든 게 불리한 상황에서, 딱 자기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는 부분만 파고들어서 증명했잖아?”
“…….”
압도적인 퍼포먼스.
그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눈빛이 단번에 바뀌었다.
저보다 나이는 많은 선수들 상대로 당당하게 굴고, 말 한마디도 지지 않고, 실력으로까지 명백히 보여 줬으니. 그가 보통 놈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인식한 거다.
정확히는, 건드려 봤자 좋을 건 없는 놈. 정도의 인식이 선수단 사이에 퍼졌다.
“그걸 쟤가 다 유도했다고?”
“생각해서 한 행동은 아니겠지. 그냥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거야. 이런 상황이 익숙한 것처럼.”
“그럴 바엔 자기 행동을 교정하는 게 낫지 않나…….”
글쎄.
그건 10년 후에도 안 바뀌는 것 같던데.
바꿀 수 없다면, 현재를 철저하게 이용해야 한다.
“앤서니!”
나는 멀거니 서 있는 앤서니를 불렀다. 앤서니가 흐물거리며 다가왔다. 귀찮은 기색이 가득하다. 집에 가고 싶은 눈치다. 나는 그 모든 걸 보면서도, 나무라지 않았다.
“프리시즌 친선 경깁니다. 팬들 보이죠? 나는 선수가 대단한 거 알아요, 근데 팬들은 잘 몰라. 보여 줘요, 그 대단한 실력 말이야.”
흐물거리며 의욕 없던 두 눈에서, 희미한 빛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5분 후, 앤서니는 교체 출전 16분 동안 2골을 넣으며, 프리시즌 팬들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각인시켰다.
* * *
[모두가 불안해했던 행실 우려? 무슨 문제인가, 앤서니 로우 교체 출천 번뜩이든 모습 선보여.] [앤서니 로우, 우려를 불식시키는 친선 경기 2골 폭발!] [클래스가 다르다, 앤서니 로우, 친선 경기 2연속 교체 출전 4골!] [벌써부터 성공? 술렁이는 리그 원의 이적 시장, 맨스필드의 이적 시장은 이제부터.] [또 한 번 이적 시장 마이다스의 손 보여 주나, 맨스필드의 유진 감독. 이적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다음 영입 포지션은 골키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