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2)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91화(192/266)
191. 우승 (2)
[맨스필드의 여정은 여기서. FA컵 8강 진출 실패] [졌지만 최선을 다해 싸웠다, 맨스필드 팬들 패배에도 불구하고 환호와 박수] [구단 가치 수천 배 차이에도 빛난 감독의 지략 대결. 이반 두르냐크를 꺼내게 만든 유진 감독의 판정승?] [주앙 로드리게스, 챔피언스리그 8강 경기 앞두고 휴식을 부여했던 이반 두르냐크 출전에 대답 “우리는 승리하기 위해 경기를 치르고, 그러기 위해선 두르냐크가 필요했다. 맨스필드는 이기기 어려운 상대였고, 그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맨스필드 유진 감독, “변명할 여지 없는 패배. 하지만 우리 선수들과 팬들은 자부심을 가지길. 다음엔 지지 않을 것.” 프리미어리그 목표 드러내] [클라베르 랑데르, 리처드, 앤서니 로우, 헤일러. 믿고 쓰는 첼시산? 맨스필드 경기에 첼시 팬들 어깨 으쓱. “임대 복귀가 시급해”]* * *
Q. 3부 리그, 리그 원의 클럽으로서 유럽 최강팀으로 꼽히는 맨시티와의 경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감상이었는지.
A. 몹시도 흥분되고, 즐거운 경기였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축구를 견식하는 것이 나에게도, 선수들에게도 값진 경험이 됐다.
Q. 전반전 훌륭한 경기력으로 이변을 연출할 수도 있었다. 아쉽지는 않은가?
A. 이반 두르냐크라는 대단한 선수와 우리 선수들이 맞붙는 짜릿한 경기였다. 후회하지도, 아쉽지도 않다. 맨시티의 우승은 당연하다. 결승에서 진 것이니 납득한다.
Q. 16강이었다. 이제 8강 진출인데?
A. 안다. 맨시티가 우승한다. 맨스필드를 이긴 팀이다.
* * *
맨시티전은 맨스필드 팬들에게 여러 감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리그 투, 리그 원의 활약으로 들떠있던 그들에게 현실을 보여 줬다.
압도적인 차이.
단순히 경기력과 경기 내용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 말도 안 되더라, 진짜.”
“하. 거기 2군이니, 유스 선수니, 걔네 몸값이 우리 구단 가치만 한 거 알아?”
“그런 맨시티도 리그 우승하려고 몸 비틀고 난리 부르스를 친다 이거지?”
그들이 목격한 맨시티는 정말 엄청난 팀이었다.
구단 가치, 선수들의 몸값, 메가 클럽의 위상까지.
그리고 내심 프리미어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유진이 이뤄 주리라는 확신과 당연히 해 주리라는 기대가 얼마나 큰 바람이었는지 깨닫게 됐다.
“우리가 프리미어리그에 가야 한다면, 저런 팀들하고 싸워야 한다는 거지.”
“1년 내내.”
“당장 챔피언십에서도 돈을 물 쓰듯이 쓰는 팀들 널렸는데…….”
팬들 사이로 스며드는 두려움과 불안감.
하나 그것이 나쁘다고, 유진은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두려움이라는 건, 나아가게 만들어 주거든요.”
맨시티전 경기 내용을 두고 반성하고, 리뷰하는 코치진 자리에서 유진은 말했다.
두려움을 코앞에 둔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다.
그대로 바짝 굳어 아무것도 못 하고 공포가 덮쳐 오는 걸 바라만 보거나.
몸을 돌려 도망치거나.
그도 아니면.
“두려움을 이겨 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맨시티라는 상대.
프리미어리그라는 위상.
리그 투, 리그 원에서 벗어나 더 높은 곳으로 내달리려는 숫사슴이.
“피하지도 무서워서 굳어 있지도 않을 겁니다.”
유진은 확신하듯이 말했다.
“적어도 제가 봐 온 우리 팬들은, 그럴 거거든요.”
우리는 안 될 거야,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무슨, 여기서나 잘해야지, 운이라도 따르면 모를까, 돈도 없는 구단이 뭘 어떻게 저기서 비벼 대-?
