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52)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51화(152/266)
151. 우승 행보 (3)
볼턴 전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보였던 맨스필드의 투톱은 꽤 충격적이었다.
기존 득점왕 페이스를 달리는 오스카의 파괴력.
덧붙여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앤서니와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증명이었으니까.
당연히 이후 클럽들이 이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막아?”
“어, 일단 오스카는 그 길을 막아서…….”
“그럼 앤서니는?”
“강한 압박을…….”
“그럼 공간이 생길 텐데? 그러면 오스카가 슈팅 각 잡지 않을까?”
“어, 그러면 앤서니를 좀 느슨하게…….”
“앤서니의 오프 더 볼(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 못 봤어? 걔 유령이야, 유령, 갑자기 튀어나온다고.”
“어, 그러면 패스를 못 가게…….”
“대니 스콧의 패스 길을 막겠다고? 뭐 우리 팀에 마스체라노나 부스케츠 있니?”
리그 테이블의 꼭대기.
7승 0무 0패, 승점 21점이라는 압도적 성적.
그 성적을 보고 어떤 팀들이 안심하고, 방심하겠는가.
하나같이 무엇이 저들을 연승으로 이끌었나 분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오는 결론 역시 엇비슷했다.
“이 새끼들…… 어떻게 막아야 하지?”
많은 클럽의 감독과 코치들은 가슴에 납덩이가 올라간 느낌이었다.
답답했다. 딱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아예 불가능한 건 없다. 여러모로 파훼법 따위는 분석과 연구를 거듭하면 나온다. 다만 시간이 없었다.
당장 8라운드, 맨스필드 원정을 가야 하는 칼라일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
고작 5일 만에 파훼법을 만들어 오는 것도, 아니 설령 만들자고 해도 선수단에 이식하기엔 시간이 극히도 짧았다.
“무너질 순 없어! 아직 초반이라고!”
“영원한 강팀은 없습니다. 이겨야만 해요.”
문제는 포기할 수 없는 경기.
칼라일 역시 리그 5위. 승격권에 있는 상황.
지금 맨스필드를 제외하곤 2위부터 8위까지 촘촘하게 승점 차가 붙어있는 마당에, 승점 1점이 소중했다.
“쟤들도 한번 무너질 때 되지 않았을까요?”
“기세란 거 쉽게 안 죽어. 더구나 쟤네 홈에서, 무패인 거 아나?”
“네?”
“리그 투에서부터 모든 홈경기 무패라고! 유진 감독 부임 이후로!”
“오 갓-뎀.”
기세, 분위기, 그리고 홈 무패라는 역사.
그 모든 것이 어울려져 칼라일 코칭 스태프는 답답함을 넘어 절망감을 느꼈다.
그때, 코치 중 누구 한 명이 말했다.
“막지 못하면, 그냥 막지 말죠?”
“뭐?”
“사력을 다해 막아도 부족할 판에, 뭐? 지금 경기 던지자고?”
순간 벌 떼같이 쏘아지는 다른 코치들의 날카로운 말.
그때 감독이 손을 들어 멈췄다.
“잠깐, 계속 말해 보게. 막지 말자고, 아예?”
“아, 예. 사력을 다해도 막지 못할 거면, 안 막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 에너지를 차라리…….”
“공격에 쓰자?”
“네. 그렇죠. 그냥 내줄 거 내주고, 라인 바짝 올려서 치고받는 거죠. 저쪽 수비가 스탠리도 대단하고 하지만, 일단 골키퍼도 약하고,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면야…….”
“차라리 난타전을 유도하자?”
난타전.
수비를 도외시한 채 서로 주먹만 내지르는 난투.
칼라일의 공격력이 제법 리그에서도 손꼽힌다는 걸 고려하면…….
“득점 기회만 생기면 최대한 쏟아내야 합니다. 저쪽 키퍼는 수비 덕을 본 거지, 마구 슈팅이 쏟아지면 분명히 흔들릴 거예요.”
“두 골 먹히면 세 골, 세 골 먹히면 네 골, 네 골 먹히면 다섯 골!”
“……!”
“그래, 그거다. 전부 쏟아부어야 해. 저들도 당황할 정도로!”
칼라일 감독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5일 후. 리그 8라운드 맨스필드의 홈구장.
“King-anthony-! Fuxxing goal!”
전반 8분 만에 앤서니가 부드러운 땅볼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정확히 집어넣는 선취골을 넣는 순간까지만 해도.
“괜찮다-! 괜찮아! 우리도 골 넣으면 돼!”
“밀어붙여! 괘념치 말라고!”
아직 칼라일의 벤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바짝 끌어올린 라인업. 수비보단 공격에 힘을 강하게 준 포메이션과 전술 지침.
“우리도 더 넣으면 된다고!”
감독의 외침을 듣고 칼라일은 선제골을 내줬음에도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Go-Go-go!”
“부숴버려!”
맨스필드 골대를 향해 맹목적으로 전진, 또 전진하는 그 공세에 맨스필드 선수단도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얘, 얘네 왜 이래?”
“뒷공간 커버 안 해? 미친놈들!”
