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3)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92화(193/266)
192. 우승 (3)
[맨스필드의 퍼펙트한 승리, 7대 0으로 블랙풀을 공포에 떨게 하다] [블랙풀 리그 7위 추락, 다이렉트 승격 경쟁 적신호, 플레이오프도 위험] [블랙풀의 승격 꿈을 좌절케 했나, 유진 감독의 맨스필드 매직넘버 ‘3’] [잔여 경기 8경기, 2위 입스위치와 승점 21점 차이. 압도적인 골득실차, 상대 전적 우위! 한 경기만 이겨도 우승 사실상 확정]* * *
맨스필드가 블랙풀을 7대 0이라는 스코어로 찍어 누르는 순간.
당장 맨스필드 프런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승 세레머니를 준비하는 게…….”
“호들갑이 아닙니다. 이거 미리 준비해야 해요!”
“카퍼레이드는요?”
“10년 만에 돌아가는 챔피언십인데!”
“해야죠! 당장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연락하고 협조 요청 보내요!”
이는 자만의 발로가 아니다. 명백한 현실이었다. 18점 차로 벌어지며 사실상 우승 레이스에서 탈락했던 입스위치 타운은 같은 날 벌어진 포레스트에게 패배. 승점이 21점 차로 벌어졌다.
리그 38라운드가 진행된 시점.
잔여 경기가 8경기가 남았고, 입스위치가 남은 경기 전승할지라도 승점 24점밖에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골 득실, 상대 전적의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는 맨스필드가 한 경기만 이겨도 사실상 우승 확정이라는 명백한 현실.
“뭐, 우승은 불에 보인 듯 뻔하긴 한데.”
“무슨 바로 다음 주에 우승컵 들 것처럼 요란하네.”
“꼭 그렇게 될 일이 있나…….”
하지만 몇몇 이들은 은근히 곧장 그렇게 빨리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목표가 코앞에 있는 순간, 사람들은 다소 조급해지는 면모가 있기 마련이니까.
맨스필드가 무승부를 할지, 입스위치가 남은 경기에서 계속 승리를 거둘지, 적어도 서너 경기는 더 지켜봐야 할지 어찌 알겠는가.
물론, 맨스필드가 잘나가는 것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일부의 바람에 불과했다.
* * *
시즌 후반, 맨스필드의 상대 팀들은 공교롭게도 다이렉트 승격 자리와 플레이오프 경쟁에 전력을 다하는 이들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극강 맨스필드를 제외하곤 2위부터 12위까지 모두 한 경기 결과로 승격의 꿈이 뒤바뀔 정도로 촘촘하게 붙어있는 모양새.
얼떨결에 맨스필드는 자력 우승뿐 아니라, 승격 파트너도 본인들이 고를 수도 있는 위치에 선 것이다.
맨스필드를 이긴다면, 앞으로의 마지막 승격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사실.
“이미 우승이 확정된 팀이야! 쟤들 무승부만 해도, 입스위치가 또 지면 그냥 확정이라고! 반면 우리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거, 제군들은 잘 알지 않나! 이게 바로 동기부여지. 차이라고!”
리그 8위 프레스턴 노스 엔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블랙풀과 지독한 더비 관계인 그들은, 블랙풀이 맨스필드에게 패배해서 7위가 된 것에 환호하면서도, 동시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블랙풀이 저렇게 무기력하게 졌는데, 동기부여가 상관있어?’
‘씨, 하필 이렇게 중요할 때 저 괴물들을 만난 거야.’
‘그냥 우승컵 주고 챔피언십 일찍 보내 버렸어야 한다니까.’
맨스필드 포비아(phobia:공포증)가 리그 원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려움에 잠식당해선 승격은 꿈에도 꿀 수 없는 법.
플레이오프 진출, 나아가 욕심내면 다이렉트 승격 자리도 가시거리에 들어온 지금.
“우리의 마음가짐이 칼처럼 날카롭다는 것을, 필드에서 보여 주란 말이다, 제군들!”
프레스턴은 홈구장에서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Kill them! PNE!”
승격의 꿈을 향해 내달리는 프레스턴, 조기 우승 확정이라는 마침표를 찍고 싶은 맨스필드. 두 팀의 의지가 필드에 충돌하는 순간.
측면을 주로 활용하는 사이드 플레이가 특징인 프레스턴이 초반 빠른 공격으로 득점에 열을 올렸다. 제법 효과적이었다. 단숨에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 박스 안으로 공을 전달하는 과정은 빠르고 위협적이었다.
뻐엉!
비록 헤일러의 헤더에 막혔지만, 프레스턴은 이 공세가 통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반색했다.
물론 맨스필드가 그저 가만히 맞고만 있다면 말이다.
애석하게도 그런 프레스턴의 스타일이 맨스필드와는 상극이었다.
