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13)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12화(213/266)
212. 세대교체 (4)
[맨스필드, 클라라니 반즐리에서 임대 복귀로 스쿼드 강화!] [존 젠킨슨의 대체, 브라질 센터백 ‘갈랑’ 레오나르두 파세스 맨스필드로 이적 확정, 이적료 400만 유로(60억 원가량)] [버밍엄의 ‘간시뉴’ 루카스 산투스, 챔피언십 승격팀 맨스필드로 330만 파운드(58억 원가량)로 이적!] [마누엘 테셰이라 포함, 이적시장 열리자마자 네 명의 선수를 영입한 맨스필드. 챔피언십 생존경쟁인가, 승격 경쟁인가?] [테셰이라, 갈랑, 간시뉴 영입에 810만 파운드(144억 원가량)를 쏟아부은 맨스필드, 아직 총알은 더 남았다. 이적 시장 추가 영입 시사]* * *
감독과 코치가 베테랑 선수를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경험이다.
경험의 가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필드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상황 속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경험으로 깨달은 선수는, 감독이 일일이 간섭할 수 없는 필드에서 엄청난 우위를 가진다.
의료 기술과 스포츠 의학의 발달로 선수들의 은퇴 연령이 점점 늦춰지는 가운데.
경험으로 쌓은 감각과 녹슬지 않은 체력을 지닌 베테랑을 선호하는 현상은 뚜렷해졌다.
전성기를 맞이한 실력, 육체로 체득한 필드 위의 경험.
물론 그렇다고 베테랑 선수만이 선수단에 가득하진 않다.
어린 선수도 충분히 많고, 필드에서 활약한다.
그 선발진을 뚫고 10대의 선수가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잠재력과 실력을 지녔다는 의미다.
하나 실력을 떠나서, 경험을 지닌 베테랑보다 어린 선수들이 훨씬 나은 점이 하나 있다.
사람 간의 관계가 비교적 쉽다는 사실이다.
“늦은 거 아냐?”
“흐으으음. 괜찮아아 괜찮아. 난 늦어도 아무도 뭐라 안해애애.”
“그거야 너니까 그런거고…….”
헤일러는 조급한 얼굴로 흘긋 전면 창밖, 꽉꽉 막힌 도로를 바라봤다.
“선수 소집일에 지각이라니! 그리고 우리가 막내 라인이잖아!”
“괜찮아아아. 난 늘 지각했어어어.”
“아니…….”
“출근 안한게 아니라 지각이며어어언 잘한거지이!”
속 편한 소리에 헤일러는 등받이에 축 기대고 멍한 표정이 지었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될 대로 되라는, 포기한 심정이 역력했다.
아니 그럴까.
소집일에 막내 선수들이 지각이라니.
헤일러는 원망 어린 눈으로 운전하는 앤서니를 바라봤다.
“너, 지금 나 엿 먹이려고 이러는 거지?”
“왜에에에. 태워준다했자나아아.”
“내가 옛날에 좀 섭섭하게 굴었다고 말야.”
“섭섭? 그랬나아아?”
헤일러는 태연자약한 앤서니의 반응에 실없이 웃어 버렸다.
첼시 유스 시절, 헤일러는 말 그대로 앤서니를 질투하고 시기했다.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첼시의 보석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대우받던 탑급 유망주인 앤서니.
그에 반해 자신은 유소년 체계를 차근차근 올라가는 그저 많은 어린 선수 중 한 명.
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어지는 그 격차에 어찌 마음이 편안한 선수가 있을까. 그 시기와 질투를 혼자 삭였다면 모를까, 헤일러는 대놓고 앤서니에게 드러낸 적도 있었다.
‘얼굴 다시 보려니까 어색했는데…….’
그래서일까.
맨스필드에 왔을 때, 가장 우려됐던 점이 바로 앤서니와의 조우.
하지만 둘은 놀라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서로를 대했다.
앤서니도, 헤일러도.
