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42)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41화(142/266)
141. Old man, Young Man (1)
앤서니 로우에게는 낯선 상황이었다.
아니, 단언컨대 처음이었다.
‘내 입으로 출전시켜 달라고 말하다니.’
첼시 리저브, 유스, 그리고 임대를 전전했던 여러 프로 클럽에서도.
‘앤서니, 오늘 뛸 수 있겠지?’
‘임마! 너 지금 꼬라지가 그게 뭐야? 어? 40분 뛰고 헉헉대? 네가 선수야? 네가 프로냐고!’
‘일주일 동안 세 경기 치른다고 불평하지 마라. 네 나이에는 많은 경기를 뛸수록 실력이 쑥쑥 느는 거니까!’
‘오, 앤서니! 네가 꼭 출전해야 해. 저놈들 수비 뚫으려면, 너밖에 없어!’
‘네가 딱 한 경기만 더 뛰면 된다. 중요한 경기라니까?’
코치, 감독 가릴 것 없이.
하나같이 모두 달려와 매달렸다.
윽박지르고, 험악하게 굴고. 때로는 간절히 빌어서라도.
뛸 수밖에 없었다. 어떤 감독도, 코치도, 그를 원했고, 활용하기를 바랐으며, 즉시 경기에 출전시켰다.
한 경기, 두 경기, 서너 경기. 미친 듯이 뛰어야만 했다.
어릴 때 많이 뛸수록 성장에 좋다-는 훈육법은 여러모로 입증된 사실이다.
‘이미 어릴 때, 17세, 18세 때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어디 한둘입니까?’
‘한번 뚫리면 됩니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그걸 개화하느냐, 못 하느냐는 경기를 뛰냐, 안 뛰냐, 이걸로 갈립니다. 오로지 실전이라고요. 앤서니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번 터지면 지금 당장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할 겁니다.’
‘저 발놀림 보세요, 저 센스 보라고요! 임대 보내면서 경기만 잘 뛰기만 하면 돼! 임대 팀에 조건을 걸죠. 주전의 입지, 시즌 70% 이상 출전 보장으로!’
태어날 때부터 오만하고, 게으른 선수가 있을까.
주위에서 떠받들어 주니까 사람이 저렇게 변하는 거라고. 손가락질받았지만.
글쎄, 꼭 그런 이유일까.
‘저 힘든데…….’
‘고작 그거 했다고 힘들다고? 그래서 뭐, 다음 경기 못 나가겠다고? 인마. 너는 승부욕이랄 게 없는 거냐?’
‘그냥요. 조금 재미가 없다고 할까.’
‘즐겨? 축구를 즐겨? 하! 이 어설픈 새끼야. 토할 정도로, 이가 아득 갈려서 뽑아야 할 정도로 지독한 게 축구다. 그런 알량한 정신 가지고 네가 차기 잉글랜드 국대감이 맞냐?’
‘…….’
‘체력 측정, 데이터, 그 모든 것이 네가 지금 여력이 된다는 걸 말해 줘. 부상도 없다고. 너 지금 그냥 꾀병이야. 네 동기 봐, 네 선배 봐, 뛰고 싶어서 저렇게 악착같은데, 재능 하나로 그 자리 찼으면서, 그게 무슨 말랑한 태도냐?’
아직 머리가 확 트이지 않던.
열셋, 열넷, 열다섯까지.
앤서니의 기억은 그랬다.
사실 첼시의 유스 시스템이 기억처럼 막무가내식이 아니었다.
뛸수록 강해진다, 무릎은 쓸수록 단단해진다, 이런 어디 시골에서나 볼 법한, 아주 오래된 구식일 리가 있겠는가.
단지 시스템과 트레이닝 방식을 무리 없이 소화할 정도로, 앤서니의 멘탈이 튼튼하지 못했다.
실제로 앤서니는 그 지독한 트레이닝을 겪으면서 성장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발전했고, 잉글랜드 U-17, U18, 심지어 월반해서 U-20 대표로 꼽혔으며 만일 그의 포지션이 경쟁이 가장 심했던 공격수가 아닌 풀백이라도 됐으면 성인 국가대표로도 고려됐을 만한 성적과 인지도를 쌓았다.
극도로 정교화된 트레이닝 시스템은 분명히 앤서니를 발전시켰다.
다만 같은 교육을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학생의 심리가 다 똑같을 수는 없다.
16세, 프로 전환. 그리고 성인 무대 데뷔. 챔피언십 팀 임대.
그 과정을 거치면서 앤서니는 깨달았다.
‘내가 활약하면 할수록, 열심히 뛰면 뛸수록, 더 많은 걸 요구해.’
