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9)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98화(199/266)
198. 언제나 맨스필드에 있다 (1)
40라운드부터 45라운드까지 여섯 경기.
3승 3패라는 썩 좋지 않은 성적은, 사실 신경 쓰는 사람은 딱히 많지 않았다.
―자네 이럴 건가! 어! 나,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으허엉… 그 경긴 이겨 줬어야지! 으아악! 플레이오프라니!
……불독 감독의 비명이 들려오는 것 같은데 환청이겠지.
우리 팬이야 조기 우승 덕분에 이후 경기 결과에는 딱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도리어 환영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대니 스콧이나 오스카, 다 지쳤다고. 이제야 좀 쉬네!”
“맞아. 우리 핵심 선수들, 다음 시즌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 부상당하면 어쩌려고?”
“큰일 날 일이지. 큰일 나.”
“이 기회에 평소 출전 기회 적었던 선수들에게 기회도 줘 보고 말이야.”
팬들도 선수단의 평균 연령이 높은 사실을 인지했다.
오히려 그들을 벤치에 앉혀 출전 시간을 분배하는 모습을 팬들은 지지했다.
결과가 설령 좋지 않다고 한들 문제가 없는 시점이니까.
물론 그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건 다른 팀이었다.
“저 자식들 우리는 4골이나 처넣으면서 패 놓곤!”
“왜 쟤들한테는 그냥 지는 건데! 우리도 승격해야 한다고-!”
“어, 어, 우리가 맨스필드를 이겼어? 스, 승격의 빛이 보인다!”
“자신감 가져! 우리가 맨스필드 이겼다고! 역전 승격의 신호탄이야!”
“맨스필드가 쟤들만 잡아 주면 돼!”
경기 일정이 참 공교로워서, 불독 감독의 절규는 사실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는 고마운 눈빛으로, 누군가는 원망 어린 시선으로 벤치의 나를 쳐다보곤 했다.
그래도 조금 안일해지고, 선수들이 풀어진 것 아니냐-
같은 소리가 작지만 종종 흘러나오곤 했다.
답하자면, 안일해진 것도, 풀어진 것도 아니다.
도리어 선수들의 눈빛은 번뜩였고, 긴장감도 바짝 조여진 상태.
그야 선수들은 알 수밖에 없다.
대니 스콧이나, 해리 오스카나, 존 젠킨슨-
그들의 이른 교체, 결장은, 단순 체력 안배에 따른 로테이션이 아님을.
내 핵심 선수들은 늙었다. 챔피언십은 차원이 다른 무대다. 이 무대에서 이들이 90분 내내 힘껏 싸워 줄 순 없고, 모든 경기를 치를 수 없다.
이들은 필연적으로 출전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기량의 저하, 체력 문제, 노쇠화-
“때문에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나는 그간의 경기를 치르며 말했다.
“그간 팀을 지탱해 온 이들의 노쇠화가 뚜렷한 시점, 이제 이들이 한 경기에서, 동시에, 90분을 뛸 수 없음이 명확해질 때.”
핵심 선수들마저도 챔피언십에선 의문 부호가 붙을 것인데.
“다른 선수들만으로 우리 맨스필드는 여전히 강할 수 있는가?”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대대적인 리빌딩이 시작될 겁니다.”
* * *
우승 직후의 풀어지고, 즐거움, 기쁨은 클럽하우스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담장 밖.
도시는 여전히 흥겹고 시즌 종료 후 있을 카퍼레이드와 축제 행사로 잔뜩 들뜬 분위기지만, 선수들은 긴장된 분위기를 유지했다.
최근 6경기 3경기 3패라는 성적은 사실 논외였다.
이미 우승 확정인데, 그런 성적에 연연하는 선수는 없었다.
단지 하나.
흘끔.
선수들은 훈련 중에도 틈틈이 유진을 바라봤다.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감은 실로 날카롭다. 그리고 여러 팀을 오간 선수들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했다.
우승 확정 직후의 변화.
그 변화에서 선수들은 하나, 둘 깨달았다.
지금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고.
그 기회란.
“헤일러어어, 내년에도 남는다고오오?”
