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36)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35화(136/266)
135. 리그 개막 (6)
“오스카가……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요.”
“네. 그러네요.”
“……혹시 이적 관련 문제입니까?”
“네.”
대니 스콧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나는 짤막하게 답변했다.
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대니 스콧은 쓴웃음을 흘렸다.
“그렇다면 절 부른 것도, 이적 관련 얘기겠군요.”
“맞습니다. 대니. 뭐, 이미 팬 포럼에 루머로 올라오고 기사들도 떴으니까요.”
나는 태블릿을 보여 줬다.
[스탠리에 이어 대니 스콧까지? 노팅엄 포레스트 복귀설 솔솔.]-오, 갓뎀. 제발.
-이 루머가 거짓말이라고 해줘.
-스탠리도, 대니도 안돼. 둘을 빼면 누가 수비하고 누가 공격해?
-미친. 오스카도 루머 있던데 쟤네까지?
-절대 팔지 마! 팔면 구단에 불을 지를 거야!
-유진이라면 절대 안 팔걸. 대니 스콧, 유진이 데리고 온 친구야. 은퇴해서 코치 생활 시작하려는 애를 모셔 온 거라고.
-유진 덕분에 선수 복귀 성공한 건데, 이전 팀이 부른다고 설마….
“으음!”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계십니다.”
“하하, 네, 다 감독님 덕이죠.”
“글쎄요. 제가 선수를 매각하면, 구단에 불을 지르겠다고 하는 댓글처럼, 저 역시 비난을 받겠죠.”
매각.
그 단어가 내 입에서 튀어나오자 그 노련한 대니 스콧조차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네요. 노팅엄 포레스트잖습니까.”
노팅엄 포레스트.
대니 스콧이 9년을 뛰었던 사실상의 친정팀.
그리고 선수 생활의 종지부까지 찍었을…… 뻔했던, 그 팀.
대니 스콧은 회한에 찬 미소를 지었다.
“사랑했던 팀입니다.”
9년이란 시간 동안 한 팀에서 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선수의 기량을 떠나 감독과 코치진 사이, 선수단 구성, 팀의 상황에 따라 무수한 변수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니까. 수많은 일들 속에서도 9년이나 머물 수 있었던 이유는, 팀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그래서 노팅엄에서 나는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은퇴를 했던 거죠.”
차라리 다른 팀에서 뛸지언정.
선수로서 생활을 그만두겠다는 결심.
“그런 제 결심을 감독님께선 번복시켰고요.”
“후회합니까?”
“하하, 후회요? 리그 투 올해의 선수가 접니다. 옛 동료들은 하부리그에서 왕놀이하는 걸 탐탁잖아 하긴 하지만.”
대니 스콧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선수 생활 더 이어가지 못하고 은퇴한 놈들의 신포도 같은 거죠.”
“딱히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에서 활약하던 노장이 하부리그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고 한들, 딱히 아름다운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순간 대니 스콧이 멈칫했다.
그의 눈동자에 희미한 의혹이 어리는 순간.
불쑥 물었다.
“아무래도 연이 있으시니, 따로 얘기를 나눴을 것 같습니다만.”
“아, 하하. 오해는 마세요. 전화 한 통 와서 얘기 나눴습니다. 울란스 감독님이 적잖이 당황하시더군요. 1년 단기인 줄 아셨나 봐요.”
“말했잖습니까. 저는 그렇게 밑지는 계약서를 들이미는, 의욕만 넘치던 초짜 감독이 아니라고요.”
“그러게요. 그렇게 3년 계약하면서도, 이 사람이 미쳤나 싶었는데…….”
대니 스콧의 얼굴에 후련함과 동시에 미묘한 기색이 어린다.
“그만큼 대니 스콧 선수에 대한 가능성을 믿은 겁니다.”
“가능성이라, 은퇴한 선수에게 말이죠.”
“다행히 저만 그런 건 아니더군요.”
“……?”
“울란스 감독님이 공식적인 이적 제안을 보냈습니다.”
“……!”
대니 스콧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울란스 감독. 노팅엄 포레스트. 프리미어리그의 팀이자 그의 은사.
그의 동공이 격렬히 흔들렸다.
“자유 계약이 아니더라도, 이적료를 주고서라도 데리고 가고 싶다는 정식 제안입니다.”
