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21)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20화(221/266)
220. 이적시장은 차갑다 (3)
이적시장은 때론 전쟁이라고 부른다.
한 선수를 두고 서너 구단은 기본이요, 대형 빅클럽들까지도 번호표 뽑고 줄 서서 협상 판에 한 번 끼어보겠다고 기웃거리는 모습이 흔하게 연출된다.
그래, 경쟁.
리그 순위를 두는 경쟁만큼, 이적시장의 경쟁은 치열하다.
세상에 선수가 얼마나 많은데, 모두가 소수의 선수를 두고 경쟁하냐고?
놀랍게도 그렇다.
“앞으로, 공간 열렸잖아!”
지금 필드에서 날렵한 몸놀림으로, 한 마리의 고양이 같은 잽싼 모습을 보여 주는 해리 밀러.
이번에 데일 스틸 단장이 포레스트에서 영입해 온 공격형 미드필더로 로테이션 멤버였다.
이 선수 하나에 네 개의 구단이 달라붙었다.
투웅!
해리 밀러가 툭 내빼 준 공이 오른쪽에서 라인을 타고 침투한 라이트백, 칼럼 브룩스의 발끝으로 향했다.
투박하고 직선적이지만 넘어져도 곧장 일어나는 투지가 인상적인 칼럼 브룩스도, 데일 스틸 단장의 인망이 아니었으면 쉽게 못 데려왔을 선수. 당시 세 개 정도의 구단이 경쟁 중이었으니까.
“여기! 패스-!”
“뛰어, 멍청아!”
차아아악-!
칼럼 브룩스의 반대편 전환 롱패스는 레프트백 알피 월튼의 발끝에 닿았다.
알피 월튼. 이 친구도 대충 여섯 팀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중엔 우리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높은 주급을 부른 팀이 있지 않았나. 그러니까, 데일 스틸 단장의 솜씨로 겨우 경쟁을 이겨낸 선수다.
투웅-!
방향 전환 탓에 수비의 균형이 무너지는 타이밍을 노리는 알피 월튼의 크로스.
솔직히 말하면 질 좋은 크로스는 아니었다. 이 장면만 보면 그가 왜 주전보다는 로테이션 멤버에 적절한지 가늠된다. 엄청난 선수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영입 경쟁은 실로 치열했다.
그래, 선수의 쓰임은 선수 한 명만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다.
내 팀과 기존 선수들, 전술과 전략에 맞춰 그 선수의 실력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
“걷어 내!”
“막아!”
그러니까, 저 질 좋지 못한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크로스도, 일단 박스 안에 욱여넣을 수만 있다면야.
적은 경기 시간으로 체력이며 의욕까지 왕성한, 그리고 젠킨슨이나 대니 스콧처럼 아직은 녹슬지 않는 강철 같은 피지컬을 지닌 오스카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수비수 두 명과 엉켜 동시에 점프, 그리고 헤더.
방해하려던 수비수들은 해리 오스카를 막지 못했다. 헤더 골은 가뿐하게 골망을 뒤흔들었다.
“Yeeeeeeeeeea-!”
“오-스-카!”
자신은 나이를 먹었다고, 이제 주전은 앤서니라며 말로는 인정하면서도 내심 아직은 더 할 수 있다는 듯 교체로 들어가나 리그컵 경기를 뛰나 사력을 다하는 오스카. 그에게도 오퍼가 들어왔었다.
이적시장이란 그렇다.
한 선수를 두고, 나 혼자 편하게 거래하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 * *
[맨스필드, 리그컵 2라운드 2대 0 승리!] [다시 만난 맨스필드의 공포, 리그 원 칼라일 리그컵 2라운드에서 탈락!] [신입 선수 대거 투입, 맨스필드 로테이션 멤버로 리그컵 병행.] [해리 밀러 평점 7.1, 알피 월튼 7.4, 칼럼 브룩스 7.5! 해리 오스카 9.1! 믿고 쓰는 포레스트 산?] [해리 오스카, 리그컵 연속 득점. 리그는 앤서니가, 리그컵 오스카가 책임지는 맨스필드의 최전방] [맨스필드 유진 감독, 리그컵 3라운드 진출에 미소. “리그와 리그컵을 병행할 수 있는 팀이라는 걸 증명했다.”]* * *
“제가 한번 런던에 다녀오겠습니다.”
