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16)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15화(216/266)
215. 선수의 마음 (2)
챔피언십 1라운드는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에 걸쳐서 펼쳐진다.
12경기가 치러지는 1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라면 당연히 개막전이다.
토요일 첫날 열리고, 다른 경기보다 3시간을 앞선 시간대에 높은 주목을 받으며 열렸다.
결과는 미들즈브러가 선더랜드를 2대 0으로 격파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당한 미들즈브러는 2명의 주전급 선수 이적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선수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선더랜드 역시 승격을 노리는 만큼 여름 이적 시장 2,500만 파운드(450억 원가량)을 썼다지만 이적 선수가 많아서 도리어 팀이 어딘가 붕 뜬 모습을 보이며 패배했다.
-맙소사. 챔피언십 수준이 이 정도였다고?
-으으, 저기 저 선수 한 명의 몸값만 해도 무시무시해.
-무서워, 여기……
구단의 중요한 업무를 대개 운영팀장과 데일 스틸 단장에게 인계하고, 런던에서 여전히 인수 후보자들과 미팅을 이어가고 있는 릴리도 개막전을 보고 문자를 보내왔다.
-적어도 네다섯 팀은 프리미어리그 하위권 경쟁에 뛰어들 만한 팀들이니까. 그리고 그들이 우리 상대지.
-뭔가, 체감되는 게 확 달라지는 느낌이야. 우린 아직도 리그 원 같은 느낌인데, 상대 팀들은 갑자기 엄청 큰 거인 같아.
-혹시 그 만화 알아?
-무슨 만화?
-주인공들이 성벽보다 큰 거인들을 때려잡는 만화.
-어, 유진, 그런 거 봐……? 본 것 같기도.
-그러니까, 체급 보고 쫄 필요 없어. 체급은 솔직한 것 같으면서도, 때때론 희한할 정도로 소용없을 때가 있거든.
* * *
다행히도 우리가 그 체급을 시험해 보기까진 꽤 남았다.
아직 모든 이적이 끝나지 않은 상황.
데일 스틸 단장이 네덜란드로 넘어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다행히 맨스필드의 초반 일정은 하위권으로 예측되는 팀들과의 경기였다.
챔피언십은 혼전보단, 예측과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는 흐름이 대두되는 편이다.
상위 팀과 하위 팀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 하위급으로 평가받는 상위 팀과, 언제든 리그 원으로 떨어질 레벨인 하위 팀.
이 극명한 구도는 마치 깨질 수 없는 벽처럼 보일 정도였다.
즉.
우리가 나란히 하위권으로 예상되는 MK돈스와의 첫 경기는, 서로가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경기였다.
“챔피언십이 뭔지 저 촌놈들에게 보여 줘!”
“여기가 챔피언십이다! 이 머저리들아!”
MK돈스의 홈구장은 홈팬으로 가득 찼다. 첫 경기를 좋은 스타트로 끊기를 원하는 마음. 승격팀은 꼭 이겨줘야 한다는 각오. 그리고 한편으로는 첫 경기 상대로 약팀인 게 다행이라고, 서로가 똑같이 생각하는 그 마음.
“딱히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우리 맨스필드는 매번, 더 강한 팀과 싸웠습니다. 우리가 상대보다 강했던 적은 없습니다. 모든 면에서 더 강한 팀을 이겨왔고, 결국 우리가 더 강력한 팀이 된 거죠.”
“…….”
“지금 그 과정입니다. MK돈스? 지들 딴에는 우리보다 강팀이라고, 챔피언십에서 강등을 면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겠지만요.”
라커룸.
긴장과 고요가 차오르는 장내를 쭉 둘러봤다. 담담하면서도 귀를 기울이는 기존 선수들과 맨스필드 유니폼이 아직은 어색한 영입생들, 루소폰 그룹까지.
특히 루소폰 그룹은 클라라니가 조금 귀찮은 얼굴로 영어로 통역해 주고 있어서인지, 내 목소리에 큰 집중은 보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나 상관없었다.
결국 분위기.
그 분위기야말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본체이니.
“계속 그렇게 핏대를 세우라고 해놓죠. 저들이 강등권에 처박혀서 생존에 급급할 때, 우리는 더 높은 곳에서 우승과 승격을 논하면서요.”
짝.
가볍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러니까, 선사해 주자고. 저놈들에게, 지들 먹잇감인 줄 알았던 것이 오히려 저들을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그 끔찍한 기분을 말이야.”
내 미소를 따라, 선수들도 웃었다. 어색한 듯했던 루소폰 그룹 역시, 그 웃음이 전염된 듯이 자연스럽게.
* * *
제임스는 터널 밖을 나가며, 필드의 잔디를 밟으며 생각했다.
‘조금 다른 경기야.’
챔피언십의 첫 경기라서가 아니다.
