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33)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32화(133/266)
132. 리그 개막 (3)
[맨스필드 타운 4 : 1 포레스트 그린]득점: Oscar(3), Oscar(11), Anthony(66), Anthony(77)
[맨스필드, 리그 원 개막전부터 골 폭격! 승격 동기 포레스트를 흠씬 두들겨 패 주다!] [폭발적인 원투 펀치, 오스카 나가고 앤서니 투입, 맨스필드 리그 원 최고의 공격수 보유 중!] [해리 오스카냐, 앤서니 로우냐! 맨스필드 팬들, ‘두 명 다 투입해서 투톱 쓰면 안 되냐?’ 행복한 고민에 비명 내질러.] [감독 데뷔 369일! 홈구장, 필드 밀에서 26경기 연속(FA컵 포함) 무패를 기록한 유진 감독] [또 한 번 이적 시장의 알짜 영입 성공했나. 자유 계약으로 영입한 앤서니 로우, 벌써부터 심상찮아.] [유진이 픽(Pick)한 선수는 다 터진다, 대니 스콧, 스탠리, 오스카, 쓰리-톰에 이어 앤서니 로우까지!] [리그 원에 충격적인 신고식을 치른 유진 감독, 그의 시즌 목표는?] [맨스필드 유진 감독, ‘작년과 똑같은 목표다.’ 리그 우승 암시.]* * *
축구는 온갖 변수가 휘몰아치는 스포츠다.
강팀이 약팀에게 덜미를 잡히는 자이언트 킬링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만 등장하지 않는다.
충격적인 경기는 몰라도, 소위 ‘이변’이라고 불릴 만한 경기는 심심찮게 벌어지지 않는가.
직전 시즌에서 우승을 경쟁했던 팀이 별안간 강등권 다툼을 하기도 하고, 강등을 겨우 모면한 팀이 뜬금없이 상위권에서 싸우기도 한다.
공은 둥글다는 말은, 축구가 가진 변수를 상징하는 완벽한 문구다.
“하, 이러니까 짜릿하지.”
“누가 이길지 모르고, 누가 질지 몰라. 어느 팀이 기적의 주인공이 될지, 또는 비운의 주역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변수야말로 축구의 핵심이었다. 무수한 팬들이 그 변수에 열광하고 울고, 지독할 정도로 사랑하고, 또 증오하니까.
그리고 변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단지 축구 팬뿐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온 세상 도박사가 다 모이는 거 아니야?”
“어디 보자, 이번 시즌 누구한테 베팅을 해야 하나.”
“프리미어리그는 그래도 맨시티, 아스날인가? 리버풀은 요즘 주춤하고.”
“첼시 선수 보강 장난 아니던데? 패트릭 시몬스도 영입 거의 다 했잖아?”
“걔들은 3부리그 팀한테도 지던데…….”
축구라는 거대한 엔터테인먼트는 무수한 파생 사업을 만들어 냈다.
소위 베팅 업체.
스포츠 도박이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자본의 산업으로 떠올랐다.
“강등권은 그러면 노팅엄이나…… 잠깐, 첼시 이긴 3부리그 팀이 어디지? 맨스필드?”
“어허, 얘네 봐라? 얘네 작년에 리그 투 우승 배당이 0.06%였는데?”
“뭐엇?”
“잠깐만, 그러면 베팅한 놈들, 1666배였다고?”
“미친, 이 숫자가 얼마 만이야. 잠깐, 레스터가 얼마였지?”
모두의 눈이 돌아갈 엄청난 숫자.
1666배라는 베팅값의 숫자에 그들은 절로 하나의 팀을 떠올렸다.
극소수가 잭팟을 터뜨려 전설적으로 회자되는 일대 사건.
아름다운 동화로 기억되는 레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깜짝 우승이 도박사들의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우승확률 0.02%! 5천 배였지!”
“1만 유로 걸었으면, 5천만 유로!”
“맨스필드 얘네들 뭔데, 밑에서 크게 하나 터뜨린 거야?”
“유진 감독? 초짜 감독? 강등권 팀이었는데 깜짝 우승? 맙소사.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아는 놈들은 다 먹었겠구만!”
“먹긴, 뭘 먹어. 저걸 누가 예측해서 베팅했겠나?”
“하. 대체 뭐야, 0.06%를 뚫어 냈다고? 이 감독 대체 어떤 미친놈인 거야?”
실로 아름다운 숫자가 아닌가. 도박사들의 눈이 순식간에 벌게지는 데에는 충분했다.
“봐, 역시 베팅은 하부리그로 가야 한다니까?”
“하부리그야말로 변수의 절정! 크게 먹으려면 하부리그가 답이야!”
순식간에 그들의 눈앞에 맨스필드란 이름 대신, 수천 배로 불리는 재산이 아른거렸다.
하지만 냉정한 도박사들은 그런 그들을 비웃었다.
“흥. 그저 도박이나 하는 놈들.”
“베팅이란 게, 그냥 도박처럼 보이나 봐? 우리야말로 진짜 데이터 분석가인 건데.”
