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25)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24화(125/266)
124. 유진의 거래법 (1)
[첼시 2 : 2 맨스필드 타운] [프리시즌의 최대 이변? 3부리그 강등권 팀에게 극적인 무승부를 내어준 첼시] [1군과 2군의 격차를 느끼다, 첼시. 더블 스쿼드가 필요한 장기 시즌 레이스에 적신호?] [스탬퍼드 브릿지에 돌아온 첼시의 보석, 앤서니 로우 2어시스트로 첼시를 농락하다] [분노한 첼시 서포터, ‘차라리 3부리그 감독이 슈바이처보다 낫다!’ 분통.] [첼시를 굴욕으로 무너뜨린 맨스필드는 어떤 팀?] [2부리그에서 4부리그로, 파산 위기로 구단 해체까지 갔던 이력. 그 팀을 우승시키며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쏜 유진 감독.] [리그 승률 74% 압도적 성과. 강등 유력팀으로 만들어낸 우승. 유진 감독은 누구?]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던 하부리그에 출현한 감독계의 신성, 베테랑 슈바이처를 꺾다.] [완벽한 전술적 승리, 경기의 흐름을 주도한 유진 감독에게 슈바이처 감독 판정패!] [리그 원의 터줏대감들, 승격팀 맨스필드의 저력이 두렵습니까?]* * *
첼시와의 친선전 이후.
나는 기자들에게 시달렸다. 본래도 기자들이 자주 달라붙곤 했지만, 이번엔 급이 달랐다.
“BBC입니다!”
“스카이 스포츠의……!”
“데일리 메일의…….”
“키커지의……!”
“마르카에서 왔는데……!”
소위 영국의 공신력 탑티어급은 물론, 독일의 키커, 스페인의 마르카까지.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몰려든 기자의 면면을 보던, 나와 동행한 릴리는 거의 혼이 반쯤 날아간 표정이었다.
다만 최고 수훈 선수로 뽑힌, 앤서니는 오히려 즐겁다는 듯이 광대가 씰룩였다.
“이젠 첼시의 보석이 아닙니다. 영국 축구의 보석이, 맨스필드에서 활약을 펼치는 것이죠. 앤서니 선수의 플레이는 아름다웠습니다.”
나는 가급적 스포트라이트를 앤서니에게 돌렸다. 실제로 앤서니의 활약이 컸으니까. 아무리 체력적 우위를 가져가도, 결정적 순간에 첼시의 골문을 뒤흔들었던 앤서니가 없었다면, 우리는 졌을 테니까.
물론 앤서니는 충분한 주목을 받았다.
다만 나도, 그 이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뿐이다.
[4부리그의 과르디올라, 첼시의 감독을 꺾다.]“내가 과르디올라하고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사실 감독마다 스타일이 있지만, 대개 트레이드마크인 특유의 전술이 보통 감독의 개성으로 꼽히기는 한다. 그리고 나는 회귀 전에는, 제2의 과르디올라니 같은 소리는 듣지 못했었다.
회귀 전과 지금의 전술적 특징이 크게 변화한 것은 아니니까, 저런 소리를 듣기엔 다소 어폐가 있는데.
“그야 명장의 대명사니까.”
릴 리가 웃으면서 말했다.
“맨시티 왕조를 만들어 낸 사람이니까, 사실 4부리그에서의 전술을 일일이 분석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냥 잘하니까, 언론들이 명장의 대명사인 과르디올라를 붙인 거지.”
내가 진짜로 하부리그의 과르디올라든, 무리뉴든, 아무튼 누구든.
이런 논조의 기사가 범람하는 건, 여러 이유였다.
[만원 관중에게 실망감을 안겨 준 첼시의 슈바이처 감독. 앤서니 로우를 놓친 것이 실수였나?]앤서니 로우 덕분에 중계방송은 물론, 이목이 집중된 경기였다는 점.
그리고 이적 시장이 진행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 겹쳐 기자들이 더욱 쏠렸다. 첼시에 새로 이적한 선수, 또는 첼시에서 여러 루머가 뜬 선수들을 관찰하기 위해 기자들이 많이 몰렸는데, 하필 그 경기에서 상당한 이변이 터진 셈이니까.
옛날부터 당연한 사실이다. 강팀이 약팀을 쥐어패는 건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약팀이 강팀에게 한 방 먹여서 굴욕을 선사하는 건 특별하다.