본래 실점을 당하면, 전열을 정비하면서 호시탐탐 득점 기회를 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득점을 위해 맹목적으로 나오는 건,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뒷공간 내어주는 거, 추가 실점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득점을 위해 몰아칠 때나 보일 법한 양상이었다.
전반 8분의 선취골이라는 흥분으로 차오른 맨스필드 선수단이 도리어 칼라일의 강한 반격에 일시적으로 붕괴하는 순간.
―칼라일, 곧장, 동점 기회를 만듭니다! 수비수들 넘어지고, 굴절된 공, 운 좋게 칼라일에게 넘어가고, 오, 이런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
투웅!
그 무엇보다도 확실한 득점 기회가, 칼라일 공격수, 존 오망의 발끝에 걸렸다.
‘왔다.’
조금 운이 좋았다. 저들의 중원과 수비가 당황해하는 사이.
거짓말처럼 수비를 맞고 굴절되어서 뚝 떨어진 공. 선수 마킹을 떨쳐내고, 아무런 문제 없이 공간으로 파고들어 이제 존 오망의 앞에 있는 건 오로지 골키퍼.
존 오망은 이번 경기가 마음에 들었다. 수비 가담? 필요 없다. 닥치고 앞에서 미친 듯이 찌르고 파고들고 뛰고 때려라. 이런 지침은 공격수에게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넌 당황하겠지.’
아마 오늘 경기 내내 지켜볼 골키퍼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응?’
일대일 상황.
수비는 없고, 오로지 골대 앞에 있는 건 골키퍼 본인.
자신이 막지 못하면 실점이라는 지독한 압박감의 상황.
‘그런데, 웃어?’
확신의 웃음.
싱글벙글, 얼굴 가득 떠오른 그 웃음에 존 오망이 당황하는 것도 잠시.
‘오냐, 네 뒤의 팬들이 다 널 저주하게끔 만들어 주마!’
존 오망은 봤다.
타이밍을.
‘왼쪽 구석.’
왼발을 딛고, 공간을 만들고 허리를 살짝 비틀며, 오른발로 임팩트.
뻐엉!
‘됐다.’
빠르고 낮게, 마치 레이저처럼 일직선으로 들어가는 그 골은, 골키퍼가 반응하기도, 반응한다고 할지라도 역동작에 걸려 막을 수가 없는……
파아악―!
“어?”
―으아아! 슈퍼-세입! 슈퍼 세이브! 맨스필드의 이적생, 리처드가 다 들어가는 골을 건져 올려 냅니다! 맙소사, 역동작에 걸렸는데, 저 긴팔이 마치 가제트의 로봇팔처럼 쑥 튀어나와서 공을 막아 내는군요!
“이게…… 안 들어가?”
멍한 존 오망의 눈앞에, 리처드의 긴 팔이 흐물거렸다.
“…….”
춤을 추고 있었다.
이상한 꺾기 춤을.
* * *
“저 미친 새끼 아냐……?”
벤치에서 일제히 분노어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두 가지 함의가 담긴 외침이었다.
“저 슈팅을 막아?”
“역동작인데 막았다고?”
“아니, 첼시에서 경기 3년 동안 10경기도 안 나왔다면서. 경기 감각이랄 게 있지도 않을 텐데.”
“미친놈…….”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슈팅을, 긴 팔로 가뿐히 막아 내는 모습에서 나오는 경악 섞인 탄식.
그리고.
―마치 세레머니를 펼치는 거 같네요! 리처드 선수, 슈퍼 세이브를 선보이고 춤을 추고 있습니다!
허무하게 골을 넣지 못한 공격수 앞에서, 싱글벙글 웃으면서 춤을 추는 모습에 벤치는 탄식했다.
“맙소사.”
“저런 미친 새끼가 다 있어?”
완전히 상대방을 도발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웃으면서.
비단 골을 못 넣은 존 오망만 도발하는 게 아니다. 사실상 지켜보는 칼라일 전체를 도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원정석, 벤치, 곳곳에서 야유와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들의 눈에 말도 안 되는 슈팅을 막아 내고, 동시에 춤까지 춰대는 미친놈이었다.
하지만 칼라일 감독은, 그 행렬에 끼어들지 못했다.
아니, 그의 눈에 애당초 리처드의 괴상한 꺾기 춤 따위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불현듯 생각했다.
“우리가 한 골 먹으면, 두 골을 넣는 것이 이번 경기의 모토였지…….”
이런 전술을 들고 올 수 있었던 근거는 하나였다.
“우리가 골을 잘 넣을 거라는 근거.”
아무 의미 없는 근거는 아니었다.
리그 상위권의 득점력과 저들의 부족한 골키퍼를 생각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노림수였다. 하지만 지금 칼라일 감독은 불길함이 끈적하게 뇌리로 파고드는 기분이었다.
“그 근거가 흔들리면?”
그러니까, 우리가 골을 못 넣으면, 아, 그러니까 저 골키퍼가…….
“단순히 요행이 아니었다면?”
그러면 우린 골 못 넣고, 저들은 우리의 빈 공간을 마음껏 공략하고…….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칼라일 감독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망할.”
그는 현실을 깨달았다.
