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8)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97화(198/266)
197. 쩐의 전쟁 (5)
구단 인수를 앞두고 추가 대출 안건은 확실히 여러 난관이 존재했다.
“추가 대출 말입니까?”
“지금 부채에 더……?”
“어, 얼마나-?”
이 같은 계획은 릴리와 나만 공유할 수 없는 문제였다.
구단의 향방이 걸린 중요한 쟁점.
당연히 프론트의 핵심 수뇌부와도 얘기가 됐다.
하나 반응은 당연히 좋지 못했다.
순간 얼빠진 표정을 짓는 이들. 다들 예상치 못했는지 입을 벌리는 와중에 단 한 명이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말했다.
“어려운, 아니 불가합니다.”
경력 많은, 뮌헨 출신 운영팀장은 곧장 핵심을 찔러 왔다.
“감독님. 구단 인수 컨소시엄이 구성되면 모든 이적은 물론, 재정적 문제가 전부 올 스톱입니다. 당연히 은행 대출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마치 내가 이 부분에선 잘 모르는 사람으로 오해한 듯, 차근차근 말했다.
사람을 무시한다는 뉘앙스보단, 걱정과 우려가 깃든, 동시에 젊은 감독을 향해 적당한 제동을 걸어주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내가 경력이 짧다면, 그의 말에 곧장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른다.
“네, 압니다.”
하나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을까.
감독이나 코칭 스태프, 선수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소위 쩐의 전쟁에선 높으신 분들 마음대로 갑자기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실컷 선수 설득하고 이적 절차 밟는 중에 올 스톱 된 적도 있어서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지.
“그렇다면 대출 역시 문제가 될 소지가 큽니다. 구단 인수 협상이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모든 거래가 올 스톱이 되어야 하고-”
“협상을 안 들어갈 겁니다.”
“……네?”
순간 좌중에 정적이 어렸다.
릴리마저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협상. 돌입 안 할 거라고요.”
“하지만 인수 쪽으로 방향을 잡으신 게 아니신지…….”
“인수, 할 겁니다. 시민 구단, 서포터즈만의 구단으로선 프리미어리그 못 갑니다. 가더라도 못 버팁니다. 알아요. 인수는 해야 해요. 하지만, 제대로 된 인수자를 구해야죠.”
“…….”
“지금 접촉해 오는 이들은 아닙니다.”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십, 무수한 구단의 운영 주체는 여러 사업체, 기업, 재벌-
제각기 돈도 있고, 사업성도 있고, 나름 끗발 있는 경영자들이 운영하지만.
그들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누군가는 최고의 클럽을 이끌어 가고, 누군가는 돈을 퍼붓고도 실패하고 끝내 매각 절차를 밟던지.
“이왕이면 최고의 인수자를 찾아야 하죠. 그리고 그들은 절대로 지금 당장 움직이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와 접촉하는 이들은, 많이…… 애매하죠.”
“그러면 왜 회장님이 인수자들을 만나고 다니시는 건지…….”
“대출받으려고요.”
“……예?”
“담보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담보요.”
“……!”
순간 운영팀장의 입이 쩍 벌어졌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떤 은행도 서포터즈 조합이 운영하는 구단엔 대출 안 해줍니다. 하지만 견실한 기업들이 운영한다면 다르죠. 아무것도 없는 축구단보다는 확실한 담보지 않습니까?”
“그, 그러니까. 미래의 인수자를 사실상 담보로 잡았다……?”
운영팀장은 차마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어쩌겠는가.
대출엔 담보가 필요하고, 우리가 담보로 걸만한 건 없는데.
담보가 없다면 신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 구단에 신용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파산 직전까지 갔던 팀인데.
하니 내가 은행에 보여 준 그 수많은 기사는, 릴리가 여러 인수자를 찾아 움직이고 기사를 돌렸던 것도, 전부 대출을 위해서였다.
물론 인수 절차는 진행할 것이다.
당장이 아니라는 점이지.
“만, 만일 우리가 제대로 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혹여 전임 구단주들과 같이 운영은커녕, 애정도 없고 방만한 운영을 거듭하는 작자들이 오게 된다면-”
“빚은 더 늘어난 상태에다가 이거……!”
“그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죠.”
“좋은 인수자를 찾는 건, 노력한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운영팀장은 거의 반쯤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다.
최악의 인수자가 우리 구단을 들고 가게 된다면…….
“시즌이 시작하고, 중간쯤 되면 윤곽이 보일 겁니다.”
“윤곽이요?”
“지금 우리에게 접촉해 오는 인수자들은 허깨비들이 많아요. 하지만 진짜 제대로 된 투자자는,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성과는 실로 눈부시나,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리그 투, 리그 원에서 이뤄온 성과가 아니라.”
리그 투, 리그 원의 성과는 아무리 높게 쳐줘도 하부리그일 뿐이다.
“챔피언십, 그 이상의 가능성입니다.”
