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37)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36화(237/266)
236. 명분 (1)
[챔피언십, 절정의 득점력 선보이는 스트라이커의 나이는 고작 20세, 앤서니 로우] [리그 19경기 26골, 물오른 골 감각, 챔피언십 득점왕을 정조준하는 앤서니 로우] [앤서니 로우가 이 정도였어? 2년 전 챔피언십 8골 3어시스트 기록과 차원이 다른 득점 페이스!] [유진 감독의 손에서 성장하는 앤서니 로우, 진짜 재능 여실히 보여줘] [역대 챔피언십 최다 득점 기록 21-22시즌 알렉산드로 미트로비치 43골 뛰어넘나?]그 마지막 기사가 결정적이었다.
SNS 중독자 앤서니는 자신에 관한 소식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뭐, 안 찾아봐도 DM으로 팬들이 알려주고 보내주고, 태그하고…….
원래라면 그의 에이전트가 제발 에고서칭(Ego-searching: 본인에 대해 검색하는 행위)을 하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요즘 보기에 그것도 뜸하다.
가끔 클럽 하우스에 들리는 에이전트도 작년과 모습이 차원이 달랐다. 웃음이 가득하다고 할까.
당연히 그럴 만하다.
앤서니의 성적이 워낙 좋았어야지. 일전과 달리 클럽에서 마찰도, 갈등도, 스캔들도 없지 않은가. 에고서칭도 악의적인 비난만 보게 될까봐 생긴 우려였지, 지금이야 온갖 곳에서 칭찬 일색이었으니까.
아무튼 앤서니는 마지막 기사에 꽂혔다.
“리그컵 빼줘요!”
“…….”
당당하게 찾아와 그런 말을 하는 것도 과연 앤서니다웠다.
하물며 오늘 나만 있는 자리가 아닌.
“허, 허허허. 암, 핵심 선수라면 그런 권리 정돈 주장해야지! 나는 자네 응원하네! 으허허!”
“아저씬 누구세요오오.”
“……나도 작년에 리그 원에서 자주 봤을 텐데”
불독 감독이 충격받았다는 듯이, 섭섭한 어조로 말했지만, 앤서니는 괘념치 않았다.
“내 팬이군요! 훈련장에서 사인은 안 돼요. 나중에 찾아와요오.”
“…….”
아무튼, 불독 감독이 런던에서 오랜만에 찾아온 자리에 앤서니는 그렇게 선언해 버렸다.
말을 잃어버린 불독과 옆에서 실소하면서 ‘우승 못 한 감독은 기억 못 한다네요.’라고 놀리는 데일 스틸 단장을 뒤로하고, 나는 담담히 답했다.
“다음 리그컵이 8강전인 건 아시죠.”
“알아요오. 그리고 그다음이 박싱데이잖아요오.”
“네. 리그컵 8강 경기가 며칠 후에 있고, 그리고 이후 리그 경기가 열흘에 대략 세 경기꼴- FA컵 3라운드도 1월 초에 시작하고요. 1월 말, 거의 두 달 가까이 경기가 많습니다.”
내 말의 의미는 간단했다.
이렇게 경기가 많은데, 선수가 감독에게 출전하고 싶은 경기를 고를 수는 없다-
라는 뜻이었지만, 앤서니는 앤서니였다.
“그러니까요오! 그렇게 뛰다간 저는 근육이 다 빠져서 쪼그라들거에요오!”
“…….”
“체력 관리가 필요하단 뜻입니까.”
“네에!”
“뭐, 그런 얘기쯤은, 닥터 스탠리와 알렌스키 코치하고 충분히 상의해서 앞으로 리그 경기에서도 최대한 배려해 드리겠습니다.”
조금 당돌하고, 내 집무실에서 벌어지기엔 흔치 않은 일이지만 축구계에선 문제 될 일이 없는 상황이었다.
선수는 혹사에 충분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체력 관리를 위해 경기 출전 시간을 조정해달라는 요구 역시, 선수로서 당연히 할 주장이다.
다만 우리 팀에서 내 앞에 와서 출전 시간 조정해달라는 말했던 선수가 없어서 어색할 뿐이지, 앤서니의 행동은 딱히 나쁜 일이 전혀 아니었다.
“아니요오! 리그는 다 출전할거에요오!”
정정한다.
“리그컵만 빼고요오! FA컵도, 음, 일단은 3라운드는 빼줘요오!”
나쁜 짓이다.
내가 한동안 말을 못 하자 그는 기사 한 단락을 보여줬다.
그래, 그 기사.
리그 역사상 최다 득점자 타이틀.
알렉산드로 미트로비치의 43골.
