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34)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33화(134/266)
133. 리그 개막 (4)
도박사들이 무어라 예측하든.
소위 축구 전문가들이 어떤 근거를 늘어놓든.
뭐든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다르다. 모두가 잘 안될 거라고 깎아내릴 때, 그들의 예측을 하나씩 깨부수면 상대들은 당황하고, 혼란에 빠지며, 종국에는.
―시작부터 첫 골을 얻어맞은 슈루즈버리의 수비수들이,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쓰러집니다! 휘슬 울립니다! 슈루즈버리가 안방에서, 통한의 실점을 내주며 맨스필드에게 덜미를 잡힙니다!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니까.
[또 한 번 깜짝 승리, 예상 순위 3등의 슈루즈버리, 예상 17위 맨스필드에게 패배!] [거듭된 이변의 연속! 맨스필드, 이변이 아니라 이것이 본 실력임을 입증!] [리그 3연승의 맨스필드. 포레스트-옥스포드-슈루즈버리를 연이어 격파! 각기 4득점, 2득점, 3득점으로 화려한 공격력 뽐내.] [유진 감독의 공격 축구, 리그 원 팬들의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들다.]상대의 방심을 유도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얕볼 만큼 허실을 드러내면 곧 진짜 약점이 발각될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잠재하니까.
물론 방심 따위는 전부 쓰레기통에 처박은 프로만이 존재하진 않는다.
리그가 진행되다 보면 순위가 어느 순간 확 갈리기 마련. 소위 상위 팀과 하위 팀, 우승권과 강등권의 그룹이 만들어진다. 그때, 필연적으로 방심이 생긴다.
나보다 낮은 상대에 대한 방심.
스무 경기, 서른 경기가 지나는 동안 네댓 번의 승리밖에 갖추지 못한 허접한 팀에 대한 멸시.
제아무리 프로 의식이 투철한 팀이더라도, 감독이 아무리 팀을 잘 관리해도, 그래, 방심은 필연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말이다.
[슈루즈버리 감독, 홈에서의 패배에 반성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상대는 강하다. 우리가 안일하게 대처했다.’]시즌 초반.
누구나 좋은 스타트를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망이지 않은가.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을 시기다. 로테이션이니 같은 소리는 나올 턱이 없다. 무조건 베스트 일레븐을 앞세워 상대가 누구든 승리해서 승점 3점을 가져오겠다는 의지.
그 모든 의지가 충만한 시기.
―옥스퍼드와 슈루즈버리는 감독들 인터뷰대로, 일종의 방심을 했다. 이겁니다.
―리그 예상 순위가 17위기도 했고요. 선수단 연령대가 가장 높거든요? 앤서니 로우 영입으로 핫하긴 했지만, 선수의 적응 문제, 체력적인 요소, 그런 걸 고려했고, 또 앤서니가 경기의 판도를 바꿀 정도냐, 아직 유망주에 불과하지 않냐, 같은 얘기도 종종 나왔고……
라디오 방송의 축구 분석가가 말하듯이.
도박사들의 예측, 온갖 언론들의 시끄러운 말들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뭐든지 어떻게 이용하고 활용하냐에 따라 다른 법.
“우리가 17위 예상이라고?”
“아니, 아무리 상위리그라지만…….”
“우리 저번 시즌 후반기에 8연승을 하고 열 게임 넘게 무패 행진도 했다고!”
“FA컵에선 리그 원 우승팀인 더비도 잡았지!”
선수단은 분통을 터뜨렸다.
아무리 프로 의식이 없는 선수도, 너 못하잖아? 하고 손가락질받으면 발끈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하물며 우리 팀은 내가 1년 동안 분위기를 조성하고 만들어 냈다.
이기지 못하면 화가 나서 씩씩댈 정도로 분해하는 그 감정이 오롯이 선수들 사이에 공유되는 상황.
“빌어먹을 놈들! 다 때려 부숴!”
“지들 몸값이 조금 높아 봤자 얼마나 차이 난다고!”
“차이는 감독님부터가 차이 나지! 감독님 봐! 자신만만하잖아! 믿고 플레이하면 돼!”
선수단을 휩쓴 승부욕은 활활 타올랐고, 반면 상대는 안일했다.
―지난 맨스필드가 치른 세 경기에서 봤듯이, 모두가 안일하게 싸웠음은 분명합니다. 압박이나 템포, 그 전부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니까요.
―준비가 부족했다는 말씀이군요. 반면 맨스필드는 그 이상을 보여 준 거고요.
―예. 그것이 맨스필드의 실수였죠.
―실수요?
―너무 잘했어요.
―네?
―적당히 잘했어야 했는데, 너무 잘했다, 이 말입니다.