“응? 아, 어. 감독님이 임대 연장을 말씀하셔서, 나도 그게 좋다고 했어. 구단끼리는 아직 얘기 나누기 전이라서 확정은 아냐.”
“흐으음. 하긴, 요즘 좀 잘하던데에에.”
앤서니의 칭찬에 확 얼굴이 밝아지는 헤일러처럼.
‘감독님은, 챔피언십 준비를 하고 계셔.’
‘지금 이건 기회임과 동시에 테스트야.’
‘다음 시즌에도 함께 갈 수 있느냐-’
‘여기서 못한다면…….’
선수들도 챔피언십과 리그 원에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리그의 격차 전에, 무형의 벽이 있음을 안다.
선수들의 주급, 몸값- 그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확연할 정도로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리그 원과 리그 투가 어느 정도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챔피언십은 동떨어져서 프리미어리그와 함께 묶여 있는 느낌.
때문에 선수들은 그 무형의 벽을 넘고자 해왔다.
여기 있는 선수들 중, 그 누구도 챔피언십 이상을 바라지 않은 자는 없다.
그랬기에 우승과 승격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하나 유진은 리빌딩을 준비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선수들로서는 그것이 야속할 따름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승격의 아이러니다.
정작 승격을 이룬 건 그 선수들이 함께해 온 성과인데, 정작 그 성과를 누리는 건 새로운 이적생들이라는.
잔인한 프로 축구의 현실.
현실은 도피할 수 없다. 직면해야만 한다.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유진의 시즌 계획에 들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뛰어든 선수는 한 명 더 있었다.
“캐롤!”
“오늘부터 훈련에 참가한다고? 괜찮은 거야?”
“어, 어, 문제없어.”
토마스 캐롤.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던 그가 훈련장에 복귀했다.
그것도 마지막 최종전을 앞두고.
“선수, 출전시킬 겁니까?”
알렌스키 코치가 조심스러운 얼굴로 유진에게 물었다.
유진이 답하지 않고, 물끄러미 토마스 캐롤을 바라보자 알렌스키가 말을 덧붙였다.
“훈련에 참가하긴 하지만,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다고 할 순 없는 상황인데, 지금 출전한다면 되려 부상이 더 길어질지도 모르는-”
알렌스키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선수와 친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깊은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일까.
오랫동안 팀에서 뛰어온 토마스 캐롤을 향한 알렌스키 코치의 눈빛은 안타까움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유진이 반문했다.
“제가 토마스 캐롤을 출전시키지 않는다면, 그게 캐롤을 위한 행동일까요?”
“하지만 이젠 우승 확정 지었으니 꼭 출전해야만 하는 경기는-”
“저한테도, 코치한테도, 팬들한테도 그런 경깁니다. 다만, 캐롤 본인한테는 다른 의미죠.”
“…….”
“닥터. 캐롤의 복귀가 닥터의 솜씨뿐입니까.”
유진의 질문이 향한 곳에는 훈련 중 쓰러지지 않을까, 묵묵히 바라보던 닥터 스탠리가 서 있었다.
닥터 스탠리는 심술궂은 얼굴로 유진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야에 토마스 캐롤의 표정이 담겼다,
어색한 몸놀림, 조금 뒤늦은 반응, 그러나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녹아들려는 간절함이 얽힌.
닥터 스탠리가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나나 내 수제자가 재활에 힘써 줘서 그렇다곤 다른 친구들이 말하지만, 꼭 그렇지 않소. 재활이란 건 본인의 의지가 더 명확한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니까.”
“본래 예정되었던 기간보다 두 달 앞서 복귀했다는 건, 캐롤의 의지, 라는 거군요.”
“나름 나도 달라붙어서 도와줬지만, 그래, 그렇소. 저 선수도 독해. 마치 내 자식놈 보는 것 같아. 여기 선수들 거의 다 그래. 망할…….”
“그럼 지금 닥터로서 경기에 출전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불가.”
“……보십쇼, 감독님. 닥터께서도 저렇게 확언하시는데.”
알렌스키 코치가 그리 말하며 반색하는 순간, 닥터 스탠리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닥터가 아닌,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있는 노인으로선 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오.”
“……!”
“안 그렇소, 감독?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린 법일 테니. 그저 그 기회에 들고자 훈련에 복귀한 마음을 막을 수 있겠소?”
