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28)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27화(128/266)
127. 유진의 거래법 (4)
거래의 성립은 간단하다.
쌍방의 필요를 충족하면 성립된다.
이적 시장에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늘 간단하다.
납득할 수 있는 이적료와 선수.
단지 그 두 개가 거래의 저울대에 올라온다.
하지만 때때로, 충분한 이적료를 제시할 수 없을 때, 또는 이적료가 있는데도 상대방이 거래할 마음을 내어주지 않을 때에도 우리는 거래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첼시가 매각하려고 하겠습니까?”
선수단 지원팀, 코치진에게 내가 첼시의 써드 키퍼, 리처드 영입을 선언했을 때 튀어나온 반응이었다.
“그, 우리와의 친선전에서 워낙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긴 했습니다만…….”
“한때 미국에서 가장 유망했던 선수기도 해요.”
“기대했던 만큼 성장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미국 국가대표 상비군에는 종종 들어가는 선숩니다.”
“미국 축구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 해도, 그거야 프리미어리그 선에서 논할 얘기고, 우리 팀 입장에선 대단한 선수임은 알겠다만…….”
“첼시가 매각 의지가 있을지는…….”
부정적인 반응.
첼시에서의 앤서니 영입 자체도 앤서니 개인의 변덕, 그리고 자유계약(FA)이라는 신분이 겹친 결과였다. 첼시 정도의 클럽에서 선수를 데리고 오려면, 아무리 전력 외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차이가 워낙 크다. 챔피언십의 위상만 돼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이제 리그 원. 그것도 많은 사람이 강등권을 점치는 상황이지 않은가.
“그래섭니다.”
“네?”
“그래서 앤서니를 영입했던 겁니다.”
“……?”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코치진.
그러나 선수단지원팀의 론 팀장은 무언가 알겠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앤서니의 영입이, 팀의 위상을 올렸다, 이건가요?”
“예.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리그 원의 강등권 팀. 하지만 앤서니라는 확실한 선수가 선택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막 대단한 위상의 변화라기보단…….”
“으음. 앤서니가 몰락해 버린 게 아니냐는, 그런 기사들이 주 반응이긴 한데요.”
“그랬었죠. 하지만 첼시전 이후는요?”
“……!”
“우리는 첼시를 상대로 잘 싸웠습니다. 앤서니는 두 개의 어시스트를 올렸고요. 그 첼시를 상대로 말입니다. 그럼 사람들은 생각하죠, 맨스필드로 향한 앤서니의 움직임이 몰락을 상징하느냐.”
“…….”
“아니죠. 명확히 드러나는 데이터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인식에서, 우리 팀의 위상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앤서니를 영입했으니…….”
“그만한 선수를 영입하는데, 선수들이 그저 무작정 협상을 거부하진 않을 수도…….”
“예. 앤서니의 영입으로, 우리는 적어도 최소한 선수와 협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겁니다.”
“……!”
팬들은 그저 앤서니의 영입을 좋아한다. 친선전에서 보여 준 날카로운 모습. 소위 ‘클래스가 다르다’라는 걸 피부로 느끼게 해 주는 플레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선수를 영입해 냈으니 기쁘다. 정도의 생각.
그러나 디테일하게 파고들면 더 큰 이점이 많다.
“앤서니 영입, 첼시와의 친선전 결과, 이 모든 것이 아무도 모르게, 우리를 리그 원의 다크호스로 만들어 놨죠.”
“……!”
“그리고 선수들은 생각합니다. 맨스필드에 뭐가 있길래? 저런 성적을 내고, 앤서니가 첼시를 떠나서 선택했는가? 이런 호기심.”
“…….”
“호기심이야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데 가장 큰 동인이죠. 거기에 우리는 엄연히 첼시와 거래를 할 만한, 그런 자격을 갖춘 대상이 됐단 소립니다.”
론 팀장이 헛웃음을 켰다.
“그러니까, 우리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건, 자기네 얼굴에 오물을 뿌리는 것과 같은 거네요? 앤서니가 간 팀, 친선전에서도 비긴 팀, 그런 팀인데 거래 상대로 인정조차 못 한다는 건 말이죠.”
“예. 최소한 우리는 협상할 수 있는 조건이 된 셈입니다.”
“다만, 그런 자격이 됐다는 것을 논외로, 첼시가 매각하려고 할까요?”
그 질문을 내뱉은 건, 3일 차 만에 눈 밑에 다크서클이 가득해진 전력분석팀장 자일슨이었다.
