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12)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11화(212/266)
211. 세대교체 (3)
“난 간다. 이 머저리 같은 팀에서, 아득바득 강등 안 당하게 버텨 봐라!”
“저 미친놈, 그간 조용하더니 이적한다고 아주 저주를 하는구나.”
“냅둬. 클라라니 저 자식, 원래 저런 놈이니까.”
“그 멍청한 콧수염 감독이랑 잘들 해보라고. 내가 없는 반즐리가 뭐 하겠어? 잘 있어라! 나는 챔피언십으로 간다! 니들은 내년엔 리그 투에 처박혀 있겠지, 루저 새끼들아!”
클라라니는 어처구니없어하는 동료들, 아니 전 동료들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곤 클럽하우스를 빠져나왔다. 등 뒤에서 온갖 욕과 물통 따위가 날아왔지만, 알 게 무언가. 리그 원, 어쩌면 리그 투에 다시 처박힐지 모르는 패배자들인데.
그는 차에 올라탄 후 잠깐의 심호흡, 그리고 괴성을 내지르며 핸들을 마구 때렸다.
“그래! 이거지! 시발! 드디어 이 좆같은 팀을 떠난다고!”
후, 깊게 내뱉는 숨과 들썩이는 어깨. 후련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 드디어 간다. 6개월 동안 성질 죽이느라 혼났네. 빌어먹을. 그냥 임대 없이 갔으면, 나도 우승컵 드는 거였는데. 같잖은 팀에서 반년을 허비했네. 이 클라라니가 말이야.”
클라라니.
저번 시즌 겨울에 맨스필드로 이적이 확정됐지만, 상황상 임대로 6개월을 반즐리에 남아서 뛰어야 했던 선수. 그가 이제야 맨스필드로 돌아가는 것이다.
반즐리에서의 생활, 감독과의 불화. 그 전부를 꾹 참았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챔피언십, 하, 챔피언십이란 말이지! 내가, 챔피언십으로 간다고!”
하물며 언제 리그 투로 강등당할지 모르는, 그런 허접한 팀에서 바로 맨스필드로 간다니.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 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디 보자. 거기 윙어가 그 어린놈, 제임스. 얘는 유스라서 경쟁이 좀 힘들고, 톰 도허티? 뭐, 열심히 뛰는 놈이긴 하던데, 상관없지.”
그는 씩 웃었다.
“어, 다 죽여 버리면 되지. 그게 경쟁이니까.”
비열한 웃음이었다.
<스카우트 리포트>
‘나쁜 놈’ 클라라니.
나이: 29살
국적: 영국
포지션 : 레프트 윙어
특징: 영국, 브라질 혼혈의 테크니션. 주발인 왼발로 펼치는 발재간이 대단함. 크로스의 정확도가 상당하며 화려한 플레이를 즐김.
주의점: 선수, 감독과의 불화가 머무르는 팀에서마다 발생했었음. 요주의 인물.
.
데일 스틸에게 영입 철학이 있다면, 선수단 분위기에 악영향을 조금이라도 끼칠 여지가 있다면 아예 제외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완전 제외는 아니다.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한 실력과 효율을 갖췄다면, 영입해 볼 만하다.
선수단 관리는 또 감독의 영역이니, 감독을 믿고서 말이다.
하지만 클라라니에 관한 여러 얘기, 선수단 사이의 폭행과 감독과의 반목 등-
단장으로서 동원할 수 있는 인맥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종합 판단하자면…….
데일 스틸이 포레스트 단장이었을 때면, 영입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선수다.
반면 선수단지원팀은 그러려니 하는 반응이었다.
“성격 더러운 거야 뭐…….”
“감독님이 리그 투 시절부터 영입하려고 탐냈던 선수예요. 이미 겨울에 우리 팀으로 등록된 친구기도 하고.”
“또 성격이 더러워 봤자, 우리 감독님에게 뭐 어쩔 수 있겠어요?”
“하긴…….”
데일 스틸 단장은 주위를 바라보곤, 그리고 유진이 이적 시장마다 영입했던 선수들 면면을 떠올리곤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반즐리에선 딱히 그 정도인가? 싶었던 선수였긴 했는데.’
반즐리와 리그 투, 리그 원에서 상대 팀으로 만나봤기에 데일 스틸도 잘 알았다.
유진이 원할 만큼 대단한 플레이를 반즐리에서 펼쳤는가, 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어디가 유진의 눈에 들었을까.’
리그 투에서부터 탐냈다면 무언가 있다는 건데. 순간 유진이 잘못 보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데일 스틸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우리 팀에 있던 스탠리도 그 잠재력을 알아보고 일깨운 감독인데 말야. 정작 그 팀의 단장이었던 나도 스탠리가 수비수로 성공할 줄 알았나.’
어차피 클라라니 이적은 저번 시즌 겨울에 완료된 사항이라 데일 스틸이 이제 와서 번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감독님이 다 알아서 제어하시겠지.”
데일 스틸은 클라라니의 보고서에서 시선을 뗐다.
