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41)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40화(241/266)
240. 메리 크리스마스 (2)
리그 23라운드.
아직 올해가 끝나기 전이지만, 리그를 딱 칼로 나눠 절반이 되는 시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인 가운데 치러진 23라운드는 더비 카운티와의 FA컵 이후 재대결이었다.
딱히 큰 감정은 없는 경기였다. 더비 카운티가 FA컵에서 맨스필드에게 패배해 탈락한 지도 벌써 2년 전의 일이고, 그때 알롭 코치와 갈등을 일으켰던 감독도 지금은 다른 클럽으로 떠났으니까.
하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게 여길 경기는 아니었다.
본격적인 박싱데이 전의 경기.
앞으로 1월 중순, 팀에 따라서 FA컵과 리그 컵을 포함해 1월 말과 2월 초까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는 시기다.
그나마 아직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부상자도 경미한 몇 명만을 제외한 시점이니 꼭 승리를 거둬야만 했다.
하물며 더비는 리그 12위, 맨스필드는 6위지만 한, 두 경기 차이로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는 승점 차이였다.
그러니 경기는 놀라울 정도로 서로의 골문을 노리는 공격적인 성향이 짙었고.
그 말은, 공격력보다는 팀의 수비력이 더 중요하단 뜻이었다.
―더비가 선제골을 집어넣습니다! 맨스필드, 수비 실책이에요! 갈랑 선수가 막지 못한 게, 통한의 실점으로 연결되는군요!
* * *
무언가 조마조마하다, 왜 이렇게 불안한가-
이런 감정은 그간 맨스필드 팬들이 종종 느끼곤 했던 체감이다.
수비 라인부터 높게 끌어올리는 라인과 심적으로 올드팬들이 십여 년간 의지해 왔던 젠킨슨의 부재, 거기에 갈랑 특유의 정적이면서도 스탠딩 태클 위주의 플레이.
여러 요소가 겹쳐 느껴지는 분위기에 불과했다. 어쨌든 체감만 그럴 뿐, 실질적으론 실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러니까, 불안감이 진짜 현실로 드러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갈랑이 시도한 슬라이딩 태클, 발이 높았어요. 파울을 범했고, 이게 프리킥으로 연결됐고, 그림 같은 세트피스가 선제 득점을 만들어 냈죠!
필드골이 아닌 파울로 시작된 세트피스 실점은 맥이 탁 풀리는 법.
그것도 팀의 핵심 수비수였던 갈랑의 실책으로부터 나온 실점이었기에.
몇몇은 성급하게, ‘봐, 불안했다고!’ 같은 소리를 해댔지만.
물론 고작 실점 하나로 싫네, 마네, 별로네- 같은 걸 논할 정도의 팬들은 아니었다. 한두 개의 실책도, 실점도 결국 팀이 이기면 충분히 용서되는 사항이었으니까.
―이런! 아슬아슬한 슈팅이 맨스필드의 골대를 벗어납니다! 이번에 정말 위험했어요! 갈랑이 같이 경합했지만, 헤더를 따내지 못한 게 실점으로 연결될 뻔했습니다!
“……오늘 좀 심한데?”
“지친 건가?”
“아냐, 되게 열심히는 하는데…….”
하나 몇 번의 실책이 이어지자, 팬들의 시선도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갈랑은 그 시선 속에서 깊은숨을 내뱉었다.
* * *
[맨스필드 타운 2 : 1 더비 카운티]앤서니 로우(33), 제임스(71)
-경기 초반 조금 보고 껐는데 왜 맨스필드가 이겼냐?
-왜겠냐 앤서니 로우지.
-미쳤네. 지금 대체 몇 골째인데? 32골?
-리그 절반인데 32골이면 대체 무슨.
-오늘 맨스필드 수비 불안불안해서 더비한테 질 것 같았는데, 어떻게 이긴 거냐.
-후반전 들어서 수비 각성함
-갈랑이 어설프게 슬라이딩 태클해서 경고받고, 헤더 다 놓치고 그러다가 후반전에 확 바뀌었어.
-어떻게 했는데 그래?
-그냥 전과 같이? 자리 잡고 패스 차단하고, 가만히 서서 발 뻗어서 공만 톡 밀어내고, 어깨싸움 안 하고 먼저 움직여서 공만 건들고. 원래 하던 플레이 말이야.
