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54)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53화(154/266)
153. 우승 행보 (5)
리그 10연승을 기록한 시점.
맨스필드는 이제 왈가왈부할 수 없는 공고한 위치를 다졌다고 평가받았다.
1위 맨스필드 타운 10승 0무 0패 승점 30점
2위 입스위치 타운 7승 1무 2패 승점 22점
3위 레딩 FC 6승 2무 2패 승점 20점
4위 볼턴 원더러스 5승 3무 2패 승점 18점
“이거 진짜예요?”
“그, 리그 순위표에 약간 오류가 있는 것 같은데요!”
“아 1위가 예상 못 한 팀인 맨스필드인 건 그렇다 치고, 승점 30점……?”
“지금 이제 9월 막바지인데?”
리그 원의 오랜 팬들은 두 눈을 비비며 경악했다.
단순히 맨스필드가 1위에 자리 잡은 것만이 놀라운 게 아니다.
그래, 승격 팀의 돌풍, 뭐 파란이니, 이변이니.
기나긴 프로 축구 역사에서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럴 수 있긴 뭐가 그럴 수 있어!”
“그아아아아악! 왜 맨시티가 리그 원에 있나요!”
“응, 맨시티도 지금 승점 30점은 못 만들었어.”
“10경기 10승 승점 30점이 뭐가 그럴 수가 있냐고!”
“아니, 승격 팀이라면서! 왜 저런 미친놈들이 밑에서 올라왔냐고오!”
리그 원의 여러 구단은 거의 패닉에 빠졌다.
단순히 서포터즈만의 반응이 아니다.
오히려 구단 사무국, 프런트, 클럽의 코치진이 받은 충격은 더 강렬했다.
“아, 분명 난적으로 예상은 하긴 했는데요…….”
“만만치 않은 팀이라고 우리 전력분석팀에서 분석 보고서를 내놓긴 했습니다만.”
“제법 위협적인 팀이라고 분명 생각은 했는데, 하 이게, 말이 되나?”
“그, 맨스팰드 쟤네, 왜…… 저럴까요?”
팬들은 때때로 흥분하고, 분위기에 도취하고, 욕심을 부리며 그 이상을 바라기도 한다. 최대한 행복 회로를 풀가동하면서 남은 경기 다 이기면 우승도 무리가 아니야…… 같은 소리를 할 정도로.
팬들이기에 그럴 수 있다. 반면 구단의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현실적이어야 했다.
철저한 분석으로 현실적인 판단을 똑바로 해야 하는 것이, 장기 레이스를 달릴 수 있는 원동력.
그러니 지금 이들에게.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군…….”
맨스필드의 전승은 ‘현실적’이지 못했다.
“대체 이유가 뭐지?”
“이게 꿈이 아니라면, 저놈들이 미친놈인 것처럼 구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지금의 상황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어야만 했다. 그래야 경쟁팀들이 현실적인 대비책을 내놓을 수 있지 않겠는가.
“스트라이컵니다. 스트라이커.”
“저기 공격진은 리그 원 최강, 아니 챔피언십으로 보내도 최상위에요.”
“챔피언십 최상이라고? 그건 너무 과한 거 아닌가? 거기서 최상위면 프리미어리그 하위권도 노려볼 만하단 소리 아냐!”
“공격진만요, 공격진!”
“저쪽 스트라이커는 차원이 다릅니다!”
리그 테이블이 아닌, 득점 순위만 봐도 그들의 주장에는 완벽한 논리가 성립됐다.
1위 해리 오스카 14골
2위 앤서니 로우 11골
3위 윌리엄 오셔 6골
“이거 진짜예요?”
“오, 신이시여.”
“리그가 열 경기인데, 14골, 11골?”
“심지어 앤서니는 교체 출전이 다수, 출전 시간만 따지면 압도적입니다.”
“그러니까, 누구보다 확실한 득점왕 둘이 한 팀에 있다?”
“득점왕이 골 넣고 교체당한 뒤에 또 다른 득점왕이 들어와서 골 넣는다고……?”
“아니면 득점왕 둘이 투톱으로 나와서 찢어 버린다거나…….”
“……미쳤군.”
마지막 탄식처럼, 맨스필드의 말도 안 되는 성적에는 폭발하는 득점력에 있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해리 오스카의 헤더어! 맙소사, 이젠 놀랍지도 않죠! 이 빅 앤 스몰은 고전적이면서도 파괴적입니다! 앤서니 로우, 튀어나와 공을 잡고 흔듭니다!
―하하, 해설로서 정말 두 선수가 사랑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왜 그러죠?
―그야 무슨 설명을 하기 전에 골! 외치면 이미 시청자분들에게 설명이 끝나니-골! 앤서니 로우 골!
―그렇군요, 골이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캐스터는 말해야죠. 조금 전 오스카의 헤더를 받은 앤서니 로우가, 선수 한 명을 라 크로케타로, 다음 선수를 소위 말하는 알까기로, 그리고 그다음 선수는 상체 페인트로……
―수비진을 찢어 버린 뒤에,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골문을 갈랐습니다!
