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20)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19화(220/266)
219. 이적시장은 차갑다 (2)
데일 스틸은 포레스트에 다녀오라는 유진의 말을 듣고, 솔직히 어안이 벙벙했다.
거의 5년 정도 몸담았던 전 직장.
하지만 그 끝은 좋지 못했다. 모두가 손을 흔들며 아쉬워하는 이별이 아닌, 사실상-
“거기 나오면서 구단주와 싸울 뻔한 거, 아시지 않습니까.”
데일 스틸이 울상을 지었다.
“감독 영입해 오라고 보냈더니, 정작 그 감독한테 꼬임당해서 그 팀으로 가는 거냐고, 사직서 낼 때 길길이 날뛰는데, 거길, 다시 가보라고요……?”
가보라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도 이적 시장이 한창인 가운데.
본래라면 유진이 직접 움직이지만, 이미 리그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걸 알고, 또 자신의 직함이 그런 일을 하기 위한 자리임은 잘 알지만…….
“지금 포레스트에서 선수를 빼 오라니, 이건 정말-”
“예, 나쁜 짓입니다.”
유진의 담담한 말에 데일 스틸이 헛웃음을 켰다.
“그런데, 그런 지시는…….”
“나쁘면 안 됩니까?”
“……!”
“호구의 반대말이 나쁜 놈은 아닙니다. 접촉하지 않는다고, 착한 놈이 되는 게 아닙니다. 좋은 매물이 있는데도 애써 고개를 돌리는 호구일 뿐이죠.”
데일 스틸은 일순 말문이 막혔다.
하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데일 스틸이 생각하기에도, 당연한 말이었다. 이적 시장은 프런트의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전쟁은 원래 나쁜 놈이 하는 거다.
다만 데일 스틸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제가 맨스필드로 와버려서, 그쪽 구단주가 아예 전화도 받지 말라고 할 겁니다. 이적 제안들이 불가할 거예요.”
“그래요?”
“확실합니다. 맨스필드와는 거래하지 않는다, 아마 구단주 머리에는 그 명제만 있을 겁니다.”
“그러면, 뭐 일단 접촉만 해보죠.”
“네?”
[맨스필드, 포레스트 그린에 선수 영입 문의. 포레스트 그린 거부.] [알피 월튼 공개적인 불만, “팀은 나를 방출 대상으로 올려놓고, 좋은 제안이 오니 도리어 거절해.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술렁이는 포레스트 그린 선수단, 익명의 관계자에 의하면 ‘팀을 떠나고 싶다’ 발언한 선수가 존재하는 걸로 알려져……] [감독도, 단장도 떠난 포레스트 그린. 큰 내홍에 시달려]“이, 이건-!”
터져 나오는 기사들을 보고 데일 스틸의 동공이 흔들렸다.
선수와의 접촉은 공식적으로, 구단이 막으면 불가능하다.
구단 허락하에 선수와 접촉이 가능하다. 즉, 구단이 마음먹고 막는다면 선수와 직접 연결은 불가하고, 설령 한다면 소송을 걸고넘어질 수도 있는 사항이다.
즉, 맨스필드는 운만 띄웠고,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선수 불만 기사는-
“언론 플레이 아닙니까?”
“글쎄요. 선수가 불만을 표하는 인터뷰를, 제가 하라고 지시한 것도 아닌데요.”
“아니, 그.”
유진의 태연한 반응에 데일 스틸은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유진이 덧붙였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신 거 압니다. 하지만요. 선수단의 불만은 이미 제가 건드리지 않아도 팽배해 보입니다.”
“그야…….”
새로 바뀐 구단주. 데일 스틸도 느끼지 않았던가. 이 구단주가 팀을 어떻게 바꿀지. 딴에는 개혁이지만, 보기엔 제멋대로 제 입맛에 구단을 이리저리 만지려는 그걸.
선수들이 정말 그걸 모를까?
감독도, 단장도 바뀌는 그 격변에서 선수들의 불만은 당연했다.
거기에 구단주의 의견이 크게 개입된 방출 명단까지.
“방출 명단에 올랐다는 건, 판매하겠단 뜻입니다. 좌판에 올려놓고 거래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걸, 구단주가 이 팀하고는 거래하기 싫다, 라는 이유만으로 거부한 거면, 선수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
“단장님. 지금 우린 저 선수들을 빼내려고만 하는 게 아닙니다. 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거죠.”
물론 유진 입장에서, 맨스필드 입장에서 좋은 소리다.
