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22)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21화(222/266)
221. 이적시장은 차갑다 (4)
이적시장 데드라인까지 6시간.
―이런, 이적시장 마감일에 대단한 소식이 전해졌네요! 아스날이 네덜란드 국가대표의 별, 티모 코르넬리스 영입에 근접했단 소식입니다!
―지금까지 루머조차 나오지 않았던 소식인데요, 정말 비밀리에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프런트 직원들이 모인 사무실은 정적에 잠겼다.
벽에 걸린 TV의 이적시장 실황 중계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모두의 멍한 시선이 고정됐다.
―본래 챔피언십의 맨스필드와 잉글랜드 복귀 협상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아스날이 이적시장 마감일에 끼어들었습니다!
―아, 이거 어렵죠. 맨스필드와 아스날! 팀의 위상을 떠나서 선수에게 내어줄 수 있는 게 차원이 다르죠? 아마도 곧 던딜, 소식이 들리겠는데요.
십수여 명의 사람들이 모인 장소였는데도, TV의 목소리만 들릴 정도로 적막에 휩싸였다. 숨 막힐 침묵을 깬 사람은, 문을 박차고 들어온 데일 스틸과 유진이었다.
“모두들 뭐하나? 이렇게 될 거 예상했잖아요!”
평소보다 톤이 올라간 데일 스틸이 손뼉을 쳤다.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다 대비했습니다. 영입 실패를 예상해서 대체 후보들과 접촉하고 얘기 나눴잖아요. 론 팀장! 커랜드, 다니엘, 조나단 퉁, 이 선수들 전부 점검해요. 계약서도 준비해 놓고!”
프런트 직원들도 유진과 단장이 그간 유례없을 정도로 한 선수를 두고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는 사실을 잘 안다. 데일 스틸은 네덜란드로 직접 건너갔고, 유진도 번번이 통화를 시도할 정도였다.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까지 언급되고, 재정팀에서 비명을 내지를 정도로 한계의 한계까지 재정을 쥐어짰다는 사실까지도.
무엇보다 직원들이 느낀 충격은 배로 클 수밖에 없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TV 화면을 바라보는 유진.
흘끔, 다들 유진의 기색을 살폈다.
지금까지 불가능한 이적, 구단 수준을 벗어나는 선수 영입, 모두의 경쟁을 떨쳐 내고 예상치 못한 이적의 성공까지.
이적시장계의 마더스의 손, 유진의 별명이 말해 주듯이 매번 성공 가도였지 않은가. 유진이 찍었다, 하면 무조건 데리고 오고야 마는.
그랬던 유진이 침묵했다.
이적시장 때마다 사람들을 휘어잡으면서 기어코 관철하고 성공해 내고 마는 유진은 그저 조용히, 아스날 엠블럼과 티모 코르넬리스 사진을 띄워 놓은 TV를 바라볼 뿐이었다.
“유진!”
하이재킹 소식은 그만큼 구단에 있어 충격이었다.
런던에서 돌아온 릴리도 소식을 들었는지 황급히 프런트 사무실로 달려왔다.
릴리가 담담한 유진을 보고 멈칫하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이거, 아예 딜 끝난 거야?”
“…….”
유진은 침묵했고, 대답은 데일 스틸이 대신했다.
“회장님. 아스날이 끼어든 이상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수의 태도가……후, 솔직히 말씀드리죠. 아무래도 우리를 발판 삼은 것 같습니다.”
“발판이요?”
“영국 다른 구단들의 시선을 끌 목적으로 우리와 거래할 수 있는 의향이 있다는, 그걸 드러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도 영국에 다시금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지금 페예노르트의 재계약을 거절해서라도.”
“티모 코르넬리스가 우리를 이용했다는, 건가요?”
“아마도요. 물론 생각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영입을 희망하는 다른 구단이 없었다면, 우리 팀에 왔을 겁니다.”
“그래서 아스날이 하이재킹 시도하는 동안 그렇게 미적거리면서 버틴 거다……?”
릴리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마치 그녀의 입에서 연기가 뿜어지는 듯했다.
“으으! 결국 끝까지 간만 봤다? 우리가 무슨 음식이야! 간만 보게!”
