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9화(19/266)
19. 협상은 필드에서 (1)
와아아아―!
고작 친선 경기였지만, 이번 시즌 첫 경기.
평일에 이뤄진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득점이 들어간 순간 터져 나오는 환호성은 경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의 폭발적인 분출이었다.
달아오른 얼굴들 너머로 묵묵하게 가볍게 손을 흔드는 대니 스콧이 보였다.
“좋았어, 제대로 먹혔어!”
막스는 관중만큼 환호하지 않았지만, 분명 희열에 찬 목소리로 주먹을 꽉 쥐었다.
“지시한 대로 됐어.”
“똑똑한 친구니까. 기회가 오면 잡을 줄 알지.”
사실 대니 스콧의 득점은 오로지 막스가 만들어 놓은 전술의 틀.
내가 요구한 플레이의 산실이었다.
“우리 팀 스트라이커는 애석하게도 모든 면에서 부족해. 그나마 장점이라면 설익은 젊음이겠지.”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대신 저돌적인 점?”
“치명적인 단점이야. 선수가 소처럼 저돌적이기만 한다면 말이야.”
선수의 단점을 캐치해 낼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활용 방안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발견한 단점은 두 가지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지옥 같은 훈련을 통해 개선하거나, 단점을 이용하거나.
지금 선수는 후자였다.
우리에겐 훈련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앞뒤 가리지 않고 좁은 시야로 내달리는 스트라이커는 상대 수비진에게 의외로 위협적이었다. 젊음의 혈기, 새로운 감독으로부터 선택받은 첫 선발, 그런 외부적 요소가 선수의 활동력을 극한까지 치솟게 만들어줬다.
스트라이커의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저절로 발생하는 수비진 사이의 미세한 균열.
“하지만 상대 수비진도 바보는 아니지. 아무리 6부리그라지만, 느낌이 오니까 바로 맨마킹 붙이잖아?”
아무리 리그 수준 차이가 있다고 해도, 날뛰는 선수를 가만히 내버려 둘 이유가 없다.
대인 방어가 붙었고, 우리 팀 스트라이커는 역시나 시야가 좁은 만큼 금세 번번이 막히기 시작했다.
상관없다. 거기까지도 원했던 바였으니까.
핵심은 맨마킹.
스트라이커에게 최소한 한 명에서 두 명이 붙는다는 점.
그로 인해 발생하는 균열과.
“스트라이커를 봉쇄했다는 점에서 오는 자신감.”
지금 저들의 디펜시브 존에서 위협하는 선수는 딱 둘이다.
한 치 눈앞만 보는 공격수와 반면 너무 느리고 뛰지도 않는 기동성 없는 공격형 미드필더.
“대니 스콧 아까 움찔움찔하더라고.”
나는 대니 스콧에게 철저하게 활동량을 낮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정된 영역을 절대로 벗어나지 말라는 엄포.
대니 스콧은 답답한 기색을 보였지만, 그래도 내 지시를 수행했다.
그건 그가 성실한 점도 있겠지만, 설령 성실치 않더라도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감독의 지시를 어길 정도로 미련한 선수는 없기 마련이다.
“맨마킹에 막히는 스트라이커에, 발이 느리고 활동량도 적은 공격형 미드필더. 상대 선수들 처지에서도 내려앉아 있기에 그렇잖아?”
설령 코칭스태프의 지시가 없더라도, 상대 팀의 라인은 슬그머니 살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발생한 단 한 번의 기회.
열리는 공간에 가볍게 파고드는 대니 스콧이, 그동안 숨죽여 왔던 단 한 번의 속도를 터뜨려 내며 기회를 캐치했다.
내디딘 한 걸음, 급하게 달려드는 수비, 하지만 조용히 필드를 주시하며 파악한 상대 팀의 움직임, 그 모든 걸 한눈에 담으며 대니 스콧은 반 박자 빠르게 슈팅을 밀어 넣었다.
“뭐, 상대 팀이 6부리그라 쉽게 통하긴 했지만 말이야.”
막스가 조금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나는 무심하게 말했다.
“글쎄,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지.”
나는 필드가 아니라, 벤치를 바라봤다.
* * *
저번 시즌, 부상이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는 경기를 뛰었다.
그를 빼놓고 플레이한다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맥 헤럴드.
붙박이 주전.
팀의 핵심.
전술의 중심.
