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17)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16화(217/266)
216. 선수의 마음 (3)
맨스필드의 지난 2년은 실로 탄식과 감탄, 경외심까지 품게 할 정도로 대단했지만-
늘 그렇듯이 자신들과 상관없는 무대, 상황에 대해서는 심드렁하고, 딱히 관심을 주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까, 챔피언십 무대에서 승격팀 맨스필드를 맞이하는 기존 터줏대감들의 일반적인 생각 말이다.
리그 투, 리그 원, 2년 연속 우승, 백-투-백 우승이든.
어쨌거나 챔피언십에 갓 올라온, 승점 3점을 따내기 쉬운 상대 중 하나.
―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더구나 맨스필드의 노쇠화된 선수들이 서서히 뒤로 밀려나고, 선수들이 잔뜩 물갈이되고 있는 시점. 원체 강한 조직력과 단결로 승부 보던 팀에 큰 변동이 있는데 시즌 초반에 얼마나 활약할 수 있는가, 의문 부호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으니.
[맨스필드 VS MK돈스 경기 예상 분석……]-챔피언십의 ‘생존왕’ MK돈스는 전형적인 강등권 팀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대단한 팀이다. 강등권이지만 절대 강등당하지 않는 구단. 그 말은 비슷한 강등권들끼리의 싸움에서 매번 승리를 거둔다는 의미며…… 지난 시즌 상위 팀들과는 처참한 전적을 기록했지만, 16위권 아래 팀들과는 승률 71%라는 지표를 보이며……
챔피언십부턴 언론의 주목도가 확연히 다르다.
리그 원, 리그 투도 그 리그만을 담당하는 언론 창구가 있기야 했지만, 수준이 높거나 대단히 광범위하진 않았다. 반면 챔피언십은 여러 방송에서 전문적으로 시즌 프리뷰와 구단별 분석은 물론, 매 라운드 정교한 경기 예측까지 진행했다. 지역별 방송이 아니라 전국 방송에서 말이다.
[새로운 영입, 오히려 독이 될 것.]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 유진 감독의 의욕이 어쩌면 팀을 망칠지도.]같은 분석 기사는 헤드라인만 보면 자극적이기 짝이 없지만, 내용을 보면 꽤나 그럴듯한 이유와 합당한 논리로 무장된 양질의 칼럼이었다.
즉, 맨스필드를 굳이 헐뜯는 것이 아니라, 대개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보기엔 여러 문제가 있으리라는 의견이 분명한 주류였다.
[백투백 우승? 그런 환상적인 꿈은 챔피언십의 잔혹한 현실에선 통하지 않는다. 하부리그의 명장, 유진 감독에게 주어진 난관. 하부리그만의 명장인가, 상위 리그의 명장이 될 것인가.]맨스필드는 분명 여러모로 언론의 화제가 된 팀이다.
백투백 우승, 그리고 첼시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감독으로 거론됐던 나까지.
관심은 늘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관심이 따라붙는다면, 온갖 날카로운 분석인 척하는 질시 따위와 냉혹하고 이성적인 척하는 온갖 악의가 도사리기 마련.
이럴 때의 대처법은, 솔직히 하나다.
[맨스필드 4 : 0 MK돈스] [맨스필드, 챔피언십 첫 무대에서 환상적인 경기력 선보여.] [폭발적인 득점, 앤서니 로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다. 해트트릭 폭발!] [드디어 맨스필드의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클라라니, 벌써 적응 끝? 행운의 득점으로 좋은 시작!]물론, 이렇게까지 나와도 고작 한 경기이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진 않다.
원래 이런 바닥 아니던가.
―해리 오스카, 오스카! 골! 골! 벤치에 앉았던 리그 경기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는 건가요?
―리그컵 1라운드, 오스카가 그물을 찢어 버릴 것 같은 득점으로 승리에 한 발짝 다가갑니다!
―리그 투의 콜체스터, 리그컵 1라운드에서 맨스필드를 만나 오스카에게 실점 당하다니, 과거의 끔찍한 악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겠어요!
―대니 스콧의 환상적인 어시스트, 해리 오스카의 시원한 마무리! 맨스필드가 리그컵 1라운드에서 승리를 가져옵니다!
바로 이어진 리그컵 1라운드는 이제는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진 리그 투, 콜체스터와의 경기.
리그에서 뛰지 못했던 해리 오스카와 존 젠킨슨, 대니 스콧은 아직 현역임을 역설하듯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 줬고, 팀은 2대 0 승리로 2라운드 진출까지 확정했다.