[개막 직전, 친선전에서 애매한 모습을 보인 첼시, 이번 시즌 향방은?]-진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난리야?
-오, 이 친구. 3부리그 강등권한테 비겨놓고 당당한 걸 보니, 역시 첼시의 팬이 맞아!
-하긴, 첼시가 3부리그 따위한테 진 게 무슨 대단한 사고야? 딱 그놈들 수준이지.
-이적 시장 선수 영입 좀 대차게 하더니, 형편없던데.
-1억 유로를 넘게 써놓고, 100만 유로도 되지 않는 선수단을 상대로 무승부……?
-그냥 그 돈으로 기부나 하지 그래?
-입 닥쳐. 빌어먹을 맨체스터 놈들은 당장 꺼져.
사실 이 경기가 더 화제가 되는 이유는 또 따로 있었다.
“첼시, 저 멍청한 새끼들, 저럴 줄 알았다.”
“유로파나 나가는 놈들이, 뭐 매 시즌 우승 노린다고 입 털어 대더니.”
“3부리그 팀한테 그냥 당해 버렸죠?”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받는 리그다.
그만큼 사랑받고, 엄청난 숫자의 팬들이 소위 ‘과몰입’한다.
시민의식이 성숙하고, 축구리그가 출범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훌리건’으로 대표되는 온갖 사건, 사고가 괜히 벌어지겠는가.
우승 경쟁팀, 라이벌리가 형성된 더비 팀, 빅6로 대표되는 여러 팀의 팬들은 첼시를 크게 비웃었다. 라이벌 팀의 굴욕은 본인들의 즐거움이요, 기쁨 아니겠는가. 나 역시 저런 팀에서 일해 봐서 안다. 사실 우리 팀이 잘 나가는 것보다, 경쟁팀이 고꾸라지는 게 더 기쁘다.
이번 친선전의 내용과 결과가 라이벌 팀 팬들에 의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됐다.
“이 개자식들! 우리가 리그에서 뭐 왕따라도 돼?”
“너희들도 미국에서 지고! 일본에서 지고! 친선전에서 다 졌잖아!”
“왜 우리한테만 그래! 너흰 이변 안 당하는 줄 알아?”
첼시 팬들이 분통을 터뜨렸지만, 어쩌겠는가.
“놀릴 수 있을 때 놀려야지.”
이런 축구 팬들의 반응은 자연히 여러 기사의 조회수를 불러온다.
클릭, 클릭, 클릭.
기자들도 대중이 원하는 기사를 찾고 만들어 내려고 한다.
그럼 어찌 되겠는가.
“맨스필드 감독으로서 큰 성과를 얻고 계시는데, 첼시를 상대해 본 소감이…….”
“유진 감독님! 어떤 전술로 첼시와 호각의 싸움을…….”
“어떤 전술 철학으로서 그런 성과를 만들어 냈는지…….”
내가 기자들에게 시달리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솔직히 말해 리그 투 우승의 순간보다 더 강한 스포트라이트였다.
“맙소사, 우리 우승할 때보다도 더하잖아?”
“숫자는 그렇게 많진 않아.”
“숫자가 문제가 아니지! BBC 스포츠 메인에 걸렸어! TV에도 나와! 지역방송이 아니라, 전국 방송에! 우와아아!”
소위 노는 물이 달랐다.
리그 투에서 아무리 엄청난 성적을 거둬 봤자, 첼시라는 빅클럽이 속한 세계의 무대.
프리미어리그의 관심도는 차원이 달랐음을 실감했다.
고작 친선전의 결과에도 말이다.
“아아, 이게 바로 구단의 명성?”
쏟아지는 기사의 범람 속에 반쯤 정신을 놓은 릴리는 그저 취해 있지만은 않았다.
“방송국들 접촉해 봤어.”
릴리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리그 15라운드까지 9경기 중계 확정!”
“오.”
“그중에 네 경기는 전국 방송!”
나는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려줬다. 어깨가 잔뜩 올라가 콧노래를 부르던 그녀는 조금 멋쩍은 기색으로 말했다.
“사실, 뭐 내가 한 건 없지. 이미 유진, 네 덕분에 화제가 되니까 방송국에서 먼저 엉덩이가 들썩거려서 얘기하더라.”
릴리가 겸양을 부렸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쉽겠는가.
