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5)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94화(195/266)
194. 쩐의 전쟁 (2)
―파산의 수렁에서 사랑하는 팀을 건져 올린 맨스필드 서포터즈의 끝없는 사랑, 우승을 만들어 낸 토대가 되다.
우승 승격 직후 또다시 우승이라는 업적은 확실히 대단한 게 분명하다.
본래 알고 있던 언론사의 기자들뿐만 아니라, 난생처음 보는 신문에도 이런 기사가 걸릴 정도였으니까. 비중의 차이일 뿐이지, 어지간한 신문들 스포츠 지면에 다 맨스필드가 실렸다.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 언론사 정리해서 보내드립니다. 감독님뿐만 아니라 회장님 인터뷰를 원하는 언론들이 상당히 많아요.]마케팅팀의 메일을 확인한 릴리는 헛웃음을 켰다.
“그렇게 기사 하나 실어 달라고 전화로 애걸복걸할 땐, 듣는 척도 않더니!”
새삼 옛날이 떠오른 릴리는 그 오래된 것만 같은 옛날이 고작 2년 전임을 깨닫고 허탈하게 웃어 버렸다.
“고작 2년 만에…….”
릴리는 흘끔, 사무실 창밖을 바라봤다.
구단의 클럽하우스가 아닌, 그녀의 본 직장인 양조장.
한데도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이곳이나, 클럽하우스나 별 다를 바는 없었다.
“솔직히 우승에 내 지분도 있지 않겠나?”
“뭐, 이 사람아? 그게 왜 자네 지분이 있어? 어, 유진 그 친구가 다 해낸 거지!”
“아니, 유진 오기 전에 내가 차까지 팔아서 조합에 돈 넣은 거 몰라?”
“어……크흠, 그래, 그 정도라면 뭐!”
양조장의 아저씨들도 클럽하우스의 직원들처럼 종일 맨스필드 얘기만 떠들어 댔다.
여기뿐만이 아니었다.
거니는 거리, 식당, 가게, 상점가-
‘전부. 다 모두가.’
맨스필드라는 팀이 클럽하우스와 훈련장, 경기장으로만 국한되지 않고 이 도시 전체에 퍼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지금의 우승이 기쁘다는 뜻이리라.
내 팀이니까.
팬들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팀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다.
하나 미묘하게 다르다.
분명 다른 팀과는 그 궤가 달랐다.
‘서포터즈 조합.’
릴리는 그때를 똑똑히 기억한다.
파산 위기, 프로리그 퇴출, 아예 구단 해체설까지 돌던 그 순간을.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팀일지라도, 150년 역사상 최상위 리그에 진출한 적 없는 그저 그런 팀일지라도, 결국 이 맨스필드라는 도시에서 150년간 함께해 온 팀이다.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 고조, 현조-
대대로 이어져 오는 팬이 간간이 보일 정도로, 이 도시에선 맨스필드 클럽이란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이 팀이 살아남을 수 있었으리라.
모두가 일제히 일어나 피켓을 들고 다니고,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노인들이나, 얼마 안 되는 쌈짓돈까지 들고 와 모여 만든 서포터즈 조합.
그렇게 수렁에서 건져 올린 팀이다.
조금만 삐끗했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축구 클럽이 지금 무려 연속 우승을 기록했다.
“그러니까, 이러는 거겠지.”
거리의 반응도 단순한 팬의 즐거움이 아니라, 내가 지켜 낸 팀이 역경을 이겨 내고 화려하게 조명을 받는 모습에서 솟구쳐 나오는 일종의 성취감이었다.
이제는 돈이 지배하고 있는 축구에서 보기 힘든 이상적인 꿈을 좇는 모습이니까.
릴리는 이것이 무척 자랑스러웠으면서도, 혼란스러웠다.
‘서포터즈 덕분에 해체 위기에서 살아남았어. 하지만, 이 성적은…….’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전화.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
젊은 구단주로서 팀을 이끄는 리더십이라는 낯 뜨거운 기사 제목까지.
릴리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 하나를 느꼈다.
팀의 위상은, 차원이 다르게 바뀌었다고.
“……유진이 없었으면?”
불현듯 떠오른 가정.
그랬다면 맨스필드가 이렇게 낭만적인 팀으로 불릴 수 있었을까?
결국 좋은 성적을 기록했기에 이런 찬사를 들을 수 있던 게 아닐까.
그리고 좋은 성적이란 건.
‘계속해서 가능할까?’
유진을 믿는다.
그라면 무엇이든 해낼 것이다.
하지만 릴리는 유진을 잘 알았다.
“멍청하게 티도 안 내는 놈!”
릴리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그가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뛰어다니지 않고 코치진에게 일임하고 지켜보는 식으로 진행하는 건, 바로 아직도 미세하게 절뚝거리는 무릎 때문이라고.
조금이라도 빠르게 걸으면 얼굴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고통도 릴리는 다 보였다.
“보통 일이 아니겠지. 리그 치르는 것 말이야.”