같은 소수의 반응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나 적어도 다수는 아니다.
“허허. 애당초 우리 구단은, 파산 위기에서도 살아남지 않았습니까.”
알롭의 말처럼.
맨스필드는 축구 팬들이 생각할 때 가장 끔찍한 상황.
파산 위기로 프로리그 퇴출, 구단 해체라는 엄청난 공포에 직면하지 않았던가.
그 상황에서 맨스필드 팬들이 택한 건 하나였다. 두려움에 바짝 굳어서 팀이 정말 망할 때까지 가만히 있지도, 그 상황을 회피하지도 않았다.
서포터즈는 직접 나섰고 팻말을 들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한 푼, 두 푼 모아서 자기네들이 구단을 사고, 파산 위기에서 건져 올렸다.
“우리 팀 팬들에게 두려움이란 그런 존재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구단. 이런 구단의 장점이, 무기가 무엇이 있냐고 냉소적으로 묻는다면.
유진은 당당하게 대답할 것이다.
“두려움과 불안함을 인식한 팬.”
더 높은 이상과 현실을 마주한 이 팀의 팬뿐이라고.
* * *
메가 클럽들은 워낙 전 세계적으로 팬층이 광범위하다 보니 때때로 로컬 팬들과 괴리될 때가 있다.
하나 우리 같은 구단에서 그럴 일은 없다.
선수들이 돌아다니는 도시도, 그들이 가는 식당과 슈퍼마켓도, 길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맨스필드의 팬들이었다.
“우린 너희가 져도 응원할 거야. 그러니까 열심히만 하라고. 아, 물론 지라는 건 아니다?”
“매번 이길 필요 없어. 힘들잖아, 그러면. 압박감 가지지 말라고. 다만 이기는 날에 우리 레스토랑 꼭 와. 모든 걸 공짜로 줄 거니까!”
“뭐야, 왜 그렇게 죽상이야? 설마 맨시티에게 졌다고 그래? 그깟 놈들, 우리가 프리미어리그 가서 패 주면 되지!”
선수들의 분위기는 꽤 중요한 문제다.
사기든, 컨디션이든, 선수 개인의 감정 문제든.
왜 스포츠 선수에게 멘탈 코치가 따로 존재하고, 빅클럽들이 대단한 상담가들을 고용하겠는가. 체력과 기술 같은 유형화된 것보단 때때로 정신력과 사기, 분위기가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게 바로 팀 스포츠다.
때문에 작은 도시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팬들이 우울해하고, 온갖 짜증만 부리거나, 과도한 기대만 보여 준다면.
그 영향이 순식간에 선수단에게도 녹아들 수 있다는 것.
반면 팬들부터가 자세가 다르다면, 그 기세 역시 선수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
지금 맨스필드가 그런 작은 도시의 구단이라는 장점이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맨스필드 선수단만 국한된 게 아닌, 이 작은 도시 전체가 하나처럼 굴러가는 느낌.
무엇보다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인식하게 된 팬들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저 무작정 기대감만 품어 선수에게 압박감을 주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지레 안 될 거라고 포기하지도 않았다. 이 팀의 팬들은 두려움을 이겨 내는 방향을 찾아갔다.
“차근차근, 하나씩 깨부수면서 나아가자고!”
“작년 리그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가장 약팀이었지만, 한 팀씩 깨부수다 보니까 지금은 강팀이야!”
“물러서지 않고 전진하면 돼!”
그리고 그 결과는 필드에서 다시 드러났다.
* * *
FA컵 이후 3일 만에 치르게 된 블랙풀전.
리그 5위지만 2위 다이렉트 승격 자리까지 승점 7점 차였기에 플레이오프에서의 경쟁은 물론, 내심 2위까지 노리는 블랙풀은 자기네 홈에서 맨스필드를 잡고자 했다.
격한 경기를 치르고 3일 만에 긴 원정까지 오는 팀이다.
무엇보다 전반기 무시무시한 모습과 달리 후반기 들어 줄부상에 이은 패배와 무승부의 빈도가 많아지면서, 저들도 인간미가 있구나, 라는 감상이 느껴진 팀.