“음음. 하지만 감독님이 이런 상황에 대비했습니다. 진즉 대체 후보들 접촉했고, 그중 두 명은 당장 계약서만 작성하면 될 정도고, 나머지도 충분히 데드라인까지 협상, 계약, 등록까지 가능합니다.”
데일 스틸은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줬다.
프런트 전체가 패닉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데일 스틸은 막힘없이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갔다.
“물론 일종의 패닉바잉에 가까운, 선수들 몸값보다 조금 더 비싼 이적료를 제시해야 할 가능성도 있지만, 티모 코르넬리스 영입에 책정된 비용이 어마어마했고, 그게 그대로 세이브되는 상황이니…….”
데일 스틸은 흘끔 중앙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데드라인까지 5시간 30분.
데일 스틸은 여전히 이적시장 실황을 알리는 화면을 바라보는 유진에게 말했다.
“감독님. 이젠 결정해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
그제야 돌아온 시선.
데일 스틸은 내심 이해했다. 놀라울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려왔고, 관록 있는 모습을 보여 주기에 모두가 착각하지만, 아는가. 유진은 이제 3년 차 감독이다.
‘충격이겠지.’
이적시장에서의 하이재킹은 빈번하다. 데일 스틸도 몇 번이고 물 먹은 적이 있다. 그러나 처음 당하는 충격은 천하의 유진조차 별수 없으리라. 더구나 매번 성공적인 이적만 거듭했다면.
그러니 지금 자신이라도 여기서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 구단은 신기할 정도로 많은 면에서 감독에게 의지하는 면이 크다. 감독이 평소에 너무 잘해줘서 지금까진 문제없지만, 만일 유진이 흔들리는 시기라도 온다면-
그랬기에 데일 스틸은 유진이 지고 있는 부담과 압박을 일부나마 같이 지기를 원했다.
하나 데일 스틸은, 자신을 바라보는 유진의 눈을 보고 그 생각이 어쩌면 터무니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아무렇지 않아?’
여전히 고요했다. 하이재킹이란 초유의 상황에서도 담담한 눈빛.
“네, 단장님.”
“아, 우선, 크흠.”
데일 스틸은 태연한 표정에 뒤늦게 반응하며 태블릿을 보여줬다.
“당장 커랜드, 다니엘 이 두 선수는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만 내리면 계약할 수 있을 정도로 협상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돈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챔피언십에서 잔뼈가 굵은 조나단 퉁을 영입하는 게……시간이 촉박합니다만 과감하게 주급을 상향하고 베팅해 보면…….”
데일 스틸의 말끝은 점점 흐릿해졌다.
태블릿을 바라보는 유진의 눈은 여전히 담담했지만, 어딘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풍겼기 때문이다. 유진이 불쑥 말했다.
“아스날은, 왜 갑자기 하이재킹을 했을까요?”
“네? 아, 음. 글쎄요. 어쩌면 오래전부터 협상을 이어왔을지도-”
“그랬다면 바로 거래했을 겁니다.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고, 이적시장 마감일까지 버티고 있을 필요가 없죠.”
“그야 협상으로 좀 더 유리한 조건을-”
“우리와 협상할 정도로, 본래 명성보다도, 몸값보다도 일단 낮은 거래 조건이 나왔던 선수입니다. 아스날의 입장에선, 굳이 거기서 더 깎고 뭐 할 필요 없이, 그냥 수용할 수 있는 조건들이었을 겁니다.”
“…….”
유진의 말에 데일 스틸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그러니까, 아스날도 급하게 움직였다, 이 말씀이시죠?”
“네. 하이재킹이 빈번한 게 이적시장이지만, 그렇더라도 그게 도의적으로 늘 옳은 얘기는 아니거든요. 예. 도의요.”
“…….”
“규정상 아무 문제 없는 정당한 거래지만, 하이재킹을 범하면 다른 구단에게 눈총을 받습니다. 아스날처럼 팬도 많지만 안티도 엄청난 구단이면, 비난은 감수해야죠. 즉,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하이재킹을 시도했다는 뜻입니다.”