릴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담담히, 누가 봐도 흔들림 없이 단호한 기세로 팀을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릴리는 유진의 얼굴에 떠오르는 희미한 피로감을 유일하게 알아보는 사람이었다.
단순 피로가 아니다.
부담감, 압박감, 그리고 전력을 다해서 이 상황을 벗어나겠다는 간절함.
―나는 오로지 지금만 삽니다. 지금뿐입니다. 내가 부임한 팀은 미래의 어디에 처박혀 있을지도 모르는 맨스필드 따위가 아니라, 어떻게든 몸부림쳐서, 이 지옥 같은 늪을 빠져나가야 하는 현실의 맨스필드란 말입니다.
아직도 유스 아카데미 해체 건으로, 이사회 자리에서 일갈하던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맨스필드는 죽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 말할 때.
모두 냉정하고,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가슴 아픈 상처를 쑤신다고 생각했지만.
릴리는 똑바로 봤다.
유진의 눈에 떠오른, 간절함이란 눈빛을.
‘이 팀을 싫어해서 떠난 게 아녔어.’
사랑했기에 떠난 것이다.
유진은.
무릎이 박살 나서, 선수로서 복귀할 수 없는 자신이 이 팀에 남아있는 것이 차라리 폐가 될 거라고.
그리 떠난 것이다.
‘나 하나 때문에, 내 부탁 하나 때문에 돌아온 거라고?’
자신의 간절한 부탁이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던 건 아니겠지.
하나 결국 유진의 마음에 이 맨스필드가 있었기에 돌아온 것이다.
때문에 유진을 이 자리에 오게 만든 릴리는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챔피언십. 미약한 지원. 오로지 유진의 어깨에만 짐을 올려놓고 그저 해주길 바라는 지금의 상황.’
릴리가 이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명백했다.
[1천만 파운드(한화 165억 원)가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최종안이오.]구단 인수 제안 때문이었다.
* * *
인수 제안을 두고 맨스필드 이사회는 연일 시끄러웠다.
의견은 통일되지 않았고, 서로 편을 갈라 고성이 오갔다.
“서포터즈 조합이 건져 올린 우리 팀이오! 또 그 빌어먹을 사업가 놈들의 놀이터로 만들겠다고?”
“우리가 왜 그렇게 됐는지 다들 기억하잖습니까! 번번이 투자 실패에 방만한 구단 운영, 기존 구단주가 투자금을 회수하니까 단숨에 휩쓸렸던 거!”
“지는 그래 놓고 팀을 팔아 놓고 튀었지!”
“그 이후 오는 구단주마다 족족 이상한 짓거리만 하고 부채 탕감은커녕, 어떻게든 일발 역전해 보겠다고 대출은 더 받고, 아주 개판이 났잖소!”
인수 제안에 학을 떼는 부류는 과거의 기억에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맨스필드도 한때 챔피언십에 속하던 때가 있었고, 나름 활발한 투자로 이적 시장의 큰손이었던 적도 있었다. 하나 지금은 어떤가.
“팀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이 팀을 또 엉망으로 만들고 도망치면 그만이란 말이오!”
강성 반대론자들은 인수 제안을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옛날로 돌아가는 겁니다! 우리가 자생적으로 팀을 키워나가는, 유진 감독이 있는 한-!”
사실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주장임은 다 안다.
외부의 투자 없이 어떻게 축구 클럽을 운영할 수 있는가.
절대 불가다.
한데도 저런 주장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유진 감독이 정말 다 그래 왔다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안 될 게 뭐요! 우리가 우승할 줄 알았나? 아니 승격할 줄 알았나? 리그 원에서 승점 20점 차 내면서 조기 우승 할 줄 알았어요? 아무도 몰랐다고! 우리가 투자를 해줬소, 뭘 해줬소?”
“……!”
“물론 아예 투자가 없을 순 없겠지. 하지만 챔피언십이고, 우리도 이제 어느 정도 자금을 융통할 수 있소! 저 사업가 놈들이 번지르르하게 말하는 것처럼 엄청난 투자는 못 하더라도, 최소한의 지원은 가능하단 거지. 그러면 유진 감독이라면, 충분히-!”
역설적으로 유진 덕분이었다.
불가능한 일을, 지금 가능케 하고 있으니까.
하나 강성 반대는 사실 그리 많지 않은 숫자였다. 굳이 따지면 답 없는 소수의 시끄러운 목소리일 뿐.
반대하는 대부분은 비교적 온건한 반대였고, 상황에 따라 인수 찬성으로 돌아설 수 있는 부류였다.
“우리 팀이 고작 1천만 파운드라고?”
“구단 가치가 낮은 건 알지.”
“7만 명이 전부인 이 도시의 작은 구단이기도 하고-”
“하지만 고작 1천만 파운드에 팀을 팔겠다니!”
인수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였다.
“우리가 리그 원에 잔류했으면 이해할 수 있소. 하지만 이제 챔피언십 클럽이란 말이야!”