끝이 없었다. 요구치를 채우면, 그 이상을 말한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더 높은 기대치와 잣대를 들이댄다. 그 순간, 미친 듯이 타오르던 앤서니의 촛불이 팍, 꺼져 버렸다.
‘그렇다면, 끝은 어딨는 거야?’
어릴 때의 축구는 고통이 아니었다.
자신이 공을 차고 있으면, 어머니가 공원 벤치에 앉아 빛살보다도 환하게 웃었다.
그것이 즐거웠을 뿐이다.
하지만 프로라는 길에 들어선 이후, 그가 가진 재능을 썩힐 수 없다는 미명 아래 그는 고도로 정교화된 트레이닝을 겪어야만 했다.
‘대체 언제까지. 시킨 거 이뤄 냈잖아. 하라는 것 다 해 줬잖아. 할 만큼 다 해 줬잖아.’
성장할수록 더 많은 기대감이 쏟아졌고, 앤서니는 매번 그 기대치에 맞기 위해 혹독하게 단련해야만 했다.
그래서 스스로 멈췄다.
달리던 걸음에 콱. 제동을 걸었다. 더는 기대에 부응해 주지 않겠다고. 요구에 따르지 않겠다고. 태만해지고, 나태해졌다.
그런데 지금.
“너무 오래 쉬었어요오. 경기, 출전 준비 다 됐어요.”
스스로 다시 뛰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요, 선수가 준비됐는지, 안 됐는지는 오직 감독이 판단합니다.”
“……!”
“선수, 출전 안 시킵니다.”
감독이 제동을 걸었다.
* * *
이유를 물었다. 무엇을 해야 뛸 수 있냐는 물음에 유진은 설명했다.
“뭐라고요?”
앤서니 로우는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내가, 누구한테, 뭐……?’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봐도, 유진의 얼굴은 평온했다.
늘 그렇듯이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 주는 어조와 눈빛이었다.
“별거 아닙니다. 지금 명백히 해리 오스카 선수가 잘해 주고 있어요. 그러니까, 오스카를 이기시려면 언제든지 물어보라는 겁니다. 앤서니 선수.”
“그러니까, 지금…….”
내가, 저 노땅한테 지고 있다?
“그런 거예요?”
유진은 흔들리는 동공을 가만히 응시했다.
당혹스러운지 특유의 늘어뜨리는 말투 따위도 사라졌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오물거리는 입술.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눈빛.
꿈틀거리는 광대와 푸르르 떨리는 볼살.
“물론 선수의 실력은 압도적입니다. 재능은 찬란히 빛나죠. 하지만 밀렸습니다.”
“!”
평상시나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저토록 단호한 선언을 한다니.
자신이 은연중에 불안해하면서, 아니리라 애써 생각했던 사실.
밀렸다고.
“왜 밀렸는지, 그리고 그걸 이겨 내려면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하실 것 같아 말한 것뿐입니다.”
“그, 그딴 걸 누가 궁―”
“하!”
당혹과 분노 따위가 뒤섞인 외침을 쏟아내려던 찰나.
서늘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둘의 고개가 돌아가자, 오스카가 벽에 기대고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 훈련했는지,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그는, 이쪽을 바라보며 이죽거렸다.
“이런, 내가 분위기를 망쳤나. 너무 웃겨서 지나갈 수가 없더라고.”
해리 오스카는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앤서니 로우를 바라봤다.
“90분도 못 뛰는 놈이, 그렇다고 나보다 득점도 못 하는 놈이, 출전시켜달라고 감독 바짓가랑이나 잡아?”
오스카의 목소리는 거의 폭소에 가까웠다.
“이익!”
발끈한 앤서니가 벌떡 일어났지만,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
이글거리는 오스카의 눈빛은 마치 용암 같았다.
웃고 있는 입꼬리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차갑게 굳어 있었다.
마치 수소의 목을 물어뜯는 사자처럼, 그 눈은 매섭게 타오르고 있었다.
툭, 비틀어 짜내듯이 섬뜩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애새끼는 빠져. 어른들 이야기하시니까.”
“……!”
앤서니는 입술을 깨물고는 담담한 유진을 바라보더니, 배신감이 가득한 얼굴로 밖을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해리 오스카가 피식 실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잘 안되시나 봐요, 감독.”
오스카의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하하, 왜요. 충분히 저따위는 없어도 되는 대체자, 그래서 데리고 온 친구가 그저 부정하고, 찡찡대기만 하는 어린애인 줄 정녕 몰랐어요?”
오스카는 능청스럽게 두 어깨를 으쓱이곤, 앤서니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았다.
