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79)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78화(179/266)
178. 맨스필드 병동 (2)
헤일러와 클라베르 랑데르의 영입으로 스쿼드가 강화됐다.
고작 선수 둘 갖고 스쿼드 운운하냐고, 누군가는 냉소적으로 반응할 수 있겠지만.
애당초 맨스필드는 리그 내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선수단을 운영하던 팀.
그런 얇은 스쿼드로도 리그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맨스필드는 리그 내에서 가장 많은 선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작은 규모의 선수단은,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선수의 활용이라는 기록을 만들어 냈다.
―맨스필드도 사실 베스트 일레븐이라는 게 없진 않거든요?
어느 팀이나 으레 그렇듯.
승리를 위해 가장 확실하고도 최고의 선발진은 맨스필드에도 존재한다.
이는 축구에서 필연적인 일이다.
11명의 팀 스포츠인 만큼, 조직력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니까.
조직력 없는 스타플레이어로만 이뤄진 스쿼드보다, 수준은 애매할지라도 철저하게 발을 맞춰온 조직력의 팀들이 승리를 거두는 이유가 바로 그렇다.
조직력은 간단하다.
오랫동안 같이 뛰고, 호흡하며, 눈빛을 주고받으면 된다.
몇몇 보수적인 감독들은 이런 요소 때문에, 도리어 로테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로 베스트 일레븐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주, 번갈아 이뤄지는 로테이션 가동은 도리어 팀의 성적을 진창으로 처박아 놓곤 한다.
―하지만 맨스필드의 성적은, 그야말로 눈이 부십니다! 22승 4무 1패! FA컵 4라운드 진출!
성적은 모든 것을 정당화해 주곤 한다.
우리, 맨스필드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팀이다.
다른 팀에선 출전도 못 해 본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걸 고려하면.
알뜰살뜰, 있는 선수들 전부 출전시키고, 어떻게든 꽉꽉 채워서 써먹는 맨스필드의 방식이 가장 최고인 게 아니냐- 같은 반응이 튀어나오곤 한다.
‘그런 사정까지 생각한 건 아니긴 한데.’
물론, 나로서는 그런 분석과 반응들이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오늘 스탠리가 훈련에서 경미한 부상으로 오늘 출전하지 못합니다. 앤서니 로우는 감기에 걸렸다는군요. 괜찮습니다! 맨스필드에는 오스카라는 짐승이 있으니까요!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않고서야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
나는 정말 있는 선수를 전부 써먹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알뜰살뜰 말이다.
이러니 두 명의 영입 선수는, 느껴지는 체감이 달랐다. 단 두 명이지만, 맨스필드 입장에선 ‘두 명씩이나’가 되어 버리는 환경이었으니.
―새로 임대 영입한 클라베르 랑데르 선수와 헤일러 선수가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하하, 이 엄청난 선수 한 명과 유망주가 이번 겨울, 첼시에서 맨스필드로 왔습니다!
―다들 랑데르의 영입에 경악하고 놀라고 있는데요, 제 판단으로는 수비진에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젊은 헤일러의 영입도 상당히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헤일러는 유망한 센터백이다.
친선전에서 앤서니에게 말 그대로 탈탈 털리기야 했지만.
그거야 앤서니이지 않은가.
당장 리그 원에서 앤서니한테 털리지 않은 수비수가 없을 정돈데, 그 장면 갖곤 평가 절하하기엔 좀 억울한 면이 있다. 내가 헤일러를 영입하자고 했을 때, 코치진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말이.
‘걔, 친선전에서 실점 빌미 다 내줬는데요?’
였으니, 그 임팩트가 오죽할까. 코치진도 그럴진대, 팬들의 반응 역시 딱히 좋지 못했다.
하나 꽤 좋은 선수임은 분명했다. 왼쪽 발을 쓰는 센터백 자원이 귀하기도 했을뿐더러, 측면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면모까지 갖췄으니까.
―이로써 맨스필드는 리그 최강의 중원을 구축했습니다! 대니 스콧의 발끝, 클라베르 랑데르의 장악력이라니요! 이게 리그 원에서 볼 수 있는 중원 조합이라니, 믿기지 않습니다!
물론 아직 그 조합을 가동하기엔 시간이 걸릴 듯했다.