블랙풀은 일주일 만에 치르는 이 리그 경기에서, 반드시 맨스필드를 잡고자 굳게 결의했다.
시작은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서로 비등한 점유율을 유지하며, 빠른 템포로 공이 서로의 진영을 오갔다.
“패스 줘!”
앞서 달리는 앤서니 로우의 외침.
블랙풀 선수들의 시선이 앤서니와 동시에 공을 갖고 있는 대니 스콧에게 향했다.
가장 위험한 패스 줄기의 핵임을 잘 알기에, 대니 스콧을 진즉 봉쇄한 선수들.
전진 패스를 찔러 줄 수 없는 각도.
그러자 대니 스콧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백패스를 보냈다.
패스 줄기를 막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백패스가 닿은 발끝의 주인은 클라베르 랑데르였다.
닥터 스탠리의 손길로 컨디션이 최상으로 올라온 그의 감각은, 블랙풀 선수들의 상상 이상이었다.
랑데르는 백패스를 받지도 않고 그대로 발리로 길게 찔러 넣는 다이렉트 패스를 보냈고.
터엉!
그 한 번의 패스를 최전방의 해리 오스카가 팔짝 뛰어올라 헤더 골로 연결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스-카!”
“득점왕 포기하지 말라고! 앤서니보다 더 넣어야지!”
그야말로 자로 잰 듯한 패스. 완벽한 점프. 정확한 타점의 헤더.
전반 4분 만에, 무언가 손쓸 도리도 없이 들어간 골에 블랙풀 선수들은 분통조차 터뜨리지 못했다.
“…….”
아니, 도리어 선수들 사이에 아연한 기색이 흘렀다.
대니 스콧의 패스를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아야 될 놈이 하나 더 있다고?”
그들의 낯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 * *
리그 5위라는 성적.
2위가 가시권이라는 순위를 생각하면, 블랙풀은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다.
―랑데르 선수, 치고 달립니다! 탱크가 거침없이 내달립니다!
블랙풀의 맨유 유스 출신인 리버핸드와 아일랜드 국대 경험도 있는 조니스의 중원 조합은 터프하고, 강력했다. 패스나 볼 전개에 있어 꽤 부족하지만, 적어도 강한 압박에 있어선 리그 탑급이란 표현이 부족하지 않았다.
하나 맨시티 선수단마저 막지 못하고 붕괴됐던 랑데르의 돌파 앞에선, 하등 의미 없는 명성에 불과했다.
―리버핸드 부딪치고 튕겨 나갑니다! 조니스 급히 따라붙지만, 쫓아가지 못해요! 거리 더 벌어집니다! 랑데르 선수의 무시무시한 무기! 그가 공을 잡으면 긴장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탱크가 달리는데 소총으로 어떻게 막습니까?
건장한 체격의 리버핸드의 터프함도, 단단하지만 저돌적인 속도의 조니스도, 어떻게 손도 쓰지 못하고 공간을 내지르는 폭발적인 질주.
속에 가득했던 엄청난 힘을 단 한 번에 터뜨리는 것처럼, 랑데르는 폭발적으로 단숨에 페널티 박스 부근에 도달했다.
―수비수들 전부 달라붙습니다만, 아무도,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속도도, 파워도, 전부요! 이 선수, 이렇게 강했나요?
맨시티전 이전의 랑데르는 분명 강했다. 리그 원에서 어찌할 수 없는 존재는 분명했다. 하나 그때만 해도, 아직 사람들은 은근히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구나, 라는 감상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지금.
블랙풀의 단단한 수비 블록이 거침없이 유린당하는 순간 그 같은 감상은 모두 쓰레기통에 처박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위치 선정 따위는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찢어 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들의 터프함과 압박은 아무 의미 없었다. 탱크 앞에서 터프하게 근육을 자랑해 봤자 무한궤도에 짓눌리는 건 당연하니까.
―랑데르! 골문 앞에서 그대로 때립니다! 오, 골! 골키퍼 막지 못하고 허망하게 쳐다만 봅니다! 마치 겁에 질려 몸이 굳어 버린 것 같아요!
아니 그러겠는가.
