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32)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31화(132/266)
131. 리그 개막 (2)
여러 번 말하지만, 포레스트는 만만한 팀이 아니다.
압도적인 승점 차가 발생하긴 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리그 투에서 맨스필드를 위협했던 유일한 팀이었다. 천하의 유진도 결승전을 준비하듯 포레스트를 대했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포레스트는 이번 시즌 리그 원에서 세 번째로 많은 영입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리그 원에서 다재다능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툴 잭 그린, 작년 7골 3도움을 터뜨린 위협적인 공격수 맹그리거! 수비에 힘을 실어 줄 베테랑 히긴스까지! 정말 입증된 알짜 선수들만 골라서 영입했죠.
―리그 원을 준비하는 포레스트의 마음가짐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적 시장입니다.
포레스트는 이적 시장의 큰손이었다. 든든한 선수 보강은 팬들로 하여금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였다. 사실 생존 경쟁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건 지극히 보수적인 견해일 뿐. 실제로 포레스트의 전력은 리그 원에서도 중간급으로 평가받았다.
승격 팀이 그 정도의 평가를 받는 건, 그만큼 포레스트의 저력이 심상치 않다는 뜻.
때문에 두 승격 팀의 개막전 경기는 꽤 관심을 받았다.
두 팀 중 패배하는 팀이 좀 더 강등권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가능한 경기라고.
그리고 맨스필드는 리그 투에서의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모두의 예측을 불쏘시개처럼 처박아 버리는 못된 버릇 말이다.
―대니 스콧! 제임스에게! 제임스! 오스카에게! 오스카! 다시 대니 스콧에게! 대니 스콧, 경기 조율하며 전진한 스탠리에게! 스탠리 다시 오스카에게……오, 갓뎀!
1년이란 시간은 길다.
한 시즌은 전혀 접점이 없던 선수도 마치 피를 나눈 형제처럼 친해지고,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작년, 리그 투를 뒤흔들었던 맨스필드의 공격 전개는 포레스트를 완벽하게 찢어발겼다.
포레스트는 이 익숙한 상황에 기시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비명을 내질렀다. 끊임없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패스의 끝에 오스카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오스카가 거침없이 슈팅 각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현실을 목격한 순간, 포레스트 선수들은 일제히 깨달았다.
이 경기, 조졌다고.
―오스카가 환상적인 선제 득점포를 쏘아 올립니다!
* * *
오스카가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한번 열린 포문은 쉽게 닫히지 않는다.
김이 펄펄 나고 손댔다가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게 더 달아오르면서.
미친 듯이 포탄을 쏘아댄다.
―맨스필드, 톰 브룩스의 패스 차단, 대니 스콧에게, 대니 스콧, 길게 차 버리는 롱 패스, 완벽한 역습이 시도 됩니다!
역습이지만 이른 선제 실점으로 경계심이 잔뜩 올라간 포레스트는 충분한 수비를 내려 앉혀 놨다.
투웅.
수비를 등진 채 공을 잡은 오스카의 눈이 번뜩였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거친 숨결, 단단한 준비 태세.
“오스카!”
우측, 제임스가 중앙으로 파고들고, 스탠리가 측면을 질주하며 소리쳤다. 수비수의 시선이 제임스와 스탠리 양측으로 분산됐다.
그 정도로 수비를 떨칠 순 없다. 기습적인 선제 실점 이후, 미쳐 버린 듯이 소리쳐 대는 불독의 외침 탓에 포레스트 수비진들의 집중력이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툭!
오스카의 거대한 몸이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게 움직였다.
흠칫!
제임스에게 공을 내어주려는 척 몸을 비틀다가 가볍게 턴.
터프한 선수의 전형으로 보이는 오스카에게서 예상치 못하게 흘러나오는 유연함에 마크하던 수비수의 몸이 비틀거리는 찰나.
“오-스-카!”
스탠리의 외침이 더해져 수비수들은 어느 방향을 지켜야 할지도 헷갈리게 되었다.
오스카는 돌린 몸을 툭 밀어 넣으며, 왼발로 공을 한쪽으로 차 놓고, 만들어 냈다.
“!”
아주 미세한 슈팅각.
얇다. 얇고도 좁다. 확률을 따지자면 슈팅을 밀어 넣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다. 당장 뒤로 제임스가, 우측으로 스탠리가, 좌측으론 톰 도허티가 얼쩡거린다.