당장 포레스트 팬들은 부글부글 끓어오를 것이다. 아니, 이미 난리가 났겠지. 감독도, 선수도, 이제 선수들도? 하지만 그 불만의 방향은 이쪽이 아니라, 그런 상황을 초래한 새로 온 구단주에게 향해야 마땅히 옳다.
“나는 그저 이 벌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없이 당당하다. 유진은 자신의 뜻을 단념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데일 스틸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압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해요. 저도, 그 뜻 동의합니다. 하지만요 감독님. 이런 사태를 다른 팀들이 모르진 않을 겁니다. 자연히 다른 팀들은, 저 맨스필드는 이적을 위해선 다른 구단의 안 좋은 상황도 이용해 버리는, 그런 팀이다. 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지도 몰라요.”
“네. 그래봤자 챔피언십 구단들이겠죠.”
“……네?”
“우리가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하면, 우리 선수들 영입을 원하면서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건 바로 그들이란 소리입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선수를 사는 게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서 선수를 사 가는 관계.”
“……!”
“이번 시즌 끝날 때, 나는 그리 만들 겁니다.”
그러니, 다른 구단들의 따가운 눈총 따위는 신경 안 써도 된다.
“설령 따갑게 쳐다본다고 해도요, 조심해야겠지, 정도의 인식이지 포레스트처럼 아예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이 정도는, 단장님이 해결해 주셔야죠. 그런 관계에서조차 협상을 이끌어 내는 것.”
“…….”
데일 스틸은 그 시선을 받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정확히 표현할 수 없었다.
‘이상하군.’
본래 구단 내 위계를 따지면, 클럽 전체를 운영 관리하는 수장이 바로 단장이다. 감독은 그런 단장으로부터 계약하는, 일종의 계약직에 가깝다.
한데도.
‘내가 지시를 받는 것 같군.’
단장 경력상 처음. 지시가 아닌 서로 동등한 관계였던 불독 감독과의 파트너십, 그 이상인 느낌.
하지만 어째서인지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보스가 보내 주는 압박과 부담감은 실로 무거웠지만, 동시에 당신은 그리 해줄 수 있다. -라는 강렬한 신뢰의 눈빛까지 뼈저리게 느껴졌으니까.
그러나 데일 스틸은 예스맨이 아니었다. 그만한 자리에 있다면, 할 말은 할 줄 알아야 한다. 어쩌면, 유진이 그걸 원했기에 그를 스카웃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축구 클럽끼리, 해서는 안 될 그런 도의가 있습니다.”
“도의요? 하하.”
유진이 그답지 않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보다 조금 더 큰 웃음.
잠깐의 웃음이 진정된 이후에야, 유진이 후, 숨을 고르며 말했다.
“도의, 애석하게도 그런 건 없습니다.”
“……!”
“언론을 이용하는 축구 클럽이 어디 한둘입니까.”
“모두가 그러진 않습니다.”
“단장님.”
유진이 그의 말을 끊었다. 담담한 그 눈이, 거대한 호수가 마치 데일 스틸의 시선을 다 품을 것처럼 강렬한 흡인력을 보였다.
“당신이 팀은 포레스트가 아니라 맨스필드입니다.”
“……!”
“전에 몸담았던 포레스트에 대한 애정이 아직은 남았기에, 도의를 얘기하는 것임을 잘 압니다. 이해합니다. 도리어, 기뻐요. 그저 직업적 의무가 아닌, 정말로 전력을 다해 팀을 위하고 사랑했던, 그 마음을 느낄 수가 있어서요.”
“감독님…….”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저는 도의를 충분히 지켜 왔습니다.”
“네?”
“불독 감독님과 단장님, 두 분이 포레스트에 계셨기에, 오스카와 스탠리 이후 그 어떤 선수도 넘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것이 저의 도리죠.”
오스카, 스탠리.
그 대단한 선수들을 가져갔으니, 더는 데리고 가지 않겠다. 선수를 빼돌리지 않겠다. 내가 마음만 먹었으면, 포레스트 선수들을 탈탈 털 수도 있었다-라는 은연 중의 자신감까지.
“…….”
“하지만 이제, 제가 그걸 지킬 이유는 없어졌죠. 단장님이, 내 파트너가 됐으니까요.”
그 말이 무언가 울림을 줬을까.
포레스트를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가졌던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 모든 것은 여전히 데일 스틸의 마음속에 미련처럼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하나 유진의 눈빛을 보는 순간, 그 묻었던 미련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맨스필드란 이름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랬다. 포레스트의 단장, 데일 스틸이 아니라 맨스필드의 신임 단장, 데일 스틸로.