“팀에 꼭 필요한 써드 키퍼. 나름 괜찮은 실력을 갖췄고, 수년 동안 첼시의 팀 분위기에 녹아들기도 했고, 이런 서드키퍼를, 선수가 먼저 이적을 요청하지 않는 한……. 팔려고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매각 의사가 없는 상대와 거래를 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괜찮았다.
“협상 테이블에만 앉는다면, 이미 절반은 넘었습니다.”
원래라면 테이블조차 앉지 않고 거절했을 터.
그러나 변해 버린 팀의 위상, 앤서니와 친선전을 통해 서로를 인식하고 접점이 생긴 상황. 그 모든 것이 최소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놨단 의미.
“유진.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이적료는 한계가…….”
릴리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나는 담담히 웃었다.
“대신 내놓을 게 있어.”
“으응?”
“패트릭 시몬스.”
“……그, 우리 선수단에 그런 선수가 있나?”
“패트릭 시몬스? 어째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아! 작년 골든보이 수상자가 패트릭 아니었어? 아약스의 신성?”
“……예?”
“왜 우리 팀도 아닌 그 친구를 우리가 내놔……?”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나를 향했다.
사실, 설명은 쉽지 않다.
아니 그러겠는가.
회귀자 미래 지식이라는 이점은, 나밖에 모르는 것이니까.
* * *
“진짜더군.”
불과 며칠 전하고는 확연히 달랐다.
조금은 불편한, 그리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필드에서 날 바라보던 완고한 사내의 얼굴은 없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건, 직접 운전대를 잡고 훈련장으로 향하는 호의 가득한 남자뿐이었다.
“어떻게 알았소? 우리가 패트릭 시몬스 영입을 추진 중이라는 건.”
“어지간한 빅클럽이 다 노리는데, 첼시라고 예외겠습니까.”
“하하, 그래도 적극적이진 않을 수 있지. 그저 관심만 주고 관망하는 경우일 수도 있잖은가.”
“첼시의 구단주께서 어린 선수를 선호한다는 소리는 유명하잖습니까.”
“단지 그래서?”
“맨스필드한테 굴욕을 당했죠.”
“크흠, 갑자기 그 얘기는…….”
“정확히는 첼시의 보석 소리를 듣던 유망주, 앤서니에게요.”
내 말에 그는 흠칫하더니 나를 쳐다봤다. 그의 얼굴엔 희미한 경악이 어렸다. 약간은 소름 끼쳐 하는 눈빛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앤서니에게 들었습니다. 구단주가 자신을 엄청나게 좋아했다고.”
“자, 잠깐만. 감독. 그러니까, 구단주가 좋아하던 앤서니가 팀을 떠나서 우리 첼시를 저격하고, 심지어 우리 팀에게 굴욕도 안겨 줘서, 그래서 열받은 구단주가 패트릭 시몬스 영입을 지시했다고 추론한 것이오?”
“예.”
“맙소사.”
그는 운전 중이 아니었으면 핸들에 머리를 박고 싶은 듯한 얼굴이었다.
신호가 걸린 짧은 사이, 그는 간신히 양손으로 제 얼굴을 훑어 내리더니 헛웃음을 켰다.
“젊어서 그런가? 대단하군요. 그 정도로 이런 상황을 유추하고.”
“대단한 건 아닙니다. 패트릭 시몬스를 노리지 않는 팀을 찾기가 더 어려운 판국이니, 그럴듯한 가정이었죠.”
“좋소, 좋아요. 그건 그렇다 칩시다. 내가 궁금한 건 그거요. 패트릭 시몬스의 가정사는?”
“영업 비밀입니다.”
“허……허허, 그래, 비밀이겠지. 다른 구단들도 하나도 모르던 사실인데.”
그리 말하면서 흘금 내 얼굴을 살피는 슈바이처 감독의 얼굴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애석하게도 나는 그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없었다.
왜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스날, 맨시티의 오퍼를 거절하고, 그보다 아랫급인 뉴캐슬로 이적을 결심하였느냐, 라는 질문에 답변한 내용이 머릿속에 생생했으니까.
나는 그 사실을 재구성해서 말해 줬다.
“패트릭 시몬스의 아버지가 난민 출신이라는 걸 어쩌다 알아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말이오. 난민 출신인 건 알았다 해도, 아직 아프리카에 친척들이 남아 있는 건 어찌 알았소?”