바로 이게 어린 선수들과 베테랑의 차이점이었다. 베테랑은 그간 쌓아 온 경험이 많고, 그 경험은 하나의 관성을 만들어 낸다. 한번 갈라진 사이는 다시 이어 붙이기 어려우며, 누군가가 먼저 사과하기도 쉽지 않다. 쌓아 온 경험이 각자 다르고, 신념이란 것이 굳어져 버렸으니까.
과거 오스카와 젠킨슨의 충돌과 갈등이 이어 붙여지는 일에도 유진의 교묘한 언론플레이 덕분일 뿐.
프로니까, 베테랑이니까 서로 협력한다는 말도 필드에서만 그럴 뿐.
경기가 끝나면 쳐다도 보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 그런 관계는 상당히 많다.
그러나 앤서니나 헤일러는, 서로 첼시 출신이라는 점과 막내 라인이란 점 하나만으로 팀에서 어느새 단짝처럼 붙게 됐다. 과거를 다 잊은 것처럼.
물론 헤일러는 그럴 수 있던 이유도, 앤서니가 과거 따위에 연연치 않는 대범한 모습을-
“으으. 벌써 소집일이야아아. 짜증나아아.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데에에.”
“……그냥 실없는 건가.”
“뭐어어?”
“아냐. 왜 못 놀아? 우리 클럽도 같이 갔잖아? 그 정도면 실컷 논 거 아닌가?”
휴식기에도 둘은 꽤 어울릴 정도로 친해졌다.
“그 똥같은 근육 아저씨가 계속 불러댔거드은.”
“아, 오스카 얘기구나.”
헤일러는 흘끔, 운전하는 앤서니의 옆모습을 보고 새삼 감탄했다.
‘턱선이…… 살아 있어?’
날렵한 얼굴. 도리어 시즌 중보다 더 얼굴형이 꽉 잡힌 모습. 살집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건 정말 열심히 운동하며 관리했단 뜻이다.
‘아무리 오스카가 불러 댔다고 해도.’
강제로 부른다고 앤서니가 운동하러 갈까.
두 발걸음은 다 본인의 결정인데.
‘변했어? 저 앤서니가?’
확실히 앤서니는 첼시 시절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바뀌었다. 고작 1년 만에 말이다. 누군가 욕하면서 고삐를 쥐지도, 억지로 시키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뭐야아. 왜 그런 눈으로 봐아아.”
확 찌푸려지는 인상에 헤일러가 아냐, 아무것도 중얼거리며 화제를 돌렸다.
“아, 맞다. 그거 봤어? 이적 뉴스들?”
“흐으응, 그래애?”
“우리 팀에 네 명이나 오잖아.”
“그래에에에?”
모른 척하지만, 앤서니의 얼굴을 보건대 이미 다 아는 눈치였다.
그저 관심 없는 척하는 것이리라. 헤일러는 피식 웃었다.
“한 명은 버밍엄, 챔피언십 선수고. 나머지는 다 포르투갈이랑 스페인 1부리그 선수였대.”
“나는 첼시 선수였어어어.”
“……수비수는 한 명 있고, 아 스트라이커는 없어.”
앤서니의 웃음에 콧소리가 섞였다. 씰룩이는 광대. 기분 좋다는 뜻이다.
“내가 있는데, 우리 짱 감독님이 왜 공격수를 사아아?”
“…….”
“누굴 사 오든 내가 있는데 눈에 차지도 않을거어어얼.”
그 알기 쉬운 반응에 헤일러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어, 제임스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그들은 클럽하우스 정문에서 걸어가는 제임스를 발견했다.
“흐응. 저 범생이 자식. 불러도 한번을 안나와아아.”
셋은 나이가 어린 만큼 쉽게 어울렸는데, 그렇다고 앤서니를 따라 제임스가 클럽을 가진 않았다. 헤일러가 작게 감탄하며 말했다.