사이드 위주의 플레이는 곧 중앙이 강하지 않다는 의미.
“억!”
랑데르가 허술한 미드필더 사이로 파고들면서 공을 얻어 냈다.
아주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공. 공의 소유권을 헌납하듯 보이는 모습은 프레스턴 미드필더가 마음씨가 착해서 공을 양보한 게 아니다.
탱크가 몸으로 부딪치면서 공을 빼앗는데, 어찌 버틸 수 있겠는가.
투웅!
공을 탈취, 그대로 전진하는 랑데르의 드리블에 주춤, 물러서는 프레스턴의 얼굴에 조급함과 공포가 떠올랐다.
“복귀해, 복귀! 자리 잡아!”
“버텨! 밀리지 마!”
본래의 맨스필드 역시 중앙보단 사이드 측면을 활용한 공격이 강했다.
대니 스콧이 양옆으로 뿌려 주는 패스. 스탠리와 톰 도허티, 제임스가 측면을 질주하며 크로스. 해리 오스카의 머리든, 또는 앤서니 로우의 낮은 크로스에 이은 득점이든.
이는 가장 폭발적인 파괴력을 투사할 수 있는 공격 전개라는 이유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중앙에서의 전진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기동력을 상실한 대니 스콧과 오로지 그를 보호하는 임무만 맡은 미드필더 조합.
당연히 중원의 활동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던 터.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뛰어!”
아무리 기동력이 없다고 한들.
가장 앞서서 내달리는 선수가 있다면, 그 한명의 선수에게 모든 견제와 시선이 쏠리기 마련.
“랑데르! 저 괴물 새끼!”
“태클, 태클이라도 갖다 박으라고!”
랑데르의 과묵한 눈빛은 그 어떤 압박에서도 담담했다.
그에겐 오로지 앞만 있는 듯했다.
직선의 전진, 또 전진.
“쫓아!”
“달려!”
상대적으로 압박이 헐거워진 다른 미드필더들이 전진할 수 있는 것도 수월해졌으며, 그 말은 곧 뒤따라 올라가는 수비진까지 팀 전체가 순식간에 라인을 높이며 공세를 펼친다는 뜻.
마치 돌격대장 랑데르가 선두에 서고 그 뒤를 선수들이 받쳐 주며 돌격하는 모양새.
어찌 보면 무식하기 짝이 없는 공격이었지만, 막상 그걸 감당해 내야만 하는 프레스턴의 수비진으로서는 시시각각으로 공포가 돌진해 오는 기분이었다.
툭!
무엇보다 단순 무식한 플레이가 아니다. 전진하던 랑데르를 중심으로 선수들의 포지션 이동은 눈이 핑핑 돌았다.
스탠리의 하프 스페이스 침투, 제임스의 측면 돌파, 페널티 박스 틈 사이로 파고드는 앤서니와 오스카.
그 모든 움직임 하나, 하나가 영리하기 짝이 없는 플레이였다.
수비들의 시선이 여기저기 분산되면서 허둥지둥하는 순간.
공을 몰고 전진하던 랑데르의 발끝에서 공이 사라졌음을 뒤늦게 인지하자 프레스턴 선수들 사이로 지독한 적막이 가라앉았다.
‘누구야!’
‘누가 방점이야?’
‘누가 때리는 건데!’
결국 모든 공격 전개의 방점은 슈팅.
상대가 아무리 매섭게 공격을 전개하고, 주도권을 쥐고, 유율을 다 가져간다 한들.
결국 수비가 공격보다 좀 더 유리한 이유는, 슈팅만 막아 내면 그 전부를 허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 랑데르의 발끝에서 공이 떨어져 나간 순간, 프레스턴 선수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누가, 마지막 방점을 찍을 것인가.
당연히 랑데르가 직접 슈팅 때리거나, 그도 아니면 오스카와 앤서니 로우라는 가장 완벽한 피니셔들을 떠올릴 것이다. 하나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지금 필드 위에선.
‘전부!’
선수 개개인의 위치 모두가 득점을 때릴 수 있는 상황.
수비수들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어느새, 맨스필드 선수들의 포지션이 가장 위협적인 형태로 자리잡힌 상태. 랑데르의 돌파에 모두가 시선이 팔린 사이, 이런 끔찍한 형국이 만들어진 것이다.
수비들이 누구를 향해 몸을 날려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할 때, 랑데르의 발끝을 떠난 공은 측면의 제임스에게 향했다.
‘크로스다!’
‘높은 크로스면 오스카, 낮은 크로스면 앤서니! 그도 아니면 컷백일지도!’
‘공간, 공간만 막으면!’
프레스턴 선수들의 집중력도 분명 빛났다. 그 치열한 상황에서도 최적의 판단을 내리고자 노력했으니까.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일은, 노력이 늘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과 최적의 판단이 가장 옳은 선택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촤아악!