데일 스틸이 말했다.
“협상대리인이 런던에 체류 중이라는 사실은, 분명 다른 구단과 접촉 중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기사 한 줄 안 뜨고, 루머로도 안 퍼지는 거 보니, 정말 극비거나, 아니면 희망 사항이지만 우리와 줄다리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줄다리기라…….”
“어떻게든 더 유리한 협상 조건을 만들겠다는 거죠. 어쨌거나 현재 이 거래에서 선수와 구단, 누가 우위인지는 뻔한 일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티모 코르넬리스에게 구애하는 처지다.
그리고 그 우위는 선수가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권리다.
선수든, 선수의 협상 대리인인 에이전트이든 간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협상을 위해 시간이란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
사실 이것도 우리의 희망 사항에 가깝다.
“아닙니다.”
“네?”
“단장님은 다른 선수들과 접촉해 주세요.”
“어, 설마 기 싸움을 하겠다는 건-”
“아니죠. 지금 상황에서 선수랑 신경전 하는 건 우리에게 손해고요. 다만, 단장님이 런던에 가신다고 해서 해결이 될 보장이 없습니다.”
“으음.”
“하지만 추린 다른 대체 후보들과 접촉하고 긍정적인 얘기를 만들 수는 있잖습니까. 더 효율적입니다.”
“플랜 B, 아니면 플랜 C……티모 코르넬리스 영입이 실패할 경우를 확실히 대비하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전 여전히 티모 코르넬리스가 1순위입니다. 리그컵에서 보셨듯이 해리 밀러는 대니 스콧의 대체가 될 수 없어요.”
포레스트에서 영입해 온 해리 밀러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
언뜻 플레이메이커로 착각하기 쉽지만, 그는 좀 더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유형이었다.
공격수와 투톱을 서거나, 조금 아래에서 쉐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할 만한.
“때때로 급할 때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백업으로 맡길 정도는 되지만, 절대로 팀 전체를 활용할 선수는 아니에요.”
오로지 티모 코르넬리스뿐이다.
다른 대체 후보들도, 솔직히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다. 그나마 최선을 찾은 것뿐이지, 확실하다는 보장이 어렵다.
“티모 코르넬리스는 제가 다시 한번 전화해 보죠. 마음 같아선 직접 만나보고 싶지만, 리그가 바쁘니 상황이 쉽지 않네요.”
* * *
나나 단장이나, 코치진, 프런트까지.
티모 코르넬리스 영입에 몰두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 팬들은 평온했다. 추가 영입에 대한 기대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굳이?’ 싶은 반응이 주류였다.
“8명이나 영입했잖아, 우리?”
“이젠 팀 적응시키고, 어, 조직력 다져야지.”
“너무 많이 영입한다고 좋은 건 아니지 않나?”
“또 우리가 이렇게 돈을 물 쓰듯 쓰는 것도 걱정이고-”
이미 8명의 선수를 영입한 상황.
루소폰 그룹은 시작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어느 정도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그 후에 영입한 포레스트의 로테이션 멤버들도 리그컵 2라운드에서 꽤 훌륭한 모습을 보여 줬다. 물론 이 정도로 선수들이 충분히 성공적인 영입이라고 확신할 순 없는 단계지만, 대체로 팬들은 만족했다. 아니 그럴까.
[진격의 맨스필드, 리그 3승 1패, 리그컵 3라운드 진출! 8월 한 달 동안 5승 1패!] [승격팀 맞나요? 맨스필드, 챔피언십에서 돌풍 일으키나] [이적시장 최고의 효율, 유진 감독의 영입생들 존재감 뚜렷해]어쨌거나 성적은 좋다.
모두 챔피언십은 어렵다, 힘들 거다, 쉽지 않다, 고생 좀 해야 한다. 어쩌면 강등을 걱정해야 할지도-
같은 내심의 걱정과 우려를 불식하는 좋은 결과를 내고 있지 않은가.
만일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더 좋은 선수, 새로운 선수가 필요하다고 울부짖었겠지만, 딱히 현 상황에서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은 것이다.
그래, 원래 처음에는 그런 법이다.