이후, 칼라일은 15개의 슈팅과 9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고.
―리처드! 새로운 팀의 데뷔무대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의 슈퍼-세이브! 대체 몇 번째인가요, 그 어떤 슈팅도 골라인을 넘지 못합니다! 맨스필드의 수호신, 리처듭니다!
득점은 없었다.
―앤서니 로우, 환상적인 터닝 슈팅! 맙소사, 이런 슈팅이라니요! 아름답고, 황홀하며, 진귀하며, 가슴이 떨리는, 해트트릭을 완성합니다! 이적 후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앤서니 로호오오오우!
경기 종료
맨스필드 타운 7 : 0 칼라일
* * *
리그 8연승.
경기 전후를 가리지 않고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대는 건 이제 익숙해진 상황.
그들의 질문은 때론 호의적이기도, 가끔은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온다.
“끊임없이 승리를 거듭하는 맨스필드에는 약점이 없어 보입니다. 이 승리가 계속될 수 있을까요?”
“계속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나는 확실합니다. 우리는 승리를 위해 싸우고 있죠.”
“하지만 때때로 승리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 놓일 때도 있을 텐데요? 그때도 승리를 자신하시나요?”
“자신이 아닙니다.”
“네?”
“승리에 대한 자신이 아니라, 승리에 대한 믿음이요.”
“…….”
“나는 믿습니다. 팀, 서포터즈, 선수, 그리고 감독인 나를.”
기자들의 질문이 호의적이면서도 동시에 날이 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8연승의 스타트는 영국, 아니 유럽 전체로 눈을 돌려도 상당한 성적이다.
무엇보다도 기자들도, 팬들도, 축구인들이라면 다 본능적으로 안다.
잘나가는 팀에도 딜레마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 팀 경우에는.
―대니 스콧과 브랜들리 스탠리, 해리 오스카가 동시에 결장하는 오늘 경기의 맨스필드입니다!
주전과 비주전의 확연한 격차.
대니 스콧이 자잘한 부상, 해리 오스카와 스탠리의 경고 누적.
감독에게 기어코 꼭 찾아오고야 마는 베스트 일레븐의 약화일 때.
―8연승의 맨스필드, 오늘 그 연승이 끊어질지도 모르는 위기군요. 유진 감독, 과연 오늘 주전 선수 결장이라는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맨스필드는 여전히 강한가?
사실 주전 한두 명 못 나온다고 팀 전력이 급감한다면, 그건 강팀이 아니다.
주전이 나갈지라도, 백업이 주전만큼의 활약을 펼치는 흔히 말하는 더블 스쿼드.
그것들이 바로 강팀의 절대적인 조건이었다.
―앤서니 로우는 절정에 오른 폼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만, 아직 체력 이슈가 있습니다! 지난 경기에서도 60분 만에 지쳐서 먼저 교체를 요청했을 정도죠. 오스카가 없는 지금, 앤서니 로우가 90분, 최전방을 책임져야만 합니다!
오스카 대신 앤서니 로우.
스쿼드의 최전방만큼은 강팀이란 호칭을 붙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도리어 과했다. 득점왕 페이스 오스카 대신, 챔피언십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 앤서니 로우라니.
―중원 역시 약해졌습니다! 대니 스콧은, 사실 대체 불가, 그 자체거든요. 토마스 캐롤이 그 자리를 대신해 줄 수 있을까요? 톰 뉴톤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갔습니다. 이러면 또 수비진에서 문제가 생기죠. 젠킨슨의 파트너 역시 백업 수비수로 교체된 상황! 점입가경! 스탠리도 없습니다!
반면 대니 스콧의 아웃은 대체 불가였다.
토마스 캐롤은 작은 육각형 선수. 딱히 장점도, 약점도 없는 무난함 그 자체. 절대로 대니 스콧을 대체하지 못한다. 그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본래 수비수인 쓰리 톰의 수비-톰인 톰 뉴톤을 한 칸 올려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
이렇다 보니 젠킨슨은 수비 파트너가 바뀌었다. 거기에 스탠리의 결장까지 실로 치명적인 손실.
상대 팀은 지금이야말로 맨스필드를 이길 기회라고 눈을 번뜩였다.
그러나 그 눈이 마음에 안 드는지, 전반 17분, 앤서니 로우의 감아차기 골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Yeeeeeeeeeeeea-!”
별 특별한 어려움을 겪지도 않았다. 가볍게 받고, 차고, 그리고 감아차기.
그리고 후반 18분. 저들이 역습 찬스에서 완벽한 득점 기회를 만들었을 때.
뻐어엉!
“Wuuuuuuuuu-!”
“리처드-!”
회심의 득점 기회를 날려 버려 넋이 나가 버린 공격수들 앞에서 슈퍼 세이브 후 춤을 춰 버리는 리처드.
그리고 고작 네 번의 슈팅으로, 마지막 쐐기 골까지 두 골로 상대를 함락시켜 버리는 맨스필드의 경기력을 보노라면, 나는 그 딜레마에 대해 답을 내놓을 수 있다.
그래, 우린 강팀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맨스필드가 리그 9연승을 달립니다!
이기는 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