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48)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47화(148/266)
147. Old man, Young Man (7)
후반전.
경기 시간 76분에 터진 동점 골.
시간대와 상황, 모든 것이 맨스필드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앤서니 로오오오오오호우! 마치 게임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페널티 에어리어! 이 선수가 움직인 공간은 가로 16.5m 골대 옆으로 16.5m밖에 되지 않는 협소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무려 세 명의 수비수와 골키퍼를 현란한 발재간으로 농락하고, 볼과 함께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리네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애당초 앤서니에게 큰 견제가 없었고, 압박이 느슨했다는 점.
갑작스러운 대니 스콧의 프리킥 패스가 단 한 번에 공간을 가로질렀다는 점, 오스카에게 견제가 쏠려 있었다는 부분, 후반전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 체력 저하가 뚜렷해졌다는 점…….
하지만 관중도, 벤치도, 모두 이유가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름답고, 놀랍고, 충격적이며, 환상적인, 그야말로 원더-골! 앤서니 로우가 관중들 앞에서 화려한 서커스를 뽐냈습니다! 전반전의 부진을 모두 떨쳐내는, 실로 압도적인 골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굳이’였다.
처음 골키퍼가 나오는 순간, 슈팅 타이밍이 분명 반짝였다.
누가 봐도 슈팅을 때려야 할 타이밍이었다.
앤서니는 그러지 않았다.
‘굳이’ 공을 잡고, 끌고, 수비에게 시간을 주고, 수비할 틈을 주고, 다시 그 선수를 또 ‘접고’.
그렇게 세 명의 수비, 끝끝내 골키퍼까지 드리블로 접어 버리며 골을 터뜨렸다.
그래, ‘굳이.’
아무렴 문제겠는가.
“Gooooooooal!”
“로우- 골! 로우- 골! 로우-골!”
“Anthony Kill you-!”
발리로 넣나, 현란한 개인기 끝에 넣나, 아무튼 골이다.
솔직히 좋은 타이밍에 골을 넣었다면, 그도 나쁘지 않았겠으나 이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으리라.
“봤냐? 봤냐구!”
“미친, 저 새끼 간땡이가 얼마나 큰 거야?”
“어어, 저 새-끼라니, 앤서니가 니 친구냐? 킹-앤서니에게 경배하라!”
주도권뿐만 아니라 분위기, 기세 그 모든 것이 볼턴에게 넘어갔던 상황.
그걸 단번에 되돌리는 상대를 완벽히 농락하는 골이지 않은가.
어떻게 보였을까. 슈팅 때릴 타이밍에 굳이 개인기를 펼쳤고, 드리블했으며, 수비수들에게 들어올 시간을 주고, 다시 그들마저 제쳐 버렸다. 말 그대로 농락이었다.
맨스필드에겐 짜릿한 희열과 의욕을, 동시에 볼턴에겐 굴욕과 희미한 두려움을 안겨 줬다.
그런 분위기는 곧 필드에서 현격하게 드러났다.
“자리 지켜! 동점이야! 한 골 넣고 이길 수 있어!”
“우리 지고 있는 거 아니라고오!”
볼턴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단순히 분위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하던 대로, 해, 하던 대로!”
“오스카만 막으라고? 미쳤어?”
본래 볼턴의 방식은 오스카를 집중 견제하고, 오늘 슈팅 컨디션이 최악인 앤서니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 그러나 지금 그럴 수 있겠는가?
“앤서니를 내버려두면 좆된다고!”
볼턴 선수들은 오락가락했다. 필드에서도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 문제는 벤치에서도 마땅히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감독님, 앤서니의 그 발재간을 보면…….”
“마수걸이 골입니다. 골 맛을 봤으면, 이 다음부턴 진짜 몰라요!”
“그럼 오스카는? 오스카를 막으려면 전력으로 집중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앤서니를 내버려둘 순 없잖아, 코치!”
아니, 벤치는 필드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베테랑 하트만 감독도, 그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코치진들은 소위 패닉에 빠졌다. 그만큼 앤서니의 동점 골이 충격적이었다.