“그런…….”
대니 스콧은 설마 정식으로 영입까지 제안했을 줄은 몰랐으리라.
37살의 늙은 선수다. 자유 계약 영입조차도 팬들의 반발을 무시 못 할 터.
하물며 팀에서 은퇴했다가, 번복하고 하부리그 팀으로 쫓겨나듯이 가 버린 선수가 아닌가.
그런 선수를 다시 돈을 주고 1년 만에 데리고 온다?
금액이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그 모든 걸 감수하고서라도 은사, 울란스 감독이 자신을 원하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되자 대니 스콧의 동공이 격렬히 흔들렸다. 나는 봤다. 단단했던 결심이 일순 흔들리는 그 움직임이.
그런 속을 꿰뚫어 보듯, 나는 물었다.
“가고 싶으십니까?”
“잠시, 잠시만요.”
“이해합니다.”
툭, 던지는 담담한 인정. 대니 스콧은 순간 혼란을 느낀 듯 말을 더듬었다.
“……안, 잡으십니까?”
“선수의 나이 37세입니다.”
“제가 늙어서인가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허…….”
대니 스콧의 얼굴에 순간 배신감이 희미하게 깃든다. 그의 입꼬리가 처연하게 올라갔다. 내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겠다는 늘 신뢰로 가득 찼던 눈빛이 탁하게 흐려졌다.
“1년 충분히 썼고, 이제 나이가 많으니, 이적료도 챙길 수 있을 때, 치워 버리시겠다?”
명백한 적의라기보단, 그건 일종의 배신감과 실망이 뒤섞인 한탄, 자조 어린 목소리에 가까웠다.
“오햅니다.”
“오해는 무슨, 지금 제가 나이 많다고, 이제 안 쓰겠다고…….”
“그러니까요.”
“……!”
“그러니까요, 선수의 나이에 이만한 기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대니 스콧이 눈을 끔뻑거렸다.
“현재 나이 37세. 최근 포지션을 갈수록 중앙, 그리고 그 아래까지 내려가고 있지만, 선수도 아실 겁니다.”
체력의 저하. 몸 상태의 불균형.
그리고 노화.
“명백히 선수는 마지막 불꽃이 꺼져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불꽃.”
“때론 의지만으로는 안 되는, 그 순간이 오고 있는 거죠.”
“감독님!”
“프리미어리그.”
“……!”
대니 스콧의 입이 일자로 닫혔다. 흔들리는 두 눈을 지그시 응시했다.
“선수로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무대입니다. 노팅엄으로 가시면, 그 자리에 서실 수 있죠.”
프리미어리그.
영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이들에겐 꿈의 무대.
아니, 비단 영국만이 아니다.
세계 4대 리그에서도 선두이며,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굳건한 위상과 자리를 지키는 리그.
그 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
이제는 선수 생활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대니 스콧에게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진짜 무대.
돌아간다, 그런 프리미어리그에.
젊은 시절,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뽐내지 못하고 밀려났던 그 무대에서 마지막을.
그 사실을 깨닫자, 대니 스콧의 흔들리던 동공은 도리어 차분해졌다.
낮게 가라앉은 그 눈빛이 회색빛처럼 느껴졌다.
“이적료 얼마 안 되지 않습니까.”
“네, 형식적인 수준이죠.”
“그런데 왜 저를 보내시려고 하죠?”
한줄기 의혹이 실린 질문.
나는 쓰게 웃었다.
“아니요,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가차 없이 몰아붙였는가.
“저는 팔지 않고 싶습니다. 계속 가고 싶죠. 제가 잡으면 선수는 남을 겁니다.”
대니 스콧은 말없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이미 그가 사무실로 들어오는 순간 알았다.
그는 내가 말하면, 팀에 남을 거라고.
설령 주급도 챙겨 주지 못하고, 프리미어리그 승격이라는 불확실성밖에 제시하지 못한다고 한들.
여기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거라고.
“그건 선수를 속이는 일이니까요.”
“네?”
“프롭니다. 단순한 정에 이끌려 객관적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해 버린다면, 나중에 선수로서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르니까, 저는 숨김없이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대니 스콧은 무어라 답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이런 상황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긴 시간의 선수 생활 동안, 이런 식으로 선수를 붙잡고자 하는 경우도 별로 없었을 테니.