“저 친구, 저 대체 못 합니다.”
“…….”
“실력, 재능, 뛰어나죠. 솔직히 알아요, 쟤, 천재예요. 게으른 천재.”
오스카는 혀를 차며 말했다.
경쟁자이지만 오스카는 어른이었다. 그는 인정할 줄 아는 사내였다. 명백히 객관적인 상황을 주시하는데 두려워하지 않았다. 동시에, 자신에 관한 판단 역시 담백했다.
“하지만 나를 대체하진 못할 겁니다.”
자신감, 자만, 자의식과잉 따위가 아니었다.
실제로 오스카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고, 유진의 예상보다도 더했다.
“요즘 세상이 어느 시댄데, 게으른 천재가 통해요? 천재도 노력해야만 하는 세상입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저 친구, 감독 플랜 못 따라와요.”
“천재라도 노력해야만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이건가요.”
“노력 없이 성공하는 천재? 뭐, 그게 천재가 맞냐고 반문하겠지만, 지금 저 빅리그서 뛰는 소위 천재들. 지독하게 노력하면서 뛸 겁니다.”
훈련이며, 자기관리며, 그 모든 것에서.
“그러니까, 저 친구는 저렇게 묻혀 사라질 운명입니다. 게으르기만 해선요.”
“…….”
“감독. 내 대체자는 없습니다.”
오스카는 그 말을 남기고 사무실을 나갔다.
아니, 반쯤 나가다 멈칫하곤, 고개를 돌려 말했다.
“밀월하고 계약 얘기 중입니다.”
“…….”
“생각을 바꿀 시간은, 충분해요. 감독.”
유진은 답하지 않았다. 오스카도 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갔다.
유진은 그저 뜻 모를 눈빛으로, 담담히 닫힌 문을 바라봤다.
* * *
[여름 이적 시장]맨스필드
In 앤서니 로우 (19, FW)
맨스필드 팬들은 작년부터 이적 시장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작년 이적 시장은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냈었으니까.
하나같이 하자 있는 선수가 아니라, 모두 소위 대박 영입이지 않았나.
단순히 운이 아니다.
오로지 유진의 손끝에서부터 시작됐음을. 팬들 모두 뼈저리게 느꼈다.
유진이 앤서니 로우라는 걸물을 영입했을 때, 당연히 반응이 호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뜨겁다 못해 열광적이었다.
“앤서니 로우-!”
“첼시의 보석이 이제 맨스필드의 보석이다!”
“프리미어리그급 자원이 우리 팀에? 리그 원은 맨스필드의 성장이 두렵습니까?!”
대니 스콧도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있고, 브랜들리 스탠리도 영국에서 손꼽히던 유망주였지만, 궤가 달랐다.
은퇴를 번복한 노장, 부상 병동이나 다름없는 유리 몸.
반면 앤서니는.
“첼시뿐만 아니지. 저 친구 데리고 가려고 빅리그 스카우터들이 수십 명이 몰렸다지?”
“그런 애를 우리가……?”
“아아, 아버지, 하늘에서 보고 계십니까. 아버지가 염원하던 맨스필드의 빅클럽화가…….”
“왜 멀쩡한 아비를 하늘로 보내, 임마!”
어리고, 유망주고, 심지어 프로 성인 무대에서도 성적을 냈고, 그냥 모든 부문에서 맨스필드가 ‘감히’ 영입할 수 없는 존재였다.
행실 우려? 오만방자한 태도? 아무렴 문젠가! 그 앤서니 로우인데!
하물며 앤서니 로우는 기대에 부응하듯, 초반 세 경기에 교체로 출전하면서 톡톡한 활약을 펼쳤다. 그 모습에 팬들은 더 없이 기대감을 품었다.
“앤서니가 몸만 정상이 되면!”
“지금도 저 정도인데, 풀-핏이 되어 버리면?”
“아아, 우리도 수백만 유로, 아니 수천만 유로의 선수가!”
하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변했다.
“오스카 이적 루머?”
“에이, 설마…….”
“이번엔 구체적인데?”
해리 오스카의 이적설이 터져 나온 것이다.
“아니, 저렇게 잘하는 선수를?”
“지금 득점 단독 선두야!”
“미친! 저 나이에, 저 몸집으로, 저 시저스킥 봤냐고! 그는 차원이 달라!”
“저런 선수를 팔겠다고, 절대 안 돼! 유진 감독이라도, 그건 안 된다고!”
“유진에 대한 지지를 철……회 하진 않겠지만, 아무튼 안 돼!”
본래 팬들이 사랑하는 선수가 팀을 떠날 위기가 도래한다면.
팬들의 비난은 일반적으로 감독에게 향한다.