유진은 말없이 토마스 캐롤을 바라봤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유진은 읊조리듯 답했다.
“기회는 희망이 아닙니다. 도리어 좌절의 문턱이죠.”
.
―리그 최종전에 기적적으로 복귀한 토마스 캐롤 선수, 아직 몸 상태가 좋지 못한 듯합니다. 전반 31분 만에 교체로 벤치로 걸어 나가네요.
―표정이 너무 어둡네요. 하지만 저 의지와 열정으로 이른 복귀에 성공한 만큼, 다음 시즌 좋은 모습 보여 주리라 생각됩니다!
* * *
“카퍼레이드 행사- 두 번은 못 할 것 같습니다아.”
“단순 카퍼레이드뿐만 아니었으니까요. 도시 전체가 축제이니.”
자일슨 팀장의 말에 나는 가볍게 대답했다.
시즌이 끝나자 도시에는 축제가 벌어졌다.
우선 구단의 우승 기념 카퍼레이드와 동시에 지역 축제가 동시에 열렸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카퍼레이드도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지만 아주 천천히, 도시 전체를 돌면서 꽉 막힌 인파에서 손을 흔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7만 명이 전부 튀어나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단지 카퍼레이드만이었다면, 맨스필드 팬들만 모이겠지만(놀랍게도 축구를 보지 않는 시민들도 분명 존재한다.) 도시 전체의 축제다 보니 호기심을 가지고 모인 인파들도 가득했으니.
어지간한 카퍼레이드 이상이었다.
“근데 감독님은 이런 행사에서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으시네요.”
자일슨은 작게 감탄을 내뱉었다.
“어후, 저는 구석에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힘들던데. 단상에 올라서 계속 환호받으시는 감독님은 얼마나 힘들까, 했는데. 지금 보니- 익숙하신 것 같아요. 정말.”
“1만 관중 앞에서 야유와 함성을 번갈아 받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글쎄요. 그냥 카퍼레이드도 몇 번 해 보신 느낌인데”
가늘어지는 눈동자.
그러다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생각인지 깨달은 자일슨은 헛웃음을 켜고 말을 돌렸다.
“그냥 타고나신 감독님이네요. 카퍼레이드도 올해가 처음이실 텐데. 아무튼, 준비한 자료 여기 있습니다. 이메일로 파일 보냈고, 아무래도 출력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따로 준비했어요.”
그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두툼한 서류철은, 거의 책 한 권이었다.
그것도 두꺼운 책.
“고생 많으셨습니다.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테디 수석님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뭐, 시간도 많았는걸요. 워낙 일찍 승격이 확정됐으니.”
우승 자체도 조기에 확정했지만, 그것보다 먼저 다이렉트 승격은 더 일찍 확정했다.
즉 챔피언십 진출은 올해 초부터 거의 확실시됐던 시점.
나는 자일슨 팀장에게 하나의 지시를 내려놨다.
“챔피언십 보고서입니다.”
무수한 전문가들이 달라붙어서 만드는 일종의 한 시즌 스카우트 보고서.
자일슨이 홀로 만들어 낸 챔피언십 전체 전력 분석보고서였다.
그 거대한 규모에 나 역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양만 늘려 놓고 사실만 나열한 보고서가 아니다. 분석관으로서의 분석, 견해, 결론이 다채롭게 삽입된 훌륭한 결과물.
“시즌도 종료됐으니, 이번 휴식기에는 푹 쉬세요. 이 정도 일을 했으면 말이죠.”
“아하하, 네 휴가라도 다녀와야죠.”
“보고서는 정독하겠습니다. 다만 정독 전에, 우선 의견 하나 들어 보고 싶네요.”
“제 의견이요?”
“이 보고서를 만들면서 챔피언십에 대한 전력 분석이 확실해졌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 팀 전력을 객관적으로 판단, 비교할 수 있겠죠.”
“…….”
나는 그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제가 작성한 방출 명단입니다.”
“……!”
“그중에, 가장 고민인 선수 한 명이 있는데-”
나는 명단에 적힌 여러 이름 중, 가장 마지막에 적어 놓은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토마스 캐롤.
그 이름이 방출 명단 끝자락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