그는 흘끔 한 줄로 서는 선수들을 바라봤다. 팀 내 포르투갈어 화자들을 뜻하는 루소폰 그룹. 그들 전부가 선발이었다. 즉, 기존 선수들이 대거 벤치에 앉았단 뜻이다.
어쩐지 제임스는 허전함을 느꼈다.
‘캡틴도, 대니도, 오스카도…….’
전부 벤치에 앉아서 여길 바라보고 있다. 물론 캡틴은 이제 리처드지만, 유스 출신으로서 선망하던 젠킨슨이 아직도 심적으로는 캡틴처럼 느껴졌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형이자 버팀목이었다. 젠킨슨뿐만 아니라 늘 해결해 주던 오스카와 막막하던 순간마다 경기를 풀어냈던 대니 스콧까지.
‘그리고 지금은…….’
조금은 긴장한 얼굴의 헤일러, 하품하며 ‘첫 경기부터 두 골 정도 넣으면 팬들이 좋아하겠지. 해볼까.’ 같은 중얼거림을 내뱉는 앤서니, 그리고 어색한 듯 따로 뭉쳐있는 루소폰 그룹까지.
불현듯 제임스는 깨달았다.
“……더는, 의지해서는 안 돼.”
이젠 해결해야 한다고.
제임스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냐, 의지해도 돼에에.”
혼잣말을 들은 앤서니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 형한테 말이야아아.”
“……으음.”
그, 딱히 의지가 되는 얼굴은 아닌데.
그런 눈빛을 읽은 것일까. 앤서니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해트트릭은 해 줘야겠다.”
“……정말로?”
앤서니가 광대를 씰룩이며 검지로 본인을 가리켰다.
“나, 컨디션 최고.”
“…….”
그리고 손가락을 돌려 반대팀 MK돈스 선수들을 가리켰다.
“쟤들, 뒤진다는 뜻.”
제임스가 뭐라 할 새도 없이,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앤서니는 ‘컨디션 최고인 앤서니’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 주기 시작했다.
“앤-서-니!”
원정 팬들의 연호가 시작부터 터져 나온 이유는, 탐색전을 펼치기도 전에 앤서니가 중앙에서 공을 탈취하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앤서니는 툭툭 차면서 선수 두 명을 옆에 끼고 전진했고, 우측으로 달려 나가는 제임스에게 패스.
제임스는 그 패스를 받고 쭉 전진하다가 뒤에서 올라오는 스탠리와 연계.
스탠리는 저돌적인 드리블로 성큼 전진하고, MK돈스 미드필더 한 명이 바짝 막아섰지만.
“막아, 마, 마마막- 막아!”
홈팬들의 비명과 절규가 증명하듯 스탠리는 마크맨을 달고 뛰었다. 한 명으로 막을 수 없으니 세 명이 달려들고, 수비진이 일시적으로 허물어지는 상황. 유령처럼 공을 주고 파고들었던 앤서니는 완벽한 자유를 맛본 상황이었으며.
투욱!
리그 원에서 철저하게 단련하고 맞춰온 조직력과 호흡은 귀신 같은 연계 플레이로 번뜩였다. 스탠리의 패스가 앤서니의 발끝이 아닌, 달려 나가는 공간으로 한 박자 빠르게.
그리고 그간 오스카와의 훈련으로, 그리고 알게 모르게 오스카 특유의 플레이를 몸으로 체득하게 된 앤서니의 근육이 일순 부풀어 오르더니 폭발적인 속도를 냈다.
앞으로 쭉 찔러지는 패스의 속도, 근육에서 터져 나오는 앤서니의 순간 가속도.
그것이 하나의 타점으로 일치하는 순간.
뻐엉!
강력한 임팩트가 골망을 찢어버릴 듯이 파고들었다.
앤서니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며 선수들에게 말했다.
“자, 일단 한고올!”
* * *
―맨스필드, 시작부터 화끈하게 날뛰고 있습니다!
―말했잖아요, 우리 맨스필드, 어! 챔피언십에서도 강하다고요! 이게 맨스필드죠!
―아하, 하하, 해설가님이 오늘 좀 과하게 흥분하셨군요! 그만큼 경기가 재밌다는 뜻이죠. 자, 앤서니 선수 첫 골을 넣은 후에도 만족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스탠리의 돌파도 좋았고, 제임스와의 연계 플레이도 훌륭하죠! 여기서 앤서니가 공을 내주고 들어가는 플레이, 맙소사, 아름답네요!
―경기 시작 3분 만에 실점을 헌납한 MK돈스, 이대로 분위기 내어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맨스필드는 단호하네요! 또 한 번 공격 전개! 이런, 프리킥 찬스죠!
―어, 이번에 영입된 클라라니 선수와 테셰이라 선수가 자기가 차겠다고 하지만, 스탠리가 단호하게 손을 젓습니다. 그렇죠. 맨스필드엔 베컴의 킥이 있는 스탠리가 있죠!