“못 따라간 대학교 수업 따라간다고 바쁘다잖아.”
“대학……우으, 재미없어어. 클럽에서 노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에. 술도 마시고, 여자도 만나고오, 재미도 보고오-”
하나 그들은 창문 밖.
또래로 보이는 금발 미녀, 그러니까 선수단이 여친이라고 놀려대는 소꿉친구 엘라에게 볼뽀뽀를 받고 안으로 들어가는 제임스를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온갖 재미는 다 보고 있는 것 같은데.”
헤일러는 작게 중얼거렸다.
* * *
제임스는 클럽하우스에 들어오자마자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훈련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면서 대화를 나누는 그 광경에서 전해지는 텁텁한 공기.
처음 보는 낯선 얼굴 선수 몇몇이 한데 뭉쳐 있고, 기존 선수들이 조금 떨어져 있었다.
‘아, 새로 온 선수들.’
제임스는 흘끔 새로 온 영입생들을 바라봤다.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올 법한, 그리고 오늘 훈련이 있는데 시상식이라도 가듯, 머리에 엄청나게 공을 들인 듯한 백인 선수 한 명.
그런 백인 선수 뒤에, 키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게 숨은 것처럼 보이는 흑인 선수 한 명. 그리고 뭐가 그리 바쁜지, 가볍게 몸을 푸는 선수들과 달리 전력 질주로 여기저기 뛰면서 훈련하고 있는 선수까지.
“…….”
어, 좀, 다가가기 쉬워 보이지는 않긴 하네.
같은 감상이 튀어나오는 건 제임스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도 누군가 다가가서 인사를 하려고 하면, 대화가 길어지지 않고, 뻘쭘한 얼굴로 침묵하는 모습이 보였다. 보아하니 언어가 달랐다.
‘음. 친해질 수 있으려나.’
이젠 제법 프로선수로서 태가 생긴 제임스가 그리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너지, 그, 여기 몇 없는 유스.”
“……?”
“아, 클라라니야. 새로 왔어. 이적은 작년에 했는데. 알지? 반즐리에서 몇 번 부딪친 거 같은데.”
악수를 청하듯 쭉 내민 팔. 반소매의 팔뚝에 빼곡한 타투. 어딘가 위험해 보이듯이 번들거리는 눈빛이 그를 내려다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악수, 안 할 거야?”
그 분위기에 살짝 시선이 뺏겼던 제임스가 허겁지겁 손을 맞잡았다.
“아, 제임스라고 해요.”
“알아, 알아. 팀에서 기대받는 유망주란 거. 작년에도, 올해도 여전히.”
“…….”
순간 제임스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그는 사람이 순할 뿐이지, 눈치가 없는 건 아니었다. 아니, 눈치라면 오히려 비상했다. 클라라니의 묘한 뉘앙스와 눈빛을 못 읽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점점 강해지는 손아귀의 악력까지.
제임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왜? 알지도 못하는데.
손을 꽉 잡은 클라라니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올라갔다.
그야 제임스가 가장 어리고, 유스니까. 클라라니는 그를 두고 슬쩍 간을 보는 것이었다. 심지어 상대 팀 선수가 봐도 순해 보이는 성격이었고, 실제로 그랬으니. 슬쩍 자신의 존재감을 선수단에 드러내고 간 보는 상대로는 적당하지 않겠는가.
하나 클라라니의 생각보다 제임스는 많이 어른이었다.
“맞아요. 유망주예요. 팀에서 가장 사랑 많이 받는, 로컬 보이요.”
“…….”
“다들 그렇게 제 손을 잡고 싶어 하거든요.”
클라라니가 허, 하고 헛웃음을 키곤 입꼬리를 올렸다. 재밌다는 듯이.
다행히 분위기가 더 나빠질 일은 없었다.
“친구드을, 벌써 친해진 거야?”
“…….”
“리처드!”
“안녕, 제임스! 키가 더 커졌나! 눈높이가 달라졌는걸!”
