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4)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93화(194/266)
193. 쩐의 전쟁 (1)
모두가 우승을 내심 확정 짓고 있었기에.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면 다 무덤덤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우승이다아아!”
“기아아아아악! 우스스으으응!”
“우리가 우승했다고-!”
……전혀 아니었다.
맨스필드 도시는 다시금 열광의 도가니로 팔팔 끓어올랐다.
경기 직후 선수들은 필드는 물론, 라커룸에서도 음악을 켜 놓고 춤을 췄다. 대체로 나이가 많은 선수단이라 앤서니나 리처드 빼곤 늘 점잖은 체했던 라커룸이지만, 오늘은 어리거나 늙거나 상관 없었다.
차오르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몸을 흔들어댔으니까.
그뿐이랴.
파아앙!
“으아악! 그, 그만 뿌려-!”
“샴페인 더 갖고와! 또 터뜨려!”
여기저기서 릴리가 양조장에서 공수해 온 샴페인을 마구 터뜨렸다.
다행이라면 선수들이 저번처럼 다가와 헹가래를 치던가 같은 일은 없었다. 솔직히 내가 선수들에게 꽤 차갑게 대하지 않았나. 헹가래 치던 선수 중 몇 명이 확 눈이 돌아 버려서 그대로 놓아 버린다면 땅에 떨어져서 허리가 아작 날지도 모른다.
“감독님!”
순간 헹가래인가, 싶어서 흠칫 고개를 돌리니 눈앞에 무언가 터진 것처럼 따끔했다.
머리를 타고 무언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알콜 특유의 향이 코를 찔렀다.
헹가래는 아니긴 하다만…….
얼굴에 샴페인 들이붓는 것도 꽤 골치 아픈 일이긴 하군.
“조기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감독님! 질문 몇 개를 빨리- 오, 벌써 선수들하고 회포를 풀고 오셨나 봐요!”
나는 흠뻑 젖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젖은 머리칼도 치우지 않은 채, 그대로 믹스트 존에 들어갔다.
아무렴 어떤가.
우승의 날인데.
* * *
[맨스필드 타운 FC, 리그 원 조기 우승 확정!] [유진 감독의 맨스필드에서의 두 번째 트로피!] [우승 사냥꾼, 유진. 우승하자마자 또 상위리그의 우승을 달성해내는 위엄!] [프레스턴 감독, “아직 우리의 승격 레이스는 끝나지 않아, 우승을 차지한 맨스필드에게 찬사와 경외를 보낸다. 그들은 가장 강력한 팀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랑데르의 맹활약, 팀을 우승으로 이끌다, 프레스턴 상대로 5대 0 완승!] [우승, 그리고 또 우승. 리그 투에서 우승하고 곧장 리그 원에서 다이렉트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 맨스필드, 역사를 쓰다!] [백 투 백(Back to back) 우승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낸 맨스필드의 업적. 유진 감독의 부임 2년이 만들어 낸 역사.] [유진 감독, “아직 리그는 끝나지 않았고, 선수들이 치러야 할 경기는 남아있다. 맨스필드 팬들은 이 기쁨과 즐거움을 오늘 실컷 누리고 내일부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주길. 이 기쁨은, 내년에도 누려야 하니까.” 챔피언십에서의 시즌, 자신감 드러내.]* * *
클럽하우스로 출근은 쉽지 않았다.
이제 이 도시에서 내 차를 못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 정도니까, 도로 운전부터가 쉽지 않았다.
잠깐 신호가 걸린 채 멈춰있을 때. 양옆에서 울리는 경적에 놀라 창문을 내리면.
“감독님! 감독님! 이거, 이거 받으시오!”
“네?”
“내 와이프가 나 회사서 먹으라고 싸 준 샌드위친데, 맛이 기가 막혀!”
“아니, 그걸 왜 저한테-”
같은 일상은 이제 평범하다 못해 당연했고.
“어허! 이 자식들아! 감독님 출근하신다!”
빠앙! 빵빵-!
“길 열어! 비켜드려!”
“모세보다 더 대단하신 분이라고! 나한테는!”
막힌 도로에서 정체된 채 천천히 가고 있노라면, 나를 알아본 운전자들이 경적을 미친 듯이 울리면서 분분히 비켜서곤 한다.
“아니, 이런 건 구급차한테나-”
“맨스필드 구단을 응급조치해 줬는데, 구급차나 마찬가지지!”
평소에도 늘 이런 건 아니었지만, 두 번째 연속 우승을 차지하자 일종의 광기가 도시 전체에 넘실거리는 기분이었다. 여러 우승 경험을 해본 나조차도 이 작은 도시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조금 어지러워질 정도로.
분위기는 사실 도시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감독님! 루브 스포츠의……”
“스카이 스포츠-”
분명 믹스트 존에서 어지간한 인터뷰는 다 한 것 같은데도, 기자들은 클럽하우스 앞에서 기다리곤 했다. 여러 얘기를 듣고 싶은 거겠지.