-어설프게 거친 플레이 하면서 족족 넘어지고, 헤더 타점도 못 맞추면서 헤더 하다가 원래대로 플레이하니 그냥 날아다니더라.
-얘는 이게 맞아.
* * *
사람들은 늘 예상한다. 미리 생각하고, 계획하고, 이럴 것이다-라고 지레짐작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토록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예언자가 아닌 이상(사실 예언자란 것들도 전부 족족 틀리기야 하지만) 예상대로 이뤄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일까.
‘예상 밖의 일이다’라는 현실이 눈앞에서 벌어져도, 사람들은 그다지 충격받지 않는다. 잠깐은 놀라더라도, 나름 담담한 표정으로 생각한다.
예상 밖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논리 말이다. 이 경기는 이길 거라고 예상했지만, 생각해 보니 질만 한 경기였어. 누가 부상이었고, 이 선수는 요즘 부진했었고, 상대 팀이 분위기가 좋았잖아.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예상을 벗어난 이유를 찾고 어떻게든 만들어 낸다.
그래서일까.
우리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와 너무 다른 스타일이라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너무 급작스러운 변화여서, 허허…….”
“전반전 내내 어색했어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으니, 이건 훈련을 좀 하면서…….”
“전반전 지표만 보면 태클 성공률, 헤더 경합 성공률 전부 떨어지긴 하지만 패스 차단 능력은 여전히 대단하니까 폼이 좋지 않다기보단…….”
처음 알롭부터 시작하여 막스, 그리고 자일슨 팀장까지.
23라운드 더비 카운티전의 전반전에 대해서 여러 이유를 대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 그 근거를 생각하고 마련하는 행위가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상을 벗어나는 일은 늘 일어난다.
그러나 예상을 상상 초월할 정도로 벗어나는 일은, 꽤 흔치 않다.
그랬다.
“결론부터 말하죠. 전반전 갈랑의 모습은 최악이었습니다.”
“……!”
누구의 예상보다도 더.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만, 우선 차치하고요. 후반전 갈랑은 결국 원래의 플레이 스타일로 돌아왔습니다.”
정확한 수비 위치.
상대 팀의 패스 동선을 읽어내는 소름 끼치는 시야.
위험하지 않고, 적절하게 가해지는 스탠딩 태클.
“그 점을 생각하면 당시 갈랑의 신체적인 폼이 무너진 건 아닙니다. 컨디션이 나쁜 것도 아니었고요. 신체적 능력에 문제가 생겼는가, 그것조차 아닙니다.”
“그러면 확실히, 해보지 않은 플레이라서-”
“그럴 리가요.”
“……네?”
“갈랑의 나이 스물일곱입니다. 유소년 시절 기록을 봤죠. 어릴 때는 포지션이 정해져 있지 않기야 합니다만,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주로 뛰었습니다. 12살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으니, 꼬박 15년을 수비수 포지션을 소화했죠.”
15년을 뛰었다.
“15년 뛴 수비수가 슬라이딩 태클, 거친 몸싸움, 지독한 경합에서 이겨내야 하는 공중볼 경합. 안 해봤을 것 같습니까?”
“……!”
“해보기야 해봤을 겁니다. 많이 했을 겁니다. 여러 감독이, 코치가, 그를 지도한 지도자들이 가르치고 어떻게든 이식하려 했겠죠.”
“그 말은…….”
“젠킨슨 선수의 충고가 맞네요. 이 친구, 자기 세팅한 헤어스타일 신경 쓴다고, 몸에 상처 남는다고, 멍든다고, 그런 핑계로 안 한 게 아니라.”
“……그런 플레이를 못 한다?”
“소위 말하는 반쪽짜리 수비수.”
“…….”
“예, 갈랑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잠깐의 침묵이 감돌았다. 다들 갈랑의 괴짜 같은 면모를 알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훈련장에 오는 동안에도, 땀을 뻘뻘 흘릴 게 뻔한데도 완벽하게 세팅을 맞추고 온다. 마치 데이트를 나가는 사람처럼. 오죽하면 알렌스키 코치마저도 ‘저건 좀.’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다.
선수단 지원팀에서 영입 때 올린 보고서에도 명확히 드러나 있다.
헤더 플레이, 거친 몸싸움 같은 경우에 여러 잡지 모델을 겸임하는 본인에게 무리가 가므로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한다는 명시까지.