하나 나는 안다.
그저 믿음과 신뢰라는 미명 아래 선수를 붙잡는다고 한들.
어느 순간 팀이 무너지고, 상황이 잘 풀리지 않으면, 마음속에서 후회의 씨앗이 싹튼다고.
하니 털어 내야 한다. 모든 객관적인 상황을 전부 드러내야만 한다.
그 이후에 나오는 결정이야말로,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일 테니.
“정말 묻겠습니다. 프리미어리그라는 마지막 확정된 무대를 저버리고, 사랑했던 팀, 노팅엄과 은사이신 울란스 감독의 부름을 거절할 정도로, 제 팀에 남고 싶습니까?”
“…….”
예상과 달리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니 스콧이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저 영입할 때 말씀하셨죠.”
그의 두 눈이, 1년 전 노팅엄의 코치 사무실에서 마주쳤던 그 순간을 보는 듯 흐릿해졌다.
하지만 흐릿함 속에서도 눈빛은 의욕적으로 반짝였다. 마치 별처럼.
“우승컵을 안겨 주겠다고.”
“…….”
“이제 고작 리그 투 우승컵 하납니다.”
고작, 리그 투의 우승컵 하나.
대니 스콧이 미소를 지었다.
“프리미어리그, FA컵, 챔피언스 리그.”
“…….”
“그 타이틀은, 어쩌면 노팅엄보다, 전 여기서 얻을 확률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통계학을 공부하셔야겠군요.”
“감독님께선 축구에서 벌어지는 이변과 변수를 좀 더 공부하셔야겠는데요.”
대니 스콧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두 눈이,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산뜻한 빛으로 반짝였다. 서른일곱의 노장이 아니라, 마치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 같은 어린 눈빛이.
“0.06%의 확률.”
“리그 투의 우승 확률이었죠.”
“일어날 수 없는 통계적인 확률이자 수치. 하지만 일어났습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하물며 FA컵은 그 숫자도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느껴질 정도로 적은 확률일 겁니다. 0에 가깝죠.”
“0에 수렴할 뿐, 0%는 아니잖습니까.”
대니 스콧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울란스 감독님은 존경스러우신 분입니다. 제 은사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말입니다, 감독님.”
“…….”
내려다보는 그 눈빛이, 장난스럽게 반짝였다.
평소 선수들 사이에서 오만한 성격 탓에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운 대니 스콧이 아니라, 그저 내 선수 중 하나인 것처럼.
“두 번째로 시작한 선수 생활의 은사는, 바로 유진. 당신이에요.”
“……낯 뜨거운 말을 면전에서 잘하시는 성격이었군요.”
“윽. 그렇게 찌르지 마세요. 지금 창피하니까. 다른 선수들 보고 있었으면 못 할 겁니다.”
대니 스콧이 장난스럽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후우. 그러니 전 팀에 남을 겁니다. 더는 이적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군요.”
몸을 돌려 나가려던 그 등이 문 앞에 서서 우뚝 멈췄다.
그는 서서히 몸을 돌리더니,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잠깐, 보통 이런 식으로 이적 오퍼 온 선수들을 붙잡나요?”
“글쎄요. 제 감독 경력 2년 차라.”
“……그 2년 차가 핵심인 스탠리, 그리고 저. 재계약도, 주급 인상도 없이 붙잡았네요?”
그가 헛웃음을 켰다. 마치 사기꾼을 바라보는 눈빛에 조금 가슴이 아팠다.
“대신 진심을 나눴으니까요.”
“오, 맙소사. 그러면, 오스카도 이렇게 잡았습니까?”
“오스카요?”
조금 전, 대니 스콧 전에 오스카가 먼저 면담을 마친 후 거칠게 뛰어나갔었다.
나는 대답 대신 반문했다.
“오스카 선수, 동료로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대니 스콧은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제 패스받을 수 있는, 훌륭한 공격숩니다.”
“오스카만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네? 아, 앤서니……?”
“패스를 주는 미드필더의 입장에서도, 확실할 텐데요. 늙은 오스카. 재능 넘치는 어린 앤서니.”
“……감독님, 설마 오스카가 팀을 떠납니까?”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나는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