“아무리 확률이지만, 그 확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석하는 거고.”
“최상위 리그완 달라. 변수가 더 많다고. 얼치기들은 그런걸 모르지.”
도박사 중에서도 냉정한 도박사를 따로 분류한다는 것도 퍽 웃긴 일이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스포츠 도박 산업이 거대화되면서 자연히 업무 역시도 체계적이고 극도로 정밀해졌다. 돈이 몰리는 곳에, 그만큼 발전이 이뤄지는 건 당연지사.
회계사, 수학자, 데이터 분석가, 소위 말하는 전문가로 이뤄진 집단이 머리를 부여잡는다. AI를 미친 듯이 활용하면서 최대한 정확하고 현실적인 수치를 뽑아낸다.
즉, 시즌 시작 전 리그 예상 순위는 오로지 도박사들의 ‘신뢰 있는’ 분석 결과였다.
물론 거대한 산업의 규모를 보면, 그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
시장 참여자, 소위 베팅러들은 1666배라는 확률에 눈이 훽 돌아가 버렸다.
최상위리그는 워낙 고착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셈이니, 변수가 그렇게까진 크진 않다. 아무리 변수의 스포츠라지만, 맨시티가 강등권에 처박히는 그림은 쉽지 않다. 레스터의 우승이 기적, 동화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이유도 그렇다.
즉.
“크게 한탕 하려면, 하부리그로 가야지.”
“맨스필드, 얘네 어떻지?”
“호오. 앤서니 로우 영입? 그러면 우승 확률 좀 높아지려나?”
“아냐. 리그 원은 리그 투랑 달라. 24팀 중에 16팀이 지금 7년째 리그 원에 있어.”
“고착화 됐다는 거지. 서로 전력도 비등하다는 거고. 챔피언십에서 강등당한 세 팀을 비롯해 기존 강팀 두어 팀이 우승할 확률이 확실해.”
“어디 보자, 그럼 맨스필드의 우승 확률이……. 4.2%?”
“리그 투에서보다 500배가 더 높아졌어?”
“이 미친놈들아. 4.2%는 불가능이란 소리와 같은 말이다!”
“리그 투보단 왜 높아진 거야?”
데이터 분석관들과 도박사들은 여전히 맨스필드의 우승확률을 극히 낮게 책정했다.
<맨스필드 예상 순위 17위.>
하나 강등권은 벗어났다.
팬들과 달리, 도박사들은 의외의 분석을 내놓았다.
“앤서니 로우의 영입은 사실 그렇게 큰 건 아냐.”
“이 선수가 얼마나 활약해 줄지는 미지수. 큰 변수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변수가 있어.”
일종의 고정된 값.
“바로 유진 감독.”
이미 0.06%의 확률을 뚫어 낸 역전의 감독이다.
“이 감독은 어떤 데이터로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예측 불가한 유일 변수이자, 동시에 확실한 고정값이야.”
“다른 감독이 맨스필드를 맡았다면 가차없이 강등이겠지.”
“그렇지만 기적을 한번 만들어 내 봤던 감독이라면?”
“4%란 수치, 유진 감독 없으면 0.04%가 돼도 이상할 게 없어.”
그 사실 하나만으로 맨스필드는 강등권을 벗어날 거라고 도박사들이 점쳤다. 하나 예상 순위가 그럴 뿐, 우승까지는 엄청난 격차다. 4.2%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수치지만, 여전히 맨스필드의 우승은 불가하다는 결론이었다.
“4.2%라, 사실 우승 힘들다는 건데.”
“아예 기적이 일어나서 잭팟을 터뜨릴 거면, 0.05%는 돼야 차라리 낫지 않겠어?”
“좀 애매하군.”
시즌 전. 도박사들의 정밀한 예상은 그러했다.
맨스필드의 우승은, 불가능할 거라고.
그런 와중, 맨스필드는 못된 버릇을 여지없이 또 드러냈다.
온갖 모델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예측을 쓰레기통에 처박는 그 버릇을.
8월 17일, 리그 원 2라운드.
맨스필드 VS 옥스퍼드
―해리 오스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강력한 플레이를 보여 줍니다! 수비수를 달고 뛰어드는 움직임은 흡사 탱크를 보는 것 같네요!
스탠리의 크로스를 받은 오스카가 볼을 받고 전진.
탱크와 같은 체격이지만, 동시에 흑인 특유의 유연성을 터뜨리며 파고드는 그의 모습은 노련하기 짝이 업었다.
―수비수, 막지 못하고 튕겨나갑니다!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수비!
단순히 육체의 강함으로 밀고 들어가는 플레이가 아니다. 상대의 균형과 중심을 무너뜨리는 적절한 포지션과 풋워크. 35살의 베테랑은 경험이라는 무기를 거침없이 휘둘러 댔다.
―우측으로 파고든 제임스에게 패스! 제임스, 받고 돌파! 다시 되돌려주는 리턴!
투웅!
―수비수 사이로 절묘하게 빠져나가는 궤적의 컷 백! 아, 오스카가 있습니다!
퍼엉!
