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1)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90화(191/266)
190. 우승 (1)
맨시티는 세계적인 팀이다.
그 말은 곧 세계 곳곳에 서포터즈가 조직되어 있단 뜻이다.
지구에서 보면 크지 않은 섬.
그 영국에서도 도시 하나, 맨체스터.
맨체스터의 여러 축구팀 중의 하나.
맨시티의 경기를 보고 응원하는 팬들은 지구 반대편에도 존재했다.
[Live]FA컵 맨시티 VS 맨스필드-짭시티련들 진짜 운좋네 ㅋㅋㅋㅋㅋ
-빅6중에 지들만 3부리그 만남 ㅅㅂ;
-라인업봐라 졸라 살벌하네 약팀하나 이겨보겠다고
-피도눈물도 없는 문어련
-맨시티는 문어가 가고 왜 또 문어가 감독하나요 대머리만 감독할수잇나요
-뭔씨주전이야 1.5군쯤되는구만
-1.5군(바르셀로나 주전이었던 윙어 세뇨즈 마르케스를 선발로 세우며)
-응~ 두브냐크 벤치니 1.5군 맞아~
-사실상 1군 본체는 두브냐크지 ㄹㅇ
[맨시티의 주앙 로드리게스 감독, 그리고 하부리그에서 엄청난 성적을 보여 주고 있는 맨스필드의 유진 감독이 오늘 맞대결을 펼칩니다!]-ㅇ?
-점마 한국인임?
-나 해축보면서 동양인 감독 첨보는거가튼데
-정보)한국계 영국인이다. 어머니가 한국인임
-정보)파산위기였던 구단이끌고 바로 우승하고 승격해서 또 바로 압도적 1위다
-와씨 커리어먼데 ㄷㄷ채찍피티한테 물어보니까 감독데뷔하자마자 우승했네
-어 쟤 걔네 첼시랑 친선전했던 팀 그때 후반전 몰아쳐서 무승부햇자너
-아 그팀임?
-국대 감독으로 점마 데려오는게 날 듯
-축협이? ㅋㅋ
-그래봤자 3부리그 4부리그 허접아님?
-ㅅㅂ이젠 하다하다 검머외보고 또 국뽕느끼는 놈들이잇네
하부리그까지 파는 지독한 해외 축구 골수팬들이 아니고서야 알 리가 없던 유진에게 관심이 쏟아졌다.
지금 이 순간, 맨스필드 경기를 보는 사람들의 숫자는 그간 리그든, FA컵이든, 어떤 이변과 활약을 펼쳐 왔을 때보다 훨씬 많았다.
맨시티는 전 세계적인 팀이었고, 그 상대 팀 역시 여러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머 거의 하부리그의 기적인데?
-파산위기 구단, 서포터즈가 돈 모아서 구해내고, 유스 출신 초짜감독 데려와서 데뷔시키고, 기적적으로 우승해서 승격?
-승격하자마자 또 압도적 1위? 와
-그리고 FA컵에서 지구최강팀 맨시티랑 격돌 ㄷㄷㄷ
-와 낭만이네
-맨시티 잡으면 낭만 치사량이라서 팬들 여럿 졸도할 듯 ㅋㅋㅋ
맨시티의 팬이 많다는 말은, 곧 그만큼 안티팬들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경쟁 팀의 팬이 사실상 안티나 다름없었고, 제삼자라면 소위 언더독을 응원하게 되는 심리까지.
사람들은 대놓고, 또는 은근히 맨스필드의 활약을 기대했다.
-또 오프사이드 트랩 ㄷㄷㄷ
-좆드리아누실바련 ㅋㅋㅋ옵사만4개째
-저놈이 브라질 국대격수라고? ㅅㅂ브라질 ㅈ망했구나 진짜
-아니 걍 맨스필드 쟤네들 움직임이 장난아닌데
-옵사가 한번이면 모를까 지금 트랩에 번번이 걸리잖슴
-이거 의도한거라고?
-ㅁㅊ짭시티 상대로 저짓을하네
시간이 흐를수록 맨시티의 압승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축구 팬들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야 이거ㅋㅋㅋ
-실컷 두들기고 골 안터지는 이거ㅋㅋ
-점유율 8대2 슈팅수 열배 차이나는데 1개의 슈팅이 실점으로 연결되는 그거ㅋㅋㅋ
-설마 이게 에펨도 아니고
-쟤들 반코트 당하면서 못 튀어나오잖아
-근데 맨시티가 골 빨리 못 넣으면 진짜 이거 모름
누군가가 혹시, 하며 꺼냈던 말은.