“43골, 넘게 넣을게요오!”
그 당찬 포부에 불독 감독도, 데일 스틸 단장도 탄식일지 감탄일지 모른 소리를 내뱉었다.
나는 후, 숨을 내뱉었다.
역대 최다 득점자 타이틀을 얻기 위해선 리그 경기에 집중해야 하고.
그러려면 체력 보전을 잘해야 하니, 리그에만 열심히 하겠다?
선수가 체력과 건강을 위해 출전 시간 조정을 요청할 순 있다. 하나 본인이 원하는 경기에만 출전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나 어쩌겠는가.
나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50골.”
“……!”
“시즌 종료 후 리그 50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주급 상향 없이 재계약. 50골을 돌파하면 충분한 주급 상향 후 재계약, 하시죠.”
예상치 못한 딜이었을까.
앤서니가 눈을 굴리더니, 나쁠 것 없다는 듯이 말했다.
“좋아요오!”
“여기 불독 감독님과 데일 스틸 단장님이 공증인입니다. 구두계약도, 충분한 효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앤서니.”
“50골 넣을 수 있어요오. 후훗.”
앤서니가 광대를 실룩이며 밖에 나갔다.
그가 나가고 집무실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불독 감독이 수염 가득한 턱을 긁다가 말했다.
“자네도 팀 핵심 선수에겐 영 어쩔 수 없구만? 하긴 요즘 감독이 어디 감독인가. 실력 좀 좋은 놈들은 콧대가 얼마나 높은지 내 똥구멍도 찌르겠어.”
“요즘 고생 많으신가 봅니다. 시즌 중에 맨스필드까지 다 오시고.”
“자네 보러 온 거 아냐, 우리 단장님 보러왔지.”
“우리라뇨. 맨스필드 단장입니다.”
우리의 유치한 말싸움에 데일 스틸 단장이 헛웃음을 켜면서 끼어들었다.
“왜 그러십니까. 하나같이 선수들에겐 권위 있는 감독님들끼리. 그리고, 불독. 우리 유진 감독님이 영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처럼 보입니까?”
“으응? 우리 유진 감독? 자네 정말-”
불독 감독은 눈을 끔뻑이더니 쳇, 하고 불퉁하게 말했다.
“나이 어린 핵심 선수의 땡깡을 들어준 거지, 뭐, 별수 있나. 핵심 선수들이 꼬장피우면 요즘 감독이 감독이냐고. 퍼거슨 경처럼 베컴한테까지 신발 던지던 시절은 이제 끝났어.”
“하하, 그 앤서니의 땡깡, 유진 감독이 받아들였죠. 근데, 50골을 넣든, 못 넣든, 우리 지금 재계약 얘기했잖습니까.”
“……어?”
“그냥 지나가는 말이긴 하지만- 사실 구두계약도 공증인이 있다고 통할 것도 아니지만, 선수가 무의식적으로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책임 정도는 심어줬잖습니까.”
불독 감독이 입을 살짝 벌렸다. 데일 스틸 단장이 씩 웃으며 말했다.
“맞죠, 유진 감독님?”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녹음도 해놨는걸요.”
* * *
사실 앤서니의 재계약은 방금 말했다고 성사되는 건 아니다.
다만 앤서니 같은 친구는, 의외로 속이 여리다. 겉으로는 제멋대로인 듯하지만, 잔정이 많다. 정에 좀 휩쓸리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그런 그에게 무의식적으로 재계약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줬다.
적어도 재계약 협상 자리에서, 그는 오늘의 대화를 기억할 것이다.
“벌써 군침 뚝뚝 흘리면서 탐내는 프리미어리그 팀이 어디 한둘이 아니지?”
“감독님도 그래서 달려온 겁니까?”
“부정은 않겠네. 다만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데, 우리 팀 회장님한텐 내가 자네하고, 우리 단장님하고 친하니 말 좀 하고 온다고 하고 왔거든. 으허허.”
프리미어리그 팀의 레이더망에 앤서니가 잡혔다.
최근 여러 거래를 통했던 첼시에서도 슬쩍 얘기를 꺼낸다.
우선 협상권 말이다.
“겨울에 공격수 급한 팀, 프리미어리그에 한둘이 아냐. 앤서니가 최우선일 거야. 챔피언십 19경기 26골에 영국 국적 20살 선수? 이거 어떻게 참나?”
“예. 하지만 겨울엔 안 될 겁니다.”
“응?”
“겨울 우리 거래가 올 스톱될 거거든요.”
불독이 고개를 휙휙 돌렸다.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는 나와 데일 스틸을 번갈아 보다가 표정 변화가 없는 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적시장이라면 자네의 무대 아닌가, 아, 돈을 많이 썼나? 그래서?”