당장 이번 시즌 우승 하나만으로 저들이 열성적인 건 아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맨스필드 클럽과……”
“안녕하세요. 감독님. 우리 출판사는 노팅엄셔 주에서 출발했고……감독님과 맨스필드에 대한 책을……”
리그 투에 연이은 리그 원 우승.
축구에서는 쓰이지 않는 용어.
백 투 백(Back to Back) 우승이라는 단어가 헤드라인에 올라올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유럽 대부분의 리그는 아직 승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
그 상황에서 튀어나온 조기 우승 팀은, 대형 스포츠 신문의 메인까지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그저 하부리그 팀의 우승 소식 아니냐, 라고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팬들조차.
“이런 적이 있었나?”
“리그 투에서 우승하고, 바로 다음 시즌에 또 우승? 그것도 조기 우승 2연속?”
“아니, 한 번도 없었지.”
“옛날에 루턴 타운이 승격 후 바로 우승은 한 적 있는데, 다이렉트 우승은 아니었었지?”
“역사상 최초라는군.”
“프리미어리그 출범도 벌써 수십 년인데, 역사상 최초라니-”
같은 반응이 언론, 지면, 방송, 라디오 가리지 않고 흘러나왔다.
맨스필드 소식을 한 번도 전하지 않았던 대형 방송국에서도 심층 깊게 다룰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이 이 같은 업적은 유진 감독님의 탁월한 지도력에-”
구단 자체가 아닌, 나를 향한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작년의 우승과는 차원이 다르게.
“아닙니다.”
“감독님 덕분이라는……네?”
“연이은 우승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리처드, 존 젠킨슨, 헤일러, 톰 브룩스, 톰 뉴톤, 대니 스콧, 톰 도허티……해리 오스카, 앤서니 로우.”
나는 내 선수단의 모든 이름을 한 명씩 거론했다.
“모두 내 선수들 덕분입니다. 이 얘기, 반드시 기사에 실어 주세요. 그러면 인터뷰에 응하겠습니다.”
* * *
축구는 흔히 감독놀음이라고 말한다.
팀 스포츠 종목은 여러 개지만, 유난히 축구만큼은 세계적인 선수의 위상에 뒤지지 않고, 감독 역시 그만한 명성과 인기를 자랑하곤 한다.
때문에 늘 아슬아슬하다.
선수들도 분명 알 것이다. 감독의 중요성을.
하지만 모두가 대범하고, 이상적이지는 않다. 필드에서 죽도록 땀 흘리고, 부상의 고통을 씹어 삼키며 우승컵을 차지한 건 선수들 본인이라는, 그 은근한 마음이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꽤 신경 쓰이는 구석이 되니까.
―……이상 맨스필드의 모든 선수의 이름을 전부 지면에 실어야만 했다. 유진감독은 그 한명, 한명, 모든 이름이 찬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모든 선수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유진 감독은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우승의 성과를 그들에게 돌렸다. 본지는 유진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맨스필드가 이뤄낸 성과는 감독의 능력뿐만 아니라, 그를 믿고 따르는 선수들의 단합과 결속이야말로……
BBC스포츠와의 인터뷰는 그런 점에서 꽤 효과적이었다.
가장 큰 언론의 인터뷰이기도 했고, 어쩌면 축구 팬들에게 단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의 이름을 내가 내 입으로 말한 게 그대로 지면에 실리면서, 몇몇 선수는 감격한 기색까지 보였다.
“감독님……”
“저는 맨스필드가 아니라 감독님을 위해서 뛰겠습니다!”
같은 반응조차 튀어나올 정도였으니까.
감독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지는 순간.
나는 해야만 하는 일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방출 명단]망설임 없이, 하나씩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
챔피언십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었으니까.
* * *
“카퍼레이드라…….”
책상에 올라온 안건을 자세히 살폈다.
선수들 전부 참석하고, 커다란 차 위에 올라가고, 감독인 내가 가장 앞에 있어야 하고…….
세세한 동선까지 다 짜인 완성된 안건.
나는 턱을 긁적였다.
사실 아직 리그 경기가 7경기나 남은 상태.
다른 팀들은 승격이니 뭐니, 미친 듯이 치열한 상황이기도 하고.
아직 주말에 TV를 켜면 축구 경기가 흘러나올 때이니, 카퍼레이드는 시즌이 종료된 이후 진행하기로 했다.
“돈이 꽤 들 텐데요?”
이런 행사는 작년에도 하지 않았다.
파산 위기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우승이라도 말이다. 이유가 뭐겠는가. 돈이다. 돈. 지금이야 조금 재정에 숨통이 트였지만, 말 그대로 간신히 숨만 쉬는 정도지 이런 행사를-
“시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거야.”
“응?”
“내가 시장님하고 좀 길게 얘기했거든!”
릴리가 뽐내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뿐만 아니었다. 내심 한쪽에 앉아 있는 프런트 운영팀 직원들도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나는 그 모습에서 내심 이뤄냈다는 성취감 같은 걸 느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전부 해주고 있어.’
특별히 추억에 빠지는 게 취향은 아니지만.
무어라 할까.
