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47)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46화(247/266)
246. 메리 크리스마스 (8)
“Wuuuuuuuuuuuuu-!”
―맨스필드 홈 관중, 세레머니를 펼치는 마르코 로나모에게 야유를 보내고 있습니다!
―두드려라, 그럼 열릴지니! 미들즈브러 결국 두드리다가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마르코 로나모 선수, 갈랑의 태클을 이겨내고 드디어 추격 골을 만들어 냅니다!
그들의 역습은 갈랑의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마지막 슈팅에 방점을 찍었던 공격수 라이언 콜린스가 아니라 2선이었던 마르코 로나모의 발끝.
갈랑의 수읽기는 완벽했다. 그리고 마지막 경우의 수도, 그로선 최선이었다.
하나 늘 그렇듯이, 최선이 항상 정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갈랑은 유니폼에 붙은 잔디와 지저분한 흙을 털어내면서 일어났다.
아침에 눈이 왔고, 지금도 눈이 어설프게 내려서 잘 관리된 잔디도 질척했다.
‘지저분…….’
유니폼이 한없이 지저분해졌다. 갈랑의 몸이 일순 빳빳하게 굳었다.
득점을 넣은 로마노에게 쏟아내는 야유였지만, 어쩐지 갈랑은 더러워진 자신을 향해 수군거리던 그 질색하는 목소리와 겹쳐서 들리는 듯했다.
툭-!
“……!”
순간 굳어졌던 갈랑을 깨운 이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리처드였다.
“좋았어!”
“……어?”
“응? 아, 굿, 굿, 나이스 태클, 굿 디펜싱!”
“…….”
갈랑은 순간 당황했다. 리처드는 늘 웃음을 짓는 미스터 쿼카였지만, 적어도 갈랑은 자신을 향한 리처드의 눈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깃들어 있었음을 느껴왔다.
그게 무엇인지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냥, 지금껏 봐왔던 골키퍼들의 눈빛.’
수비수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주길 바라는, 그런 골키퍼의 눈빛 말이다.
실점도 수비수가 좀 더 움직여 줬으면 막을 수 있었다고, 그렇게 말하는 듯했던 골키퍼의 불만 어린 눈빛엔 늘 익숙해져 있었다. 한데도 갈랑이 굳이 내색하지 않았던 이유는, 리처드가 그런 마음을 품어도 될 정도로 늘 훌륭한 선방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번 실점은 누가 봐도 갈랑 본인의 태클 실패에 따른 실점이다.
리처드로선 충분히 불평을 터뜨릴 수도 있다. 아무리 늘 낙천적이어도, 잘했다고는 위안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데 어째서일까.
“잘했다고?”
“응응, 나이스 태클이었어, 브로. 공 궤적이 틀어졌는데 내가 못 막은 거야. 그런 태클, 계속 보여주라고.”
“…….”
갈랑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의 슬라이딩 태클은 반박자 느렸다. 로마노가 슈팅을 날린 직후에 도달했으니. 공은 아슬아슬하게 발끝을 스쳤고, 궤적이 틀어졌다.
‘차라리 내가 막지 않았다면.’
도리어 궤적이 바뀌지 않아서 리처드가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퍼억!
“큽!”
순간 어깨를 세게 때리는 리처드의 손길에 갈랑이 신음을 내뱉으며 눈을 크게 떴다.
리처드가 씩 웃었다.
“감독님 지침, 기억하라고.”
“……!”
“좀 웃긴 지침이었지만 말이야, 안 그래, 브로?”
그래, 웃겼지.
“골 먹혀도 된다고-”
* * *
―라인을 극단적으로 높일 겁니다. 이전보다도 더요. 그럼 생각하겠죠, 수비는 어떻게 하냐고. 골 먹힐 수밖에 없다고.
갈랑을 필두로 골키퍼 리처드를 포함해 수비수들을 모아놓고 유진이 했던 말이다.