진퇴양난이 지금 같은 상황을 이르는 게 아닐까.
―오스카 탱크처럼 전진합니다!
“끼아아아악!”
“막아-!”
―이런, 앤서니 아무도 모르는 사이 수비 사이로 파고들었어요!
“저 미친놈은 유령이냐고! 갑자기 어디서 나오는 거야!”
“저놈한테 왜 계속 당하냐고!”
오스카를 막으면 앤서니가.
앤서니에게 신경을 쓰면 오스카가.
“빌어먹을 투톱…….”
하트만 감독은 필드의 혼란에 두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바로 옆, 상대 팀 벤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 왜 하필, 우리와의 경기에서…….”
원망스러웠다. 하필이면 투톱을 여기서 꺼낼 줄은. 그리고 그 파괴력도 생각 이상일 줄이야. 그러나 언제까지고 원망하겠는가. 하트만 감독은 애써 추슬렀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아직 추스르고 여차하면 지키기만 하면 된다. 승리가 날아간 건 아깝더라도 패배만 아니라면…….
―앤서니 로우! 박스에 침투합니다!
애석하게도, 정신을 차리기까지의 시간이 늦었다는 걸.
하트만 감독은 두 눈으로 목격했다.
“오, 갓뎀…….”
앤서니가 또 한 번, 춤을 추고 있었다.
* * *
투웅.
발끝에 걸리는 공의 감각이 등골을 타고 쭈뼛, 머리까지 솟구친다.
동점 골, 세레머니조차 못 하고 본인 역시 얼떨떨해하며 서 있는 와중에.
가장 먼저 오스카가 달려왔다.
‘봐, 니가 가장 잘하는 거 하면 되잖아?’
‘…….’
‘내가 15년 넘게, 수많은 팀을 전전하면서 내 스스로 깨우친, 그리고 내가 갈고 닦은, 나만의 슈팅 타이밍을 노리는 그 기술을 따라 하는 것보다 말이지.’
그랬다. 동점 골의 순간, 굳이 타이밍에 맞춰 때리지 않았다.
왜?
―의식적으로 공을 차는 건 프로, 무의식으로 그 이상을 보여 주는 건 천재죠. 예, 앤서니 선수가 바로 그 천재입니다.
오직 무의식, 감각, 센스, 극한까지 단련된 기술과 훈련이 아닌, 그저 재능.
앤서니는 그래 왔다. 그런 그에게 도리어 정해진 대로, 극한까지 정련된 오스카의 기술은 도리어 맞지 않았다.
‘내가 잘하는 것.’
그게 무엇일까.
단지 감각에 맡기는 것뿐만 아니라.
“패-스!”
해리 오스카가 소리치며 손을 들었다. 중앙으로 파고드는 그의 뒤에 수비가 달라붙는 모습, 그러나 그 앞으로 스루패스를 넣어 준다면 찬스다.
하지만 앤서니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잘하는 것.
‘탐욕.’
바로 욕심.
앤서니가 접고, 또 접을 때. 사실 그 뒤에 오스카가 홀로 서 있었다. 그대로 공을 내어준다면 텅 빈 골문 안에 툭 밀어 넣기만 하면 그만.
하지만 앤서니는 그러지는 않았다. 한데도 오스카는 웃으면서 말했다.
‘노인네가 욕심부리는 것만큼, 꼴사나운 건 없지.’
‘하지만 말이야, 치기 어린 애송이가 부리는 탐욕은.’
‘사람을 향상시키는 법이야.’
‘욕심을 내, 차라리 모든 것에. 술도, 게으름도, 그 무엇도 떨쳐 내기 싫다면, 아무도 널 건들지 못하게. 나조차 너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내 가치관과 사고조차 틀렸다고 생각하게끔.’
솔직히, 앤서니는 누구의 말을 따르지도, 듣지도 않는다.
그나마 유진이 예외라면 예외겠지.
‘그래도, 그 말은, 좀 괜찮네.’
손을 흔들며 패스를 달라고 소리치는 오스카를 보며, 앤서니는 입꼬리를 올렸다.