“이건 그냥 우리가, 유진 감독이 만들어 낸 성과를 홀랑 집어삼켜 버리겠다는 속셈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적어요, 협상을 통해서라도-”
“이것도 최초 제시안보단 높은 겁니다. 최종 통보예요.”
“허.”
그러나 인수 금액이 적은 데는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가 존재했다. 인수 찬성 측의 의견도 명확했다.
“애당초 구단 가치가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더구나 가장 큰 문제가 있잖아요.”
“구단의 부채를 전부 떠안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 부채가 얼만 줄 알아요?”
“1억 5천만 파운드(한화 2,475억 원)입니다. 1억 5천이요!”
“이 빚을 다 떠안는 조건이니, 정말 나쁜 조건이 아닙니다!”
“챔피언십에서 만일 우리가 강등당하면, 이제 저 빚은 큰 위기가 될 수 있어요. 구단 인수해 놓고 바로 위기에 빠지려고 하지 않을 테니, 투자도 제대로 해올 겁니다!”
“언제까지고 유진 감독에게 전부 맡겨 놓을 수만은 없어요. 그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유진 혼자서 이 팀을 지탱합니다. 젊은 친구가 혼자서요. 그러다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결국 유진을 욕할 거라고요!”
마지막 말.
그 말을 듣고, 조용히 회의실에서 침묵하던 릴리가 고개를 들었다.
“우선…….”
긴 시간 침묵하느라 잠겼던 목소리.
릴리는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이사회 의견은 통일되지 않은 것 같네요.”
“으음. 그러면…….”
“혹시, 감독님 의견은 어떤지-”
“유진은, 감독님께선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단 의견을 피력했어요.”
“음.”
“확실히……감독님 입장에선 투자가 확실해진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을 터이니.”
인수 없이 서포터즈 조합이 운영하면서 자생적으로 이끌어 나가자는 강성 반대 측은 소수다.
낭만이 왜 낭만이겠는가. 현실이 아닌 이상을 좇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이상은 현실에 무너지는 건, 사람들은 대개 인식하고 있다.
언젠가 서포터즈 조합이 운영한다는 이 구단은, 결국 사업가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잔혹하지만, 현대 축구의 명백한 현실이었고,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유진이 자신한 순간부터 정해진 결말이었다.
문제는.
“어느 회사, 어느 사업가, 어느 사람의 손에 넘어가냐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구단 인수는 사실상 이뤄질 일.
흐르는 강물을 억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것처럼.
릴리는 유진의 말을 떠올렸다.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순 없어. 하지만 그런 상황이 들이닥쳤을 때, 이용할 수 있다면 전부 이용할 거야.’
번번이 터져 나왔던 여러 사건에서 유진은 거침없이 극복해 냈고 받아들였다. 난처한 상황을 피하지도 도망치지도 않았고, 끝내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끌어냈다.
그렇다면.
“1억 5천만 파운드의 부채를 감당하면서 팀을 인수하겠다는 건, 그만큼 우리 팀이 매력적이라는 뜻이에요.”
“…….”
“구단의 위상. 그게 변한 거죠. 2년 전, 아무도 우리 팀을 찾지 않아 파산에 리그 퇴출에, 그리고 구단 해체까지 거론될 때도. 아무도 이 구단을 사려고 하진 않았죠.”
정적이 가라앉은 회의장.
“하지만 지금 사려고 한다는 건, 위상이 그만큼 변화했다는 뜻이에요.”
“으음, 그 말씀은-”
“매물은 하나에요. 그런데, 사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하나일까요?”
“……!”
릴리가 웃었다.
이사회 사람들은 어쩐지, 그 미소가 유진과 닮았다고 느꼈다.
“어디, 경매를 해보죠, 우리?”
“……!”
“사고 싶은 사람들을 우리가 찾아서 말이에요.”
* * *
띠링.
-팔 땐 팔더라도 말이지.
-가장 비싸게 파는 게, 사업가의 덕목 아니겠어?
-비싸다는 건, 단순히 돈의 총량이 아냐.
-맨스필드의 가치를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고, 높게 쳐주는 대상을 찾아볼 거야.
릴리의 메시지를 흘끔 보자 미소가 지어졌다.
무어라 답할까.
긴말은 필요 없다.
그녀도 내가 원하는 바를 이젠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
-(엄지손가락 들어 올리는 이모티콘)
하지만 쉽지 않을 거다.
챔피언십 진출로 구단을 인수하고자 흘끔 관심을 주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당장 강등 당한다면, 이 부채에 인수 투자금까지. 단숨에 휩쓸릴 수 있는 리스크.
그러나 챔피언십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젠 임기응변만으로는 무리다.
-그 전에.
-응?
-구단 인수 전에 말야. 어차피 팔 거라면.
-어, 그런데?
-빚을, 좀 더 져도 되지 않나? 어차피 인수되면, 인수자가 챙길 빚이잖아?
-???
-대출 좀 받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