[클라베를 랑데르! 랑데르가 기습적인 슈팅으로 선제골을 올립니다! 맙소사! 맙소사! 경기장이, 경기장이 무너질 것처럼 요동칩니다!]-맨시티 비사아아아아아아앙!
-랑데르 ㅅㅂ 저 탱크련이 왜 3부에 있어
-슈팅수 열배차이 ㅋㅋㅋㅋ
-골 넣어야한다(전술수정 포메이션 변경 스위칭 활용) vs 딸깍(랑데르 골)
-3부리그 감독 vs 지구에서 가장 연봉 높은 축구감독
-저 감독 누구라고?(24년차 맨유팬임)
-맹구련들 솔깃하는 것 봐라
-솔깃할만 하지 4년동안 맨시티 못이겨봤는데 ㅋㅋㅋ
이변은 대단한 흥분과 충격을 안겨다 주기 마련이다.
하물며 그 이변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사람의 마음은 달아오르다 못해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정말?
-전반 40분 무실점버텼다 후반전 버티면 이거 진짜 모른다
-맨시티 여기서 연승 깨지냐?
하부리그가 상위 팀을 잡는 자이언트 킬링은 분명 요즘에도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격차여야지, 맨시티가 잡히는 그림은 현대 축구에서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변이 왜 이변이겠는가.
[맨체스터 시티, 발롱도르 2년 연속 수상에 빛나는 이반 두르냐크 카드를 꺼내 듭니다.]-아
-미친놈들
-문어련 진짜 독하네 여기서 두르냐크를 꺼내네
-와 이걸 이겨보겠다고 진짜
-실컷 두들겨 패다가 한 대 맞았다고 정색하는것봐
-브라질 국대 격수 교체아웃당하고 발롱도르 수상자 출전ㅋㅋ
-진짜 아쉽네 이거 맨스필드 쟤네 감독 진짜 열심히 준비하고 엄청 잘한 거 같은데
-솔직히 주앙 로드리게스가 허겁지겁 두르냐크에몽~ 해준것만 봐도 걍 지략싸움에서 판정승이지
* * *
경기 종료.
맨스필드 1 VS 3 맨체스터 시티
* * *
휘슬이 우리는 순간.
맨스필드 선수들은 쓰러지듯 잔디 위에 주저앉았다.
지칠 수밖에 없었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하는 기본 조건이 더 많이 뛰고 더 빨리 달려야 하는 것이니까.
맨스필드는 상투적인 말이지만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낼 정도로 사력을 다했다.
그러나 그저 의지와 노력, 열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게 있기 마련이다.
랑데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료들 전부 주저앉거나 허리를 굽힌 채, 무언가 폭풍이 지나간 이후처럼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아니 그럴까.
‘이반 두르냐크.’
현시대의 이름이라 불리는 남자.
그는 차원이 달랐다. 오프사이드 트랩이든, 어떤 수비 전술이든, 어떤 선수가 막아서든, 정말 아무렇지 않게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해트트릭을 쏘아 올렸다.
두꺼운 벽 뒤에 숨었다고 한들, 토네이도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맨시티를 처절하게 틀어막고, 기습적인 역습으로 득점이 터져 나온 순간.
모두가 환호하며 느꼈던 희열을 거짓말처럼 잠재워 버렸다.
아쉽게 졌다면, 정말 손에 쥔 승리를 놓친 것이라면 차라리 비통해하고 억울해하며 땅을 치겠지만, 어떤 선수도 그러지 않았다.
압도적인 차이를 느꼈으니까.
오죽하면 앤서니 로우조차 무언가 느낀 건지 멍한 눈으로 승리를 자축하는 맨시티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겠는가.
그렇게 모두 멍한 채 필드를 떠나지 못하는 사이.
저벅.
필드 위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온갖 응원가와 소음으로 가득한 경기장이지만, 선수들은 모두 그 발걸음 소리를 들은 듯 고개를 돌렸다.
가장 먼저, 터치라인에 주저앉았던 제임스의 어깨를 꽉 잡아 주며 일으켜 세워 주고.
그 다음 지쳐서 누워 있는 대니 스콧을 어깨동무하듯 부축해 주고. 젠킨슨, 스탠리, 톰 브룩스, 오스카, 앤서니-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잡아 주고 일으켜 세워 주며 천천히 필드를 걷는 감독.
선수들은 무언가 홀린 것처럼, 그런 유진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랑데르 역시도 유진의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난 뒤, 특별한 대화 없이도 유진의 등을 보고 따라 움직였다.