경기 일정의 촉박함으로 관중석에 앉은 두 명이지만, 적어도 헤일러는 당장 출전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하지만 클라베르 랑데르는 메디컬 테스트에서도 의문이 있었으니.
‘임대의 조건이 있습니다. 랑데르 선수는 부상을 더 당하면 안 됩니다. 이 부분, 감독님이 잘 신경 써주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첼시는 부상 시, 선수를 임대 복귀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걸었다.
유망주인 헤일러와 달리, 랑데르 선수는 첼시도 야심 차게 영입한 선수지만 부상 때문에 정작 몇 경기 써 보지도 못한 자원.
그들로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원래 임대로 빌려온 선수를 마구 혹사하는 경우가 있어서 문제가 되곤 하지.
혹여 부상이라도 당하면, 자기네들이 케어하겠다고 신신당부했으니.
나 역시 랑데르의 출전 여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백업 미드필더 자원을 한 명 더 영입 추진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어쨌거나.
―맨스필드! 신입생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선배들의 위엄을 보여 줘야겠죠?
리그 28라운드, 레딩전.
나는 이기기 위해 경기장에 왔을 뿐이다.
* * *
“로테이션?”
“앤서니 빠졌고, 스탠리 없고, 핵심 둘이 빠졌으니까요.”
“허, 우리가 이제 아주 물로 보인다는 거지?”
챔피언십 다이렉트 승격은 2위 자리까지.
최근 입스위치가 연패를 거듭하며 흔들리는 시점.
리그 4위인 레딩은 충분히 그 자리를 노려볼 만한 위치였다.
물론 지금은 3위 자리도 어느새 치고 올라온 포레스트와의 경쟁이지만.
아직 레딩은 자신이 있었다.
“지금의 맨스필드는 전반기의 그 미친놈들이 아냐!”
물론 여전히 강해서, 또 귀신처럼 4연승을 해내고 마는 놈들이기야 하나.
“선수들 봐. 아무리 선수단 적극 활용한다 해도, 저놈들, 지쳤다고.”
“더구나 그래도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로테이션?”
“저들의 자만이 우리의 기회다!”
레딩은 맨스필드와 달리 전력을 투사했다. 심지어 통증이 있는 선수에게 진통제를 투여하고 뛰게까지 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베스트 일레븐의 가동.
리그 후반기에 접어드는 시점.
베스트 일레븐의 고수는 도리어 주전의 체력 저하와 약화. 로테이션 멤버들의 경기 감각 부족 등으로, 오히려 격차가 벌어지지 않겠냐는-
꽤 합리적인 분석과 판단, 그리고 결론이었지만.
“맨스필드를 상대로 로테이션하겠다고? 그냥 게임 백기 던졌다고 하지?”
“저놈들 잡으려면, 우리는 100%, 150%, 아니 200% 이상을 보여 줘야 해!”
레딩은 절박한 마음으로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물론, 절박함이 꼭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게, 세상의 잔인함 아니던가.
“Wuuuuuuuuuuuu-!”
레딩의 홈구장.
스탠리를 대신해서 오랜만에 수비수로 복귀한 제임스가 오버래핑을 시도하자 야유가 터져 나왔다.
제임스는 수비 능력이 떨어져도, 그 공격력 덕분에 포지션을 변경했던 선수. 적어도 화려하거나 독보적이진 않지만, 침착하고 차분한 그의 성정은 필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투웅, 툭!
조심스럽게 탐색전을 펼치면서, 공격진을 뒤흔들다가도 수비로 복귀해서 몸을 날리는 투혼.
몇몇 팬들이 작은 젠킨슨이라 불릴 정도로, 필드 위에서는 젠킨슨처럼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
제임스같이 뛰어 주는 선수가 있다면, 필드의 분위기는 확 변하기 마련이다.
몇몇 핵심 멤버가 빠졌다는 것이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선수들의 움직임은 활발했다.
당연한 얘기였다.
“이 개자식들아! 존나게 뛰다가 잔디에 키스할래, 아니면 내 발바닥에 키스할래? 어쭈, 걸어 다녀?”
최고참 젠킨슨은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 주는 리더였고.
“이 미친놈, 모기 새끼도 아니고 뭐야!”
“내버려둬! 쟤 수비 못 하니까!”