리처드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어깨동무를 하듯 팔을 올리며 친근하게 대하는 자세에 클라라니의 표정이 묘해졌다.
“휴식기에 잘 쉬었나 봐! 나는 비행기가 결항해서 며칠 늦었거든!”
“어, 피곤하겠네요?”
“아니! 공항에서 푹 잤어! 컨디션 최고야!”
그 답 없는 낙천성은 기존 선수들에게는 이제 익숙하지만, 클라라니는 이상한 놈을 다 본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는 어깨에 올라간 팔이 불편하다는 듯이 치려고 했다.
무엇보다도 한없이 웃는 얼굴. 미스터 쿼카라는 별명답게 보기 좋은 미소였지만, 클라라니는 묘하게 그 웃음이 불편했다.
“아, 클라라니. 벌써부터 우리 막내가 실세인 거 알아보고 인사한 거야?”
“…….”
“으흐흐. 실세는 이제 난데!”
리처드는 그리 말하며 외쳤다.
“내가 이제 주장이거든!”
“…….”
“그러니까, 음. 싸우는 건 뭐라 안 하겠는데, 기 싸움 하려고 수작질은 안 했으면 좋겠어. 클라라니.”
리처드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우린, 같은 팀이잖아?”
* * *
“그런가요.”
“시간이 그렇게 됐으니까요.”
주장의 자리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그사이의 가교가 된다.
존 젠킨슨이 자신이 주장 자리에서 내려오겠단 의견을, 이미 알롭과 막스, 알렌스키와 충분히 나눈 다음 찾아왔을 때. 그 결정을 만류할 순 없었다.
“하하, 뭐…… 재계약을 1년 더 했지만, 이번에 휴식기 몸 만들면서 느꼈는데, 알겠더라고요. 저는 정말 여전히 최선을 다할 거고, 미친 듯이 뛸 거지만, 이제 서른아홉이라고요.”
“전 선수 뛰게 할 겁니다. 쉴 생각 못 하실 텐데요.”
“압니다. 알아요, 감독님. 하하. 다만, 제가 1옵션은 아니지 않겠어요?”
젠킨슨의 눈빛은 또렷했다.
1옵션이 아니다.
즉, 선발 선수가 아니라는 선수에겐 잔혹한 말.
하나 먼저 그 말을 꺼내는 젠킨슨의 얼굴은 놀라울 정도로 평안했다.
“새로 영입한 갈랑, 그 친구 수비수잖아요. 헤일러는 임대 연장에 완전 계약 조건까지. 거기다 어리고, 저번 시즌 훌륭한 모습도 보여 줬고…….”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솔직히 말해, 지금 저는 톰 뉴톤, 그 친구도 못 이겨요. 그러면 냉정하게 4옵션이겠죠. 가장 마지막 선택지요.”
시간이란 저주 앞에 받아들여야 하는 냉혹한 현실에서도 젠킨슨은 도리어 속이 후련한 얼굴이었다.
“주장은 필드에 있어야 주장이죠.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감독의 역할을, 필드에서 대신해 줘야 하니까요.”
필드에 존재할 수 없는 주장이라면.
“10년이 넘게 제 어깨에 올려놓았던 이 주장의 무게를, 이제 내려놓아야 합니다.”
“되게 편해 보이네요.”
“하하, 뭐, 그렇죠.”
“좋습니다. 캡틴의 의향이 그렇다면, 존중하겠습니다. 그럼 차기 주장으론 누가 좋겠습니까?”
“그거야 감독님의 의중에 따라-”
“아뇨, 캡틴.”
“…….”
나는 그의 말을 끊고 똑똑히 직시했다.
“마지막 주장으로서의 임무입니다. 당신이 보기에, 그 책임감. 누가 질 수 있겠습니까?”
“…….”
그는 한참 침묵하다 말했다.
“조금,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그는 피식, 실소하며 말했다.
“리처드, 그 친구가 주장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