* * *
[맨스필드 챔피언십 5라운드에서 충격 패, 미들즈브러 상대로 4대 1 대패] [무너진 수비진, 우왕좌왕 미드필더, 고군분투하는 공격수 앤서니.] [필드에 리더가 없었다, 맨스필드. 3승 2패 리그 11위로 추락] [미들즈브러 리그 5연승으로 선두 유지]* * *
미들즈브러는 승격 1순위, 아니 아예 우승 1순위로 꼽히는 강팀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도 손색없을 선수가 즐비했고, 무엇보다 감독.
“솔직히 우리 선수들이 훨씬 뛰어났어요. 몸값부터가 차원이 다르잖아요? 다만 제가 감독의 역량으로선 이긴 것 같지 않네요. 마지막에 대니 스콧을 투입해서 라인 순간적으로 끌어올리는 건, 정말 감탄했습니다.”
미들즈브러의 조금 이마가 넓은 중년인, 안토니오 카르도주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그렇게 겸양을 표하며 악수를 청해왔다.
말끔한 얼굴과 휑한 머리와 달리 털이 듬뿍 나 있는 손은 익숙했다. 나는 그 손을 반갑게 붙잡고, 흔들었다.
“그런 전략을 거침없이 파훼한 건 감독님이죠. 좋은 경기였습니다.”
“하하하. 리그 초반에 만나서 다행이군요. 어쩐지 시즌 중반쯤에 만났으면 곤욕을 치렀을 것 같습니다. 선수들 적응이 아직 안 된 거 같고, 조직력 문제도 조금 있어 보이시고, 무엇보다, 퍼즐이 다 맞춰진 건 아닌 것 같네요.”
“제 팀 연구 많이 하셨나 봅니다.”
“전 모든 팀을 연구합니다. 물론, 감독님 팀을 조금 더 연구했죠. 하하.”
고작 챔피언십에 속해있는 감독이 아니다.
상위리그로 갈수록 감독의 역량과 전술 전략의 세련됨이 확 달라지는 사실은 당연했다.
눈앞의 카르도주 감독은 그런 챔피언십에서도 최상위로 꼽히는 역량을 지녔다.
미들즈브러는 그의 역량을 전부 품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팀이었으니까.
‘리버풀의 띠오(Tío:아저씨)’
적어도 그가 훗날 지휘봉을 잡았던 리버풀은, 맨시티와 아스날의 가장 큰 라이벌이자 우승 경쟁자로 군림했었으니까. 아, 이 사람,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도 들었지?
“다음에 뵐 때는, 퍼즐을 다 맞추신 감독님을 상대하고 싶네요.”
“이런, 후회하실 텐데.”
한때 치열하게 싸워야만 했던 명장을 다시 마주한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물론 패배는 여전히 아팠지만, 명확한 교훈을 줬다.
‘시즌 초반이라서.’
리그 3연승과 리그컵의 승리는 확실히 맨스필드가 잘해서만은 아니다.
‘아직 맨스필드라는 우리 팀을 전부 파악하지 못한 거지.’
상대 팀들이 분석하고 연구해야 할 맨스필드는 지난 시즌의 맨스필드.
지금은 선발진 구성 자체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한마디로 맨스필드를 완벽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앤서니가 발현하는 의외성과 새로운 선수들의 참신함에 무너졌단 의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당장 코르도주 감독은 거의 모든 면에서 맨스필드를 완벽하게 파악했다. 그의 겸양대로, 미들즈브러 선수단 퀄리티가 훨씬 좋아서만이 아닌, 순수한 감독의 능력이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선수단에 대한 분석과 대비가 정교해지리라는 의미. 우리의 약점을 알아내고, 그 부분을 적극 공략하려는 팀이 하나, 둘 늘어나리라는 건 자명하다.
당장 이번 경기에서 미들즈브러가 보여 준 모습처럼.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의외성이다.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플레이, 패스, 연계, 화려함.
그 모든 것을 보여 줄 퍼포먼스.
“대니 스콧이 2년만 젊었으면, 정말 좋겠다.”
막스가 패배에 의기소침해진 채,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말했다.
그래.
젊은 대니 스콧, 우리에겐 지금 그 선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저는 현재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협상은 제 대리인과 진행해 주세요.
그 선수는, 내 전화에 그렇게 반응했을 뿐이다.
[아스날, 티모 코르넬리스 깜짝 영입? 이적 확실시] [맨스필드와 진행되던 협상을 엎고, 아스날로 가나? 아스날 하이재킹(hijacking)에 맨스필드 대어 놓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