모두 관심 가지고, 대단하다고는 칭찬하지만, 막상 투자하기에는 저어되는.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이 하나로 묶이고, 리그 원과 리그 투가 하나로 묶이는 것처럼 사람들은 받아들인다. 2부와 3부의 차이, 무형적인 그 이상이 사이엔 존재하니까.
“챔피언십에서도 보여주는 순간. 그제야 우리를 향해 움직일 겁니다. 진짜배기들이요.”
“……그 말은, 성적을 내야 한단 뜻입니다.”
“예. 성적을 내기 위해서 대출을 받는 거고요.”
“…….”
“챔피언십과 리그 원. 하나의 리그 단계지만, 융통되는 금액은 엄청납니다. 여긴 다른 무대에요. 쩐의 전쟁, 그 초입에 들어온 우리처럼 가난한 구단은.”
나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뭐든지 해야 합니다.”
* * *
“대출 승인이 떨어질까?”
대출 결과가 나오기로 예정된 날. 릴리는 상기된 얼굴이었지만 약간의 걱정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두 명의 처음 반응으로 보건대, 애당초 은행은 추가 대출 건에 부정적인 태도가 분명했다.
“그렇다면 저 둘이 설득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 거야.”
“응?”
“작은 구단이지만 이 채무금은 작지 않아. 그 큰 금액을 책임지고 우리와 계속 미팅해 오던 사람들이야.”
“…….”
“그들의 입김이, 절대 은행 내에서 비중이 작지 않을걸?”
물론 이는 유추한 내용이다.
아무리 나라도, 저 두 명이 은행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지는 알아낼 수 없다.
그러나 어쩐지, 이번 일이 잘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구단 인수가 확정되면, 다른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 테니까.”
.
그리고 내 예상은 정확했다.
훈련장.
선수들을 둘러보던 내게 릴리가 한걸음에 뛰어왔다.
“유진, 유진, 아니, 감독님!”
“…….”
그녀는 말을 정리하기 힘든 듯, 종이 한 장을 보여줬다.
은행에서 온 정식 공문.
여러 수식과 내용이 가득했지만, 나는 단 하나의 숫자만을 눈에 넣었다.
[1500만 파운드(한화 247억 원)]예상 이상의 금액.
나도 살짝 놀라 곧장 답하지 못했다. 그제야 숫자가 아닌 공문의 내용은 물론, 종이 뒷면에는 개인 메시지들이 적혔는데, 힘 좀 써봤다는 샘과 터머의 얘기였다.
“허, 우리 구단 가치 이상의 대출금이라니.”
“책정된 가치, 그 이상이 있다는 거겠지. 당장 인수 희망자들이 많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유진, 네 말대로 충분한 담보니까.”
“이 기회에 확실한 빚을 져주겠다?”
“대출도 은행에겐 실적이고. 그 대출이 성공적이기만 한다면야. 물론 우리가 잘해야겠지만, 잘 하실 수 있으시죠, 감독님?”
“릴리, 아니, 회장님.”
“응?”
“이적자금 전부로 돌려줘.”
“……!”
“1,500만 파운드, 전부.”
릴리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사회에서 통과해야겠지만, 어떻게든 배정해줄게.”
릴리는 그제야 조금 안심한 얼굴로 내 어깨를 두들겼다.
“정말 잘했어, 유진!”
“뭘, 한자리에서 지원사격해 줘서 된 거지.”
“아무튼! 좋아. 그러면 나는 구단 인수 건으로 움직여야겠어.”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어허! 감독님은 시즌 끝까지 힘내셔야죠!”
조기 우승을 하고, 이것저것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착각할 수도 있는데.
아직 4월에 접어드는 시점.
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유진, 유진, 오, 이 친구야, 자네, 내 친구 맞지?
불독 감독에게 간절한 전화가 걸려 왔다.
* * *
“안 바쁘십니까?”
“자네처럼 우승 일찍 확정 짓고 여유로운 사람이 어디 있겠어! 어!”
불독 감독은 살이 좀 빠진 모습이었다.
아니, 살뿐만 아니라 머리칼도-
“이 빌어먹을 리그! 이 엿같은 리그! 이 염병할 리그으으!”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으니 안 빠지고 배겨.
내 시선을 느꼈는지 불독이 후, 심호흡하곤 말했다.
“자네 때문이야.”
“네?”
“자네 혼자 압도적 1위가 되어 버리니, 아래 순위들은 다 고만고만하게 되어 버린 거 아닌가!”
그게 왜 내 잘못인가.
싶지만, 험상궂게 으르렁거리는 불독 앞에서 툭툭 내뱉기엔 조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 알아? 아냐고. 어젠 3위였는데 다음날 9위가 되어 버리는 기분?”
“대단하네요.”
“대단하지 암. 2위부터 11위까지 승점이 10점 차야. 어? 남은 경기는 이제 다섯 경기뿐인데!”
“하물며 대개 경쟁 팀들끼리 붙더군요.”
“그래, 매 라운드 사실상 6점짜리 경기가 많아!”