“아니, 귀찮잖아, 어, 어, 저놈 달린다!”
제일 막내 제임스조차 지쳤을 상황에도 불구하고 뛰고 또 뛰니.
최고참과 가장 막내가 그렇게 뛰는데,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설렁설렁 뛰겠는가.
하물며 지금은 로테이션. 본래 주전 멤버보다 로테이션 선수들의 의욕이 높을 수밖에 없다. 유진이 만들어 낸 효과였다. 아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면 모를까. 로테이션 선수들에게 꾸준히 주어진 기회는, 그들에게 1군의 무대라는, 주전의 무대라는 단맛을 알게 해 줬다.
그 열의가 필드에서 뜨겁게 튀어나왔다.
무엇보다도.
맨스필드의 로테이션이 완벽하게 활용될 수 있던 결정적 이유.
“뛰어!”
별안간 터져 나온 외침은, 대니 스콧이었다.
그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제임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면으로 파고 들어갔다.
중앙에서 공을 잡은 대니 스콧. 사실 오늘 경기에서 30분 만에 처음 잡는 공이었지만, 아무렴,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 한 번이면.
투웅-!
득점 찬스로 연결되는데.
대니 스콧이 있기에, 맨스필드의 로테이션은 언제나 성공적일 확률이 높았다.
패스는 곧 연계고, 연계 플레이는 곧 호흡이다.
어디로 패스할지, 어떻게 패스를 받는지.
공을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약속이 필요한 관계.
그것이 바로 베스트 일레븐의 조직력이다.
하나 대니 스콧의 패스에는 그런 게 없었다.
“――!”
발등에 공이 얹히는 순간.
제임스는 기이한 감각을 느꼈다.
주위의 소음이 일시에 멎는 감각.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선수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입이 쩍 벌어지며 무어라 외치지만, 들리지 않았다.
청각이니, 시각이니, 촉각이니.
모든 감각이 발등에 집중되어 주위의 감각이 사라지는 그 순간.
제임스는 패스에 담긴 뜻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너는 그냥, 후리기만 하라고.
그랬다.
대니 스콧의 패스는, 그런 패스였다.
받는 사람들의 호흡도, 연계도, 필요 없는, 최고 퀄리티의 패스.
그랬기에, 제임스는 믿었다.
패스와. 패스를 보내 준 대니 스콧의 의도까지도.
뻐엉!
―제임스! 리그 28라운드 만에 득점을 쏘아 올립니다! 이 어린 선수, 드디어 혈이 뚫렸네요! 대니 스콧의 패스, 제임스의 발리 슈팅! 레딩의 골문을 열었습니다!
* * *
레딩전은 제임스의 득점이 마지막 골이 되어 1대 0으로 끝났다.
레딩의 수비가 대오각성한 것도, 우리 팀 공격진이 갑자기 약해진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알렌스키 코치는 경기 후, 지친 얼굴로 나를 찾아와 말했다.
“레딩전 결장했던 스탠리는 다행히 복귀할 것 같지만, 앤서니의 감기는 꽤 심합니다. 일주일 정도 휴식이 필요해 보여요. 문제는, 레딩전에서 터질 게 터진 것 같습니다.”
알렌스키 코치는 병원 자료와 함께 부상 리포트를 내밀었다.
“팀에 부상자가……”
“적어도 한 달 정도 이상 지켜봐야 할 선수가 셋, 1~2주 정도 봐야 할 선수가 둘. 다섯 명 정도가 지금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부상 병동이군요.”
“…….”
“뭐, 괜찮습니다.”
“네?”
“이런 일,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한두 번이 아니라니.
우리 팀에서 이런 적이 있던가요? 같은 의문 어린 눈빛에도 나는 굳이 대답지 않았다.
부상으로 인한 선수 이탈.
아무리 로테이션을 활용한다 해도, 때론 불가피한 일이다.
축구에선 말이지.
이런 상황을 이겨 내는 방법은 하나다.
“어떻게든, 버티고, 나아가면 됩니다.”
“…….”
나는 후, 숨을 내뱉곤 담담히 선수들의 훈련 리포트를 살폈다.
그리고 한 명.
‘아직 적응이 필요함’
짧은 문장으로 평가된 보고서.
“클라베르 랑데르.”
“……!”
“바로 활용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