한차례의 패스를 통해서 보다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확률이 높다.
그러나 오스카는 머리가 아닌 본능으로 공을 차는 선수다.
공과 발이 부딪치는 임팩트의 순간.
시간과 위치, 각도, 그 모든 것을 통틀어 타이밍이라 한다.
살짝만 틀어져도 뜬 공이 나오거나, 홈런이 나오거나, 골키퍼가 충분히 막을 슈팅으로 변화한다. 끊임없는 훈련으로 가장 완벽한 타이밍을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바로 프로 선수다.
계산과 경험, 전부가 어울려지는 슛 타이밍.
오스카에겐, 오직 감각, 또 다른 말로는 본능뿐이었다.
오스카는 거침없이 좁은 각도를 향해, 때렸다.
강하게.
뻐엉!
속이 확 뚫리는 통쾌한 타격음.
그 순간, 오스카는 웃었다.
‘됐다.’
발등에 착, 앉히는 그 짜릿한 감각. 온몸에 흐르는 전율과 근육이 미친 듯이 꿈틀거리는 아찔함. 좁은 슈팅각도를 향해 몸을 던지는 수비수가 무색하게,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골문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골.
전반 11분.
오스카는 두 번째 골을 넣었다.
“Yeeeeeeeeeeeeeeeeea―!”
“오스카! 오스카! 오스카!”
이 골에는 분명 제임스, 스탠리, 톰 도허티의 공이 컸다.
그들이 미친 듯이 측면과 중앙을 휘저었기에, 수비들의 시선과 집중을 분산시켰으니까.
그러나 관중석에서 보기를, 대니 스콧의 패스를 받은 오스카가 홀로 단독플레이로 득점을 만들어낸 엄청난 광경이었다.
오스카는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 엠블럼에 키스하는 세레머니를 펼치며 소리쳤다.
“맨스필드의 스트라이커는 나다―!”
* * *
“내 나름, 정말 진지하게 많이 준비했는데.”
여러 선수의 보강부터 해서, 저번 시즌 대패당하면서 절치부심 얼마나 준비했던가.
단단히 각오하고 준비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라인업이 바뀐 게 없어. 작년하고 똑같아.”
놀랍게도 지금 맨스필드는 작년과 같은 전술, 같은 선수단이었다.
이미 한번 당해 본 그 선수단이다.
“오스카가 작년보다도 더 날카로워.”
벌써부터 두 골을 터뜨려 버린 오스카의 발끝은 작년보다도 무서웠다.
과연 35살의 노장이 맞는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게 아닐까 의심이 불쑥 드는 기량이다.
“돌아 버리겠군.”
불독 감독은 암담함을 느꼈다. 아니, 암담함과는 좀 다른 감정이었다.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불독은 깨달았다.
“막막함.”
마치 넘을 수 없는 벽을 눈앞에 둔 실감.
“하? 내가?”
불독은 헛웃음을 켰다. 그래, 벽. 감독 생활을 하면서 수도 없이 벽을 마주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단 규모로서, 필드의 상황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 암담함으로부터.
때론 넘었고, 미친 듯이 두들겼고, 그도 아니면 돌아갔다.
한데 어째서일까.
왜 지금의 벽은,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는지.
“……맨스필드라서.”
툭 튀어나오는 정답.
그랬다.
그가 처음 본 맨스필드는 형편없는 팀이었다. 그리고 유진의 존재로서 회생 가능성이 조금은 생겨난, 그런 팀이었다.
언제부터일까. 그랬던 팀이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조금 위험한데? 싶었던 팀이 어느 순간 한걸음 앞서나갔다. 그리고 도저히 이기기 어려운 강대한 적으로 돌변해 있었다.
과정까지 고작 1년.
단 1년의 세월에 맨스필드란 팀 자체가 바뀌었다.
“아.”
필드 위, 속수무책으로 맨스필드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끌려가는 포레스트 선수단을 보며 불독은 탄식을 터뜨렸다. 자신이 벽을 느낀 건 맨스필드가 아니라고.
포레스트라는 압도적으로 좋은 환경에 있던 자신과 달리, 저 척박한 땅인 맨스필드를, 풍요로운 옥토로 개간해 버린 유진에게서 벽을 느낀 것이라고.