―앤서니 로우, 경기 전 본인의 SNS에서 전반전에 해트트릭을 하겠다고 공언했거든요?
―왜 전반전이죠?
―후반전엔 힘들어서 벤치로 가서 쉬어야겠다고 한다더군요!
―하하하, 이 악동이 리그 원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첼시 팬들의 복장을 뒤집어엎었던 앤서니 로우의 sns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해리 오스카는 세레머니도 귀찮다는 듯이 손만 툭툭 흔들어 대는 앤서니에게 말했다.
“진심이야?”
“뭐가요오.”
“후반전은 힘드니까 전반전에 골 다 넣겠다고?”
“네에에.”
“미친놈.”
“그러니까 아까처럼만 해요오.”
해리 오스카는 자기도 모르게 새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자기가 해트트릭해야 하니까, 패스나 하라는 이 앙큼한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좋아. 전반전 해트트릭 못 하면, 넌 내일 휴일 없이 나랑 트레이닝장으로 간다.”
“……잠깐만요오.”
이제 앤서니 활용법을 유진에 이어 두 번째로 파악한 오스카는 앤서니와 환상의 호흡을 펼쳤다.
[맨스필드 타운 4:0 애크링턴] [11연승의 맨스필드, 그들을 누가 멈출 수 있는가?] [오스카-앤서니의 투톱, 4골 합작!] [앤서니 로우 두 번째 해트트릭 달성, 리그 원 완벽 적응!] [맨스필드의 앤서니 로우, “득점왕이 목표. 리그 우승? 그건 감독님이 알아서 하실 것.”] [해리 오스카, “아직은 내가 득점 1위. 더는 양보 안 해.”] [맨스필드의 우승이라는 골문을 향해 슈팅하는 화려한 공격진. 맨스필드 리그 원 최다득점! 해리 오스카-앤서니 로우 둘이서 29골!] [리그 원에 떨어진 특명, 맨스필드의 공격진을 막아라!]* * *
“세상의 위대한 선수도 슬럼프를 겪습니다. 1경기당 1골? 그게 가능한 수칩니까? 저 메시조차도 0.83골인가 그랬어요!”
“아무리 리그 수준이 차이가 난다고 한들, 아무튼-! 연속 골 행진은 무립니다!”
“왜냐? 저들이 슬럼프만 겪느냐? 아니죠, 우리도, 막을 대비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실적인 분석에 따르면 두 스트라이커의 폭발적인 득점력이 맨스필드를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였다. 그리고 그 공격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무조건 통하는 법은 아니었다.
“옛날 바르셀로나의 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 이 쓰리 톱이 무득점한 경기가 있던 거 아시죠?”
“저 미친 공격진도 골 못 넣는 날이 있다고요! 경계할지언정, 무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그 공격진이 골을 넣지 못한 경기의 비율이 전체 경기 대비 몇 경기나 되는지는 손으로 세어 볼 정도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막을 수 있습니다.”
오스카와 앤서니의 투톱이 아무리 강력하다 한들, 요지는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둘의 활약이 대단하다고 한들, 앤서니는 풀타임을 뛸 수 없다는 체력적 한계, 부족한 활동량 등 단점이 확실했고, 해리 오스카 역시 첫 경기부터 거의 풀타임에 가까운 출전을 해 온 이상, 나이와 더불어 슬슬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후반 87분! 오늘의 경기는 아직 무득점입니다! 오늘 맨스필드의 공격진을 꽁꽁 묶어 두는 데 성공하는 플리머스의 수비진! 앤서니 로우가 교체로 물러나고, 홀로 남은 오스카 최전방에서 외로이 고군분투하지만, 예, 지쳤어요, 지쳤어요!
리그 12라운드.
플리머스는 홈에서 단단히 준비해 왔다. 이전 팀들과 달리 시간이 많았다. 무려 3경기, 4경기 전부터 맨스필드를 요주의 팀으로 선정, 그들의 공격진을 막는 데, 훈련을 매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훼법 같은 게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게 축구다.
즉.
오스카와 앤서니의 공격력이 매 경기 폭발력을 낼 수 없다는 점은, 예견된 미래였음이라.
―플리머스의 오늘 경기력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번 리그 통틀어 최상의 컨디션, 최고의 플레이입니다!
하물며, 맨스필드만이 최고의 팀워크와 플레이를 보여 줄 수 있겠는가.
다른 팀들도 똑같은 프로.
그들 역시 목표를 향해 맹렬히 질주하는 의지는 맨스필드에게 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그들 역시 리그를 통틀어 최상의 플레이를 펼치는 날이 있고.
하필이면 오늘일 수도 있단 뜻이다.
―플리머스의 공격 전개, 아름답고, 전율적입니다! 물이 제대로 올랐군요! 패스 미스가 보이지 않는 연계 플레이! 오늘 실수가 거의 없는 플리머스! 반대쪽 방향 전환, 트래핑, 제쳤어요! 트래핑과 함께 선수 제치고, 돌파, 동시에 스루패스! 오, 찬습니다! 찬스!
