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11)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10화(211/266)
210. 세대교체 (2)
마누엘 테셰이라는 이적 시장이 열리기 전에 이미 모든 계약을 완료했다.
“이적료 160만 유로(24억 원가량)라…….”
릴리는 도장을 찍으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왜, 비싼 것 같아?”
“아니. 아니지. 전혀. 이건 구단주들 사이에 돈 얘긴데, 지금 선더랜드가 프리미어리그에서 1천만 유로로 선수 한 명 영입 성사 단계래. 선더랜드는 챔피언십 중위권 팀인데…….”
무슨 말인지 알겠다.
“무슨 챔피언십 팀이, 우리가 추가 대출금 받은 만큼을 한 선수에게 쏟아붓냐고.”
“다 그런 건 아니야. 500만 유로도 안 쓰는 팀들도 있어.”
“2천만 유로 정도 이적 자금 준비된 팀도 있다는데?”
사실 100만 유로를 운운하는 것도, 우리 구단이 입에 담는 것조차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금액이다. 당장 스탠리에게 100만 파운드 제안이 왔을 때, 팔아야 하니 마니, 할 정도였으니까.
챔피언십은 신기한 리그다.
돈을 안 쓰는 팀은 리그 원만큼, 가난하기 짝이 없지만, 돈 잘 쓰는 구단은 프리미어리그 하위권 팀만큼 거침없이 써재끼기도 한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당한 팀들부터 해서, 챔피언십의 구단주들은 승격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작자들 많거든.”
“딱 한 단계 남았으니까?”
“그래. 최상위 리그에 오르는 마지막 계단.”
그 단계가 보이는 시점. 고개만 들어올리면 프리미어리그라는 꿈의 무대가 기다리는 상황이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그간의 투자금이 우스울 정도로 돈이 쏟아지니까. 뭐, 결국 그 돈도 리그에서 버텨 내기 위한 재투자금으로 쓰이긴 마련이지만.”
릴리의 얼굴이 다소 굳었다.
추가 대출까지 받았고, 나름 자신감도 붙었지만, 그녀는 차가운 현실을 맛본 듯한 표정이었다.
“왜 구단 인수를 추진해야만 하는지, 확실한 이유네.”
“그래. 챔피언십의 중계권료도 꽤 비싸지만, 그만큼 재투자해야 할 비용이고. 설령 프리미어리그에 올라간다고 해도, 그 돈이 단 한 번에 통장에 꽂히는 게 아니니까.”
“으으……. 그리고 몸값도 엄청나니까.”
“맞아. 결국 우리는 일반적으로 저렴한 선수를 찾을 수밖에 없어.”
물론 160만 유로의 마누엘 테셰이라 영입도 우리에겐 크다.
릴리가 표정이 싱숭생숭했던 이유는 선더랜드에서 1천만 유로로 선수 하나 영입 준비 중이란 얘기 때문이겠지. 같은 챔피언십이면서도 쓰는 돈의 규모 자체가 다르니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네. 분명 우리도 이전보다 나아졌고 대출금도 더 나왔고, 재정 그래프도 이쁘게 그려졌는데…….”
다른 팀보다 적게 쓰며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야 하는 것.
리그 투, 리그 원에서 우리가 이겨내야만 했던 차가운 현실이었다.
“별다를 것도 없지.”
“……그러게.”
“그래서 더없이 익숙하니까, 문제없지.”
“응?”
“이런 상황에서 이겨 내는 거 2년 동안 내가 그렇게 보여 줬으면, 이제 믿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릴리?”
“……!”
“저렴한 이적료로 그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
나는 160만 유로가 적힌, 릴리의 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늘 해 왔듯이, 익숙한 일이야.”
* * *
데일 스틸 단장이 직접 포르투갈로 넘어가 계약과 체결.
팩스로 들어온 계약서를 릴리가 최종 결재 도장을 찍은 순간.
마누엘 톄세이라는 공식적으로 우리 선수였다.
이적 시장이 열리는 날 6월 15일에 바로 발표되고 맨스필드에 등록될 예정이었다.
선수단 소집일이 7월 3일이니, 포르투갈에서 낯선 영국으로 팀을 바꾸는 그 준비를 할 시간이 나름 존재했다.
“안녕, 하심까!”
그러니까 7월 3일에 와도 된다는 뜻이다.
그간 이사 준비하고, 휴가도 즐기면서 천천히. 한데 마누엘 테셰이라는 이빨을 드러내며 내 앞에 불쑥 나타났다. 포르투갈 뜨거운 햇빛에 피부가 익은 것처럼 다소 까무잡잡한 인상에, 새하얀 웃음이 인상적인 친구였다.
체구는 나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좀 더 단단했다. 이맘때쯤은, 확실히 어린 느낌도 있었군.
“톄셰이라임다!”
“네, 반갑습니다. 선수. 소집일은 7월 3일인데-”
“적응, 적응합니다!”