그 등을 보며 걷는 순간, 훈련장에서 했던 감독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렸다.
‘아뇨, 못 이깁니다.’
자신의 물음에 나왔던 예상치 못한 답변. 빈말로도 승리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줄 수 있었을 텐데도,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지독히도 냉정하다는 주위의 평가가 일순 이해가 갔다. 냉정하단 말은, 그만큼 현실적이란 말이었으니까.
하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물론 저는 패배에서부터 배운다, 패배는 승리의 어머니다, 이런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승리가 좋습니다.’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승리야말로 스포츠에서 가장 값진 결과임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런데 평생 승리를 추구하는 삶일지라도, 남들에게 패배를 선사해야만 하는 인생일지라도, 남을 누르고 올라가야만 하는 지독한 삶을 살더라도 말입니다.’
하나 그렇기에 스포츠는 힘들고 어렵다. 승리만을 염원하는 것은 지독한 스트레스로 돌아오곤 하니까. 랑데르는 담담하던 유진의 얼굴에 미약하게 떠오른 피로감을 엿보았다.
‘패배는 찾아옵니다.’
그리 말하는 표정은 희미하게 흔들리는 듯했다. 하나 눈만큼은 또렷했다. 패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순간이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 담담한 눈.
‘패배는 패배일 뿐입니다. 잃고 또 잃습니다. 당장 이 패배가 우리에겐 FA컵 8강이라는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이라는 기록이란 기회도 빼앗기겠죠.’
그토록 열심히 준비했으면서. 훈련장에서 선수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닥터 스탠리를 모셔 오기까지 하면서 할 수 있는 전부를 하면서도.
유진은 담담히 패배를 말했다. 그건 패배를 두려워하는 자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전투에선 져도, 전쟁에선 승리할 겁니다.’
한 경기, 한 경기는 하나의 전투.
그리고 전체 시즌, 다음 시즌, 축구 구단이 나아갈 길은 계속되는 전쟁.
유진이 실소하며 말했다.
‘어쩌면 변명이죠. 패배가 싫고 승리만 원한다면서, 이 패배도 인정치 못하고 결국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승리하면 이긴 거라고 말하는, 그런 자기 위안 따위일지도 모르지만요.’
그러나 웃음이 거둬진 직후, 유진은 그 무엇보다도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맨스필드는, 기어코 언젠가 승리자가 될 겁니다.”
그 말이 귓가에 울리는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젠킨슨! 젠킨슨! 오스카! 오스카!”
“랑-데르!”
아득한 상념에서 건져 올리는 함성과 환호가 점점 볼륨을 키우듯 커져 갔다.
“…….”
랑데르는 어느새 걸음을 멈추고 눈을 들었다.
감독의 등을 보고 따라 걷다가 멈춘 지점.
관중석 앞.
주위를 둘러보니 선수들은 얼굴에 희미한 열기가 떠오른 채 무언가 북받치는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거나 이를 악물고 있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환호.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일일이 외쳐 대는 팬들의 목소리.
선수들은 어느새 일자로 늘어서서 동료들의 손을 잡고 있었다.
감독은 양옆에 있던 선수의 손을 붙잡고 힘껏 들어 올렸다.
3대 1의 스코어.
모든 지표에서 압도적으로 밀린 처참한 패배.
한데 이 순간.
―너희와 함께 할 거야, 너희와 달려 나갈 거야, 오, 나의 사랑, 나의 열정, 나의 숫사슴!
우리는 패배한 것인가?
랑데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선수들의 손을 잡고 관중 앞에서 치켜세워 주는 감독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기어코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아니.
랑데르는 자신의 유니폼을 입고, 최고예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어린 팬을 바라보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이미 승리해 있군.’
맨스필드. 16강에서 맨시티를 만나 탈락.
이변은 없었다.
* * *
“고생하셨습니다. 감독님!”
“어후. 그래도 무난히 FA컵 8강 진출했네요.”
“리그도 선두고, FA컵도 쭉쭉 올라가고 있고-”
“챔피언스 리그만 어떻게 하면-”
사무실에 복귀한 주앙 로드리게스는 여러 말을 건네 오는 구단 직원들에게 미소를 잃지 않은 채 화답했다.
“좋은 결과를 내겠습니다.”
“좋아요, 감독. 오늘 경기도 압도적이었고, 좋았다고. 그렇게만 갑시다!”
“계속해서 승리하는 겁니다!”
소위 구단의 높은 분들이 FA컵 경기 결과를 축하해 오는 인사와 전화를 받은 그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조용해진 사무실에서 의자에 축 늘어지듯 기댈 수 있었다.
