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2)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2화(12/266)
12. 리빌딩, 발끝부터 머리까지 (6)
곧 있을 전지 훈련을 앞두고 정신없이 일하던 노팅엄 포레스트의 감독, 울란스는 금일 있었던 훈련 보고에 고개를 갸웃했다.
“청백전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한 선수의 이름이 대니 스콧이라 적혀 있는데, 이거 제대로 작성한 거 맞는 건가?”
그 말에 보고서를 올린 대니얼 코치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대니 스콧 코치가 뛰고 싶다고 해서…….”
울란스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은 채 보고서를 읽었다.
경기 과정과 흐름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다.
대니얼 코치는 다소 편협하고 전술적 식견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지만, 훈련 관리만큼은 실력이 뛰어났다.
훈련 보고서 역시 훌륭했다. 덕분에 울란스는 청백전을 관람치 않고도 그 흐름을 읽어낼 수 있었다.
“후반전. 플레이가 완전히 바뀐 거 같은데? 누가 손댄 거야?”
“그건…….”
대니얼이 일순 망설였다.
그러나 다름 아닌 울란스 감독 앞에서 어찌 거짓을 말하겠는가.
대니얼은 훈련 과정에 있었던 일을 상세히 실토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울란스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대니 스콧을 선수로 영입하려는 4부리그의 감독이, 직접 손을 댔다?”
울란스는 헛웃음을 켰다.
“오늘 처음 본 선수들, 대화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데리고, 자기 전술을 이식하고 뛰게 했다고?”
“……아무래도 운이 작용한 거 아니겠습니까?”
울란스가 눈을 치켜뜨며 혀를 찼다. 대니얼의 어깨가 팍 수그러들었다.
“이 친구야, 자네 전술 공부 좀 하라니까. 축구에 운이 있다고? 축구는 인과의 스포츠야. 과정이 있어서 결과가 나오는 바닥이라고.”
“…….”
“슈팅이 골로 연결된 거면, 그 슈팅 연습한 선수의 노력과 과정. 공이 이리저리 튕겨서 들어갔다면, 선수들이 그 위치에 존재할 수밖에 없던 훈련의 연속. 그 모든 것이 결과로 이어지는 거야. 운 때문이라고? 그러면 벤치에서 경기 보지 말고 성경 펴 놓고 기도나 하지 그래?”
실로 날 선 말에 대니얼은 등골이 축축하게 젖었다.
그는 이를 악물며 그저 죄송하다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울란스는 혀를 쯧쯧 차며 꾸중을 멈췄다.
당장 대니얼을 다그치기보단, 그 감독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오른 것이다.
‘뭔가 특별히 대단하고 변칙적인 전술을 쓴 건 아닌 거 같은데……. 이상하게도 경기가 저쪽으로 풀렸군. 대니얼이 괜히 운이라고 말 한 게 아니야.’
보는 이로 하여금 그렇게 느껴지는 듯한 그림이었다.
‘이거, 마치 틀을 만들어 놓고 선수들이 저절로 뛰게 만든 듯한 느낌인데.’
아무리 보고서가 일목요연하다고 해도, 그 그림이 자세히 그려지는 건 불가능이다.
도리어 보고서만 보고도 어떤 흐름이었는지 눈치채는 울란스가 대단한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대니 스콧의 기록을 봤다.
“1골 2도움이라…….”
그 목소리에 담긴 의미심장함을 느꼈을까.
대니얼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코치 제의를 번복하시고 선수로 뛰게 할……?”
“쯧, 아쉽긴 하지만 그 자리에 새 선수도 영입했네. 대니 스콧의 자리는 없어.”
하지만 울란스는 어쩐지 망설임이 생겼다.
‘프리롤을 맡을 정도의 지능이면, 어느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맡겨도 감독의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다는 건데.’
백업으로는 아직 괜찮은 선택지가 아닐까, 하는 잠깐의 미련.
애석하게도 그 미련은 씻은 듯이 지울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 코치 제안은 죄송하지만 저는 선수로 더 뛰고 싶습니다. 맨스필드로 가겠습니다.”
“…….”
형형하게 눈을 빛내며 사무실로 들어온 대니 스콧이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알 수 없는 눈으로 대니 스콧을 바라보던 울란스가 불쑥 말했다.
“1년 연장 계약. 어떤가?”
“!”
“감독님!”
대니 스콧의 두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뒤에 있던 대니얼 코치는 기함해서 벌떡 일어났다. 하나 울란스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 시즌 챔피언십에서 우리는 승격을 노릴 거다. 치열한 싸움일 거야. 프리미어리그 승격이라는 그 명예, 해보겠나?”
대니 스콧은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작 청백전에서 1골 2도움 넣었다고 계약 제의를 하는 감독이나, 정작 그걸 듣고도 고민하는 멍청이라니!
