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61)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60화(161/266)
160. 마지막 시즌 (5)
경기 전.
포트 베일과의 경기를 앞뒀던 시점의 라커룸.
유진은 떠들썩한 분위기를 둘러보면서 담담히 말했다.
“크리스마스는 즐거웠습니까?”
“메리 크리스마습니다! 감독님!”
“메리 크리스마스!”
계속된 무패 행진.
치열한 일정에서 꿀만 같았던 가족, 친구들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휴일.
당연히 라커룸의 분위기는 온화하다 못해 흥겨웠다.
전일.
종일 땀을 흘리며 개인 훈련을 했던 젠킨슨과 토마스 캐롤도, 적당히 그런 분위기에 녹아들고 있었다. 어쨌든 둘 역시 저녁에 가족과 보내면서 푹 휴식을 취했으니까.
하나 그런 따뜻했던 분위기는, 이어지는 유진의 말에 빙하처럼 빠르게 식었다.
“물어볼 필요도 없었네요.”
“하하, 감독님도 휴일을 잘-”
“답이 없을 정도로 개판인 게 한눈에 들어오니까요.”
“……!”
차갑게 식은 분위기 속에서 떠들썩했던 목소리는 일제히 사라졌다.
“나는 여러분께 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은 쉬는 게 아니라, 마치 휴식기인 것처럼 방탕하게 놀고 왔습니다.”
눈치 빠른 선수 몇몇은, 라커룸에 몇 명의 얼굴이 보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아직 경기 시작 전이다. 시간은 제법 남았다. 하지만 감독이 들어왔는데도, 선수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는 하나.
“이틀 전 예고했던 라인업은 변경합니다.”
“……!”
“갑자기 예정된 선발진을 바꿀 정도로, 특별한 전술이 튀어나온 게 아닙니다. 상대 팀을 공략할 새로운 전략이 생긴 것도 아닙니다. 마치 천재지변처럼 불가피한 일이 닥친 겁니다.”
숨 쉬는 소리만이 겨우 들릴 정도로 무거운 적막이었다.
푹 휴식을 취하고 돌아왔던 선수들은, 크리스마스의 단꿈에 젖은 채 둥실둥실 떠올랐던 즐거운 감정이 바닥에 처박혔다.
“숙취에 찌든 선수라거나, 파티를 즐겨서 잠도 못 잔 선수라거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도저히 뛸 수 없다거나. 감독으로선 참 어처구니없이 선발 라인업을 변경해야만 하는 상황이요.”
“…….”
“그간 준비해 왔던 전술과 전략과 지침을 쓰레기통에 절반쯤은 처박아야 하는, 이 상황에서 제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유진이 피식 실소를 내뱉었다. 근래 보지 못했던 담담하면서도 차갑기 짝이 없는 유진의 모습에 선수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고, 라커룸엔 긴장감이 더없이 차올랐다.
“저나 코치진이나, 그래서 의심이 들었습니다. 아, 이 선수들. 계속된 무패 행진에, 자만하고 있구나.”
“……!”
“묻겠습니다. 여러분, 자만하고, 방심하고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변명하듯이 튀어나오는 대답.
유진은 그 대답을 한 선수를 바라봤다.
토마스 캐롤이었다.
캐롤은 자기도 모르게 그리 외친 것에 당황한 듯, 팍 쪼그라들었다.
곁에 앉은 젠킨슨은 토마스 캐롤이 왜 반사적으로 대답했는지 일견 이해가 갔다.
‘감독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 싶어 하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재계약 제안이 없음에도 어떻게든 이겨 내겠다는 그 말을, 어제 듣지 않았던가.
이 팀에서의 모든 권한은 감독에게 있음을, 선수들도 모르지 않았다.
토마스 캐롤은 재계약을 원한다. 이 팀에 남고 싶어 한다.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전부를 쏟아 내려고 한다.
하니.
‘감독에게 조금이라도 밉보이기 싫은 거겠지.’
그래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대답이리라.
유진은 한동안 캐롤을 쳐다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믿겠습니다.”
“……!”
“무패 행진에, 거듭된 승리에, 패배하지 않는 불굴의 경기력에 여러분이 심취해 있지 않다고. 방심하고 있지 않다고, 자만하지 않고 있다고. 그리 믿겠습니다.”
선수들의 눈빛이 변했다.
신뢰일까.
아니면 경고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감독은 경고임과 동시에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고.
젠킨슨은 유진의 화법에 냉탕과 온탕을 순식간에 오가는 선수단의 분위기는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감탄도 나왔다.
경고와 신뢰를 동시에 보이는 감독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일으키는 것도 가능할까.