데일 스틸의 눈이 일순 반짝였다. 그 반짝임을 봤을까. 유진의 미소가 진해졌다.
“자, 그러면, 몇 명 더 데려오시죠. 할 수 있겠습니까?”
데일 스틸이 숨을 깊게 내뱉으며, 웃었다.
유진과 비슷한, 어딘가 차가운 미소를.
“감독님이 직접 스카웃한 단장인데, 못 믿겠습니까?”
유진이 씩 웃었다.
“저만 그런가요, 우리가 좋은 파트너가 될 것 같단 느낌이.”
데일 스틸이 눈을 찡긋했다.
“불독 감독에겐 비밀입니다.”
“이런, 질투에 차서 거품 무는 불독 감독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요.”
* * *
[알피 월튼에 이어 공격형 미드필더, 해리 밀러(30세) 포레스트 떠나 맨스필드 입성!] [백업 골키퍼까지, 조시 바튼 포레스트 그린과 계약 종료, 자유 계약으로 맨스필드로] [우측 풀백 칼럼 브룩스, 맨스필드 영입 확정에 “정든 포레스트를 떠나지만, 난 여전히 포레스트의 팬들을 사랑한다. 맨스필드에서도 그 응원 잊지 않을 것.”] [이게 맨스필드야, 포레스트야? 포레스트 그린 선수들 맨스필드로 대거 이적!] [포레스트 그린 구단주, “수준 맞지 않는 선수들을 대거 방출하고 리빌딩을 진행 중일 뿐.”] [포레스트 서포터즈, “팀을 위해 뛰어왔던 선수들을 수준에 맞지 않다니!” 구단주 성토] [이적 시장은 차갑다, 맨스필드로 적을 옮긴 데일 스틸 단장. 전에 몸담았던 포레스트 해체의 일등 공신.]* * *
훈련장이 북적거렸다.
포레스트 그린에서 무려 4명의 추가 영입.
특히 네 명 모두 계약이 끝나거나, 포레스트에서 방출 명단에 올려놓은 만큼, ‘쓸모없는 선수’로 분류되어 비교적 적은 이적료의 선수들이었다.
그렇다고 실력이 없는 선수들은 아니었다. 터져 나오는 선수 불만 기사에도 불구하고, 포레스트의 새로운 구단주는 다른 팀들과의 이적을 어떻게든 추진했지만.
“다 단장님 얼굴을 보고 팀에 오기로 결정했다는군요.”
“하, 하하. 이놈들이 참.”
데일 스틸이 협상장에 나서니 선수들은 다른 팀 이적은 생각도 안 하고, 바로 맨스필드를 선택했다.
대개 로테이션 멤버로 분류될 거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로써 우린 필요한 포지션에 충분한 백업 그 이상, 준척급의 로테이션까지 보충했다.
루소폰 그룹 4명, 포레스트 그룹 4명.
나간 선수가 6명에 새로 들어온 선수가 8명.
정말로 팀의 절반이 갈려 나가는 엄청난 리빌딩이라서 세간의 우려가 꽤 존재했다.
“리빌딩하는 팀은 이겨내야 할 고난이긴 하죠.”
나는 여러 무너졌던 팀을 리빌딩으로 몇 번이고 일으켰던 전적이 있다. 이런 상황이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두려워서 물러서겠는가.
“여기저기서 너무한 거 아니냐는 연락이 종종 옵니다.”
“그런가요.”
“너무 차갑게 군 거 아니냐고요. 하하, 뭐, 어쩌겠습니까. 이적 시장은 본래 차가운 건데요.”
프런트는 때때로 이적시장을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여러 구단 간의 기 싸움, 조금이라도 더 받고, 덜 내기 위한 눈치 싸움. 거기에 끼어드는 다른 구단,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협상판-
이런 전쟁에 인정(人情)은 최대한 줄여야 하는 법이다. 이적 시장은 한정되어 있다. 그 기간이 지나면, 긴 리그 레이스 중에 리빌딩은 불가하니까.
하니 이적 시장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저, 감독님.”
알롭 코치가 조금 어두운 얼굴로 찾아왔다.
“제가 그, 에이전시 쪽에 인맥이 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쩌다 알게 된 건데.”
그리고 이적시장의 차가움은.
“티모 코르넬리스의 에이전트, 그러니까 협상 대리인이 지금 런던에 있답니다.”
“단장님, 협상을 위해 대리인이 영국에 온다는 연락 받은 적 있습니까?”
“어, 아뇨. 그저 통화로만 지금 계속 진행했는데-”
“그게, 런던에 체류한 지 일주일째랍니다.”
“…….”
우리에게도 차가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