그런 말도 안 되는 괴짜 같은 짓에도 코칭스태프가 무어라 할 수 없던 것이.
“그 반쪽만으로도 정말 훌륭하니까요.”
“허어.”
“그게 반쪽이라고요?”
“사실 우리 전술의 바탕이 되어주는데…….”
하나같이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 그 반쪽만으로도 그는 차원이 다른 선수였다.
높은 라인 형성에도 준수한 수비력을 보여주면서 구단이 플레이오프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해줬으니까.
지난 시즌 주전 수비수였던 젠킨슨과 로테이션 멤버인 톰 뉴톤은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거친 플레이가 특기.
헤일러는 모든 면에서 고루 무난한, 전형적인 중앙 수비수.
그러니까 공격적으로 앞으로 나가면서도 패스길을 족족 끊어내는 갈랑은 여러모로 궤가 다른 선수였고, 고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역설적으로 반쪽만으로 이 정도란 사실은, 나머지 반쪽이 채워진다면……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감독님이 갈랑에게 스타일 변화를 주문하신 거군요.”
“하지만, 더비 카운티전 전반전만 보면…….”
“원래부터 그런 플레이를 못 하는 거라면, 27살이라는, 충분한 스타일이 굳어진 지금 아무리 훈련을 통해도 쉽지 않은-”
부정적인 의견이 튀어나왔다.
나머지 반쪽이 채워진다면,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순 없지만.
그 채우는 과정이 과연 쉽겠는가.
당연한 의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확실하게 해왔던 부분이면 모를까, 이젠 27살, 충분히 노련해지고 베테랑에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원래 못하던 것을, 잘하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못해서일까요.”
“네?”
“그간 보여준 갈랑의 능력을 보면, 타고난 면도 있습니다. 패스길을 차단하는 건, 상대방의 동선을 완벽히 헤아린다는 증거죠.”
“…….”
“안전하게 반칙을 범하지 않고 스탠딩 태클로 공만 툭 밀어내는 특유의 솜씨도, 태클을 제대로 할 줄 안다는 얘기겠죠.”
나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상대방의 동선을 헤아리고, 정확한 시점에서, 확실한 지점으로, 정교하게 태클할 줄 아는 능력.”
“…….”
“이것들을 이미 갖췄는데, 나머지 반쪽을 못 하는 상황.”
“그럼 감독님께선, 다른 이유로 그런 플레이를 못 하는 거라고…….”
“아뇨. 정확히는 나머지 반쪽을 위한 플레이에는, 다른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요소라면.”
“젠킨슨 선수라는 훌륭한 예시가 있네요.”
“……?”
“모든 면에서 젠킨슨의 실력은 갈랑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갈랑이 못하는 나머지 반쪽, 젠킨슨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게 하죠.”
나는 거기까지 말을 마쳤다. 코치들은 하나같이 생각에 빠진 얼굴이었다.
젠킨슨이 모든 면에서 갈랑을 대체할 수 없음은 명확하나.
단 하나.
갈랑이 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누구보다 잘한다는 사실은, 그간 봐왔던 명확한 진실이니까. 젠킨슨도 하는 수비인데, 왜 갈랑은 못하는가.
그 기이한 역설에 코치들은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주제를 바꿨다.
“내일모레, 22일, 예정된 크리스마스 봉사활동 말입니다.”
“네?”
“아, 소아암 환아들 센터에 선수들 방문하는 거요?”
“예. 보니까 선수 몇 명만 차출되어 있던데-”
“그거야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경기가 있으니……모든 선수가 전부 가기가-”
“전부 가죠.”
“네?”
“백업 선수들뿐만 아니라 주전들까지. 크리스마스잖아요. 우리에게 축구는 가장 중요한 거지만, 챙길 건 챙기죠. 우린 서포터즈가 운영하는 클럽이니까요.”
코치진은 갈랑 얘기하다가 갑자기 바뀐 주제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어, 그러면, 마케팅 팀이 좋아하겠군요. 안 그래도 선수들 많이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경기 일정 때문에 차마 건의는 못 하는 것 같더니.”
“네, 많이 좋아할 겁니다. 인기 스타인 갈랑도 가야 하니까요.”
“어, 주전 선수들 전부 다요?”
“네. 전부 다.”
나를 바라보는 코치들의 시선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