“그러면 믿겠습니다. 더는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제 믿음에, 보답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보스!”
순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대답에, 젠킨슨은 내심 실소를 머금었다.
‘가능하군.’
축구판에서 볼꼴, 못 볼 꼴 다 봐 온 늙은 자신조차 심장이 뛰고 있으니.
젠킨슨은 그런 유진을 신뢰했다.
때문에,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필드로 나가기 직전.
유진이 따로 그만을 불렀을 때도 귀를 기울였다.
“캡틴.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표하곤 합니다. 너무 몸을 돌보지 않고 뛰는 거 아니냐고.”
“아, 그건…….”
젠킨슨은 멈칫했다. 순간 표정 관리하기가 힘들었다. 멋쩍은 쓴웃음만이 나왔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몸을 돌보지 않고 피를 흘리고, 그저 묵묵히 혼자 다 감당하겠다는 듯한, 그 태도 말입니까?”
“……!”
예상치 못한 타박에 젠킨슨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는 순간 혼란스러웠다. 무엇이지, 유진은 자신에게 무얼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캡틴.”
“……네, 감독님.”
“저는 선수를 부를 때, 다른 선수처럼 이름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
“오직, 캡틴이라고만 부릅니다.”
담담한 시선. 젠킨슨 알 듯, 모를 듯한 시선으로 눈이 마주쳤다.
“저에게는 어떤 선수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필드 위에 있는 순간, 모두가 베스트 일레븐입니다. 오스카도, 앤서니도, 대니 스콧도. 제임스도, 오늘 갑자기 출전한 토마스 캐롤 선수도요.”
필드 위에 올라서는 순간.
유진에게는 모든 선수가 베스트 일레븐이었다. 동일했다. 맥 헤럴드를 팀에서 방출할 때 일갈했던 것처럼, 유진에게는 특별한 에이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특별한 선수는 없다. 조금 더 잘하는 선수는 있을지라도.
하나.
“단 한 명.”
“…….”
“나는 선수만은, 주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감독은 필드에서 벌어지는 일을 주장에게 일임합니다. 몸이 부서지고, 피를 흘리고, 소위 말하는 그 투혼은.”
유진은 젠킨슨의 눈을 들여다봤다.
“내가 원하는 주장의 역할이 아닙니다.”
“…….”
“캡틴. 필드 위에서의 주장은, 감독을 대리합니다. 내가 원하는 주장은 그렇습니다. 그러니.”
유진은 젠킨슨의 어깨 밑, 주장 완장을 툭, 쳤다.
“하세요. 그 역할.”
“……!”
“주장답게요.”
담담한 그 눈빛이, 젠킨슨의 동공을 타고 뇌리로 파고들었다.
* * *
투웅.
발끝에 착 달라붙는 공.
걷어내거나, 태클하거나, 그도 아니면 패스하거나.
최후방 수비수인 그에게 발끝의 볼이란 그런 것이었다.
하나 지금, 젠킨슨은 전방을 주시하며 공을 발에 붙인 채 전진했다.
―어, 어, 젠킨슨의 전진! 돌파! 상대 팀이 당황했습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압박하지만, 젠킨슨, 밀고 나갑니다! 수비수가 센터서클까지 진출합니다!
순간 당황한 듯한 선수들의 시선이 피부로 전해졌다.
상대 선수뿐만 아니다.
옆에서 라인을 맞추던 파트너 센터백 톰 뉴톤도, 늘 좋은 수비를 보여 주던 스탠리도, 심지어 리처드의 당혹스러운 눈빛까지도 등에서 느껴졌다.
한데도 젠킨슨은 전진했다.
―몸을 돌보지 않고 피를 흘리고, 그저 묵묵히 혼자 다 감당하겠다는 듯한, 그 태도 말입니까?
‘나는 안다. 나는 알아. 내가 갈수록 늙어간다는 거.’
느려지는 속도.
부족해지는 판단력.
곧장 반응하지 못하는 반사 신경.
공격수와 어깨를 부딪칠 때마다 전해져 오는 충격.
선수로서, 죽어 간다.
고작 1년이 지났다.
바뀐 무대는 고작 한 단계 높은 리그.
‘맨스필드는 다음 시즌, 챔피언십에 도달해 있을 거야.’
그리고 자신은 또 한 번 1년이나 늙어졌으리라.
‘1년.’
젊을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시간.
지금은 다르다. 젠킨슨은 작년과 지금 실로 큰 격차를 체감했다.
‘그래서 내 마지막 시즌.’
겸허히 인정했다. 이번 시즌이 자신의 마지막이 될 거라고.
그래서 뛰었다.
팬들이 투혼이라고, 헌신이라고, 모두의 찬사를 받는 수비.