“아뇨. 구단 인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
“릴리, 어, 회장님이 지금 협상 중인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요. 아마도 이적 거래가 전면 중단될 거라, 겨울에 앤서니가 떠날 일은 없을 겁니다.”
불독 감독이 입을 쩍 벌렸다가 이내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젠장, 나는 그것도 모르고-”
“선수 영입 때문에 오신 게 맞군요.”
“그래. 맞아. 앤서니는 사실 찔러나 보는 거고, 백업 선수가 필요해서 말이야. 몇 명 좀 얘기해 보려 했건만. 에잉.”
“살이 좀 빠지셨습니다.”
“으후. 프리미어리그가 참 험난하네. 어려워. 자네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엣헴.”
불독 감독이 씩 웃었다. 장난스러운 미소였고 밉지 않았다.
“내년이면 알겠네요.”
“허어, 리그 7위인데 승격을 자신하나?”
“네.”
단호한 답에 불독 감독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었다.
“으하하하. 역시 자네군. 하지만 쉽진 않아 보이긴 하는데. 경쟁이 영 빡세지?”
그의 말대로다.
앤서니는 최고의 공격력을 증명하고 있다. 득점 2위가 13골인 사실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퍼포먼스. 하물며 득점 7위가 해리 오스카로 리그 6골이다.
즉. 우리 팀은 압도적인 공격력을 갖췄고, 리그 역사상 최다 득점자 타이틀을 노릴 만한 스트라이커가 있는데.
“7위잖은가?”
“지금 포레스트가 몇 위인 줄 아십니까. 어디 보-”
“에헤. 이 사람아. 나나 우리 단장님 거기 계속 있었으면 자네랑 경쟁 중이었어!”
“우리가 경쟁이 되었던 적이 있던가-?”
내 천연덕스러운 반응에 불독 감독이 울상을 지었다.
“정말 자네…… 으휴. 아무튼, 그런 공격력을 갖춘 팀이 7위라는 사실은, 많은 걸 보여주지. 안 그런가?”
“네. 맞습니다.”
“수비가 다소 불안하다, 이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대처할 셈인가? 자네가 마법을 부릴 겨울 이적시장도 활용할 수 없다면?”
“글쎄요.”
나는 볼을 긁었다.
“있는 선수, 최대한 활용해 봐야죠?”
* * *
―심판의 휘슬과 함께 경기 시작됩니다! 챔피언십 20라운드, 리그 7위 맨스필드와 3위 루턴 타운이 맞부딪치는 경기, 맨스필드의 홈구장 필드 밀에서, 오 앤서니 로우, 수비 진영에서 넘어오는 갈랑의 다이렉트 패스를 가슴 트래핑, 슛, 골! 골! 골!
―앤서니 로우, 리그 20경기 만에 27골을 집어넣고 있어요! 이 어린 선수의 득점 페이스가 무시무시합니다! 무려 9경기 연속 골! 잠재력 넘치는 유망주라고요? 아직 닦지 못한 보석이라고요? 아닙니다! 이 선수는 이미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선수임이 틀림없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루턴 타운을 좌절케 하는 깔끔한 골, 한 번의 패스와 한 번의 슈팅이 만들었습니다!
―루턴 타운, 이대로 호락호락하게 지지 않죠! 5분 만에 곧장 동점 골을 집어넣는군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리처드의 선방에 튕겨 나온 공을 루턴 공격수 호드리뉴의 집중력이 놓치지 않았어요!
―루턴, 맙소사, 바로 역전 골을 집어넣습니다! 오늘 경기, 전반 15분 만에 세 골이 터졌어요! 경기장이 흔들립니다! 2대 1, 루턴이 앞서가는데요!
―제임스의 낮은 크로스, 앤서니 로우 쭉 미끄러지면서 골대 안으로 공과 함께 들어갑니다! 선제골에 이어 동점 골! 2대 2,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앤서니 로우가 30m를 질주하고 골대에 골인해 버리는군요! 해트트릭! 해트트릭이에요! 앤서니 로우가 오늘 경기에 세 골을 넣으면서 29호 골을 쏘아 올립니다!
―선제골, 동점 골, 다시 재역전 골까지! 앤서니 로우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오늘 두 골을 내어준 맨스필드 수비진은 앤서니 로우에게 맛있는 걸 사다 줘야겠는데요! 리처드 골키퍼, 공격 진영까지 뛰쳐나와 앤서니를 껴안고 방방 뛰네요!
―하하, 그럴 수밖에요! 오늘 리처드는 수비수들한테 욕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