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8)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8화(18/266)
18. 이적시장 (4)
침묵이 감돈다.
적막 속, 멈춘 손가락, 의아한 눈빛, 자신이 들은 게 정확한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눈길까지.
의도된 침묵이다.
그리고 침묵을 깨는 순간, 사람들의 이목은 한곳에 쏠린다.
“현재 맨스필드는 이미 팀을 나간 방출자만 다섯에, 곧 나갈 선수까지 최대 열 명의 아웃이 예상되는 시점입니다. 그런데 우승이라는 목표는 허황한 것 아닐는지요?”
“24개 팀 중에서 우승을 확정 지으려면 적어도 승점이…….”
“언론에서는 유력한 다이렉트 강등 후보로 꼽히는데, 우승이란 목표는…….”
“현재 맨스필드의 처지에서 너무 큰 목표인데, 구체적인 로드맵이…….”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 핵심을 들여다본다.
순간 문 옆에서 지켜보던 릴리의 동공이 커진 채 날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가볍게 웃었다.
고작 어수룩한 장난질에 어울려 줄 필요는 없다.
응수니, 대응이니, 반박이니.
고작 선수 한 명의 징징거림에 맞장구쳐 줄 정도로, 감독의 권위는 가볍지 않다.
그렇기에 초점을 뒤집는다.
헤럴드가 아니라.
“예, 새로 취임한 만큼, 우승을 위한 플랜을 짰습니다.”
나에게로.
“질문이 여러 개지만 공통된 답변들로 대답할 수 있으니, 잠시 질문을 받지 않고 인터뷰를 이어가겠습니다.”
침묵이 흐른다. 당황하거나 허, 이것 봐라, 같은 시선은 물론, 재밌다는 듯이 가볍게 웃거나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실소를 흘리기까지 한다.
저들의 머릿속에서 맥 헤럴드는 뒤로 미뤄졌다.
그리고 지운다.
“첫 번째 플랜은 잉여 자원의 방출로 선수단의 전면 개편입니다. 현재 이미 팀을 떠난 다섯 명의 선수를 제하고 추가 방출이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맥 헤럴드가 포함…….”
“방출자가 많은 만큼, 더 뛰어난 선수를 영입합니다.”
“혹시 접촉한 선수가 있습니까?”
원하던 질문이었다. 맥 헤럴드를 운운하던 질문은 무시했지만, 지금 질문은 답한다. 때로 도움이 될 법한 질문만 골라 대답하는 것이 얌체 같지만 가장 효율적이기도 하다.
“현재 구단은 가동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영입 절차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프리미어리그 출신, 노팅엄 포레스트의 핵심 미드필더 대니 스콧을 영입 완료했습니다. 오피셜은 곧 발표될 예정입니다.”
“대니 스콧?”
“노팅엄 포레스트라고? 거기서 선수를 데리고 와?”
“잠깐만, 프리미어리그 경험도 있다면…….”
“맨스필드가 그런 대어를 낚았다고?”
프리시즌에서 가장 많은 관심과 이목을 끄는 뉴스는 단언컨대 한다.
이적 시장.
출처도 모르는 누군가 지어낸 터무니 없는 루머에도 들끓는 것이 이적 시장이다.
한데 내가 말하는 것은 감독으로서의 사실상 오피셜.
주위의 반응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대니 스콧. 당장 확인해 봐. 데스크에 보내고. 어떤 선수인지 기록 긁어와.”
“노팅엄에서 뛰었던 선수잖아, 플레이 스타일 빨리 확인해 보라고.”
기자들이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또렷이 들린다.
아무리 4부리그 팀에 불과하다지만, 모인 이들 대개 지역지의 기자들이다.
적어도 이 지역에선, 그리고 맨스필드에선 꽤 대단한 뉴스였다.
거기에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대니 스콧의 영입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적어도 그만한 영입을 계속해서 추진 중이며, 반드시 이뤄내리라 자신하고 확신합니다.”
“허어……!”
“다음 영입 대상이 누구인지 밝힐 수 있습니까?”
“비밀리에 은밀히 접촉 중이기에 섣불리 공표할 수 없음을 이해해 주세요.”
여기저기서 어떻게든 캐내려고 눈빛이 날카롭게 번쩍인다.
나는 그들을 다독였다.
힌트를 던진다.
“방출로 비워진 자리를 더 좋은 선수로 확실하게 메꿀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그리고 그 선수들은 능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퀄리티입니다.”