오스카가 워낙 강하게 소리치는 탓에, 수비들은 아직도 오스카와 앤서니, 둘 사이에서 어정쩡한 위치. 때문에 앤서니는 또 한 번.
―앤서니 선수가 춤을 춥니다! 또 한 번의 서커스! 제치고, 밀어내고, 오, 또 접고, 접고, 골키퍼 튀어나오는 순간, 툭 찍어 차는 칩-슛-고올!
탐욕을 부렸다.
골이라는 완벽한 탐욕을.
―맨스필드가, 앤서니 로우가, 기어코, 끝끝내 역전 골을 터뜨립니다! 여기는 볼턴의 홈구장, 하지만 맨스필드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 * *
동점 골과 달리, 역전 골에서 앤서니는 세레머니를 제대로 펼쳤다.
말 그대로 춤을 췄다.
조금 익숙한 춤이었는데, 어디서 봤나 곰곰이 생각했더니 SNS에 올렸던 댄스 챌린지 춤 중 하나였다. 제법 잘 췄다. 볼턴 팬들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마구 늘어놓는 걸 보니, 제대로 춘 게 분명하다.
“드디어 투톱이……!”
공격적인 성향의 막스는 경기 내용을 보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반면 알롭 코치는 웃고 있지만, 눈빛은 차분했다.
“허허, 위력적이긴 합니다, 감독님. 하지만 확실히 계속 통할지는 조금 의문이네요.”
“사실 전술 전체로 보면 도리어 경기력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나는 담담히 말했다.
“그러나 상대는, 해리 오스카, 또는 앤서니 로우. 그중 누구를 더 집중해서 막아야 할지, 소위 끔찍한 상황에 빠지게 되죠.”
“그러니까, 중앙에서 최전방으로 볼 배급이 되기만 한다면, 말이죠. 허허.”
알롭은 무언가 생각났는지,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
“예. 우리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전방으로 패스를 뿌려 줄 선수가 있으니까요.”
단 한 번.
원톱 전술보단 적더라도, 단 몇 번의 패스만이 최전방으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나는 여전히 춤추는 앤서니와, 그걸 조금 떨어져서 헛웃음을 켜며 지켜보는 오스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더없이 강력해질 겁니다.”
“……공격력은 그렇겠죠, 허허. 하지만 공격이 강해진다면, 그 반대급부로 우리의 뒷문이 걱정됩니다.”
나는 알롭의 말에 우리 팀 골키퍼를 바라봤다.
기존 주전 골키퍼 은퇴 후, 몇 경기지만 그 자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백업 키퍼.
“걱정 마세요. 곧 튼튼한 강철 문으로 바꿀 거니까요.”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말이다.
* * *
[맨스필드, 원정에서 볼턴을 2 대 1로 격파! 짜릿한 역전 승리!] [전승과 무패의 싸움, 승리는 멈추지 않는다. 맨스필드 리그 7연승으로 압도적 선두 유지!] [동점 골과 역전 골까지, 앤서니 로우 ‘클래스’가 달랐다, 평점 8.8점 베스트 선수 선정!] [맨스필드 유진 감독, 앤서니의 활약에 대한 소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앤서니의 춤은 흥겹습니다, 그런 춤을 경기에서 세 번, 네 번씩 보고 싶군요.” 세레머니 칭찬.] [볼턴 하트만 감독, 무패 행진 종료에 묵묵부답. 아무 말 없이 경기장 빠져나가.] [루머에 따르면 하트만 감독은 앤서니의 댄스 세레머니를 보고 벤치를 때리다가 손이 크게 부어올라……] [앤서니 로우, “역전 골에서 왜 패스하지 않고 굳이 어렵게 골을 넣었냐고? 내가 더 잘 넣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리 오스카, “나는 집에서도 말썽쟁이인 내 조카를 때린 적이 없다. 다만 요즘은 잘 모르겠다.” 농담] [오스카-앤서니 투톱 통했다, 유진 감독의 후반전 전술 변화가 역전으로 이끌어.] [맨스필드의 비상, 유진은 아직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