“패트릭 시몬스. 골든 보이 수상, 네덜란드 최우수 선수 선정, 네덜란드 최고 유망주 선정, 네덜란드 대표로 유로에서 3골 2도움,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약스를 8강으로 견인하는 데 톡톡한 역할.”
“그렇지. 5년 내에 발롱도르를 받을 거란 소리를 듣는 천재지. 그러니까 우리 팀이나, 아스날이나, 맨시티나,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나, 다 나섰던 거 아니오. 우리 이적위원회에서도 영입을 선언했지만, 막상 일은 크게 잘 안 풀렸지. 돈이야 다른 팀들도 많이 줄 수 있고 말이야.”
“예. 사실 아약스에서도 팀 내 최고 대우로 주급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패트릭 시몬스가 타고 다니는 차가 무엇인지 압니까?”
“글쎄? 그 나이에 그만한 돈이면, 앤서니보다도 더 좋은 차를 타겠지. 그 나이라면 응당…….”
“자전거요.”
“으응?”
“자전거 타고 다닙니다. 패트릭이.”
“……!”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도, 그렇게 큰 사치를 하지 않고 다니더군요. 바른 청년이다, 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검약해요.”
슈바이처 감독은 여전히 알쏭달쏭한 얼굴이었다.
“아프리카계 스포츠 선수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특징?”
“문화라고 볼 수도 있죠. 누군가 대단한 성공을 거두면, 가족뿐만 아니라 친척들까지 모두 부양해야 하는 문화요.”
“……!”
“돈은 많이 버는데 검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저 돈을 모으기만 하기엔, 너무 돈을 안 쓴다. 그렇다면 돈을 어딘가에 쓸 텐데…… 아프리카계 난민 출신 아버지를 둔 가정사를 생각하니.”
나는 말을 끝맺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온갖 구단의 경쟁에서, 아프리카에 엄청난 정보망을 가진 뉴캐슬의 스카우터가 패트릭 시몬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였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거함과 경쟁해서 말이다.
“허. 그걸 다 추론한 거요? 아프리카에 가 보지도 않고? 여기 영국, 그 시골 앉은 자리에서?”
나는 담담히 웃었다.
슈바이처는 내가 웃기만 하자 혀를 내둘렀다.
훈련장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면서 그가 말했다.
“덕택에 우리 이적위원회의 높으신 분들도 크게 고마워하고 있소.”
자세한 일은 모르지만, 첼시 구단에서 패트릭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과 친척들에게 여러 물질적인 지원을 공언했다고 들었다. 몇몇 가족은 영국으로 올 수 있게끔 최선을 다했고, 남은 친척들도 여러 지원을 해 주겠다는 식으로, 도리어 다른 구단이 제시한 주급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영입을 코앞에 뒀다고.
“그래서 이적위원회에서도 승낙했소. 리처드의 이적 말이오.”
“예. 다행입니다.”
“그런데, 선수의 마음을 훔치는 건 그쪽 문제요.”
“예, 압니다.”
“써드 키퍼라지만 여기서 만족하고 있는 선수요. 리그 원으로 데리고 가려면, 설득을 잘해야 할 터인데. 주급은 챙겨줄 수 있겠소? 그래도 우리 팀보단 많이 줄 수는 없을 텐데. 어떻게 설득하려고? 뭐, 감독이 직접 찾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동받을 수 있는 포인트긴 한데…….”
내가 여러모로 놀라운 모습을 보여 줘서일까.
슈바이처 감독의 얼굴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하기야, 주급도 더 많이 챙겨 줄 수 없는데, 리그 원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선수를 설득해서 데려갈 방법이 무엇 있겠는가.
“이왕이면 우리도 이 거래가 성사되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소. 우리만 도움받은 것 같으면, 조금 찜찜하거든. 그러고 보니, 감독도 참 신기한 사람이오. 이적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우리에게 먼저 정보를 준 것 말이오.”
“그런가요?”
“이적이 성사되지 않으면, 우리에게 준 정보는 우리만 이로운 일 아니겠소?”
“아닙니다.”
나는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무려 첼시와 연을 맺는 것 아닙니까. 좋은 관계를 유지할수록, 우리 같은 팀에겐 좋죠.”
“좋은 관계……?”
“위성 구단, 한 팀쯤 더 있어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
그의 눈썹이 크게 씰룩였다.
“저는 선수를 설득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잠깐만.”
“첼시의 위성 구단. 그리고 첼시에서 선수를 임대해 주고, 우리는 그 선수를 키워 주는.”
“……!”
“위성 구단 협약을 체결하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