대니 스콧은 한참 생각하다 답했다.
“감독님은 저를 어떻게 쓰실 생각입니까?”
“자네의 그 머리를 잘 써먹어야지. 섣부른 지시보단, 필드에서 원하는 대로 뛰는 것이 자네의 재주를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이겠지.”
그 말에 대니 스콧은 고민을 끝낸 듯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감독님.”
“이런…….”
울란스가 쓰게 웃었다. 사실 백업 선수까지 차고 넘친다. 곧 영입할 선수 중에 그 자리에 뛸 수 있는 선수가 더 있다. 한데도 울란스는 마지막 미련이 남아 그를 불렀다. 족히 2~3년 전만 해도 무엇이든 하나는 해줄 것 같은 선수였기에.
“혹시 그쪽 감독이 더 마음에 든 건가?”
“……더 마음에 들기보단, 한 번쯤, 그런 감독 밑에서 뛰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울란스의 눈에 작은 놀람이 일었다. 워낙 똑똑한 친구라 코치들 사이에서도 꺼리는 선수가 아니었던가. 코치의 수준이 때때로 선수의 눈에 차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대니 스콧에게는 흔한 일이었다.
그런 선수가 밑에서 뛰어 보고 싶다는 감독이라니.
‘한번 얼굴 보고 대화나 나누고 싶은데.’
알 수 없는 미묘한 질투감.
그러나 그는 대범하게 손을 들었다.
대니 스콧이 그 손을 꽉 잡았다.
“고생했네. 새 출발을 응원하지.”
“감사했습니다.”
“한 달 남은 계약 기간이지만, 내일부터 맨스필드 훈련에 참여해도 좋네.”
울란스의 마지막 배려에 대니 스콧은 고개를 숙였다.
대니 스콧이 떠나고 울란스 감독은 보고서를 바라봤다.
“4부리그라.”
맨스필드 타운 감독, 유진 피셔.
“한번 보고 싶긴 한데, 볼 일은 어렵겠어. 우린 내년에 프리미어리그로 갈 테니까.”
* * *
“정말 감독은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얼굴 보기 너무 힘든 거 아냐?”
선수들 사이에서 기이한 분위기가 흘렀다.
바로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는 그들의 신임 감독 때문이다.
물론 얼굴을 아예 보지 않은 건 아니다.
선수단 미팅을 했으니까.
다만.
“예, 유진 피셔입니다. 새 감독입니다. 훈련에 빠질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것이 미팅의 전부였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한 선수들이 없었다.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지역 언론도, 지역민들도 새로운 감독이 부임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 자세한 사정은 누구도 몰랐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구단의 언론 담당이나 마케팅 담당의 직원들이 전부 팀을 떠난 지 오랜데, 기자들이 누구와 접촉할 수 있겠는가.
결국 소통 창구는 릴리 혼자였는데, 정작 릴리도 수술로 인해 자리를 비운 상황.
그러자 선수들에게 기자들이 접촉했지만.
“코치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아?”
“훈련 안 나오면 벌금이니 뭐니, 아주 칼같이 잡고 있다고.”
“괜히 내부 분위기 밖에 흘러 나가면 가만 안 둘 거라고 엄포 놓는 것도 그렇고.”
평소와 너무 다른 두 코치의 변화 때문에 선수단은 술렁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가지 소문이 흘렀다.
“선수 방출한다는데?”
“또?”
“이미 이적할 친구들은 다 나갔잖아?”
“지금 코치들이 저러는 이유가 방출 명단 때문이래. 조금만 눈에 벗어나면 방출이라고.”
“!”
선수단이 크게 술렁였다.
사실 지금 남아 있는 선수들은 자의로 남아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팀에서도 딱히 거들떠보지도 않는 자원이란 얘기다.
다른 팀으로 가기도 어렵거니와 가더라도 현재 주급보다는 낮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 기정사실.
그러니 방출 명단이란 얘기에 선수들은 날카롭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루머인 줄 알았다.
하나 알롭 코치가 선수들 개인 면담을 시작하면서, 곧 사실이 되었다.
선수들의 감은 예민하다. 코치 두 명이 제각기 방출자를 선별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눈치챘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자 훈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팀의 캡틴, 미스터 맨스필드.
젠킨슨은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수 방출이라니.
‘대체 몇이나 내보내려고? 우리 팀에 오려는 선수는 없을 텐데. 선수단이 이렇게 부족한데 리그는 어떻게 치를 생각인 거야?’
그의 머릿속에 감독의 무심한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을 향해 이상하게도 날카로운 어조를 내뱉던 사내.
“끙, 다들 난리네요, 뭐, 선수가 방출을 무서워하는 게 퍽 웃기긴 하지만.”