측면으로 파고든 제임스가 크로스를 올리려던 찰나 앞을 가로막는 슬라이딩 태클.
툭-
하나 제임스는 공을 한번 접고, 그대로 돌진.
“……!”
측면에서 페널티 박스 구석으로. 컷백에 가까운 움직임에 중앙부터 돌진해 오는 랑데르로 시선이 쏠리는 순간.
투웅!
제임스는 한 번 더 공을 치고 들어갔다. 틈. 그 완벽한 틈을 파고드는 제임스의 돌파. 하나 수비들은 그 틈을 메우지 않았다.
각도가 좁았으니까.
골키퍼와 골대, 극히 좁은 각.
사실상 각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그 틈을.
뻐엉!
파 포스트로 찔러 넣어 버리는 슈팅이 희미한 각을 찢어발기며 파고들었다.
터엉!
골대를 맞고, 안쪽으로 골인(Goal In).
* * *
―제임스의 무각 슛이 골로 연결되니 프레스턴 선수들 충격에 빠진 모습이네요.
―경기의 흐름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프레스턴 선수들, 수비를 위해 무리한 태클을 범했어요. 페널티 박스 앞, 22m 거리의 직접 프리킥 찬스!
―대니 스콧, 스탠리, 랑데르 선수가 모여 대화를 나누는군요. 누가 찰까요. 셋 다 키커로선 정말 대단한데, 오 이런, 역시 스탠리 선수가 준비합니다!
―스탠리! 직접 프리킥!
―들어갔어요! 그대로 빨려 들어가는 슛! 완벽한 무회전 슈팅이 골망을 흔듭니다!
―아, 같은 시각 입스위치 타운이 실점해서 지금 밀리고 있다는 군요, 이렇게 경기가 끝나면…….
―맨스필드 팬들은 채널을 돌리지 마세요! 오늘 우승 세레머니를 할지도 모릅니다!
―하하, 아직 경기 안 끝났어요. 2대 0, 맨스필드가 앞서 나갑니다만, 축구는 모릅니다!
* * *
축구는 모르는 일이긴 하다.
당장 10분 동안 5골이 터진 경기도 있는 마당에, 무엇을 확신할 수 있겠는가.
하나 하프타임의 라커룸에선 선수들은 모두 확신하는 듯했다.
“다들 우승 세레머니 준비하라고!”
“제임스! 오늘 골도 넣었으니까 또 필드 위로 여자친구 불러내!”
“여자친구 아니라니깐요…….”
“우승! 우승!”
라커룸은 흥분이 차올라 축제나 다름없었다.
사실 이번 시즌, 승점과 전적만 본다면 압도적으로 쉬웠던 시즌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막상 선수들이 체감하는 바는 달랐다.
리그 투보다 더 격렬한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된 리그였다.
하물며 초반부터 무패 행진으로 모든 팀들의 견제 대상이 된 것이 컸다.
결과는 분명 늘 승리였지만, 내용은 매번 집중 견제로 절대 쉽지 않았다.
그 압박감과 부담감은 정신적인 요소지만 선수들의 체력과 멘탈을 갉아먹는 데 충분했다.
하니 그런 시즌이, 좀 더 빨리 우승으로 끝난다는 사실에 모두 흥분할 수밖에 없단 얘기다.
보통 이렇게 선수들이 지나치게 흥분한다면, 침착함을 찾아 줘야 한다.
그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
내가 라커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시끄러웠던 소리가 일순 가라앉았다.
춤을 추던 리처드가 흘끔 눈치를 보면서 멈출 정도로.
순간 가라앉는 정적에서, 마치 내가 불편한 손님이 되어 버린 느낌이랄까.
내가 무슨 말을, 어떤 얘기를 할지 짐작하는 듯한 그 표정들을 보니, 가끔은 나도 꼭 정석을 따라야 하는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어차피 무슨 말 할지 알고 있다면, 굳이 그 말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나는 쏟아지는 십수여 쌍의 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뭐합니까? 맡겨 놓은 우승컵 찾으러 안 가고?”
“……!”
순간 가라앉은 정적.
그리고 서서히 떠오르는 입가의 미소.
젠킨슨이 가장 먼저 일어나 소리쳤다.
“가자-! 우승컵 가지고 오자고!”
“와아아아아아아!”
“응당 우리 거 받으러 가자!”
* * *
분명 흥분하고, 들뜬 선수단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때때로 과한 흥분은 실점의 빌미가 되지만, 리처드가 있는 이상, 좀 과해도 괜찮겠지.
오스카의 골, 앤서니 로우의 골, 거기에 랑데르의 쐐기꼴까지.
5대 0.
우리는 이겼다.
[맨스필드, 리그 39라운드 만에 조기 우승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