그 사실을 깨닫자, 그는 필드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해리 오스카! 오늘 환상적인 기량을 선보입니다!
―이 선수, 오늘 승리 수당을 많이 받기로 했나요? 엄청난 플레이예요!
평균적인 경기력을 아득히 초과하는 해리 오스카의 기량.
노장인 선수가 갑자기 플레이가 확 바뀌고, 실력이 오를 순 없다.
단지 컨디션이 좋다라는 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엇일까.
자신도 오스카를 지도해 봐서 안다. 충분히 프로 의식이 있는 선수.
자신이 대우받는 가치만큼, 충분히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선수.
그래, 딱 거기까지다.
받는 만큼 일한다. 기계 같은 프로 의식이 정수이지 않은가.
하나 지금, 오스카가 맨스필드에서 얼마를 받는지 모르지만.
‘오버 페이스.’
오스카는 그러고 있었다. 자신의 기량, 그 이상을 보여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체 왜?
뭇내 궁금했다. 유진이 무슨 마법을 부렸기에, 저 선수마저 저렇게 다루는지.
그리고 후반전에 들어서고 나서야, 불독은 답을 눈치챘다.
―맨스필드 벤치에서 교체 사인입니다, 오, 이런, 드디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팬들이 기대했던 그 선수죠! 첼시에서 온 앤서니 로우가 투입됩니다!
―그리고 해트트릭을 앞둔 해리 오스카와 교체됩니다. 아, 해리 오스카, 조금 불만스러운 얼굴인데요?
―그럼요! 해트트릭이 코앞이지 않습니까. 이거 불만을 가질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스카는 다소 지쳤습니다! 앤서니 로우의 투입은 적절해 보입니다!
해리 오스카라는 괴물이 나가고. 앤서니 로우라는 증명된 신예가 들어오는 경기.
솔직히 말해 불독은 격세지감을 느꼈다.
선수가 없어 힘겹게 선수단을 운영하던 저 구단이. 저런 교체를 여유롭게 할 정도로 성장했다니.
불독은 오스카와 앤서니 로우를 바라봤다.
누가 뭐라 해도 명백한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
그리고 유진은.
“원톱만 쓰지.”
불독은 헛웃음을 켰다. 아주 고전적인 수법이다. 여간 쓰기 난해하기 짝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선수 간의 경쟁을 붙여서 기량을 끌어올리는 시도.
자칫하면 선수의 불만만 사고, 팀 분위기를 해칠지도 모르는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방식.
“……섣불리 시도하기 위험한 짓을.”
불독은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
완벽한 인정.
자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진에 대한 찬사.
“누구보다도 노련한 베테랑 감독처럼, 선수들을 다루는군.”
유진이라는 벽.
불독은 묵묵히 그 벽을 인정했다.
* * *
“경기는 완전히 기울었는데, 막판 10분의 전술 변화는 매섭네.”
막스가 혀를 내둘렀다.
전광판에 떠오른 숫자.
맨스필드 4 VS 1 포레스트
3점 차 완승.
다만 불독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미친 듯이 짖어 대고, 물어 버린 채 지독하게 놓지 않는 특유의 저돌성과 독기를 보여 줬다.
그는 완벽하게 밀린 경기력에서도, 틈을 찾아냈고 절묘한 수를 써서 한 점의 만회 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불독 감독의 능력이 범상치 않음은 확실했다.
“……그런 감독을 무슨 어린애 상대하듯이 찍어 누른 유진 너는 그럼 뭔데?”
“최고의 감독.”
“맙소사. 그 소리를 1년 전부터 들었는데, 매번 어떻게든 반론을 펼칠 수 없다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어.”
“사실 그 마지막 실점도, 리처드가 왔으면 막을 수 있었을 거야.”
“곧 계약 마무리될 테니까. 오겠지. 그러면…….”
막스가 말끝을 늘어뜨리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내 시선은, 벤치에서 승리에도, 두 골을 넣었는데도 딱히 밝은 표정이 아닌 오스카와 교체 투입되어 똑같이 두 골을 넣어버린 시큰둥한 표정의 앤서니 로우에게 향했다.
“베스트 일레븐을, 확정해야겠지.”
절대적인 주전은 없다.
작년 확고한 주전조차도, 벤치로 물러날 수 있다는 현실.
“축구는 때론 잔인하니까.”
나는 그 잔인함을 이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