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76)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75화(176/266)
175. 유진의 이적시장 (6)
“제가 원하는 선수로, 딱 두 명만, 임대 진행하시죠.”
“두 명씩이나요? 허어. 감독님이 우리 첼시 선수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으셨나 봅니다.”
“앤서니에, 리처드에. 하하. 맨스필드의 이번 시즌 성적에는 우리 첼시 출신 두 명이 큰 역할을 하긴 하셨죠. 오늘 경기만 해도 그렇고요.”
“음. 사실 우리 임대 정책은 대개 여름에 마무리가 된 상태인데, 겨울에 갑자기 두 명이라…….”
“그리고 원하시는 선수라니.”
둘은 잠깐 시선을 마주하더니 수석 스카우터가 웃으며 대답했다.
“조금 당혹스럽지만, 리처드도 저렇게 즐기면서 경기를 뛰는 걸 보니,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활용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고, 우리에게도 나쁘지만은 아닌 얘기군요.”
“좋습니다. 어떤 선수를 원하십니까?”
두명은 조금 힘들다는 기색을 보였지만, 유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애당초 여기까지 왔다는 건 어느 정도 입장 정리가 됐다는 뜻.
거기에 유진은 확실히 보여줬다. 첼시에서도, 임대간 팀마다 문제만 일으켰던 앤서니의 변화한 모습을. 그 모습을 본 이상, 또 제휴구단이라는 관계 때문일지라도 임대는 진행이 될 것이다.
“수비수 한 명과 미드필더 하나입니다.”
“어디 보자, 지금 임대 대상에 있는 목록 중에…….”
“수비수는 몰라도, 아마 제가 원하는 미드필더는 임대 대상이 아닐 겁니다.”
“네?”
하나, 첼시에서 일방적으로 보내는 임대를 받고자 한 게 아니다.
그러면 정말 첼시의 의도대로만, 그들의 선수를 키워주는 것밖에 되지 않겠나.
“그럼 누구를……?”
“제가 원하는 선수는 이 두명입니다.”
유진이 씩 웃으며 오늘 출력해놓은 정식 공문을 그대로 건넸다.
그 답을 본 두 명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아니, 그 무슨!”
“이, 이 선수를 임대해 달라고요?”
“아니, 유망주도 아닌-!”
“안 됩니다. 이건 그냥 우리 첼시를 털어먹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니 너무 섭섭합니다.”
“……!”
“윈-윈이 될 겁니다. 어차피 지금 첼시 1군 스쿼드에서 활용할 수 없는 자원. 앤서니를 보세요. 리처드를 보세요. 그들처럼, 확실한 선수가 되어서 잘,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
“우리는 제휴 구단인, 서로 협력하는 관계니까요.”
* * *
“우리는 임대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겁니다. 제휴 구단을 맺은 이유죠.”
일정 기간 선수를 원소속 팀에서 대여해 와서 활용하는 임대 이적 제도.
리스크적인 측면에서, 선수 자체를 사 오는 완전 이적보다 훨씬 부담이 덜했다.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완전 이적은 좀 어렵죠.”
“여름도 아닌 시즌 중이고, 프리시즌 훈련도 없으니, 팀에 적응하는 것도 시간이 걸릴 테고요.”
“감독님의 전술 철학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니……. 한정된 기간의 임대가 좋긴 합니다.”
코치진도, 프런트도 이 방향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온갖 리그와 대회에서 증명한 ‘클래스’ 있는 선수들조차, 새로운 리그, 새로운 클럽에서의 적응 문제를 겪고, 기대 이하의 졸전만 펼치다가 먹튀 논란에 빠지는 게 어디 한둘이던가.
비싼 돈을 주는 만큼 기대치는 높아지기 마련이고, 응당 그만큼 부응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팽배해진다. 그것이 선수에게는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수도 없이 많고, 온갖 복합적인 이유로 실패한 이적으로 빨간 글씨가 쓰이곤 한다.
반면 임대 이적은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다.
이적료를 아예 들이지 않거나, 천문학적인 이적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 비용을 내고 일정 기간 동안 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설령 선수가 기대치만큼 활약하지 못하더라도 다시 임대 복귀시키면 그만인 일이니.