유진은 의문 어린 시선을 이해한다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네, 그럼 먹히면 됩니다.
갈랑은 고개를 돌렸다. 계속된 공세에 내어준 추격 골.
한데 벤치의 유진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골 먹혀도 된다고 말했을 때처럼, 담담하기 짝이 없었다. 아니, 도리어. 손을 뻗어 밀어내고, 또 밀어냈다.
전진하라는 뜻이다.
―이번 경기는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펼쳐지는 경기.
―모든 이들이 주인공이겠지만, 난 우리가 초청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기뻐하려면, 간단합니다. 골이 많이, 우리 예상보다도 많이 터져야 합니다.
축구는 복잡한 스포츠가 아니다.
비교적 단순하다. 골을 넣고, 이긴다-라는 명제 하나만으로도 이해가 가능하니까.
하지만 세세히 파고들면 여러 복잡한 룰이 있고, 또 전술적인 부분이나-
―가장 원초적인 재미는 득점입니다. 저 아이들은 이 경기에서 골이 팡팡 터지는 경기를 보고 싶을 겁니다. 1대 0, 2대 0의 깔끔한 승리보다도.
투웅.
갈랑은 전진했다. 한 발짝, 나아가 두 발짝.
질척한 진흙이 뒤섞인 잔디가 그의 스터드와 발목을 스쳐 가는 끔찍한 감각에서도.
둥그런 흰색의 원. 센터서클을 지나서도 멈추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갔다.
―3대 2, 4대 3, 5대 4, 네, 그런 경기를 만들 겁니다. 앞으로 계속, 전진하고, 또 나아가세요.
투웅!
좁다. 공간이 실로 좁았다. 협소하다 못해 빽빽했다. 경기장의 절반만 쓰겠다는 그런 의지가 필드에 존재했다. 센터서클을 넘어 미들즈브러의 진영에서만 모든 플레이가 펼쳐졌다.
공이 오가고, 부딪치고, 패스하고-
―예, 압니다. 위험하겠죠. 이기면 좋겠지만, 실점만 계속 헌납해서 패배할 수도 있겠죠.
투욱-!
“막-아!”
비명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갈랑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라이언 콜린스가 공을 잡았다. 또 한 번 역습이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다른 선수들은 동참하지 못했다. 오로지 라이언 콜린스 한 명만이 역습에 성큼성큼 나섰다. 하나 위협적이다. 그를 막을 최종 수비수는, 갈랑, 본인뿐이었으니까.
―계속된 역습에 지칠 수도, 힘들 수도, 그리고 실점을 계속 헌납해서 도리어 대패할 수도 있다는 거 압니다.
투욱!
콜린스는 여전히 빨랐다. 볼을 달고 움직이는 그 속도감만은 따라잡기 숨이 벅찰 정도였다. 자신의 발끝에 공이 없는, 그저 전력 질주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나 갈랑은 뛰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싶다는 건, 저 아이들 초청을 하고 싶어 했다는 갈링 선수도, 공감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맞다. 크리스마스 선물. 해주고 싶었다. 라커룸에 고이 모셔놓은 젠킨슨 아저씨께, 라는 서두를 두 줄로 찍찍 긋고 갈랑 형한테, 라고 적은 그 앙증맞은 글씨의 크리스마스 편지에 보답하고 싶었다.
터엉!
“큽!”
따라잡았다. 어깨를 밀고, 부딪친다. 콜린스는 흔들리는가 싶더니, 대각선으로 빠지면서 더 속도를 냈다. 갈랑은 이를 악물고 따라갔다.
―저는 그런 마음을 지닌, 갈랑 선수를 믿습니다.
콜린스는 방향을 유지했다. 짧은 순간. 골대에서 리처드가 튀어나올지, 기다릴지 주춤거리는 것이 보였다. 갈랑은 선택해야 했다.
발을 뻗어 공을 쳐내려고 시도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몸을 날려 나아가는 경로를 막아 공을 쳐내버릴 것인가.