유진은 태블릿에서 시선을 뗐다.
“갑자기 하이재킹할 정도로 급했다, 이 말은 원래 영입하려던 선수가 틀어졌단 뜻과 같겠죠.”
유진이 데일 스틸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스날이 영입하려던 선수가 누구였는지, 어떻게 틀어졌는지 지금 당장 확인해 주세요. 단장님.”
“감독님, 그건, 아, 일단 우선 시간이 촉박하니 우리 선수 영입부터 먼저 확정 짓고-”
“단장님.”
“……네.”
“당장요.”
목소리는 평범했다. 하나 바라보는 그 눈빛이, 실로 단호했다.
데일 스틸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벽면의 시계.
데드라인까지 5시간.
* * *
사무실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여러 대체 선수들은 론 팀장이 주도해서 전화로 협상을 끌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좀처럼 좋지 못했다.
당장 통화하면서도 어두운 표정의 론 팀장이, 흘끔, 내 눈치를 보는 것만 봐도 알만했다.
―티모 코르넬리스 선수가 런던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스날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향하고 있네요!
―바로 경기장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것 같죠? 네덜란드의 스텔라, 이 찬란한 별이 다시금 영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영국의 이적시장 마감일은 마치 하루 전체가 급박한 스포츠 중계를 보는 듯하다.
24시간 생중계 방송이 데드라인까지 진행되니.
사실 어지간한 이적은 일찍이 결정되지만, 꼭 마지막 날에 급박하게 이뤄지는 이적이 많다. 그런 이적들은 필연적으로 깜짝 이적, 패닉바잉, 충격적인 소식 따위일 확률이 높다.
―사실 여러모로 의문 부호가 붙는 이적이죠. 티모 코르넬리스는 훌륭한 선수지만, 네덜란드 리그 밖으로만 나가면 그 실력을 도통 보여 주지 못했거든요. 아스날이 하이재킹을 범해서라도 영입하려 하다니, 무언가 확신이 있는 걸까요?
프리미어리그의 최상위구단.
맨시티와 몇 번의 우승 다툼을 해오며 매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
한때 4위에 불과하다고 사스날이라고 불렸던 치욕스러웠던 전부가 그저 과거에 불과하다는 듯.
현재의 아스날은 강팀 중의 강팀이었다.
그런 아스날이 챔피언십의 가난한 팀에게서 하이재킹을 했다는 뉴스는, 여러모로 물고 뜯기 좋은 화제임은 분명했다.
“덕택에 우리 엠블럼이 계속 노출되니, 이것도 좋은 건가.”
릴리가 자조 어린 목소리로 내 옆에서 중얼거렸다.
“뭐, 모를 사람은 없겠네. 우리가 아스날에게, 티모에게 물 먹었다는 소식은.”
당장 론 팀장의 표정이 어두운 것도 그런 이유이리라.
우리가 대체 후보로 접촉했던 선수들의 에이전트들도 이 같은 소식은 들었을 수밖에 없다. 에이전트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계산기는 누구보다 빠르게 두드릴 작자들이다.
본래 영입 1순위가 틀어졌으니, 데드라인까지 촉박한 시간. 자신들의 몸값이 뛰었다는 사실을 직감한 셈. 이래서 패닉바잉(Panic Buying)이 튀어나오는 거다.
론 팀장의 어두운 얼굴도 그런 이유다.
나는 론 팀장에게서 시선을 떼고 한쪽에서 핸드폰을 붙잡고 놓지 않는 데일 스틸을 바라봤다.
“아, 그러니까요. 누구요? 허, 아, 그 선수요? 그럼 알만하네요. 그렇게 대단한 선수가 자유계약 선수였으니까, 경쟁도 치열했을 테고…….”
긴 단장 경력 덕분에 그는 영국을 넘어 유럽 전체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
전화 몇 번 돌리면 전혀 접점 없던 구단과 선수에게 연결이 되는 것은 물론, 아무리 비밀 정보라고 해도 입에 입을 타고 전해 듣는 일 또한 어렵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나는 흘끔 벽시계를 바라봤다.
데드라인까지 3시간.