모든 선수와 플레이가 자신을 위주로 돌아갔다.
팬들은 이름을 연호했고,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강력한 지지까지 함께했다.
하나 오늘은 아니었다.
“하…….”
본래라면 친선 경기쯤에서 벤치에 앉는 것을 기분 나빠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체력 안배라고 생각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한가롭게 생각할 수 없다.
자신의 자리에 들어가 있는 새로운 선수의 능력이 너무도 명백했기에.
‘나이는 많지만, 번뜩이는 저 힘만큼은…… 진짜야!’
잘하는 선수는 선수가 알아보는 법이다.
적어도 헤럴드는 필드 위 대니 스콧이 대단한 역량을 가졌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는 좋지 않았다. 팀에게 좋을진 몰라도 적어도 그에겐 나쁜 일이었다.
‘정말로 날 배제할 생각이야?’
그는 고개를 들어 테크니컬 라인에 서 있는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에이전트를 동원해 나름의 여론전을 시도해 봤지만, 불이 붙기도 전에 시들해졌다.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외친 우승 포부와 앞으로의 이적 시장에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겠다는 강한 포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덕택에 헤럴드의 불화는 무수한 이적 시장의 루머 중 하나 정도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이적 시장 루머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같은 일련의 흐름을 지켜보던 헤럴드는 그야말로 두 눈 뜨고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벤치에 앉은 채, 그는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떨었다.
그의 시선은 필드가 아니라 유진의 등에만 닿았다.
그러다 문득, 헤럴드는 눈을 비볐다.
마치 천연색으로 물든 세상에서, 유일하게 흑백으로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 감독도…… 저랬나?’
모르겠다.
벤치에서 바라보는 감독의 등이란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때문에 헤럴드는 지금의 기분이 일반적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분명 경기는 훌륭하고 무난하게 이겨가는 흐름이었지만,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벤치 선수들의 탄식과 탄성, 감탄. 관중들의 고함과 욕설 환호. 그라운드 위 격렬한 숨소리와 몸이 부딪치는 파열음까지.
그 소음 사이에서 홀로 고요했다.
헤럴드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 * *
“와, 저 친구 노장이라카더니, 힘은 젊은 친구 못지않은데?”
“속도가 느린 거 같긴 한데, 슈팅이 제대로잖아.”
“이 친구들 보세. 선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를 보라고, 전체를. 그냥 우리가 완전히 무난하게 이겨 가는 흐름 아닌가?”
잭과 노인 친구들은 눈을 빛내며 감탄을 터뜨렸다.
큰 기대까진 하진 않고 도리어 시큰둥한 기색을 보였었지만, 어디 속내까지 그랬겠는가.
“빠져나간 선수들이 엄청 많은데, 티가 안 나는데?”
“그만큼 쓸모없는 선수들이 많았었다는 거겠지.”
“맥 헤럴드도?”
“…….”
잠깐의 침묵이 일었다.
“에이, 6부리그 상대이지 않나.”
“그렇긴 해도…… 확실히 전술 태가 나지 않아? 작년에는 그냥 헤럴드에게 공 주고 무작정 뛰는 전술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확실히 좀 뭔가 만들고 보는 맛이 있지?”
비록 코칭스태프도, 축구계에 종사하는 전문인들도 아니었지만.
맨스필드 경기를 봐온 지 어언 수십 년.
그들의 눈에 비치는 그라운드에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유진.’
경비원 잭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던 선수들이었는데.’
그 광경을 보며, 정말로 맨스필드가 이번에 끝장나는구나 여겼다.
한데 어느 날부터 선수들이 전부 한 명도 빠짐없이 훈련에 참석했다.
뿐인가. 열정 없어 보이던 두 코치도 밤이 늦도록 퇴근하지 않았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잭은 두 눈으로 똑똑히 봐왔다.
때문에, 아주 실낱같은 희망이 그의 심장 속에 생겨났다.
어쩌면, 팀이 조금씩 바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기적적인 변화는 꿈도 꾸지 않았다.
무기력한 팀에서, 적어도 리그에서 힘껏 싸워 보는 그런 팀으로 탈바꿈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여겼다.
두근―
한데 지금 심장 속 파고들었던 실낱이.
그 무엇보다도 밝고 화려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유진.’
그랬다. 팀은 바뀌고 있었다. 비단 경기력을 이르는 게 아니다.