리그 1라운드, 리그컵, 그리고 리그 2라운드.
9일 동안 세 경기가 이뤄지는 흐름에서 우리, 맨스필드는 리그 2라운드에서도.
―앤서니 로우, 벌써 리그 4호 골을 터뜨립니다! 맙소사, 이 친구, 이 어린 선수, 드디어 재능을 만개하네요!
주위의 의문 어린 시선쯤이야.
이제 깔아뭉개는 일 정도는, 익숙하지 않겠나.
* * *
“패-스!”
앤서니는 그리 외치면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빠르게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주위 선수들의 동선을 한눈에 파악,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서 본능과 이성이 충돌이 아닌 조화를 이뤘다.
머릿속에서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 최적의 동선이 그려지고, 본능은 이미 이성보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생각과 움직임, 그 사이에 공백 따위는 없었다.
‘좋아아아아-!’
툭, 툭, 거침없이 파고들어 자신을 마크하는 선수들의 시선이 떨어져 나갔다고 느낀 순간.
‘지금!’
발끝에 공이 오면.
늘 그랬듯이 대니 스콧의 패스가 온다면, 바로 골로…….
터엉!
완벽한 연결.
“Yeeeeeeeeeeeea-!”
“와아아아아!”
터져 나오는 함성 속에서도, 앤서니 로우의 눈썹은 솟구쳤다.
골키퍼가 역동작에 걸린 채 허망하게 헌납할 수밖에 없던 득점은 바로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대니가 없지. 맞아, 없었어…….’
발끝에 와야 할 패스의 감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앤서니가 흘끔 고개를 돌렸다.
분명 패스라고 외치고 뛰어들었는데, 공을 잡고 중앙까지 올라왔던 센터백, 갈랑은 자신이 아니라 한 박자 늦게 파고들던 테셰이라에게 패스했고, 그대로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포르투갈어로 패스가 따로 있나아.”
하지만 이젠 오스카의 집중교육 덕에 사회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앤서니는, 득점에 기뻐하는 선수들에게 다가가 왜 패스 안 했냐고 따질 정도로 엉망이진 않았다.
그저 조금은 찝찝한 마음을 묻어둘 뿐.
“뭐어. 호흡이 아직은 안 맞는 거겠지이.”
* * *
백투백 우승 신화의 맨스필드가 챔피언십에서 차가운 현실을 마주할 거란 세간의 예측은 당장 2라운드, 맨스필드를 상대하는 브리스톨 입장에선 터무니없는 소리임은 일단 분명해 보였다.
“앤서니 로우를 막아!”
“저놈 발끝에 공 가면 안 돼!”
최전방에서 흐느적거리는 특유의 태로 수비진을 허물어뜨리는 앤서니 로우에 대한 집중 견제는, 사실 당연했다.
리그 원 득점왕이란 사실보단, 첼시의 보석이라는 탑급 유망주로 꼽혔던 과거.
본래 앤서니 로우의 주무대가 챔피언십이었단 사실까지.
브리스톨은 이미 앤서니에 대한 위험을 확실히 인식했다.
문제는, 앤서니를 막느라 집중하다 보면 맨스필드는 어느새 모든 선수가 수비를 공략하고 있단 점이다.
브리스톨 감독은 전반전, 2대 0의 스코어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루틴, 루틴을 막아, 연계 루틴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앤서니에게 또 한 번 당연하다는 듯 득점을 헌납하는 처지가 되리라.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머리를 붙잡고 고심했다.
“약속된 플레이, 그것들 위주로만 견제하면 돼!”
어느 팀이나, 선수나, 플레이에는 일종의 약속된 움직임이 있다.
누가 앞으로 뛰고, 누가 패스하고, 공간을 어떻게 점유하고.
패턴, 루틴, 약속된 움직임.
그 부분을 신경 쓰면서 집중적으로 견제한다면, 분명 막을 수 있으리라. 물론 앤서니는 그런 약속된 움직임 이상의 의외성을 발휘하고도 남을 일이지만, 일단 최소한의 대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나 브리스톨은 후반전에서도 딱히 자신의 방안이 통하지 않음을 절감했다.
“대체 왜 앤서니한테 패스를 안 하는 건데?”
놀랍게도 맨스필드 벤치가 아닌, 브리스톨 벤치에서 튀어나오는 불만이었다.
앤서니를 집중적으로 견제하고자, 앤서니 자체를 막기보단 그에게 향하는 연계 플레이를 끊겠다는 판단은 분명 훌륭했다. 앤서니의 움직임을 견제하긴 무척 어렵지만, 그에게 패스를 쏘아 보내는 선수들이 앤서니만큼 대단하진 않으니까.