점점 조급해지는 프런트 직원들의 표정과 답답한 긴장감이 차오르는 가운데.
“경쟁에서 밀린 게 확실하네요. 아스날이라도 별수 있나, 레알도, 맨시티도, 파리도 달라붙는 선순데―네? 뭐라고요? 자, 잠깐만요!”
별안간 데일 스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순 여기저기서 바쁘게 움직이던 프런트의 시선들이 전부 집중되고,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데일 스틸의 목소리만 선명하게 울렸다.
“허, 그러니까, 이런, 그거 완전 스캔들인데…….”
툭.
통화를 마친 데일 스틸이 상기된 얼굴로 다가왔다.
“감독님 예상이 맞았습니다. 아스날이 영입하려던 선수는 바르셀로나의 알바로 카스티노였습니다.”
“알바로 카스티노!”
릴리가 옆에서 빽 소리를 질렀다. 귀가 웅웅 울렸지만, 무어라 할 수 없었다. 주위가 술렁였다.
알바로 카스티노(Alvaro Castano)
바르셀로나에서 6시즌 256경기 출전, 49골 9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대형 스타.
챔피언스 리그 우승 경험 2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경험 3회, 월드컵 준우승, 유로 우승 경험 각각 1회.
그 외에도 발롱도르 포디움, 스페인 올해의 선수 수회, 리그 도움왕……
개인 수상 기록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는 선수.
“자유계약 매물로 나왔고, 여러 구단이 경쟁했습니다. 아스날도 그중 하나였고요. 라이벌팀인데도 레알 마드리드가 경쟁에 참여했고, 맨시티, 파리, 뮌헨, 그냥 모든 팀이 다 달라붙었는데요.”
“그래서, 아스날이 다른 팀에게 뺏긴 겁니까?”
“아니요.”
데일 스틸이 숨을 고르며 한 박자 쉬고, 말했다.
“그냥 발을 뺐습니다.”
“왜죠?”
“감독님, 대형 스캔들입니다.”
데일 스틸은 충격을 받아서 도리어 헛웃음이 지어지는 실소를 내뱉었다.
“도박이요.”
“도박?”
릴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카지노가 불법은 아닌데, 그게 왜 스캔……잠깐, 설마.”
무언가 깨달았는지 릴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데일 스틸이 쓴웃음을 지었다.
“네. 스포츠 도박입니다. 그것도 본인이 출전한 경기들에 고액을 베팅했답니다.”
“……!”
“알바로 카스티노, 그 선수가요? 맙소사!”
“대형 스타인데, 그런 선수가……!”
장내에 충격이 휘몰아쳤다. 데일 스틸이 숨을 푹 내쉬었다.
“범죄 행각 여부는 둘째치고, 일단 최손 시즌 절반은 경기 출전 못 할 겁니다. 어느 리그든 일단 출장 정지 징계를, 최소 20경기 이상은 내릴 거니까요. 그것도 최소지, 만일 범죄 행위가 인정된다면…….”
“선수로서는 끝이군요.”
“네. 그래서 아스날이 급히 발을 뺀 모양새인 것 같아요. 후우. 티모는 운이 좋죠. 때마침 상황이 이렇게 된 거니. 참 가장 큰 충격적인 소식이네요. 일단 감독님, 우리는 우리대로-”
“모두 들으세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어라 말하려던 데일 스틸의 말문이 턱 막히고, 주위에서 수군거리며 술렁이던 프런트도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고 판단한 순간.
나는 성큼 걸어갔다. 론 팀장 앞에 세워져 있는 새하얀 보드판. 그 보드판에 걸려있는 티모 코르넬리스 대체 후보 선수들의 사진.
촤악!
“……!”
나는 그 사진을 전부 뜯어 버리고, 보드 위에 한 명의 이름을 적었다.
그 순간 뒤통수에 충격 어린 시선이 꽂히는 감각이 들었다.
아니 그러겠는가.
다 쓰고, 등을 돌린 보드판에 적힌 한 명의 이름.
알바로 카스티노(Alvaro Castano).
“우리는 지금부터, 알바로 카스티노 영입을 시도합니다.”
“……!”
데드라인까지 남은 시간 2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