“저게 무슨 소립니까?”
사무실로 찾아온 선수단지원팀의 론 팀장이 헛웃음을 켰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그의 얼굴은 아리송해졌다.
너무 잘한 것이 실수라니.
칭찬인지, 근거 없는 비난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
“예. 맞습니다. 우린 너무 잘했어요.”
“그야, 초반 성적이 좋긴 하죠. 팬들도 반응 뜨겁고…….”
“예. 문젭니다. 너무 잘해서요.”
“네?”
―하하, 세 경기에서 9골을 터뜨린 팀입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가진 팀에게, 누가 안일한 수비로 대응하겠어요?
“이제 맨스필드를 상대하는 팀들은 안일한 마음 따위는 저버릴 테니까요.”
“……!”
“리그는 깁니다.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인식해야죠.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면 말이죠.”
―어쨌든 승격 팀 아닙니까? 그런 승격 팀은, 반드시 이겨줘서 승점을 따내야 하는 상대입니다. 거기다 이제 그간의 성적으로 보통이 아님을 증명했으니, 상대 팀들은 정말 각오한 채 준비하겠죠.
잔혹한 현실.
본래 강등권이 유력했던 팀이 상위권으로 치솟는다면.
“누군가 대신 하위권에 떨어진단 의미니까요.”
“아!”
“리그는 경쟁입니다. 길고 또 길죠. 그 경쟁에서 이길 상대는 이겨 줘야 팀이 살아남고, 목표를 이룹니다. 지더라도 질 만한 팀에게 져야 하죠.”
“우리 맨스필드는…… 질 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선수단 전력이나 예상이나 명백히 하위권인 팀인데, 하위권한테 승점을 따내지 못한다면?”
“……!”
“이 현실을, 이제 상대 팀들은 모두 인식할 겁니다. 똑바로 볼 거고요. 그러면, 라디오의 말대로 우리는 절대적으로 체급이 높은 팀이, 단 일말의 방심도 하지 않고 필승을 다짐한 채 나오는 걸 맞이해야 합니다.”
라디오의 목소리가 맞다.
너무 잘해 버린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
언론의 틀린 예측, 온갖 근거로 평가한 예상 순위.
이제 맨스필드를 상대할 팀들은 최소한의 방심조차 지워 버릴 것이다.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단단한 준비를 해 오리라.
“그래서… 우리가 너무 잘한 게 실수라는 얘기군요.”
“비단 그것뿐만은 아닙니다. 팀장님.”
“……아.”
론 팀장이 무언가 깨달았는지 주섬주섬 서류철을 건넸다.
그가 내 사무실을 찾은 이유.
그리고 우리가 너무 잘해 버린 ‘탓’.
“감독님이 검토하셔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놨습니다.”
내 눈이 그가 내민 서류철에서 고정됐다.
“현재 우리 선수들에게 들어온 이적 오펍니다.”
“……약팀의 싸움이, 시작됐군요.”
* * *
선수단 분위기가 술렁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적 오퍼를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다. 에이전트, 구단 관계자, 선수의 가족, 기자 등을 통해 이적 루머가 퍼지는 건 순식간.
[맨스필드의 브랜들리 스탠리, 챔피언십 스토크시티에서 이적 제안.] [루머에 따르면 스토크시티는 맨스필드의 우측 풀백 스탠리(31)를 영입하고자 116만₤(한화 20억 원) 제시] [성사된다면 맨스필드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 방출 확실시.]출처를 알 수 없는 기사와 SNS가 연이어 올라왔다.
선수들도 모두 알 수밖에 없었다. 훈련장에서, 라커룸에서, 아니 도시 전체에서.
팬들과 선수들이 숙덕거리는 소리.
팀 핵심의 이적 건은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황은 빨리 마무리할수록 좋았다.
“백만 파운드의 사나이가 되셨습니다. 선수.”
“하하…… 너무 높게 산정된 몸값인 것 같아요.”
“이적 시장이 끝나가는 시점이니, 한 번에 크게 부른 것이기도 하죠. 다만, 그만한 가치를 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챔피언십 팀이, 선수한테서요.”
“아, 하하하.”
“에이전트가 이미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그건…….”
“괜찮습니다. 허락한 사전 접촉이니까요.”
“네?”
스탠리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깜짝 놀란 심정이 절절히 전해졌다.
반면 나는 여전히 담담했다.
“약팀, 가난한 팀, 하위 팀의 명백한 운명이죠. 잘하는 선수를 지킬 수 없다는 것.”
“…….”
“그러하다면 최대한 비싸게, 이득이 되게끔 파는 것. 나쁜 일은 아닙니다.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도리어 팀을 부강하게 만들 수 있죠.”