그때 팔자 좋은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젊은 선수가 있었다.
“헤럴드.”
“방출 명단 사실이래요, 어제 알렌스키랑 애들 술 한잔했는데, 다들 자기들 방출하지 말라고 그렇게 매달리더라고요.”
“…….”
“쯧, 그러게, 진즉 실력 좀 기르지 그랬나? 하여간 미련한 것들. 실력은 내버려 두고 우르르 몰려가서 안 된다고 징징대기만 해? 그러니까 4부리그에 와서도 갈 팀 못 찾는 거지. 알렌스키 코치 난처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술만 마시는데, 내가 안쓰럽더라.”
“너는 괜찮나?”
“저요?”
맥 헤럴드가 덧니를 드러내며 피식 웃었다.
“설마 제가 방출 명단에 오르겠어요? 이 팀 에이스인데? 아 물론 캡틴이 중심이지만, 팀의 에이스는 나잖아요?”
맥 헤럴드는 기가 찬다는 듯이 웃었다.
“미쳤다고 나를 팔려고 하겠어? 내가 없으면 4부에서 생존이 아니라 5부로 갈 텐데? 감독이 눈이 있으면 못 그러죠, 아무리 초짜 감독이라고 해도. 아, 혹시 모르겠다. 우리 팀은 아무도 감독 맡지 않으려고 하니, 정말 형편없는 감독이 와 버렸을지도. 그러면 인정합니다. 나도 내 가치를 모르는 답 없는 작자 밑에서 뛰긴 싫거든.”
헤럴드는 거침없이 웃었다.
강등 직전 3부리그에서 3골 11어시스트라는 기록.
탐내 최다 공격 포인트이자 핵심이었다.
때문에 그는 이 분위기에도 아무렇지 않았다.
“뭐, 캡틴이야 팀 유스 출신이고 미스터 맨스필드라는 별명도 있으니 방출 명단에 오르지도 않겠지만요. 더구나 그, 파벌이라는 것에도 안 들어갔잖아요?”
“그런데 너는 왜 이적 안 했지? 오퍼도 많이 들어온 걸로 아는데.”
“그야 뭐…… 맨스필드에 대한 애정이라기보단, 여긴 나만 바라보잖아요. 팬들이나 선수들이나 동료나.”
“…….”
“내가 워낙 관심받는 걸 원해서 말이죠. 하하.”
헤럴드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그건 그렇고, 감독도 대단해.”
“…….”
“얼굴 제대로 비추지도 않고, 팀을 아주 쥐락펴락하고 있잖아요? 캡틴은 감독하고 얘기도 나눠 봤죠? 어때요? 그 사람?”
젠킨슨은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두 눈을 보고 있기 어려운 남자더군.”
머릿속에 혼란스럽게 나뒹구는 여러 단어와 감상이 뒤섞인 채.
내뱉을 수 있는 유일한 감상이었다.
* * *
“분위기는 어때?”
“난리가 났어. 팀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막스의 얘기에 나는 재킷을 벗어 걸쳐 놓은 채 의자에 앉았다.
“알롭과 알렌스키가 잘하고 있나 보네.”
“잘한다고?”
“방출 명단을 제대로 작성하고 있으니까 난리겠지. 원래 나가야 할 놈이 목소리는 큰 법이거든.”
“!”
“자기가 방출 명단에 들 정도로 형편없지는 않다, 아는 애들은 조용히 주시하고 말이야. 시끄러울수록 좋은 거야.”
내 말에 막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러면서 눈을 빛냈다.
“어디서 배운 거야?”
“배우다니, 뭘?”
“지금 이거, 선수 장악하려는 거잖아?”
나는 대답하지 않고 막스를 쳐다봤다. 막스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늘어놨다.
“방출 명단을 코치에게 맡긴 것부터 말이야. 선수들하고 코치진 사이에 거리감을 인식하게 하려는 거 아니야?”
“더 말해 봐.”
“아무리 아버지니, 뭐니, 큰형이니 여겨도 코치일 뿐이라는 거. 선수인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그 사실을 수면 위로 드러내서 느끼게 한 거잖아.”
솔직히 말해 나는 살짝 감탄했다.
막스가 내 생각을 어느 정도 읽었기 때문이다.
그저 전술에만 매몰되지 않고, 팀을 보게 된 것이다.
하기야, 수석코치의 자리이니 그래야만 한다. 막스는 알게 모르게 훌륭하게 적응 중이었다.
“그게 다야?”
“뭐, 다른 의도도 있는 거야, 설마?”
뿔테 안경이 콧등까지 뚝 떨어졌다.
난 실소하며 그를 쳐다봤다. 역시, 아직 설익긴 했구나. 장족의 발전이긴 하다만.
“이 구단에서 가장 위험한 게 뭔지 알아?”