의외로 그는 부족하게나마 영어를 할 줄 알았다. 의사소통은 충분했다.
“프리미어리그가 꿈임니다! 호날두! 맨유 갈검니다!”
“…….”
맨스필드에 와서, 여기서 잘해서 호날두처럼 맨유 가겠다는 발언은 꽤 신기하긴 했다.
그것도 감독 앞에서 말이지.
뭐, 당연한 소리긴 하다. 하위 팀을 발판으로 삼아 활약한 뒤 빅클럽 입성은 여러 선수의 현실적인 꿈이니까. 다만 그걸 처음 만난 감독 앞에서 얘기하는 것은…….
“훌륭하네요.”
나쁘지 않다. 어쨌든 목표가 있지 않은가. 목표가 있는 사내는, 때론 놀라울 정도의 집념을 가진다. 집념은 고통도 잊게 만드는 강렬한 약물과도 같은 법. 그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일찍이 맨스필드에 도착한 그는 낯선 무대에 대한 두려움보다 이겨 내겠다는 눈빛이 강렬했다.
“예. 오신 김에 가벼운 미팅을 하죠. 혹시 감독인 저한테 바라거나, 선수로서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이라거나-”
“업슴니다! 뛰기만 하면 댐니다!”
“예, 뭐 그래도 선수가 원하는 포지션이라던지-”
“어느 자리든 오케이! 다 뜁니다! 출전 무조건 합니다! 안 지쳐요!”
“…….”
“포워드! 수비수! 미드필더! 뎃츠 오케이! 전부 가능함니다!”
그는 그리 말하곤 훈련장을 써도 되냐고 물었다. 당장이라도 몸을 써야겠다는 듯이. 나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 아닌, 본인이 몸을 가만두지 못하겠다는 듯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휴식기를 보내야 하지 않냐는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단호히 젓고는 그대로 훈련장으로 뛰어갔다.
“닥터? 닥터! 저 어깨 좀 봐주십쇼!”
“뭐, 뭔가, 자네!”
심지어 닥터 스탠리가 어떤 사람인지 눈치채곤, 기민하게 움직여 그에게 몸 상태를 점검받기도 했다.
마누엘 테셰이라.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 골키퍼 외 전 포지션.
작년 시즌 51경기 중 50경기 출전.
‘철강왕’그는 목표를 향해 질주할 줄 아는 남자다.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하면서 멈추지 않고 끝끝내 목표에 도달하는 선수.
집념이 끝내 꿈을 이뤄내는 사내.
그의 마지막 행선지는 맨유.
그의 이적 비용은 160만 유로가 아닌 3천만 유로(448억 원가량).
그리고 당시 그를 영입했던 맨유의 감독은 바로 나였다.
* * *
이적 시장이 열렸다.
[첼시의 리처드 골키퍼, 맨스필드로 완전 이적. 200만 파운드(한화 35억 원가량) 확정!]우선 첼시의 이적위원회는 구단주의 변덕에 제시받은 가격보다 싸게 리처드를 맨스필드에 팔아넘겨야 했다. 당연히 불만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구단주가 이적 시장에 관여? 그래, 쩐주니까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저쪽이 사겠다는 값보다 절반 좀 안 되게 깎아서 팔아주겠다는 건 대체 뭐란 말인가.
[첼시, 새로운 감독으로 PSG의 레오나르도 벤디치 선임!] [감독 연쇄 이동 시작하나?] [첼시 PSG의 핵심 중앙 미드필더 마티외 르부아 89m 유로(한화 1331억가량) 영입 완료] [돈뭉치를 푼 첼시, 이적 시장 열리자마자 기록적인 이적료!] [분노의 돈 풀기 시작했나, 카이 블랙스랜드 회장, 첼시의 우승을 위한 비전 선포!]물론 불만은 오래가지 않았다.
“거, 회장님이 좀 끼어들 수도 있는 거지!”
“벤디치 감독? 마티외 르부아까지 얹어서? 회장님 심기에 거슬리지 마, 이 미친놈들아!”
“회장님이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아, 제휴 구단하고 좀 돈독한 사이 유지하려는 거겠지! 다 큰 뜻이 있는 거라고!”
첼시가 돈 보따리를 풀었다는 소식이 이적 시장을 뒤흔들자, 우후죽순처럼 온갖 뉴스들이 터져 나왔다.
[AS로마의 득점왕 알렉산드로 그라비니, 아스날 이적 협상 중]이탈리아를 월드컵 4강으로 견인하는 그라비니의 프리미어리그 진출부터.
분데스리가 MVP의 맨시티 이적, 맨시티에서 밀려난 선수 몇몇이 아스날과 토트넘으로 이적한다는 소식 등. 그간 물밑에서 루머로만 돌았던 이야기가 수면 위로 실질적인 형체를 드러냈다.
“……다행이군.”
유진은 BBC 스포츠에서 시작한 이적 시장 실황 방송을 쳐다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크게, 변한 건 없어.”