“하지만 임대도 비용이 안 드는 건 아닙니다. 협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월 임대 비용, 그 외 출전, 미출전 시 수당에 대한 옵션, 또 선수의 주급을 임대하는 팀에서, 아니면 원소속 팀에서 어느 정도 처리하느냐…….”
“그런 거 생각하면, 어차피 6개월 후에 돌려보낼 선수인데 또 비용 투자하는 게…….”
물론 임대 선수가 무작정 좋기만 하진 않다.
“사실 무엇보다, ‘임대’라는 거 자체가 아쉽죠.”
론 팀장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게 참…… 임대 선수라도, 일단 써먹기 위해서 데리고 왔는데 기대만큼 못하면 아무래도 손해인 셈이죠? 절대 이득은 아니란 말이에요.”
“그렇긴 하지…….”
주위에서 호응이 있었다.
“잘한다면요? 좋죠, 좋은데…… 결국 우리 선수는 아니거든요.”
“으음.”
“팬들이 좋아해 주고 정을 주는데, 결국 떠날 선수니까 그렇게 정은 안 주고, 또 정말 마음에 들면 완전 이적을 원하는 여론이 생길 텐데…….”
“원소속 팀에서 절대 싸게 팔 일은 없겠죠.”
“네. 완전 이적이면, 그 선수에게 들어가는 돈 자체는 투자지만, 임대는 아무래도…… 아무리 우리가 잘 써도 결국 우리 선수가 아니니까요.”
하나 어쩌겠는가.
임대 이적 제도가 축구계에 혁신을 불러온 것은, 분명 그 효용이 대단해서다.
그리고 그건, 선수가 많아서 골치인 빅클럽과 가난해서 선수도 없는 스몰 클럽의 이해관계가 상당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빅클럽은 쓰지 않는 선수, 기회가 돌아가지 못한 아까운 재능, 또는 기대하는 유망주에게 좋은 실전 경험을 쌓게 할 수 있고, 우리 같은 팀은 그 눈높은 빅클럽이 선점한 선수들을 값싸게 살 수 있다는 점.”
“…….”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살 수 있는 선수는, 기껏해야 리그 원입니다.”
코치, 프런트 직원들의 얼굴에 희미한 의문이 어렸다.
그야 당연한 일이니까.
리그 원 팀이 영입할 수 있는 선수는, 정말 리그 원 수준뿐이다.
챔피언십 소속된 선수도 영입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소속만 챔피언십일 뿐이지, 실제 실력은 리그 원 수준이다.
본인들이 챔피언십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선수는 절대로, 절대로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은퇴했던 대니 스콧이나, ‘돈’ 하나만을 내세웠던 오스카나, 부상으로 잊혀서 의문이 가득했던 스탠리나, 그도 아니면 온갖 악명이 자자해서 챔피언십도 저어했던 앤서니도.
무언가 결점이 있었기에 우리 팀으로 왔을 뿐이다.
“대니 스콧, 오스카, 스탠리, 앤서니는 전부 특별한 케이스일 뿐입니다. 우리가 리그 원의 압도적 강자여 봤자, 리그 원입니다. 진짜 챔피언십 수준 이상은 오지 않아요.”
사람들의 얼굴에 떠오른 의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리그 원 팀이, 리그 원 수준의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실로 당연한 일인데, 무엇이 문제겠는가. 같은 눈빛이었다.
“하지만 스쿼드를 위해선 리그 원 선수를 채워 풀을 넓히는 것도…….”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고작 4개월.”
“…….”
“그 4개월 후 우리는 챔피언십으로 갑니다.”
“……!”
놀란 표정을 짓는 좌중.
나는 피식 실소했다.
“왜요, 제가 자만을 경계해서 이런 자신감 넘치는 발언 안 하리라 생각하셨나요?”
“하, 하하…….”
“아무래도…….”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 아닙니다. 저는 맨스필드에 온 순간부터, 확신하면서 밀어붙이고 있으니까요.”
“…….”
“그런 이유로 겨울 이적 시장에, 얼마 없는 이적료를 들여서, 리그 원 수준의 선수를 영입해 봤자, 고작 4개월만 그 가치가 통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임대로 방향을 제시하신 거군요.”
“정확히는 임대여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황이 그렇다.
“일단 우리는 돈이 없습니다.”