“감독님은…… 저를 매각한 자금으로 팀을 발전시킬, 그런 생각이세요?”
순간 흔들리는 스탠리의 동공.
“저는 언제나 팀을 발전시키는 선택을 합니다.”
정말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는지, 스탠리는 충격받은 얼굴로 아무 말도 못 했다.
살짝 열린 입으로 무언가 오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이내 침묵.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는 두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몇 번이고 입을 열려다 다시 닫히길 반복. 그는 간신히 말을 쥐어짰다.
“절 파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100만 파운드. 구단에서 만져 본 적 없는 돈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가난하고, 파산 위기를 벗어난 지 채 1년이 지난 팀이죠.”
그가 이를 꽉 아문다.
“만일, 제가 가기 싫다면요……?”
“더 많은 주급을 줄 텐데요?”
“…….”
“주급뿐만 아닙니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가능성이 있는 챔피언십의 스토크. 명성 높은 팀이고, 무수한 좌절과 개혁을 거쳐 왔으면서, 동시에 구단의 자산도 튼튼하죠. 모든 면에서 맨스필드보다 낫습니다. 그런데 선수는, 가고 싶지 않습니까?”
혼란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얼굴이다.
배신감이 뒤섞인 표정이기도 했다. 그는 헛웃음을 흘리더니 탄식하듯 말했다.
“절 비싸게 팔아서, 그 돈으로 팀을 되살려 볼 생각이신가요. 리빌딩?”
“약팀, 가난한 팀이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싸게 사 온 선수를 비싸게 팔아서, 그 돈으로 다시금 싼 선수를 사고, 비싸게 팔고…….”
“……내가 그 싸게 샀다가 비싸게 파는 선수라는 거네요. 감독님. 하지만, 저는 이 팀을 떠날 이유를 느끼지 못해요. 비싼 주급? 그걸 원했다면 내가 이 팀에 왔을까요?”
단호한 의견 피력.
나는 담담히 그를 보며 웃었다.
순간 흘러나오는 미소에 결연한 표정을 짓던 그의 얼굴이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예. 근데 이 같은 약팀의 이적 시장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선수를 비싸게 팔더라도, 충분한 대체자를 구해야만 합니다. 안 그러면 성적은 곤두박거든요.”
“……?”
“나는요. 스탠리 선수, 대체 못 합니다.”
“……!”
“아무리 이적 시장을 둘러봐도, 온갖 에이전시에 발품을 팔아도, 예, 없습니다. 당신의 대체자는.”
순간 말을 잃은 채 멍한 눈만을 보이는 스탠리.
“그래서, 잡을 겁니다. 무조건이요.”
“그, 그건…….”
“다행이네요. 우리의 의견이 일치하니까요. 선수는 남고 싶어 하고, 저는 선수를 잡고 싶어 하고.”
“…….”
“이적 오퍼, 그냥 제가 거절하면 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선수를 채근했냐고요? 확실하게 하기 위해섭니다. 오퍼를 거절했다는 사실이 귀에 들어가면, 선수는 과연 아무 불만도 품지 않았을까요?”
“저, 저는.”
“압니다. 하지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것.”
“…….”
나는 멍한 기색의 스탠리의 어깨를 잡았다.
“이번 시즌도, 잘 부탁하겠습니다. 스탠리.”
“……감독님.”
“내 선수로 남아 줘서 고마워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스탠리는 무어라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열기에 가득 찬 얼굴로 내 사무실을 나갔다.
애당초 스탠리는 이 팀에 애정이 생겼다. 아니 팀보단, 나에게.
선수는 때때로 돈보다 환경, 그리고 자신을 이끌어 준 감독에게 큰 매력을 느낀다.
아무리 약팀이라도 감독을 따라서 그 팀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빈번한 게 이 바닥이다.
그리고 스탠리에게 나는 사실상 그의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어 준 은사.
하지만 그 사실 하나만 믿고 무조건 이적 오퍼를 거절했다간, 혹여 나중에 상황이 틀어졌을 때 관계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적어도 서로 진심을 보였으니, 어떤 오퍼가 와도 스탠리는 흔들리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겠지.”
오퍼가 어디 스토크 하나로 끝날까.
더 올 거다.
그러나 한번 결심한 마음이 이제는 흔들릴 일 없을 터.
“스탠리는 끝났고…….”
아직 이적 오퍼를 받은 선수는 더 있었다.
돈보다 감독과 코치진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선수인 스탠리와는 완전히 다른.
“이건, 쉽지 않겠군.”
오로지 돈.
그것만을 관철하던 사내.
“해리 오스카.”
가장 어려운 건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