만감이 교차했다. 처음 이 구단에 와서 모든 것을 내가 다 해결해야만 했던 순간들이 눈앞에서 빠르게 스쳐 갔다. 하나 지금은 아니다.
클럽의 구성원들이 제각기의 역할을 수행하며, 이 구단을 이끌어가는 것.
팀이 커지고 있단 뜻이다.
하물며.
“물론 아직 확정은 아냐. 그 안건 가지고 온 이유도, 우선 감독님이 확실히 오케이 해 줘야 하거든.”
이런 상황에서 내 입김은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았다.
사실 경기 외의 구단 행사 같은 건 프런트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무리 헤드코치라도 선수단 운영 외, 구단의 업무에는 그저 참고, 조언 정도에 그칠 뿐.
“내 승낙이 필요해?”
“물론 내 선에서는 결재 끝났어. 다만 그래도 감독님 생각도 들어 봐야지. 다음 시즌 준비하려면 바쁘잖아. 선수들 휴식기 문제도 있고. 휴식기 동안 사실 선수들을 잠깐 붙잡아 놔야 하거든.”
구단주인 릴리는 나를 아랫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다른 클럽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구단주에게 어떤 감독도 마음만 먹으면 당장 잘라 낼 수 있는 직원에 불과하니까. 위약금? 그냥 내 버리면 그만 아니던가.
구단주 직속의 프런트 직원들이 때때로 감독과 선수단 운영에 마찰을 빚는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의외로 흔한 일들이다. 절대적인 권력을 구사하는 감독은, 생각보다 축구계에서도 희귀하다 못해 찾기 어려우니까.
내가 아마 그 희귀하다 못해 찾기 어려운 유형 중 하나일 거다.
“일정은 진행할 거야. 다만 감독님이 반대하신다면, 일부 축소하는 방향으로라도.”
릴리는 나를 완전한 구단 운영의 파트너처럼 대했다.
그러니 감독으로서의 내 입지는, 어떤 감독보다도 대단할지도.
저번에 만난 주앙 로드리게스보다도 더할지도 모른다.
“아냐, 반대는 아냐. 다만 시 지자체에서 그냥 무작정 지원해 줄 리는 없을 테고. 휴식기에 선수들을 붙잡아 둬야 한다는 거 보니, 다른 거래가 있나 본데?”
“응. 그때 지자체 축제 같은 행사도 열거든. 로빈훗 축제하고-”
“아하, 그러면 우리 우승 카퍼레이드와 함께?”
“지금 어떤 가수를 행사로 데리고 와도, 우리 팀 선수들보단 인기 없을걸?”
“…….”
“우승 기념 카퍼레이드 겸, 지자체 행사와 축제를 동시에 진행하는 거야.”
“지자체 축제의 흥행도 맨스필드 구단 우승과 함께 기념하고…….”
“우리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우승 기념 카퍼레이드를 할 수 있는 거지!”
“허, 대단한데?”
“으흠! 대신 이건 시장님 부탁이긴 한데, 카퍼레이드할 때 차에 오를 수 있냐고 하더라.”
“뭐, 그 정도까지야.”
이 작은 구단에서 맨스필드 구단에 호의적인 시장이 있다는 데, 그런 부탁쯤이야. 나는 카퍼레이드 안건에 딱히 더 건의할 내용도 없었기에, 릴리가 결재한 안 그대로 승낙했다.
회의는 계속 진행됐다.
조기 우승의 좋은 점이 바로 이거였다.
일찍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
리그 경기는 아직 남았지만, 프런트 직원들의 눈은 다음 시즌을 향한 채 벌써 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구단 재정 문제, 훈련장 보수 건, 코치 추가 선임, 선수단 방출과 영입, 새로운 스폰서 계약, 경기장 일부 보수…… 수많은 안건이 오갔다.
물론 앉은 자리에서 전부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하나 대략적인 방향성.
그것만으로도 맨스필드는 챔피언십에서 어떤 목표로 움직이는가, 충분히 설명이 가능했다.
“좋아요. 자세한 사항들은 각 팀이 서로 협업하면서 진행해 주시고요. 감독님은 남은 리그 경기 준비들 하셔야 하니,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죠!”
릴리가 호쾌한 목소리로 회의의 종료를 알렸다.
하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남아 있으라는 릴리가 보낸 무언의 눈빛을 읽었기에.
직원들이 모두 나간 방.
잠깐의 적막에서 나는 말했다.
“말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으응? 눈치챘었어?”
“보면 알아. 직원들 앞에선 공개하기 힘든 안건, 있지?”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속일 수 없다니까.”
“속이려고 했어?”
“조금 감추려고 했달까.”
그녀는 후, 한숨을 내쉬며 하나의 공문을 내밀었다.
조금은 낯선 이름이 적혀 있는 공문이었다.
“유클리드 컴퍼니? 새로운 스폰서야?”
“스폰서라…… 좀 더 큰 스폰서라고 해야 할까.”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무언가 휙 스쳐 갔다.
나는 탁자를 톡톡,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벌써, 그럴 때가 됐군.
릴리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구단 인수 제의, 들어왔어. 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