하지만, 축구란 우리가 잘한다고, 이길 수만은 없는 스포츠.
뻐어엉!
―으아아아악! 이걸, 이걸 막습니다, 맨스필드! 리처드 선수! 쭉 뻗은 펀칭! 맨스필드를 패배라는 수렁에서 건져 올립니다! 슈퍼 세-입! 슈퍼 세이브! 환상적인 선방이 플리머스를 좌절케 합니다!
골 넣은 공격수처럼, 슈퍼 세이브 세레머니를 좌절한 공격수 앞에서 펼치는 리처드의 춤은, 마치 말해 주는 듯했다.
오스카, 앤서니, 그래 어쩌다가 한 번쯤 막을 수 있겠지.
근데, 너희 말이야.
―맨스필드, 이번 경기에서도 클린시트를 기록합니다!
너흰, 뚫을 수 있겠어?
맨스필드의 골문을?
* * *
11승 1무 0패.
전승은 끝났지만, 아쉬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플리머스 전, 맨스필드의 연승 행진이 끝난 경기였죠. 거기에 처음으로 무득점 경기가 나왔습니다.
―이제 맨스필드의 흐름이 꺾인 거라고, 조심스레 생각해도 될까요?
―하하, 그럴 리가요! 맨스필드는, 오히려 더 강해진 모습을 보인 겁니다!
“저 사람, 정확하네요.”
“……팀장님, 아니 자일슨 씨. 잠은 주무십니까?”
“잤습니다.”
……그저께요.
같은 뒷말이 들린 건, 내 착각이었나.
자일슨 전력분석팀장은 야근이 일상이 된 맨스필드 프런트, 코칭스태프에서도 가장 많은 업무를 소화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적당한 휴식은 필숩니다. 팀장님.”
“휴식……이요?”
다크서클이 가득한 두 눈의 동공이 짧게 흔들렸다.
“저한테, 리그 원 모든 팀 분석 보고서 요청하셔 놓곤, 매 라운드 경기도 체크해 달라고 하셔 놓곤, 휴식……이요?”
나를 향했던 그 신뢰와 호감, 존중 따위로 반짝이던 눈 대신 음울한 눈빛만이 가득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일은 하더라도, 휴식은 취해야죠.”
“…….”
그의 얼굴이 뚱해졌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 업무량이 팀장님보다 적은 것 같습니까?”
“아, 그건.”
“막스 수석코치가 일을 적게 하는 것 같나요?”
“…….”
“아닙니다. 모두 각자의 과중한 업무에 치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업무 속에서도 충분한 휴식은 각자 알아서 누려야 합니다. 지금 팀장님께서 그러지 않은 이유는, 제가 시켜서가 아니라, 하납니다.”
나는 그의 희미하게 올라가고 있는 입꼬리를 바라봤다.
“이 일이, 너무 즐거우니까.”
“!”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밤을 새 버리는 것처럼, 지금 팀장님이 그러고 있습니다. 취미라며 그 열정을 바쳤던 것을, 지금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요.”
“아…….”
그는 무언가 깨달았는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일단 여기 앞으로 있을 다섯 경기를 치를 클럽들 분석 보고서입니다.”
대충 훑어만 봐도, 앞으로 있을 다섯 경기 구단의 핵심 정보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내용. 역시, 즐기는 자의 업무 능력은 무서울 정도로 대단하단 말이지. 나도 모르게 툭 말을 내뱉었다.
“좋네요.”
“그런데, 저 라디오 방송 패널이 누구랍니까?”
자일슨이 흥미를 드러냈다.
“글쎄요. 어디 축구 전문가라고는 하는데.”
“제가 소위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딱히 좋아하진 않는데, 저 사람은 꽤 그럴듯하네요.”
“그런가요?”
―전승이 깨졌기에 맨스필드는 더 강해진 겁니다. 플리머스 전에서 그것이 여실히 드러났죠.
일견 듣기에는 어설픈 소리다.
겨우겨우 비겼는데, 더 강해졌다는 증거라니.
하지만 자일슨의 두 눈은 진지했다.
“감독님도 아시잖아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이거 참,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에서 이긴다.”
“…….”
자일슨이 어깨를 으쓱였다.
“전형적인, 우승 팀의 행보죠.”
나는 대답 대신 웃었다.
자일슨이 허탈하게 웃었다.
“이제, 만들어진 겁니까? 감독님의 팀이요.”
나의 팀.
리그 투, 그 망가졌던 상황에서 만들어 내고자 했던, 오로지 내 축구 철학을 오롯이 이식하고 선수단 전부가 똑똑히 체득하고 이행하는, 나의 완성된 팀.
“뭐, 한 팔십 프로쯤은요.”
“팔십 퍼센트? 그럼, 나머지 이십은……?”
“리처드 골키퍼.”
순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자일슨의 얼굴에서 시선을 뗐다.
창밖.
선수들의 슈팅을 다이빙하며 막아 내곤, 춤을 추고 있는 리처드가 시야에 담겼다.
“아직, 아직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