“잠깐, 혹시?”
“스트라이커 포지션 아냐?”
“수비는 괜찮나? 거기 나간 선수 좀 있잖아.”
“미드필더도 빈자리 많지 않아?”
명확한 답은 내놓지 않는다. 실마리를 내비치면, 그들은 스스로 고민하며 기사를 쓴다. 어떤 선수를 노리는지, 어느 포지션이 빈약한지, 맨스필드는 누구를 영입할 것인지.
그런 기사들이 도배될 것이며 여기저기서 정체를 모를 스피커들의 루머 양산이 시작된다.
하면 그 소문이 맞는지 기자의 취재가 시작될 것이며.
“감독님! 질문 있습니다!”
“그러면 장기 플랜까지 고려하여…….”
“혹여 유스 선수 중에선…….”
누구의 머릿속에도, 맥 헤럴드는 남지 않는다.
* * *
“쟤, 유진 맞아?”
기자회견장 구석에서 릴리는 놀란 감정을 숨기기 어려웠다.
그녀의 커다란 망막에 맺히는 유진의 모습이 낯설었다.
‘어릴 땐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 않고, 독선적이기만 했는데.’
오로지 공만 바라보던 소년.
하지만 자신에게만큼은 가볍게는 웃어 주던 청년.
그리고 제대로 펴지지 않는 무릎을 부여잡고 떠나던 뒷모습.
릴리는 입술을 깨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다시는 이곳을 뒤돌아보지도 않을 것 같은, 그 단호한 등이 아니다.
맨스필드의 로고를 새긴 채.
당당한 얼굴이 보였다.
“대단해.”
릴리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기자회견의 분위기를 유진이 쥐락펴락하고 있음을 어찌 모를까.
어느새 그 누구도 맥 헤럴드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대니 스콧의 영입 확정부터, 유진이 새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자, 기자들은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이적 시장마다 어떤 선수를 영입하는가, 이것이야말로 기사의 조회수를 보증할 확실한 토픽이었다. 그리고 유진은 그것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발휘하고 있었다.
릴리는 분명 알았다.
‘몇몇 기자가 은근히 무시하던데.’
망한 구단이니, 그런 구단에 온 경력 없는 초짜니, 뭐 별 볼 일 있겠거니, 한번 압박성 질문을 해볼까. 하던 중얼거림.
그랬던 기자들조차 열정적으로 손을 들며 질문을 하고 받아적기에 급급했다.
기자회견장이 뜨거웠다.
릴리는 이런 느낌을 정말 오랜만에 받았다.
한때 맨스필드가 잘나갔을 때 이랬을까.
그녀가 봐온 맨스필드는 매번 차디찬 분위기였다.
희망 없는 구단에 기자들은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할 것인지 기대감 없는 눈빛으로 물었다. 도리어 몇몇은 안쓰럽다는 눈으로 쳐다보기도 했고, 일부는 구단이 망해 가는 과정이 재밌다는 듯 비웃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의 기자회견만이 이어졌었다.
하나 지금은 달랐다.
끊임없이 플랜을 묻고, 이적 시장의 방향성을 캐낸다.
마치 이 팀이 살아있는 것처럼.
무엇보다 릴리의 가슴 속에, 한마디가 그 무엇보다 또렷이 울렸다.
‘목표는 우승……!’
우승이라니, 꿈에도 안 꿨다.
얼떨결에 서포터즈 조합에서 회장으로 추대받아 맨스필드를 맡게 됐을 때.
그녀가 가장 먼저 느꼈던 감정은 좌절이었다.
진창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절망이었다.
아무도 감독을 맡지 않으려고 했다. 연락을 돌리고 무수한 에이전시의 문을 두드려도 차가운 시선만이 돌아왔다. 어쩌다가 흥미를 보여도, 구단 재정 상황을 들려주면 그 후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숨이 막혔다.
가족 대대로 사랑한 팀이 이대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순간.
유일한 답이 돌아왔다.
―내가 할게.
그 메시지 하나.
그것이 릴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랬기에.
‘우승…….’
같은 꿈을 꾸고, 지지할 것이다.