그래, 클라라니 정도는, 축구판에서 꽤 흔한 선수다. 아마 팀마다 한 명쯤은 있을 법한.
그 팀의 온갖 비열한 짓은 다 하는 나쁜 놈 말이다.
하지만 다른 이적 대상들은 그리 흔해 보이는 부류가 아니었다.
“이거, 일부러 이렇게 고르신 건가?”
데일 스틸은 이어지는 보고서의 내용을 보며 실소했다.
개성, 그래 개성이라고 에둘러 표현할 수 있는…….
“어떻게 이런 놈들만 찍으신 거야?”
괴짜들이 잔뜩 있었다.
* * *
촤악!
“와. 대단하네요.”
“이런 선수가 왜 빅클럽에 못 간 거지?”
“지금 수비수, 맞아요? 무슨 수비수가 공을 저렇게 잘 다뤄?”
이미 단장끼리 협의를 통해서 사실상 이적 확정이 된 선수.
하지만 선수와 직접 협상을 위해 카탈루냐의 지로나로 건너온 선수단 지원팀은 잔디 위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묘기에 감탄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선수의 에이전트는 내심 미소를 지었다.
선수에게 감탄하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하게 개인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으니까.
‘영국 놈들이니 돈도 많겠지. 이적료는 좀 저렴하게 잘 샀겠지만, 주급이랑 에이전트 수수료는 대단히 잘 챙겨 줘야 할 걸?’
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벌리게 하는, 공을 소위 ‘가지고 노는’ 듯한 테크닉을 보여 주는 자신의 선수, 갈랑을 바라봤다.
큰 키와 길쭉한 다리, 고급스러운 느낌이 가득한 트레이닝 복.
금발에 새하얀 백인의 얼굴은 언뜻 브라질인 같진 않지만, 그의 발재간을 보고 있노라면 전형적인 브라질리언이구나 깨닫게 되리라.
“좋네요. 그러면 태클 좀 볼 수 있을까요?”
“어, 태클이요?”
“네. 센터백이니까요. 공 잘 다루는 거야 대단하지만, 태클 실력을 좀 봐야죠. 제가 커리어는 형편없지만 선수 출신이라, 드리블은 좀 하거든요. 그냥 태클 자세만 좀-”
“어, 잠시만요.”
에이전트는 후다닥 갈랑에게 다가갔다. 영어를 못 알아듣는 그에게 통역을 해서 말을 전달하자, 갈랑은 미간을 좁혔다. 그는 깔끔하게 셋팅된 머리를 살짝 조심스레 건들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 그게…….”
에이전트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의아해하는 직원들에게 그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 옷 지저분해진다고-”
“네?”
“아니 무슨 센터백이 옷 더러워진다고 태클을…….”
“그럼 헤더 능력이라도 좀.”
“그, 것도 오늘 헤어스타일 망가진다고…….”
“…….”
“아하하, 그, 예. 아직 프리시즌 아니지 않습니까. 선수가 지금 휴식기에 모델 일도 하고, 예, 잡지 모델, 그런 거요. 그래서 지금 상처라도 나면, 그러니 선수가 좀, 예 아하하-”
<스카우트 리포트>
‘잘생긴 놈’ 레오나르두 파세스. 일명 ‘갈랑(Galã)’
나이: 22
국적: 브라질
포지션 : 중앙 수비수
특징: 브라질 선수 특유의 발재간과 양발을 잘 다루는 볼 컨트롤 능력이 일품. 학이 연상되는 긴 다리를 통한 볼만 빼내는 태클이 특징.
주의점: 잘생긴 외모, 금발의 백인, 좋은 체격 조건으로 여러 패션모델을 겸업함. 필드에서 자신의 모든 능력을 다 쏟아붓는가, 의문점. 잠재력에 비해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추정
.
“……센터백이 옷 더러워지고 헤어스타일 망가진다고 태클도, 헤더도 안 하면, 수비는 어떻게 하나?”
“그, 지난 경기들 영상 보니까, 놀라울 정도로 발끝으로 공만 빼내더라고요.”
“무슨 집게로 공만 톡톡 빼내는 스킬이-”
“그러니까, 거친 태클이나 헤더를 안 하기 위해서, 깔끔한 태클이 극한까지 단련됐다? 이 무슨.”
황당한 선수란 말인가. 같은 헛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데일 스틸은 그의 지난 시즌 기록과 영상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껑충껑충 뛰면서 공만 빼내는 그 솜씨는, 솔직히 말해 몸이 희미하게 떨릴 정도로 대단했으니까.
‘이런 선수가, 태클도, 헤더도 단련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불현듯 떠오른 의문.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생각.
‘……유진 감독이 생각이 있겠지.’
어쩌면 이것까지도 노렸을 수도. 하기야, 저 선수가 헤더에 거친 태클도 완벽하다면 맨스필드가 관심 가지기 전에 이미 빅클럽이 채가고도 남았을 테니까.