한 경기 이겼다고 팀이 잘나가는 것처럼 방방 날뛰는 그런 느낌 따위도.
클럽하우스의 경비실에서 보는 광경.
“여하튼, 경기 볼 맛이 나지 않나?”
“재미있네. 맥주라도 사 올 걸 그랬어.”
“원래 스포츠는 이기면 다 재밌는 거야, 이 사람아.”
그리고 웃는 친구들의 낯.
맥없이 어둡고 침묵으로 잠겨 들던 관중들 사이에 떠오르는 웃음.
오랜만이었다.
웃으며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 아무런 걱정과 시름없이, 그저 즐기고 환호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면서 손에 든 맥주나 엎질러 버리는 이 순간이.
“경기, 자주 보러 못 올 것 같은데?”
문득, 잭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친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리그 경기도 이 정도면 기대해 볼 만한데?”
“심장이 안 좋은 편이라서, 지금 너무 뛰어서…….”
친우들이 왁,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잭도 서서히 맥동하는 가슴 위에 손을 올린 채 똑바로 바라봤다.
바뀌고 있었다.
비록 프리시즌 한 경기지만, 그 너머, 클럽하우스의 정경을 바라보는 잭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한 사람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무심한 듯 필드를 주시하는 그 번쩍이는 눈을 보며.
“맨스필드에 돌아온 걸 환영하네, 이 친구야.”
잭이 웃었다.
* * *
[프리시즌 첫 경기, 맨스필드 타운 2 : 0 가벼운 승리!] [대니 스콧, 프리시즌 연이은 활약!] [새로운 영입생, 프리시즌부터 팬들의 마음 빼앗아. 대니 스콧 2경기 연속 득점] [하위 팀 상대로 매서운 경기력 뽐내는 맨스필드, 프리시즌 연이은 상승세!] [무려 10명의 방출자를 제외하고도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의 맨스필드, 팀 리빌딩의 기틀 이뤘나?] [고액 주급 정리, 구단 정상화를 꿈꾸는 맨스필드. 중심엔 새로운 감독 유진의 부임부터.] [프리시즌 4경기 성적 3승 1무, 맨스필드, 하지만 판단하기에 일러…… 5부, 6부 하위권 팀 상대만.]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사라진 에이스 맥 헤럴드, 이적 수순 밟나?] [헤럴드 없이 확실한 경기력! 리빌딩의 신호탄 쏘아 보내]* * *
똑똑.
노크 뒤에 들어온 사람은 헤럴드였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트레이드라죠?”
“예, 맞습니다. 포레스트의 선수와 트레이드할 겁니다.”
“제가 안 가겠다고 하면 어쩌시려고 이러세요? 그냥 구단 한 번 헛돈 쓰게 하고, 저는 그 돈 받기만 한다, 그냥 그렇게 마음먹으면 어쩌시려고요? 트레이드도 쫑 나고 돈은 돈대로 나가고?”
“네. 하세요. 구단 돈이지, 제 돈입니까.”
“……!”
헤럴드의 동공이 흔들렸다. 알 만했다. 나는 무심하게 말했다.
“왜요? 제가 유스 출신이라고 들으셨나요? 유스 출신이니, 팀을 사랑해서 이 답 없는 구단에 자임해서 감독으로 온 거다. 이렇게 생각하셨던 겁니까?”
눈꼬리가 떨렸다. 맞다. 내 생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어떻게든 나와의 기 싸움을 이어가기 위해, 나에 대해 알아봤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구단을 사랑하는 로맨티스트라서, 이렇게 이 자리에 왔으리라 생각한 것이고, 그걸 빌미로 삼아 나를 겁박하려는 속셈일지도 모른다.
하나.
“저는 이 구단 안 좋아합니다.”
“……!”
“좋아했다면 과감하게 가위질을 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고쳐 쓴다는 명목으로 냉혹하게 칼질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구단을 해체하는 수준까지 끌고 갈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리빌딩은 그렇다.
팀의 뿌리부터 바꾸는 것.
수많은 상처를 도려내고, 종기를 쥐어짜 내야 한다. 칼을 들이대고 망설임 없이 찢고 베어내야 한다. 검은 죽은 피를 빼내고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을 것이며, 예상치 못한 안타까운 희생자도 나올 것이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는 명목으로 잘해오던 몇몇 사람도 휩쓸리며 해를 입을지 모른다.