―거리상 간접 프리킥을 노려야 하는데요, 박스에 오스카나 젠킨슨이 없는 게 아쉽네요. MK돈스 선수들의 신장이 평균적으로 더 큰데요.
―스탠리, 프리킥!
프리킥이 긴 궤적을 그리며 박스, 그중에서도 가까운 골 퍼스트 쪽으로 감기듯이 휘었다. 달려드는 선수들이 펄쩍 뛰어올랐다.
오스카였다면 그런 선수들을 내동댕이치며 완벽한 헤더로 연결할 수 있었을 위협적인 궤적.
그러나 그 선수들 사이에서 싸우는 선수는, 오스카보다 훨씬 작은 키의 앤서니였다.
지켜보는 이들의 표정이 극명하게 갈렸다. MK돈스는 막았다고, 맨스필드는 기회를 못 살렸다고.
그러나 원래 축구란 것이, 예측불허의 스포츠 아니던가.
뻐엉!
놀랍게도 앤서니는 터져 나오는 허벅지 근육과 이해하기 힘든 탄성을 보여주며 높이 뛰어올라 정확히 이마에 공을 맞혔다.
그게 무엇을 뜻함인가.
―앤서니 로우, 두 번째 골을 집어넣습니다! 맙소사, 앤서니 로우의 헤더 골이라뇨! 진귀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모두가 입을 쩍 벌리는, 심지어 맨스필드의 동료들마저도 믿기 어려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앤서니가 손가락 두 개를 폈다.
“이제 두 골!”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실점을 헌납하고 어안이 벙벙한 MK돈스 선수들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그래, 아직 두 골이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다. 어떻게 다시 할 수 없을 정도로.
MK돈스는 어떻게든 이른 시간에 추격 골을 만들기 위해 라인을 끌어올렸지만, 중앙에서 간지뉴가 공을 탈취 후 패스, 앞서 전진하던 테셰이라가 받아낸 뒤 전진, 그리고 왼쪽 라인을 타는 클라라니에게 패스.
“여기!”
“나, 나, 나!”
정 반대편의 제임스가 방향 전환을 위해 패스를 달라 소리쳤고, 중앙의 앤서니가 해트트릭을 노리며 전진했지만.
클라라니는 흘끔 바라보고 박스 쪽으로 툭 치고 들어가더니, 각도가 없는 그 사이로 왼발로 뻐엉.
어쩌면 운이 따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맨스필드에겐.
공은 잔디에 살짝 튕겨서 조금 휘었고, 골키퍼가 예상치 못한 궤적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클라라니의 데뷔전 득점이었다. 맨스필드에서 최고의 시작을 알리는.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래, 그거지! 빌어먹을, 맨스필드에 왔다면 그 정돈 해야지!”
클라라니가 거만한 얼굴로 양손을 들어 올리는 세레머니를 펼치곤, 축하하러 오는 루소폰 그룹과 기쁨을 즐겼다. 그 광경을 앤서니와 제임스가 서로 눈빛을 마주치며 어깨를 으쓱였다.
“패스 소리, 못 들은거려나아아아. 나 완전 퍼펙트한 찬스였는데에에.”
“뭐, 어쨌든 골 넣었으니까. 데뷔전 득점 욕심도 났었을 테고.”
득점이야 들어가기야 했지만, 운이 따른 득점.
반면 앤서니는 완벽하게 열렸던 오픈 찬스. 해트트릭의 기회였다.
득점이 나왔으니, 또 시끄러운 경기장에서 못 들은 것일 수도 있으니, 무어라 할 수 없지만 두 명은 어쩐지 혓바닥 위에 껄끄러운 것이 맴도는 기분이었다.
* * *
앤서니는 기어코 세 번째 득점.
해트트릭에 성공했다.
“……허, 앤서니 쟤, 무슨 몇 개월 만에 또 실력이 저리 늘었답니까?”
알롭 코치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뱉으면서 감탄했다.
나는 옆에서 듣곤, 뒤를 가리켰다.
“오스카. 어때요. 저 정도면 완벽한 후계자 아니겠어요?”
“후흐흐. 데리고 다닌 보람이 있네요. 그래도, 아직 좀 부족한데.”
“그런가요? 선수 세 명이 앞에 있는데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득점이었는데요.”
“옆으로 빼 줬으면, 테셰이라한테 열리는 완벽한 득점 기회였잖습니까. 하하, 나였으면 깔끔하게 패스했을 겁니다. 아직 시야가 좁은 거예요, 앤서니 저놈-”
“글쎄요. 시야가 좁다라…….”
나는 그 말을 혓바닥 위에서 굴리며 필드를 바라봤다.
앤서니의 해트트릭에 축하해 주는 선수들.
그리고 조금 뒤늦게 살짝 떨어진 위치에서 박수를 쳐 주고 있는 루소폰 그룹.
그 어색한 분위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선수들의 마음이란 참…….”
재밌다니까. 유치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