골키퍼는 생각했다. 저거 막겠다고 손 뻗었으면, 손가락 부상을 당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문득.
선수는 세레머니를 펼치는 맨스필드 선수단 너머 전광판을 바라봤다.
전반 7분.
스코어는 2대 0이었다.
무시무시한 불길함이 피부 위를 타고 스멀스멀 기어올라 왔다.
* * *
맨스필드 팬들도 얼떨떨했다.
“이거, 지난 경기랑 뭔가 똑같지 않아?”
“누가 재방송 틀었냐?”
특히 맨스필드 원정 유니폼은 조금 밝은 계열의 하늘색에 가까웠고, 블랙풀의 홈 유니폼은 노란색이어서 그럴까.
“점유율이나 슈팅 수나 이런 거.”
“그냥 지난 경기 판박이인데?”
“다른 건…… 우리가 맨시티 역할이라는 거지.”
맨시티에게 두들겨 맞은 우리가, 사실 알고 보니 리그 원의 다른 팀들에겐 맨시티와 같은 재해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을, 관중들은 지금 체감하고 있었다.
―랑데르 공 잡고 전진하는 순간, 블랙풀 선수단 모두 라인 내려앉으면서 긴장합니다! 아, 그 틈을 노리고 랑데르 선수의 재치 넘치는 스루패스! 앤서니 로우 그대로 발리 슈팅으로 골로 연결합니다!
랑데르가 공을 잡으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블랙풀 선수들이 혼란에 빠지는 게 관중석에도 전해졌다. 몸을 던져 막아야 하는가, 싶으면 대니 스콧 뺨치는 패스 줄기를. 패스 길을 막고자 움직이면 거침없은 돌파를.
그래, 운이 좋아서, 파울이든 뭐든 어떻게든 막아 냈다면.
―랑데르 선수! 압박이 쏟아지자 공을 돌립니다! 랑데르 선수가 뺏어간 관심에 심심해진 것일까요? 대니 스콧, 압박 없이 자유롭습니다! 받은 공을 그대로 사이드로 넓게 벌려 주는 롱패스!
뭘, 어쩔 수 있단 말인가.
랑데르에게 모든 집중이 가해진 반면, 이 팀에 와서 처음으로 압박을 받지 않는 대니 스콧은 처음으로 엄청난 자유를 맛봤다.
랑데르의 대단한 활약은 선수 한 명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그는 압박과 집중 견제에서도 막을 수 없는 존재였고, 덕분에 대니 스콧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 그 이상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스탠리의 돌파, 좌우에서 흔들어 주는 움직임이 예술이네요! 유연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니 스콧의 패스를 이어받아 그대로 대각선 위치에서 슛! 골, 골, 골! 전반 31분 벌써 네 번째 득점이 나옵니다!
혼비백산.
그 단어로 지금 블랙풀의 심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지난 경기와 엇비슷한 그림이었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맨스필드는 그래도 맨시티 상대로 처절하게 버텼다는 것이지만.
―제임스! 자신의 시즌 두 번째 골을 신고합니다! 이 어린 선수가 오랜만에 골 맛을 보네요! 5대 0! 전반전, 블랙풀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블랙풀은 버티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하얗게 지린 얼굴, 어쩔 줄 몰라 하는 눈, 점점 굳어가고 허둥지둥 급한 움직임.
넋이 나간 벤치까지.
블랙풀 선수단 중 누군가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왜 맨시티한테 처맞고 우리한테 화풀이하는 건데!”
맨시티를 만난 맨스필드는 더 이상 리그 투, 리그 원에 국한되는 그저 하부리그 팀이 아니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저 멀리 뻗어 가는 시야의 끝에.
맨시티와 같은 팀.
그리고 프리미어리그라는 명확한 목표가 새겨졌으니.
맨스필드는 이제, 더는 하부리그 팀이 아니었다.
―블랙풀 선수들 차라리 울고 싶은 심정일 거예요!
맨스필드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했다.
[맨스필드, 우승까지 매직 넘버 ‘3’]팬도, 선수도.
“앞으로 챔피언십 준비에 힘을 써야겠어요.”
유진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