감독은 사랑을 받는 만큼, 동시에 가장 큰 책임감을 지는 직책.
선수 매각에 대한 책임 역시도 감독이 지는 법. 이번에는 아니었다.
“누구야, 누가 유진을 욕해?”
“저, 전 아니에요!”
“유진 탓이겠어? 어?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오스카가 떠나려는 건, 음, 감독 때문이 아니라, 그래!”
“앤서니?”
적어도 맨스필드에선 감독을 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다 한번 불만을 터뜨리면, 주위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건 맨스필드 시내에선 흔한 일이었으니까. 자연히 범인 찾기의 방향은 한 사람에게 쏠렸다.
“쓰읍. 앤서니가 어리지. 이름값도 높고. 그래서 주전으로 쓰려고 데리고 온 걸 텐데.”
“아, 그래서 앤서니 때문에 오스카가 간다?”
“아니, 뭐 이건…….”
“세대교체 차원이라면…….”
사실 조건 없는 오스카 지지, 앤서니 반대는 아니었다.
반반으로 정확히 갈렸다.
오스카의 나이 덕분에, 세대교체로선 적절하지 않으냐.
그렇다고 밀린다고 바로 떠나려는 오스카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따위의 반응.
그러나 이조차 곧 뒤바뀌었다.
“오스카는 저렇게 활약하는데, 아직 선발로 나올 몸 상태도 아닌 앤서니를 믿고 내보내야 한다고?”
“앤서니 얘는 이적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래?”
“저 봐. 어제 또 맥씨네 펍에서 새벽까지 술 마시던데?”
“아니, 무슨 어린놈이…….”
해리 오스카의 상상 이상의 활약에, 그전까진 이름과 명성에서 오는 후광 덕분에 용납됐던 앤서니의 행실과 사생활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게 정말 맞아? 제대로 뛸 체력도 안 되는 놈 하나 믿고 세대교체 한다고?”
“오스카가 폼이 떨어졌으면 몰라, 지금 절정이라고, 절정!”
“안 된다. 못 판다! 첼시가 괜히 앤서니 포기했겠어? 뭔가 문제가 있겠지!”
“젠장, 저 어린놈 때문에 오스카가 떠난다고? 절대, 네버, 빌어먹을! 저놈한테 술 파는 집엔 절대 안 간다!”
순식간에 여론은 험악해졌다.
여론의 향방을 체크하던 에이전트, 실러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이거, 좀 심각한데.”
에이전트는 누구보다도 선수의 여론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선수는 온갖 루머에 시달리기 마련이고, 특히 앤서니 같은 유형의 선수라면 그 정도가 더 심한 편이다. 이젠 하도 이런 일이 많아서 앤서니도 덤덤한 듯했지만, 겉으론 괜찮아 보여도 속은 얼마나 썩이겠는가.
“첼시도, 챔피언십팀도 아닌, 3부리그까지 왔는데.”
여기서 적응하지 못하고, 팬들에게조차 외면받는다면.
실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위험해. 정말로.”
이 팀에서마저 나가게 된다면. 버티지 못하고 또 훌쩍 떠나야 한다면.
추락.
단순한 유망주의 추락 따위가 아니라.
“더는, 앤서니를 찾는 팀은 없게 될 거야.”
그러면 에이전트인 실러의 경력도 완벽하게 무너진다.
아니, 커리어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앤서니, 이 자식.”
그는 잘 알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내심으로는 여러모로 신경 쓰고 상처도 쉽게 받는 어린애라는 걸. 감독이 앤서니를 중요시해도, 팬들의 비토가 커진다면…….
“어떻게 하지, 이 녀석, 일단 주전 경쟁에서 이겨내야…….”
그 앤서니가 주전 경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그 짓을?
실러는 눈앞이 암담했다.
그때였다.
“형.”
“으응?”
늘 나른하고 흐릿하던 표정이 아닌.
무언가 타오르는 듯한 얼굴로 앤서니가 찾아와 말했다.
“해리 오스카.”
“어?”
“해리 오스카, 그 아저씨 플레이 영상, 다 모아 줘.”
“뭐?”
실러의 눈이 크게 떠졌다.
경기 영상을, 모아, 달라고……?
경쟁 선수의 영상을?
순간 아무 말도 못 하는 실러 앞에, 앤서니가 눈을 부릅떴다.
“흥. 누가 누구한테 진다고?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하! 두고 보라지!”
“어, 어…….”
실러는 처음이었다.
앤서니의 불타는 승부욕을 보는 것이.
‘대체 무슨?’
감독과 면담하고 온다더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니.
‘유진, 그 사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