피를 흘리면서까지 해내는 처절함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느린 발, 약해져 버린 근육, 처참한 순발력, 그 모든 것으론 도저히 막을 수 없었기에, 그저 무식하게 몸을 던져야만 했다.
마지막 시즌이라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퇴물에겐, 그것만이 주장으로서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젠킨슨 선수의 실책! 리처드 골키퍼가 수렁에서 건져 올립니다!’
‘아, 젠킨슨 선수, 판단 미스예요! 선수를 놓쳤습니다!’
‘수비진의 리더인 젠킨슨이 너무 늦게 움직였어요, 오프사이드 트랩이 너무 쉽게 깨졌습니다. 리처드가 아니었다면, 이거 실점이었어요.’
‘하하하! 오늘 젠킨슨 선수, 리처드에게 술 한잔 사야겠는데요?’
잦은 실책, 뚜렷해진 폼의 저하, 선수들에게 신뢰와 믿음 대신 불안과 걱정을 받게 된 자신이, 주장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나.
오직 피를 흘리고, 몸을 던져, 선수들에게 솔선수범하는 그 투혼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주장은 그런 역할이 아닙니다.
그럼, 대체 뭔데.
묻고 싶었다. 마치 짐작하고 있지 않으냐- 같은 눈빛으로 말하는 유진에게 되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필드 위에서의 주장은, 감독을 대리합니다. 내가 원하는 주장은 그렇습니다.
필드에서 감독이 원하는 그림은 무엇일까.
모르겠다. 고민해 봐도 모르겠다. 그런 그에게, 토마스 캐롤의 눈빛과 백패스가 도달했다.
받는 순간 알았다.
‘의미 없는 백패스.’
토마스 캐롤이 자신에게 보내 준 공은 그런 결과였다.
경합에서 밀려서, 전진하지 못해서, 좋은 전진 패스를 뿌릴 수 없어서.
‘대니처럼 할 수 없는, 캐롤이니까.’
하지만 캐롤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어코 버텨서 공을 지키고 붙잡았다. 옷깃을 잡아끌고 심판 몰래 팔꿈치로 찌르는 그 싸움에서, 캐롤은 지킨 공을 젠킨슨에게 보냈다.
차악.
패스에선 패서의 감정이 느껴진다고, 종종 선수들은 말하곤 한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뭔 공에 감정이 있냐고, 핀잔을 주곤 했지만, 젠킨슨은 받는 순간 알았다.
그의 백패스에는 지독한 절박감이 느껴졌다.
때문에 젠킨슨은 전진했다.
‘이 백패스가, 의미 없지 않게.’
빌드업의 실패가 아니라, 다른 기회를 창출해 낸 패스가 될 수 있게끔.
‘절박한 동료를,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것.’
그것이, 주장의 역할이라면.
―백패스를 이어받은 젠킨슨이, 멈추지 않고 공간을 파고들고 전진합니다!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지는 양측 선수단, 젠킨슨 거침없이 내달립니다! 맨스필드 경기를 중계하면서, 처음 보는 모습입니다!
투웅, 툭!
“이, 미친놈이-!”
적당히 거리를 두고 길을 막던 상대 선수들은 당황했다.
젠킨슨의 드리블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수비수가 여기까지 올라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과감함.
수비수가 미쳤다고 라인을 벗어나 저렇게 전진하겠냐는 안일함.
그리고 수비가 드리블 해 봤자, 얼마나 잘하겠냐는 방심.
그래, 그들의 안일함도, 방심도, 예상도 딱히 틀린 것도, 멍청한 일도 아니었다.
다만, 단 하나.
―오, 맙소사, 젠킨슨의 돌파! 단숨에 페널티 박스 근방까지 왔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포트 베일에 일순 균열이 만들어졌습니다!
주장이라는 무게.
팔뚝에 찬 완장의 그 무게를.
‘다 늙어 가고, 더 이상 선수들의 중심이 될 수 없는 그런 퇴물이지만.’
가장 오랫동안 팀에서 감당해 온.
‘아직은, 주장이야.’
원 클럽 맨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주장의 역할.
―젠킨슨, 젠킨슨, 젠킨슨입니다! 최후방에서 받은 백패스를 그대로 밀고 전진, 또 전진, 막지 못하는 사이, 어느새 페널티 박스, 최후방 수비수가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와- 슈우우우웃!
뻐엉.
발목에 감기는 그 치열한 감각.
젠킨슨은 쏟아 냈다. 단 한 번의 슈팅에, 전부를.
강력한 슈팅이 궤적을 갈랐다.
터엉!
―젠킨슨의 슈팅이 골퍼스트를 맞습니다!