“지금 어디 안 위험한 게 있나. 열악한 재정부터 선수단 구성의 빈약함에…….”
“집단항명. 또는 무의식적인 선수들의 태업.”
나는 선수단 보고서를 쭉 읽으며 말했다.
“서로 뭉쳐서 집단항명이나 무의식적인 태업을 한다면?”
“……!”
“생각보다 팀의 항명은 잦아. 레알 마드리드 같은 거대한 팀에서도 감독과 선수단의 마찰이 경기력의 후퇴를 불러오곤 하지.”
“그건…….”
“감독의 명성이든, 실력이든, 하다못해 성격이든, 특히 이런 건 조잡한 팀일수록 빈번하지.”
그리고 현재 맨스필드 타운은 온전히 ‘프로 리그’라고 보는 영국 1부리그에서 4부리그까지를 통틀어 봐도 가장 조잡한 팀이다.
막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번번이 막힐 거야. 전술이든, 개혁적인 조치를 하든, 하다못해 벌금 규정을 바꾸든. 선수들 사이에 불만이 감돌고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이 나와.”
“잠깐만, 어느 집단이나 불만은 당연한 거 아니야? 그 불만과 타협하고 나아가야……?”
“타협?”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나는 타협하지 않아, 수석코치.”
“!”
“타협이라,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지. 근데 그 과정이 쉬울 거 같아?”
막스는 말하지 못했다.
서로의 불만과 아쉬운 점을 맞추고 양보해 나가는 과정은.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도 지난한 일이다.
“끊임없는 줄다리기, 답 나오지 않는 도돌이표 대화, 결론 나오지 않는 헛된 말의 반복.”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팀을 굴려야 하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은 없어.”
“……!”
“그딴 짓거리에 신경을 쓰거나 시간을 보낼 여유 따위는 없어.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서로 양보하는 타협 따위? 웃기지 말라 해.”
나는 막스를 쳐다보며 정확히 말했다.
훗날 막스가 감독이 된다면, 그만의 지휘 방식이 있겠지만.
지금은 오로지 나의 수석코치다.
그렇기에 그조차도.
“나에겐 타협 따위는 없어.”
나를 따라야 한다.
정적이 흘렸다. 나는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이미 코치들이 방출 명단을 작성한다는 사실을 퍼지고 있어. 코치가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건 느끼게 된 거야. 한데 집단항명이니 태업이니, 할 수 있을 거 같아?”
조잡한 팀이다. 하니, 조잡한 논리로 접근한다.
“내가 방출당할지도 모르는 빌미를 왜 주려고 하겠어, 선수들이.”
선수단 장악에 있어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감독을 거부하는 항명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나는 그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선제 조치를 한 셈이다.
“태업이니 항명이니 꿈도 못 꿀 거야. 당장 방출당하기 싫어서 몸부림을 칠 텐데.”
“……그러면 유진, 네가 일부러 얼굴을 비치지 않는 것도 이유가 있겠네?”
“무슨 이유일 것 같아?”
막스가 눈을 빛냈다.
“보이지 않는 적보단 눈에 보이는 배신자가 더 기분 나쁜 법이다……?”
“정답.”
막스는 탄식을 터뜨리며 뿔테를 벗었다. 감은 두 눈두덩이를 비볐다.
“뭐야, 대체…….”
“적어도 선수들에게 나는 유령 감독이야. 이리저리 바쁘기도 해서 얼굴 비치기 힘들기도 했지만, 의도적으로 선수들에게 안 다가갔어.”
어차피 대다수는 곧 나갈 선수들이기도 했으니.
“보이지 않는 감독에 대한 적의보단, 방출 명단을 작성하고 다니는 코치들에 대한 유감이 생기기 마련이겠지.”
이렇게 코치와 선수들 사이를 갈라놓는다.
완벽하게 찢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들 사이의 굳은 연대에 틈 하나만 만들어 놓으면 충분하다. 내가 원하는 목적이 그것이다.
나아가.
팀 리빌딩은 필연적으로 선수들의 반발을 불러오게 하는 법.
그 모든 것에 대한 유감을.
코치진에게 떠넘긴다.
그 후에 차근차근 선수단을 장악해 나가면 그만이다.
막스는 그 같은 일련의 상황을 깨닫고 마치 나를 괴물 보듯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너도 그냥 코치였잖아?”
불과 두 달 전에 말이야.
막스는 그런 뒷말을 아주 나직이 내뱉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다 계획이지.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봐야지.”
똑똑.
“알롭입니다. 감독님.”
그리고 마지막 의도.
리빌딩은 오로지 선수단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팔고 새로운 영입으로 개편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고쳐 쓴다.
“코치들이 내 말을 따르는지, 어디 볼까.”
내 사단(師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