하나 필드에서는 그런 생각 따위는 우습다는 듯이 비웃는 플레이가 벌어졌다.
―앤서니 로우! 손 들고 뛰어갑니다! 공간을 파고드는 환상적인 움직임! 패스, 이런 다들 속았어요! 앤서니가 아니라 우측으로 파고드는 테셰이라 선수! 컷-백!
―달려든 간지뉴 선수가 중거리포를 터뜨립니다! 맙소사! 앤서니가 완벽한 미끼가 되어버렸군요! 벌써 3대 0, 브리스톨 무너지고 있습니다!
“미끼……?”
진귀할 정도로 앤서니에게 공이 가지 않는다. 물론 아예 가진 않은 건 아니다. 분명 앤서니와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보였다.
하나 어째서일지, 지금 경기장을 전체적으로 지배하는 선수들은 결정적인 순간 앤서니를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니까…… 팀 내 최고 스트라이커를 미끼로 쓴다고?”
그래, 그럴 수 있다.
“……멍청한 물고기가 되어버린 느낌이군.”
그렇다고 미끼를 물지 않으면?
―앤서니 로우! 맙소사, 혼자 네 명을 제쳐내고 그물에 공을 꽂아 넣습니다! 그에게 패스는 필요가 없어요! 홀로 돌파, 홀로 드리블, 그리고 혼자서 득점!
그 미끼가 낚시꾼을 잡아먹는 꼴이었으니.
브리스톨 감독은 헛웃음을 켜며 반대편 벤치를 바라봤다.
이 말도 안 되는 전략을 필드에서 펼쳐 놓는, 그 감독의 얼굴이 궁금했으니까.
브리스톨 감독은 나직이 감탄했다. 완벽한 플레이를 보고도 살짝 찌푸린 표정에서 드러나는 불만을 읽었다.
‘허, 이 정도도 부족하다는 건가? 역시 하부리그의 과르디올라란 별명이 틀린 게 아녔어.’
* * *
“……앤서니 쟤, 지금 시위한 거죠?”
“허허…… 그래요, 분명 그래요. 저놈 저거…….”
막스도, 알롭 코치도 혀를 내둘렀다. 앤서니의 환상적인 돌파에 이은 원맨쇼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할 만했지만, 코치들은 그 플레이에 숨겨진 이면을 발견했다.
“으음.”
“이거……참 의도한 게 아니긴 한데.”
“앤서니가 답답해서 내가 하겠다, 라는 그런 건가.”
사실 경기 자체는 답답할 일이 없었다.
어쨌거나 경기 내내 우위를 가져가며 앞서나가고 있는 경기력이니까.
하지만 앤서니는 몇 번 중요한 순간에서 패스받지 못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정확히는 루소폰 그룹 선수들이 그에게 패스를 보내지 않았다.
알롭이 눈살을 찌푸렸다.
“기존 선수들하고 영입생들이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저렇게 패스까지 안 할 정도로 사이가 좀 안 좋을 일이 있었나?”
훈련장이든, 필드든.
딱히 크게 충돌하는 모습은 없었다. 짜증스럽게 공을 달라고 하거나, 신경질을 부리는 정도야 늘 있는 일이니까. 그 정도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늘 보이는 모습이다.
“차라리 오스카와 젠킨슨이 치고받을 때가 더 심각하기야 했지만, 그땐 아, 얘네들 큰일 났구나, 알아보기라도 쉬웠지, 지금은…….”
코치들은 훈련장에 상주하며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지만, 그렇다고 선수들 개개인의 갈등과 충돌을 전부 확인하고 제어하지 못한다.
즉, 선수의 갈등을 완벽하게 이해하긴 어렵다.
학교의 선생들이 아이들의 예민한 관계와 갈등을 이해하지 못하듯이.
하나 그것도 오래 지켜보다 보면, 대략적인 흐름은 보이기 마련이다.
“오해입니다.”
“네?”
“사소한 오해가 쌓였고, 그리고 그 오해를 풀 수 있는 대화가 없으니까요.”
“……?”
“뭐, 팀이 커지고 이적 선수들이 많아지고, 리빌딩의 여파로 오는 성장통이기도 하고요.”
나는 살짝 찌푸린 표정을 바로 했다.
“일단, 하나씩 해결해야죠.”
그 첫 번째 단계는.
“일단 우리 앤서니 마음부터, 달래볼까요?”
[맨스필드, 오렌지 군단의 스텔라(Stellar) 티모 코르넬리스 품나? 영입 근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