하나 절박하다고 전부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잔혹한 현실을 젠킨슨은 잘 알았다.
혼자서 절박해 봤자, 그저 발악에 불과하다고.
하나 젠킨슨은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는 순간에.
엄청난 돌파에 이어 나올 법했던 최고의 골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아니, 저도 모르게 웃었다.
“포기 안 한다더니.”
그의 시야에 몰려드는 상대 수비 사이로 파고드는 악에 받친 얼굴이 잡혔다.
―튕겨 나온 공, 선수들 달려듭니다, 혼전 상황! 어어, 누군가요! 맨스필드, 토마스 캐롤! 토마스 캐롤이 모든 경쟁에서 이겨 내며 세컨볼을 차지하기 위해 몸을 내던집니다!
네댓 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그 틈에서 이겨 낸 선수는, 모두가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희미한 존재감의 토마스 캐롤.
그 백패스는 분명 의미 없는 패스. 전진하지 못해 뒤로 돌리는 무능. 그랬을 터인데.
캐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젠킨슨이 살려 준 공.
기회를 창출하고 나아가라는 유진의 지침을 따르지 못했던 그 백패스를.
유의미한 슈팅으로 만들어 낸 젠킨슨의 그 질주를 보고, 어떻게 포기할 수 있었을까.
캐롤은 오랫동안 함께해 온 동료와 같이 뛰었다.
―캐롤의 슈팅! 골망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팽팽했던 균형의 추가 무너지는, 맨스필드의 선제골입니다! 젠킨슨과 토마스 캐롤이, 그들의 투지가, 몸을 불사르는 그 열정이, 승리를 가져옵니다!
“Yeaaaaaaaaaa-!”
“맨스필드- 맨스필드- 맨스필드-!”
대단히 멋진 연계도, 완벽한 패스 플레이도 아닌, 순전히 선수의 능력과 변칙으로 나온 의외성.
아무렴 어떤가.
젠킨슨의 질주도, 포기하지 않고, 모두가 당황해하며 뒤늦게 반응했던 다른 선수들과 달리 믿고 함께 달렸던 캐롤의 열정은 팬들의 마음을 훔치는 데 충분했다.
세레머니조차 못 하고, 팍 주저앉은 토마스 캐롤에게 다가온 건 젠킨슨이었다.
“빌어먹을, 골 넣었으면 당장 관중석에 달려가야지!”
“어, 어?”
“보여 줘야 한다고. 네가 이 팀에서 팬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걸!”
젠킨슨은 캐롤을 거의 둘러업다시피 해서 관중석 앞으로 끌고 가 양손을 번쩍 흔들었다.
“이름을 똑바로 외쳐! 토마스 캐-롤!”
“젠-킨슨!”
“토마스 캐-롤!”
마치, 팬들에게 그 이름이 잊히지 않겠다는 듯이.
마지막 시즌을 생각하는, 그 둘의 절박함은 맨스필드에서 다른 색채로 빛났다.
* * *
팬도, 벤치도, 필드의 선수들도 일제히 손을 번쩍 치켜들고 기쁨을 누리는 순간.
딱 한 명.
유진은 늘 그렇듯이 담담했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지간한 득점에도 카메라에 비치는 유진은 늘 침착했고, 차분했으니까.
하나 오늘 카메라에 잡힌 모습을 본다면, 몇몇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 틀림없었다.
“동료를 위해 희생하고, 절박하게 뛰는 것이 주장의 역할이라…….”
토마스 캐롤의 손을 붙잡고 들어 올리는 세레머니를 보는 그의 표정은.
“이해를 잘못했군.”
차갑게 굳어 있었으니까.
* * *
[완벽하게 단결된 팀. 맨스필드, 1 : 0 포트 베일FC 격파!] [주전 선수들의 결장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승리를 쟁취 해낸 맨스필드. 토마스 캐롤 2경기 연속 골!] [유진 감독, “모두가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 그래야 맨스필드는 더욱 강해질 것.” 무패 행진과 극적인 승리에도 자만하지 않아.] [21경기 무패, 맨스필드 구단 역사상 최장 무패 기록!] [역사를 만들고 있는 유진의 맨스필드, 2위와 승점 14점 차! 우승컵이 벌써 아른거리는 맨스필드의 서포터즈.] [맨스필드의 수호신, 리처드 골키퍼. 이번 경기만 선방 8회! 크로스 저지율 34%] [스마일맨, 리처드. 또 한 번 멋진 춤으로 팬들에게 웃음 안겨줘] [주장, 젠킨슨의 환상적인 돌파와 슈팅, 그리고 토마스 캐롤의 득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