* * *
[맨스필드 타운, 노팅엄 포레스트의 대니 스콧(AMC, 36세) 영입 확정!] [OFFICIAL 대니 스콧, 맨스필드 타운 전격 이적] [이적료 0, 최고의 FA 영입으로 맨스필드 타운 이적 시장 포문 여나.] [대니 스콧 “유진 감독의 비전이 나를 은퇴에서 이끌었다.” 은퇴 번복하고 선수 복귀 선언!] [Photo ‘앞으로 맨스필드 선수입니다’ 10번 유니폼 들고, 대니 스콧 환하게 웃어] [맨스필드 타운 유진 피셔 감독, 목표는 4부리그 우승. 당찬 포부.] [맨스필드 활발한 선수 영입 자신, 영입 명단에는 누가 올랐나?] [프리시즌 첫 시즌 연습 경기, 맨스필드 타운 바뀐 모습 보여주나?]* * *
시즌 시작은 팀의 리빌딩이 끝나기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리빌딩과 동시에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그중에 당연히 필수는 바로 친선 경기다.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서서히 끌어올려야 하기에.
처음 잡힌 일정은 같은 지역구의 6부리그 팀이었다.
첫 경기인만큼, 약팀을 상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필요도 있다.
조급하게 갈 필요도 없이, 선수들을 점검하며 여러 전술을 도입하고 그 후과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리그에선 약팀이지만, 언젠가 우릴 상대로도 내려앉은 채 나올 팀이 있을 거야. 그래서 그 틈을 어떻게든 뚫어내 보는 전술을 준비해 봤어.”
“……만들어 가는 과정은 좋을 것 같은데, 창끝이 무뎌.”
내 말에 막스가 쓰게 웃었다.
“그게 바로 한눈에 보여?”
“애석하게도 장점보다 단점 먼저 보는 부정적인 놈인지라.”
“맞아.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어. 지금 공격수는 작년엔 백업도 못 뛰던 친구잖아? 창끝을 살리려면…….”
“맥 헤럴드는 이번에 투입 안 해.”
“그래도 훈련 참여는 열심히 하던걸?”
“열심히는, 꾸준히 참여하는 걸 칭찬해 줘야 할 정도야?”
본래 헤럴드는 훈련을 자주 빠지기 일쑤였다.
내가 맨스필드에 온 첫날 선수들과 입 맞춰서 훈련장에 오지 않게 한 것도 맥 헤럴드의 수작이었다. 게으르고 거만해서 훈련에 빠지는 것 따위 상관없다. 하지만 팀 전체의 분위기를 흐리는 놈이다.
지금에 와서 훈련에 성실히 참여하는 척을 해 봤자 우습다.
“그를 제한다. 대신 벤치에는 앉혀.”
“왜?”
“보고 느껴야지. 바로 코앞에서. 자신은 벤치 워머가 될 거라고.”
막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좀, 잔인하지 않나?”
“그게 프로야. 어떤 직장을 다녀도, 자기 맘대로 근무지 이탈하고, 근무 태만을 보이는 사원에게 멀쩡히 돈을 주고 내버려 두는 회사는 없어.”
“그럼 대니 스콧을 활용할 생각이야?”
“하나만 수정하지. 대니 스콧을 조금 위로 올리고…….”
막스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 * *
“여어, 잭! 왔구만!”
“그럼, 와야지. 나는 티켓도 공짜인걸!”
“클럽하우스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데, 티켓은 무료여야지!”
“하여튼 이 노인네들, 댁들도 경로 우대로 어? 할인받잖아?”
클럽하우스의 경비, 잭은 허연 수염이 성성한 친우들 옆에 앉으면서 타박했다.
“어이구, 다 늙어서 일도 안 하고 평일에 축구장에 오나?”
“친선 경기라고 어디 빠질 수가 있나! 내가 45년째 시즌권 소유자야. 어?”
“그리고 아무리 프리시즌이라지만 감독 첫 경기이지 않은가? 궁금해서 가만있을 수가 있겠나. 라디오로는 영 귀가 안 들려.”
“브랜든 영감은 안 왔나?”
“어떻게 오겠나. 딸이 못 가게 성화일텐데. 작년에 경기 보다가 혈압올라서 쓰러진 후론, 딸이 경기장 못 찾게 하잖나.”
“하기야…….”
친우들과 대화를 나누며 잭은 그라운드를 살폈다.
선수들이 가볍게 뛰면서 몸을 푸는 현장이 보였다.
그때 친우 한 명이 불쑥 말했다.
“맥 헤럴드, 정말 나간대?”
“난 몰라. 경비실 안에서 들어오는 차량만 체크하고 있는 내가 어떻게 아나?”