그 모든 걸 알고도 칼을 들이댈 수 있는 건.
결코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다.
“증오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냉혹하게 칼로 쨀 수 있는 겁니다.”
“!”
“그러니 헤럴드 선수, 겁박할 생각은 마세요. 겁박은…… 내가 하는 겁니다.”
“……지금 선수를 겁박하겠다는 겁니까?”
“네. 협박입니다. 2년 썩고 선수 생활 종지부 찍으려면 나와 계속 싸우세요. 안 말립니다.”
헤럴드는 입을 닫았다. 그는 하, 깊은숨을 내쉬더니 상체를 숙였다.
“대체 어떻게 해야 내가 팀에 남을 수 있어요? 그것만 말해줘요. 그럼 할 테니까. 어떻게 뛰어야 하는데?”
“못 뜁니다. 어떻게 뛰더라도 적어도 저는 당신 못 씁니다. 아뇨, 안 씁니다.”
“!”
“도리어 제가 묻겠습니다. 뛰어난 실력이라면 다른 팀 가시면 됩니다. 유스 출신도 아닌데, 왜 맨스필드에 남으려고 합니까?”
헤럴드는 입을 달싹였다.
그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날 노려봤다.
“왜요, 유스 아니면 팀 안 사랑해도 됩니까?”
“아니요. 그 충성도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보니까, 감독님 선수로 뛴 적도 별로 없던데. 고작 몇 경기였나? 성인 선수 출전은?”
“…….”
“그래서 모르는 거예요. 교체 출전으로 데뷔 몇 경기만에 사라져서 모르시는 거라고요. 경기 끝나고 수고했다고, 당신 때문에 경기를 보러 온다고 말하는 노관중의 늙수그레한 외침.”
헤럴드가 눈을 반짝였다.
“사인해 달라고 유니폼을 마구 흔드는 어린아이, 내 이름을 외치면서 응원가를 부르는 팬, 제발 맨스필드에 남아 달라는 그 절절한 외침들. 그것들을 못 느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요.”
“…….”
“네, 맞아요. 저 이 팀 사랑합니다. 사랑해서 못 나갑니다. 네?”
“그게 팀에 대한 사랑입니까?”
나는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실소를 굳이 참지 않았다.
“뭐라고요?”
단번에 굳어버리는 낯을 쳐다봤다.
“사랑치고는 너무, 말랑말랑하고 따뜻하지 않나요?”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아니, 내려다봤다.
“언제부터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걸 사랑이라고 했지?”
“!”
“나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기준은 달라요.”
오로지 나를 향하는 애정에 만족하는 것만은 아니다.
“확실한 성공조차 저버리고 불길 속에 뛰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
“희생, 네, 희생이요. 끊임없는 자기희생으로도 웃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헤럴드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게 사랑입니다. 묻겠습니다. 우리 구단을 위해서 정말로 희생하실 수 있어요? 전술의 중심에서도 이탈하고, 주급도 삭감하고, 오로지 팀을 위해서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저도 단념하고 믿겠습니다.”
“…….”
대답은 없었다. 나는 한껏, 그를 비웃었다.
“그거, 가짜 사랑이야. 알아? 당신은, 그저 약팀에서 대장 놀이나 하고 싶은 야망도 없는 유치한 작자인데, 그걸 팀에 대한 사랑으로 억지로 포장하면서 로맨티스트인 척하는 거야.”
헤럴드는 무어라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헤럴드가 나가고 곧장 막스가 들어왔다.
보아하니 문밖에서 대화를 듣고 있었던 듯했다.
“……나가려고 할 거 같은데, 이제.”
“그냥 나가면 안 되지. 보여 주고 나가야지.”
막스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막스가 내놓은 태블릿을 바라봤다. 다음 경기에 맞춘 전술과 훈련 세션이었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뜸을 들였어.”
“뜸?”
“쌀로 밥을 할 때, 맛있게 먹으려면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야.”
막스는 뜸을 들인다는 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상황을 충분히 인식했다.
“그럼 말했던 대로 준비할게.”
“철저하게.”
“그래야지. 다음 친선전은 좀 빡센 팀인데.”
[프리시즌 친선 경기 3승 1무 맨스필드 타운, 유력 승격 후보 포레스트 그린 상대로도 무패 기록할까?]“……쇼케이스.”
맥 헤럴드가 뛰어야 하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