중계 횟수는 정해져 있다. 우리가 중계를 따내면, 다른 팀들은 지역 방송이나 라디오, 그도 안되면 인터넷 중계밖에 없고, 중계권료도 많이 받지 못한다.
방송국이 아무리 이득을 챙긴다 해도, 3부리그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그리 크지 않을 터.
최대한 말 나오지 않게 형평성을 챙기려는 것은 당연한 일.
릴리는 그들을 상대로 충분한 성과를 올린 셈이다.
“후, 근데 정말, 친선전 하나가 엄청나네. 네 이름도 엄청나게 유명해졌어, 유진!”
릴리는 흘끔 나를 바라보더니, 은근히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왜 그래?”
“정말, 재계약 지금 안 해?”
“내년에.”
“흐으음. 어디 다른 데 가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안 간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런 기사가…….”
릴리가 보여 준 기사는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기사였다.
[맨스필드의 유진 감독, 이미 무수한 구단의 러브콜을 받은 신성임이 밝혀져.]축구계의 소식에 따르면, 첼시를 상대로 훌륭한 경기를 보여 준 맨스필드의 사령탑, 유진 피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움이 밝혀졌다…… 독일의 보훔, 잉글랜드의 선더랜드와 스토크, 스페인의 라스팔마스에 이어 최근 명성을 크게 얻으면서 최상위 리그들도 관심을…… 한편으로는 에이전트가 없음이 밝혀져 여러 에이전시에서도 유진 감독과의 접촉을…… 유진 감독은 맨스필드에서 승률 74%를 기록, 압도적인 우승을 거둔 유성처럼 나타난 신예 감독이며…….
“흠.”
“진짜지?”
“어.”
릴리가 그제야 조금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후, 숨을 내쉬었다.
“고작 친선전 하난데, 너무 반응이 과해.”
“시즌 시작 전이니까.”
“응?”
“시즌이 시작했으면 모를까, 시작 전에는 축구 팬들은 심심해하거든. 매주 경기가 있는, 한 주에 2~3경기가 있는 일정도 아니고. 3개월 동안 축구 경기를 못 보는 시점이잖아?”
심심했던 팬들과 대중들의 마음을 훔치는 ‘꽤 흥미로운 친선전’이지 않았나.
“그리고 절실해.”
“으응?”
“첼시 팬들 말이야.”
지독한 놀림에 노이로제에 걸려 버린 첼시 팬들은 이 굴욕을 이겨 내는 방법을 찾았다.
-상대가 그렇게 약한 팀은 아니었다니까?
-압도적인 우승을 거둔 팀이야. 초짜 감독? 그 감독 성적 봤어?
-어떤 감독이 데뷔 시즌에 저런 성적 보이나? 어? 그냥 맨스필드나, 그 감독이 엄청 대단한 거라니까?
이대로라면 3부리그한테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모든 면에서 굴욕을 당한 팀이라고 낙인찍힐 상황.
첼시 팬들의 선택지는 하나였다. 우리 팀이 못난 건 맞지만, 상대가 생각보다 괜찮은 팀이라서, 대단한 감독이라서,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다―라는 필사적인 합리화.
―축구는 감독 놀음! 맨스필드 감독, 유진의 역량은 역대 감독들 중에 누구와 비견되는가?
―약팀으로 엄청난 성적을 거둔 유진 감독. 그의 역량은 프리미어리그에도 비견돼…….
상대를 띄워 줘야, 자기네 팀이 굴욕을 면하는 기묘한 상황.
그런 여론까지 합쳐지니, 덕택에 내가 이상한 유명세를 떨치게 된 셈이다.
“오호라. 그래서 엄청나게 유명해지신 거구나!”
“맞아.”
“우리 팀은 그런 스타 감독을 품은 팀인 거고. 와아. 맨스필드가 이런 날이 오다니.”
“아직 멀었어.”
나는 릴리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웃는 얼굴.
세상이 그렇듯, 어떤 누구도 울상과 낙담한 표정보단, 웃는 낯이 아름답고 멋진 법이다.
그렇기에 나는, 릴리도, 선수단도, 그리고 이 팀의 팬들도.
계속해서 웃음을 안겨 주고 싶다.
그러기에.
“이번 시즌, 제대로 보내려면, 마지막 퍼즐을 맞춰야 해.”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첼시, 슈바이처 감독.
“선수가 필요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