―오늘 경기는 난타전으로 가느냐, 아니면 우리의 대승이 되느냐, 단 두 가지일 뿐입니다.
난타전, 서로 미친 듯이 치고받으며 다득점의 양상.
우리가 넣고, 상대도 넣고-
―말했잖아요, 난타전 아니면 우리의 대승이라고. 저는 말입니다. 패배 생각 안 합니다.
왜일까. 왜 그리 확신했을까. 자신이 수비에 최선을 다할 거라고 생각해서? 최선의 노력과 실제 과정은 다른 법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태클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뭐, 그러면 실점이죠. 상관없어요. 우리 공격수가 골을 더 넣어줄 겁니다. 앤서니가 두 골, 세 골, 아니면 네 골을 넣어줄지도 모르죠. 그러면 말입니다. 한 골, 두 골, 예, 세 골까지 실점, 해도 상관없잖아요?
투웅-!
갈랑은 쾅 부딪쳤다. 콜린스가 당황한 듯 흔들렸다. 영리하게 발끝으로 공만 빼내던 갈랑의 거친 숄더 차징에 적잖이 당혹한 감정. 하나 공은 여전히 그가 갖고 있었다.
―그냥 부담을 버리고, 최선을 다해주세요. 남들의 시선 따위는, 내 팀에서 신경 쓸 사항이 아닙니다. 우리 팀 팬들은, 사랑하는 선수에게 차가운 눈빛 따위는 보내지 않을 거니까요.
‘차가운 눈빛…….’
마치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듯, 말하는 유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왕왕 울렸다.
갈랑은 시야가 넓었다. 흐름을 읽고, 한눈에 모든 걸 파악하고, 무엇보다도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특유의 감이 있었다. 자신을 향한 눈빛과 표정, 손짓과 발짓 그 전부가 은연중에 느껴지는.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 시절의 차가운 눈빛과 질색하는 표정을 전부 기억하고, 뼈에 각인된 것처럼 잊히지 않았던 것도.
‘……차갑지 않아.’
그래서 이번에도 느꼈다.
처음 슬라이딩 태클로 내어준 실점 상황에서도, 저를 향했던 동료들의 눈빛도.
관중석의 시선도, 그 어느 것도 차갑지 않았다. 그랬다. 유진 말대로.
그 순간, 갈랑은 속이 시원해졌다. 부담을 버려라. 수비수의 책임감일지, 아니면 갈랑이 늘 보여주고자 했던 아름다운 외양일지, 그러면서도 축구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극한까지 수비 능력을 기르려고 했던 강박적인 노력일지.
아무튼, 딱 짚어낼 수 없는 어떤 부담이, 갈랑의 머릿속에서 확 사라졌다.
그랬기에, 갈랑은 몸을 날렸다.
촤아악.
“……!”
“큽!”
공을 쳐내는 것이 아니라, 발끝으로 소유권을 가져오는, 실로 완벽한 슬라이딩 태클을.
“――!”
순간 터져 나오는 함성. 넘어지는 라이언 콜린스. 아래에서 위로 보이는 필드.
그 위에는, 선수들이 뛰고 있었고, 선수들의 머리 위로 시선을 올리면 태클에 환호하는 관중들이 보였으며, 그리고 그 끝에는.
‘에단.’
그 아이가 보고 싶은 모습. 깨끗하고 아름답고, 그저 겉으로만 보이는 멋진 외양 따위가 아닌.
넘어져도, 일어나는, 결국 이겨내는.
짚었다. 진흙으로 질척이는 땅을.
무너지는 중심을 두 손으로, 질퍽한 진흙에 박힌 얼굴로 악을 써대며, 억지로.
있는 힘껏 몸을 비틀며 누운 채 공을 툭 쏘아 보냈다.