여러 큼지막한 선수들의 이적 소식들은 유진이 기억했던 사건들과 비슷했다.
물론 소소한, 모든 선수가 다 기억과 같진 않으리라.
그러나 적어도 빅네임, 거물급, 빅샤이닝(Big Shining)이라 불릴 법한 이적 소식은 이맘때쯤 기억하는 내용과 거의 일치했다.
“그렇다면 내 기억들이 대체로 아직은 활용할 수 있다는 건데.”
유진은 알면서도 활용해 오지 못한 회귀 전 지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했다.
당장 이번 시즌 이적 명단만 해도, 언젠가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4대 리그는 물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활약할 선수들. 다만 아직 여러 이유로 미처 그 가능성을 충분하게 보여 주지 못한 상태.
챔피언십으로 승격한 이상, 그들에게 충분히 접촉할 위치가 된 셈이다.
“혹여 바뀌었다면.”
역사가 바뀌어서 그들이 좀 더 일찍 발굴되거나, 더 먼저 성장하거나, 갑작스레 실력이 대단해져서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면 꽤 곤란할 법했다. 하지만 저번 시즌 우승팀이 리버풀이고, FA컵 우승팀이 맨시티인 것처럼 큼직한 미래는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
이건 유진에게 날카로운 무기가 쥐어졌다는 소리였다.
하나 유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리그 투, 리그 원의 우승도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거지.”
적어도 프리미어리그에는 큰 변화를 불러올 만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단 뜻이다.
남들이 모두 대단하다고 여기는 업적도, 이 커다란 무대를 움직일 만큼은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씁쓸함도 잠시. 유진은 눈앞에 놓인 챔피언십 일정을 담담히 바라보았다.
챔피언십.
이젠, 크게 변화할 것이다. 분명히.
―저, 감독님. 단장입니다. 이번 영입 선수들,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혹시 이런 사항들 다 알고 영입을 진행하신 건지…….
그리고 변화의 시작은 이적 시장의 영입부터였다.
* * *
맨스필드의 이적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삐걱거리는 일 없이 매끄러웠다.
“다른 선수 다 필요 없어! 굳이 더 좋은 선수 찾아보겠다고 여기저기 뒤질 필요 없어! 감독님이 지정한 선수를 최우선 영입 대상으로 삼고 다들 돌격해!”
론 팀장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우선 영입 대상이 명확하게 정해진 상황.
갈팡질팡할 필요 없이 명확한 목적지를 향해 힘껏 내달리면 된다.
이 선수가 좋은가, 저 선수가 더 나은가, 이 친구는 너무 비싼데, 방향 선회해야겠는데-.
같이 길을 헤맬 시간을 단축, 아니 아예 지워 버렸다.
사실 이게 말이 될 리가 없다. 선수 한 명의 영입에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지난 성적이 좋다고 영입했다가 먹튀 논란에 시달리며 땅을 치는 구단은 늘 나온다.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어떤 매물이 이적 시장 도중에 올라오는지 더듬이를 팍! 세우고 지켜보며 철두철미,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이 맨스필드에선 아예 생략됐다.
“감독님이 찝었잖아?”
“물론 늘 맞으시진 않겠지. 그래도 챔피언십 준비하는 감독님의 눈썰미가 좋을까, 우리가 추리고 추린 명단이 나을까?”
유진에 대한 절대적 신뢰.
2년간 두 리그에서 보여 준 이적 시장 유진의 명성은 타 구단에서도 자자했으니.
소속 구성원들에겐 어떻게 다가오겠는가.
중간 과정이 쏙 생략된 이적 시장은 순식간에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하물며.
“간지뉴, 이 친구는 조건을 바꾸죠. 가격을 깎는 대신 12개월 분할이 아닌 일시불로 딜 쳐보고, 갈랑 선수 같은 경우엔 상대 구단의 자금이 나쁘지 않은 상태니, 분할납부로. 대신 선수의 경기 출전에 따른 추가금을 주는 형태로 가격을 최대한 조정해 봅시다.”
그 목적지를 향해 엑셀을 밟고, 어떻게 운전대를 움직여야 할지 아는 베스트 드라이버의 투입.
데일 스틸 단장의 능력으로 맨스필드의 이적 시장은 그간 어느 때보다 완벽하게 굴러갔다.
다만 성공적인 이적 시장인가, 라는 물음에는 아직 답할 수 없었다.
아무리 빠르게, 저렴하고 좋은 값으로 선수들을 영입한다고 한들. 결국 팀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여야 성공의 판가름이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유진이 딱 찍었으니, 실력은 확실할 텐데…….”
데일 스틸 단장은 이 선수들이 성공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불쑥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단지 유진의 선구안에 대한 의심 따위가 아니었다.
접촉해 보는 선수들의 성격이 조금…….
“……조금, 웃긴 친구들이네. 이 녀석들?”
독특했다.
그것도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