릴리와 이사회가 구단 인수 대상자를 찾고, 내가 추가 대출 건으로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시간은 흘러 우리가 조기 우승한 뒤에도 세 경기가 더 치러진 상황.
리그는 점입가경이었다.
정확히는 승격 자리를 둔 경쟁이 극에 달했다.
2위 다이렉트 승격 자리는 물론, 3위부터 6위까지 주어지는 승격 플레이오프까지.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는 경쟁이었다.
특히 현 리그 6위, 다음 라운드에서 3위가 될 수도 8위가 될 수도 있는 포레스트의 불독 감독은 스트레스가 하늘 끝까지 솟구친 상태였다.
“으흑흑. 나도 승격하고 싶어. 나도 자네랑 같이 챔피언십 가고 싶어. 나만 두고 가지 말게. 나랑 같이 가. 이 사람아. 우리 우정이 이 정도였나!”
“우정…….”
“해리 오스카! 스탠리! 누가 줬어! 누가! 어! 누가!”
“정당한 거랜데요.”
“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같이 프리미어리그까지 가던가, 같이 챔피언십에서 죽던가!”
“꼭 그렇게 말한 사람이 먼저 배신하던데-”
“아무튼! 나는 정말로 이번에 승격하고 싶네!”
“그러니까, 그 하소연을 저한테 하시는 이유가-”
“자네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
“네?”
“승격 파트너, 지금 자네가 고르는 거라고!”
놀랍게도 불독 감독의 말은 진실이었다.
―우승 팀 맨스필드, 승격 파트너로 누굴 간택할까?
―승격 경쟁 4팀, 맨스필드의 처형식 기다리는 죄수 신세.
“자네 남은 다섯 경기, 그중 네 경기가 승격 경쟁 팀인 거 아나?”
“…….”
“자네가 그 네 팀, 우리 포레스트 짓밟듯이 밟아 주면, 내가 최소 4위는 해볼 수 있네! 모든 경우의 수 다 두드려봐도!”
“그러니까 이겨달라고 부탁하러 온 겁니까?”
“그래! 자네 요즘 이상하니까!”
“이상은…….”
“조기 우승하자마자 두 경기 패배했잖은가.”
불독의 말은 사실이었다.
구단 인수, 대출 때문에 바빠서 경기에 신경 쓰지 못한 게 아니긴 하지만.
“조기 우승 확정 지었다고, 바로 안일해진 거야, 뭐야! 두 경기 패배하다니! 그래선 안 되지!”
이어진 40, 41라운드 패배, 42라운드 승리.
1승 2패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
그걸 보고 조급해진 불독 감독이 쪼르르 달려온 이유였다.
“어! 대니 스콧도 빼고, 해리 오스카도 빼고, 젠킨슨도 빼고, 그럴 거면 나 줘, 이 사람아! 로테이션을 너무 빡세게 돌리는 거 아냐? 물론 우승 확정했으니, 선수들 아낄 생각으로 그러는 건 이해한다만.”
“절대 안일하게 플레이한 건 아닙니다. 나름대로 목적이 있기에 그런 경기를 치렀습니다. 저에게 패배해도 상관없는 경기는 없어요.”
불독은 멋쩍은지 입맛을 쩍쩍 다셨다.
“그냥 뭐, 꼭 이겨 달라는 부탁이 아니라 요즘 힘들어서, 친구 만나서 하소연하고 조언 좀 얻으러 왔네.”
“조언이요?”
“자네, 내가 작년에 어? 상대 팀 보고서 주고 도와준 거 알잖는가!”
“아, 그 얘기군요.”
“크흠흠. 뭐 받으려고 그렇게 도와준 건 아니네만, 내 상대 팀들, 다 맨스필드 만나서 쪽도 못 쓰고 패배한 애들이거든? 혹시 조언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물론이죠.”
불독 감독의 얼굴이 일순 환해졌다.
나는 아낌없이 도움을 청하는 그에게 섭섭지 않게 대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다음 경기들도 이겨 주시게. 응?”
은근한 목소리의 부탁도 귀에 담았다.
* * *
―맨스필드가 최근 2승 2패를 기록하며, 마지막 라운드만 앞둡니다!
―오늘도 대니 스콧은 20분만 소화했고, 젠킨슨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이 결장했네요.
―우승 확정 직후,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하고 있는 모습으로 여겨집니다.
―글쎄요, 그 이유만은 꼭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네? 해설가님이 아무래도 맨스필드에 대해 잘 아시다 보니, 다른 원인을 알아차리신 것 같은데요.
―하하, 추론이지만, 일종의 옥석 고르기가 아닐까 싶네요.
―옥석 고르기요?
―챔피언십을 대비해서, 유진 감독이 벌써 새 시즌 준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최근 은행 대출이 이뤄지고, 구단 인수 얘기가 있다는 것 보면, 시즌 준비에 새 선수들을 대대적으로 영입할 것 같단 말이죠.
―그 말은…… 들어오는 선수가 있다면, 나가는 선수들이 있겠다는 얘기군요. 맨스필드가 정말 챔피언십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