투웅-
―갈랑의 슈퍼 태클! 퍼펙트 태클! 공을 가져오고, 그대로 전방으로 연결합니다! 테셰이라 받고, 선수 한 명 제치고, 스루패스! 맙소사 앤서니, 앤서니, 일대일 찬스,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해트, 해트트릭을 터뜨립니다!
그저 슬라이딩하면서 공만 차단하는 태클이 아니다.
차단하고, 뺏고, 동시에 공격으로 전개하는.
갈랑이 나머지 반쪽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 * *
안토니오 카르도주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오늘 전반전 내내 그간 모습하고는 차원이 다른 스타일로 바뀐 앤서니의 해트트릭도 무시무시한 조커 카드였지만, 글쎄.
카르도주 감독의 눈에는 눈과 비, 흙과 잔디가 뒤섞인 필드에서 주먹을 쥐어 올리는 갈랑만이 담겼다.
“있는 선수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삼류, 선수를 적재적소에 알맞게 다루는 감독은 이류, 선수의 숨겨진 잠재력까지 끌어내는 건, 일류.”
늘 생각해 왔던 본인의 감독관을 떠올리며 그는 흘끔 유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선수의 마음을 드러내게 하는 자는…….”
기뻐하는 벤치, 코치진, 그 사이로 담담히 홀로 서 있는 화려한 색채 속, 무채색의 남자.
“명장.”
카르도주 감독은 유진을 꿰뚫어 봤다.
* * *
갈랑의 태클이 모두 슈퍼 태클은 아니었다.
여전히 번번이 빗나가고, 아슬아슬하게 공만 건드리는 아쉬운 모습은 계속 보여줬다.
첫 번째 실점에서 보여주는 장면처럼.
그리고 미들즈브러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기회를 붙잡고 늘어졌다.
―미들즈브러, 다시 추적 골을 넣으며 따라붙습니다! 3대 2!
전반전에만 다섯 골이 터져 나온 경기 내용은, 전형적인 난타전 양상이었다.
보통 전반전에 이렇게 득점이 터지면, 후반전에는 비교적 잠잠한 게 일반적이지만-
―오늘, 경기장을 찾아온 축구 팬들에게 이건 정말 선물과도 같은 경깁니다! 후반전, 양 팀 모두 밸런스를 포기하고 공격, 또 공격입니다!
후반전의 양상도 비슷했다.
―미들즈브러는 역전을 위해서 공세로 나올 수밖에 없지만, 맨스필드의 선택이 의외네요. 이런, 라인을 더 높였습니다! 갈랑, 몸을 날려서 공을 막아내고, 벌떡 일어나 뻥 차오릅니다, 앤서니 로-우 고올!
맨스필드는 여전히 공세를 펼쳤고.
―미들즈브러, 지지 않습니다! 바로 다시 추적 골! 계속해서 유지되는 1점 차!
갈랑은 넘어지면서도 계속 뛰었다. 몇 번의 실수, 몇 번의 실책, 몇 번의 실점-
상관없었다.
―맨스필드, 미드필더를 빼고 공격수를 추가 투입하는군요. 이거, 대체 무슨 경기죠? 해리 오스카, 투입한 지 3분 만에 앤서니 로우의 공을 뺏어서 골! 아니, 정정합니다, 패스를 받고 골!
―하하, 앤서니가 슈팅하려는 모션이었던 것 같은데, 오스카가 홀라당 뺏어서 넣은 것 같은데요. 앤서니 심통 난 표정입니다!
―아무렴 문제일까요, 경기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5대 3! 맨스필드가, 산타 유진이 추운 겨울 찾아온 팬들에게 화끈한 득점으로 보답하고 있습니다!
그래, 상관없었다.
완벽한 무실점의 승리보단, 때때로-
실점에도, 지저분한 유니폼에도, 몇 번의 실책에도, 도리어 후련한 표정을 짓는 갈랑의 얼굴처럼.
무언가 내려놓아야 더 좋은, 그런 승리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