“좋아. 다음 선수도 브라질 선수군. 클라라니가 브라질 혼혈이니, 어쩌다 브라질 트리오를 영입하게 됐어. 이 친구는……으음?”
데일 스틸 단장은 다음 보고서를 보곤, 아예 한숨을 내쉬고 싶었다.
* * *
“어, 간지뉴 선수, 아니 루카스 산투스 선수는 아직 안 오신 건가요?”
론 팀장의 질문에 협상 테이블에 앉은 에이전트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우리 간지뉴가 낯을 좀 가려서요.”
“아, 예. 그렇지만 오늘 계약 협상 자린데, 자리 같이하시기로 미리 말씀을-”
“아, 참석은 합니다.”
그는 조금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을 올려놓았다.
자세히 보니 어디론가 통화가 연결된 화면이었다.
순간, 무언가 생각이 든 론 팀장이 휴대폰을 향해 몸을 기울이곤, 조심스레 말했다.
“어, 루카스 산투스 선수?”
―…….
자세히 들어보니 아주 옅은 숨소리가 들렸다. 전화가 연결되어 있었다. 론 팀장은 대체 이게 무슨,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말했다.
“맨스필드의 선수단지원팀, 론 팀장입니다. 협상 전권을 받고 왔습니다. 반가워요.”
여전히 숨소리만 들리고 대답은 없었다.
그때였다.
띠링.
에이전트 휴대폰 화면 위로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
에이전트가 슥 보고, 대답했다.
“아, 반갑다네요.”
“……문자 온 거예요?”
“네.”
“루카스 산투스 선수가요?”
“네.”
에이전트는 대답하면서도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담담했다. 론 팀장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그의 눈동자에 혼란이 떠올랐다.
“이 자리에 안 와서 전화로 하는데, 그것도 전화로는 말 안 하고 문자를 보낸다고요……?”
“예, 낯을 정말 많이 가려서요.”
“…….”
“그, 전화 공포증, 요즘 어린 친구들 있다는 거, 아시죠? 예. 그런 것도 있는 친구라, 크흠.”
“…….”
<스카우트 리포트>
‘이상한 놈’ 루카스 산투스. 일명 ‘간지뉴(Gansinho)’
나이: 26
국적: 브라질
포지션 : 미드필더
특징: 지독할 정도로 대단한 활동량을 가졌음. 브라질 선수답지 않은 왕성한 활동량이 돋보이는 선수.
주의점: 낯을 가림. 심하게 가림. 몹시 심하게 가림. 말을 할 수 있는지는 의문.
.
“……갈랑은 훈련하는 걸 보여 주기라도 했지. 이 선수는 얼굴도 못 보고-”
“지난 시즌 플레이를 보면, 확실히 좋은 선수는 맞는데, 팀을 옮긴 적이 없답니다. 어릴 때 버밍엄으로 브라질에서 이사 와서 바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거든요.”
“근데 이게 충성심 때문에 한 클럽에 십 년 넘게 있는 게 아니라.”
“낯을 가려서……?”
데일 스틸의 입에선 실소가 흘러나왔다.
“이 선수, 적응은 할 수 있으려나?”
아니, 적응은 차치하고, 어떻게 활용하려는 거지?
하지만 데일 스틸은, 곰곰이 생각한 결과 반대의 생각을 지워 버렸다.
그는 단장으로서 모든 이적을 승낙했다.
“……유진 감독이, 알아서 잘하겠지.”
* * *
―갈랑, 간지뉴 모두 개인 협상 완료했습니다. 구단주님께 이적 승인서 보냈고, 결재만 남았습니다.
상당한 몸값을 자랑하고, 빅 리그, 빅클럽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은 제각기의 개성과 실력을 갖췄다. 그리고 그 개성들은 가끔 과하게 발현될 때가 있다.
뭐, 사실 한둘이 아니지.
유명한 선수가 마약을 빨고 환락 파티했다는 소식도 있고.
불륜을 했니 마니, 원정 경기에서 호텔에 여자를 불렀느니, 낯 뜨거운 스캔들에 시달리는 월드클래스 선수도 한둘이 아니며.
실제로 도박이든 폭력이든, 범죄를 저질러서 교도소에 간 선수도 꽤 많다.
개성이란 것이, 과하게, 조금은 이상하게 발현된 경우다.
오죽하면 교도소 베스트 일레븐이라는 반쯤 진심 섞인 포메이션이 인터넷에서 나돌까.
대개 실력 있는 선수들이니 그렇게 화제가 되는 거겠지.
―다만, 이건 단장으로서 개인적 우려입니다만, 이 선수들, 개성, 그 이상의 실력이 있어서 영입을 추진한 것이겠죠?
그래. 선수의 실력과 필드에서의 퍼포먼스는 개인의 독특한 개성과 조금 다른 문제다.
개성은 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비록 지금 당장은 아니고 몇 년의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겠지만.
―네. 아마도 단장님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일 겁니다.
셀레상(Seleção)
브라질 국가대표의 일원이 될 두 선수에게, 개성이 무슨 상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