“아, 이 사람아. 그래도 훈련장 왔다 갔다 지나가면서 들은 얘기는 있잖은가.”
“에이, 뭘 채근해. 설마 진짜 팔겠어? 에이스인데?”
“대니 스콧인가, 그 친구 영입했잖아?”
“아무리 노팅엄 출신이지만 나이가 36세야. 로테이션 자원으로 쓰겠지.”
잭은 쓰게 웃었다.
“하긴, 36세면. 또 은퇴했다가 번복한 거라면서?”
“그러면 아무리 챔피언십 출신이어도, 프리미어리그 경험 있어도 실력 다 죽은 거 아닌가?”
“좀 불안하긴 하네그려.”
잭도 은근히 공감하는 바였다.
대니 스콧도 훈련장에서 몇 번 마주치긴 했다. 꽤 바른 인상이었고 성실한 사내였다.
하지만 걱정이 불쑥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처음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영입한 선수라고 하기에 모두 브라보를 외쳤지만, 막상 뜯어보니 께름칙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이도 많고.”
“우리 같은 진짜 늙은이들이 나이 많다고 투덜대는 게 미안한 말이지만, 어쩔 수 없지.”
“은퇴 번복했던 선수고, 작년에도 거의 교체로만 나왔다고도 하고, 기록은 좋기야 한데…….”
“그리고 아무리 하부리그라고 해도, 그 적응하는 데 한세월 걸리나? 적응하다가 몸 상태 더 떨어지면 이건 뭐.”
“헤럴드는 아직 28살이라고, 창창하잖나. 심지어 자기가 남겠다는 선순데 얼마나 이뻐?”
“나는 대니 스콧이 헤럴드만큼 기동성 있게 해줄 거라곤 기대가 안 돼.”
비단 친우들의 반응이 팬 여론 전체와 같진 않지만, 맥락은 비슷했다.
프리미어리그 경험자, 노팅엄이라는 큰 클럽 출신이라는 포장을 벗겨 보니 걱정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라 속속 드러났다.
“어? 헤럴드 벤치에 앉았는데?”
“허, 진짜 내보내려는 거야, 저 감독?”
“나 안다고. 저 친구 1군에서도 몇 번 뛰었었다가 사라졌어. 부상이었는지, 실력이 영 안 되어서 그만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유스 출신이라지만 우리 기억에도 잘 안 나는 거 보면 정말 고만고만했다는 거 아니야?”
잭은 무어라 말하려다 이내 입을 닫았다.
친우들의 반응이 싸늘한 것도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유진이 얼마나 구단에서 열심히 뛰었었는데.’
그 이야기를 마구 들려주고 싶었지만, 그는 부러 침묵했다.
비호는 경기를 보고 나서 해도 된다. 결과가 나온 뒤에 해도 늦지 않다.
다만 그도 친선 경기가 썩 기대되진 않았다.
“대니 스콧, 저 봐. 움직이질 않잖아?”
“가만히 서 있는 것 봐! 압박도 안 해?”
“느리다니까, 발 느린 것 보라고.”
“헤럴드가 나아. 커리어가 비교가 안 돼도 적어도 우리 팀에겐 헤럴드가 더 맞다고.”
경기 시작 후 10분 동안.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은 대니 스콧은 공을 잡지도 못했다.
심지어 설렁설렁 움직이는 모습이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마치 산책을 나온 듯 거니는 모습 아닌가.
전형적인 기동력을 상실한, 노쇠한 선수의 특징이 드러났다.
비단 곁의 친우들뿐만 아니라 평일임에도 적지 않게 찬 관중 사이에서 탄식과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잭 역시 쓴웃음을 머금었다.
비단 대니 스콧뿐일까.
상대는 6부리그 팀이지만, 지금 팀이 보통 삐걱거려야지…….
철렁―!
“……어?”
그 순간, 골망이 철렁이는 소리 아래, 잠깐의 적막이 감돌았다.
모두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사이.
묵묵히 손을 치켜들며 센터 서클로 돌아오는 대니 스콧.
그리고 웃으며 환호하는 선수들 너머로.
관중들의 함성이 서서히 깨어났다.
대니 스콧의 골.
그리고 잭은 그 순간 대니 스콧이 아니라, 벤치를 바라봤다.
아무렇지 않게 무심한 눈으로 그라운드를 주시하는 차분한 표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