“……!”
“게임을 하면, 게임의 목숨을 뜻하는 코인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코인은, 말 그대로 돈입니다.”
돈.
애석하게도 현대 축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들이 스포츠에서 아무리 신성함을 부르짖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돈이었다.
“게임에서의 목숨입니다. 부자들은 상관없어요. 한번 죽어도, 실패해도 다시 코인을 넣으면 됩니다. 더 좋은 선수, 더 비싼 선수, 물색해서 또 사 오면 돼요.”
“…….”
“하지만 가난뱅이들은 그 하나의 코인에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벌게질 정도로 눈을 크게 뜨고, 모든 정신력을 다 집중해서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실력조차 부자들에겐 안 되거든요.”
빅클럽에겐 어마어마한 스카우터진이 있다.
전 세계 곳곳에 퍼진 연락 체계도 있다. 무수한 거대 에이전시와 관계를 맺는다. 그들은 애석하게도 코인이 하나인 가난한 이들보다도, 더 똑똑하고, 강하며, 성공 확률이 높다.
“현대 축구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낭만적인 기적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이유죠.”
주위에 침묵이 흘렀다.
영국엔 무수히 많은 축구팀이 있고, 승강제가 가장 잘 정착된 나라인 만큼.
자신의 팀이 언젠가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할 거라는 꿈을 당연하다는 듯 꾼다.
4부 리그든, 아마추어인 6부, 8부, 심지어 10부 리그까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기적이 벌어질 확률은 점점 더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나.
“설령 그렇다 한들.”
“…….”
“나는 기적을 말할 겁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란 소리는, 그저 의욕을 다지기만 하는 허망한 목표가 아니다.
“나는 이뤄 낼 거고요.”
“…….”
“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겁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우리의 상위 구단 첼시를 철저하게 털어먹을 겁니다.”
“……!”
나는 씩 웃으며 화면을 가리켰다.
“대상은 둘입니다.”
“첼시에서만 두 명을 임대로?”
“이미 리처드에, 앤서니도 전 소속이 첼시였고…… 이거 그러면 첼시 관련 선수만 다섯인데.”
“남들이 보기에 첼시 2중대로 보겠는데요?”
“네, 제가 원하는 겁니다.”
“……!”
“첼시가 우리를 자기네 2중대, 2군으로 보는 것.”
나는 씩 웃었다.
“얼마나 좋습니까. 선수를 보내 주는 데 아무런 거부감이 없을 테니까요.”
“!”
“우리가 임대로 데리고 올 선수 두 명은 헤일러, 그리고 클라베르 랑데르입니다. 우선, 제가 첼시에 의사를 전달했으니, 첼시에서 답변 오는 대로-”
“자, 잠깐만요!”
나는 내 말을 툭 끊어 버린 론 팀장을 바라봤다.
“뭡니까?”
“아니, 잠깐만요. 제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요. 그, 헤일리하고, 클라베르…… 누구요?”
“첼시 소속 미드필더, 프랑스 태생의 클라베르 랑데르 선수입니다. 잘 아는 선수라 더 소개는 안 해도-”
“그러니까요, 클라베르 랑데르!”
론 팀장은 비명처럼 내질렀다.
아니, 론 팀장뿐만 아니었다.
막스는 헛웃음을 켜며 귀를 후볐고, 알롭 코치는 이 상황이 어째 익숙하다는 듯이 허허로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회의에 참석해 놓곤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만 내뱉던 자일슨 팀장의 타건음은 거짓말처럼 사라진 상태.
모두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내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클라베르 랑데르, 그 마르세유의 검은 전차, 112경기 31골 15어시스트를 기록해서, 첼시로 이적했던, 그 클라베르 랑데르요?”
“개인 기록까지 알 정도로 잘 아시네요. 네, 맞습니다. 현재 첼시에서 부상으로 1년 넘게 재활에 전념하며, 2군에서 훈련 중인, 그 클라베르 랑데르가, 우리 영입 대상입니다.”
“그, 그, 그, 선수가 임대로라도 온답니까?”
침묵이 가라앉은 회의장을 보며, 나는 담담히 말했다.
“오게 만들어야겠죠?”
그리고 이쪽 분야에는.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스폐셜 리스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