―오스카-골! 골, 골, 골, 골! 맨스필드! 전 시즌 리그 원 11위를 기록한 옥스퍼드를 향해 선취 득점을 올립니다! 맨스필드의 원정 팬들이 일제히 일어나 손을 번쩍 듭니다!
고작 한 골.
단 1점 차이지만, 분위기는 마치 맨스필드의 승리를 확정한 듯 뜨거웠다.
옥스퍼드 선수들은 그같은 상황이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한 점 차는 언제고 뒤집힐 수 있는 숫자인데, 저치들은 왜 저토록 승리를 확신하는가.
“아직 안 끝났다고.”
“고작 한 골 넣고, 승리 세레머니를 한다고?”
“아주 우릴 물로 보는구나?”
단순한 기쁨이 아니다. 저건 확신이었다. 그 첫 번째 골이 대단하다는 사실은 필드 위 선수들 모두 뼈저리게 느꼈지만, 그것만으로 승리를 확신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니던가.
옥스퍼드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절치부심했다.
역전은 무리더라도 동점은 반드시 이뤄 내겠다는 의지가 타올랐다.
그리고.
―후반 22분! 앤서니 로우가 해리 오스카 대신 교체 투입됩니다!
타오르던 의지라는 불꽃에.
―앤서니 로우,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이런, 소름이 끼치는 오프 더 볼! 맙소사, 툭, 밀어 넣은 슈팅! 골키퍼가 허망한 얼굴로 뒤를 돌아봅니다! 골, 골, 골! 앤서니 로우의 쐐기고올!
앤서니 로우가 찬물을 부어 버렸다.
―맨스필드가 옥스퍼드를 잡고, 리그 2연승, 3위로 올라섭니다!
* * *
첫 경기, 포레스트 전의 반응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겨야 할 팀이잖아.”
“더구나 우리 홈이고 말이야.”
“서로 승격 팀이니, 이겨야 하는 상대였어.”
물론 승격 팀이라는 단어에 담기지 못한 내막은 있었다.
가령 포레스트의 선수 보강이 예사롭지 않았고, 불독 감독이 이번에는 이기겠다고 이를 악물었고, 우승을 놓친 선수들의 복수심이 불타올랐다는 정신적 요소를 생각지 않았으니, 그런 팬들의 반응에 조금 섭섭할 만했다.
그러나 두 번째 경기부터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
[맨스필드, 좋은 시작! 옥스퍼드 2 : 1 격파!] [또 터졌다, 오스카-앤서니 연속 골! 사이 좋게 2경기 3골씩 기록!]원정 경기. 거기에 전 시즌 11위를 한 중위권 팀 옥스퍼드를 상대로 완승.
경기력으로도 모자람이 없는, 깔끔한 승리에 서서히 바람이 바뀌기 시작했다.
팬들은 어쩐지 강렬한 기시감을 느꼈다.
작년, 리그 투에서 맨스필드가 모두의 예상을 하나씩 깨고 뚜벅뚜벅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던 그때의 느낌이.
“어, 설마 이거……?”
“어허! 기대감 컨트롤해! 호들갑 떨지 마! 이제 2라운드야!”
“그렇지만, 지금 느낌이 좋은데?”
하나 꿈틀거리며 올라가려는 광대를 애써 억눌렀다.
팬들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벌써 긴장을 풀고 기대했다가, 훗날 팀이 큰 고비를 겪으면 느낄 좌절감은 어찌 되겠는가. 아직 두 경기일 뿐이다. 고작 두 경기만에, 개막전에서 단호히 우승을 소리쳤던 유진의 말에 가슴이 설레기 시작하기엔 너무 이르……
―리그 3라운드! 맨스필드가 슈루즈버리를 상대로 경기 시작 5분 만에 선제골을 집어넣습니다! 맙소사, 오, 이런, 해리 오스카의 벼락같은 타이밍! 그야말로 압도적인 피니쉬!
“구아아아악!”
“리그 셔터 닫아! 이대로 우승컵 주고 끝내!”
“그냥 맨스필드 우승컵 주고 시작하죠?”
“이번에도 이기면 리그 1위! 1위다!”
―맨스필드, 무섭습니다. 정말 무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요! 무자비한 득점 세례가 슈루즈버리에게 쏟아집니다! 오, 이런, 불쌍한 슈루즈버리! 맨스필드의 공격에 혼이 쏙 빠지고 있습니다!
너무 기대하면 좋지 않다곤 한다.
기대감이 클수록, 실패할 때 돌아오는 반작용과 고통이 얼마나 큰지 모두가 잘 아니까.
“잠깐. 그게 무슨 문제야?”
“???”
“그러면 실패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기대감을 충족해 주면, 되는 일? 아닌가.”
아무렴 무슨 문제겠는가.
―유진 감독이 리그 원에서 마법을 부리고 있습니다! 맨스필드, 이 숫사슴들이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질주를 멈추지 않습니다!
팬들의 과도한 기대 따위.
충족해 주면, 아니 그 이상으로 보답해 주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모두가 하위권으로 예상했던 숫사슴이, 거침없이 리그 원이란 평원을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