“……압도적 승리라고?”
문득, 머릿속에서 맴도는 말.
주앙 로드리게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슈팅 수, 점유율, 득점 찬스, 찬스 메이킹, 패스 성공률, 그 전부…….”
압도적이다.
숫자로 이뤄진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맨시티와 맨스필드의 16강 경기는 누가 뭐라 할 수도 없는 맨시티의 당연한 압승이었다.
하나 주앙 로드리게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경기 전체를 머릿속에서 복기하고, 또 한 번 점검했다.
‘전반전 오프사이드 트랩을 활용한 거나, 3-5-2의 포메이션으로 완벽한 수비를 선보인 것, 그 모두가 유진, 그 남자가 준비한-’
그래, 거기까진 납득할 수 있다.
그가 가진 실력.
주앙 로드리게스는 이해했고, 인정했다. 3부 리그지만, 감독의 수준과 능력만큼은 자신조차 놀랄 정도로 대단하다고. 솔직히 말해 랑데르의 기습적인 전진과 실점에 그가 이반 두르냐크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낸 것에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이반 두르냐크를 써서 이겼으니, 너무한 거 아니냐고?
어쩌겠는가.
그것이 축구인데. 모두가 동일한 선수를 두고 싸우는 감독의 대결이 아니다.
축구란 그 구단이 가진 모든 걸 총동원해서 싸우는 싸움이고, 주앙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무기를 거침없이 휘둘렀을 뿐이다.
그 점에 있어 그는 이반 두르냐크에게 제대로 된 휴식을 주지 못했단 사실에 아쉬워할 뿐. 부끄러워하지도, 특별히 불합리한 승리라고 생각지도 않았다.
하나 지금, 주앙 로드리게스가 승리로도 웃을 수 없는 이유.
“그 남자.”
주앙 로드리게스는 유진의 얼굴을 떠올렸다.
경기 중 번번이 마주쳤던 그 눈빛.
“단 한 번도 분노하지도, 흥분하지도, 그렇다고 좌절하지도 않았어.”
후반전. 이반 두르냐크가 날뛰고, 자신이 번번이 교체로 투입하는 주전 선수들을 보고도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담담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대응해 오는 모습.
물론 그 대응은 모조리 깨져 나갔다. 어떤 대응을 해 오든 완벽한 주전들로 심기일전한 맨시티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하나 주앙 로드리게스는 분명 느꼈다.
“테스트.”
불쑥 튀어나오는 단어에 주앙 로드리게스는 자신조차 말을 내뱉곤 피식 웃고 말았다.
“마치, 풀 전력인 맨시티의 전력을 두고 이것저것 테스트해 보는 느낌.”
온갖 대응을 해오는 유진의 모습을 보면서, 주앙 로드리게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하나 이내 그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3부 리그 팀이다.
그런 팀이 맨시티를 상대로, 무엇이 통할지, 안 통하는지, 이게 잘 먹히는지, 그도 아니면 어떻게 뚫어야 할지, 일일이 테스트를 해 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마치 언젠가 다시 맨시티를 만날 기회를 염두에 두는 것처럼?
그래, 언젠가.
저 팀이 프리미어리그에 올라온다면.
“테스트라니. 어림도 없는.”
천하의 주앙 로드리게스를, 현시점 최고의 감독이라는 정상에 가장 가까운 그를 그저 테스트하고, 점검해 보는 식으로 대했다고?
주앙 로드리게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 예민해졌군. 스트레스인가. 하긴, 대회 몇 개를 동시에 치르니.”
트레블의 압박 때문이겠지.
주앙 로드리게스는 창밖을 바라보다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서랍장으로 걸어갔다.
온갖 서류가 처박혀 있는 서랍장.
그 안을 뒤적거리던 주앙 로드리게스는 시즌이 시작하기 전, 처박아 놨던 하나의 리포트를 찾아냈다.
첼시와의 친선전을 치른 직후.
그 경기의 내용과 유진에 대한 일부 평가가 적힌 리포트.
당시 아무 의미 없다며 서랍장에 처박아놨던 그 리포트를, 책상에 올린 채 주앙 로드리게스는 팔짱을 끼고 한참 쳐다봤다.
압도적인 승리. FA컵 8강 진출. 한데도 머릿속이 복잡하며, 마땅히 승리를 자축하지 못하는 지금.
‘나는, 이번 경기에서 승리한 것인가?’
스스로 물은 질문에.
주앙 로드리게스는 답하지 못한 채 사무실을 떠났다.
그리고 유진에 대한 리포트는, 여전히 그의 책상 위에서 치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