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60)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59화(260/266)
259. 웸블리의 자격 (3)
[Live]<리그컵 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0 : 0 맨스필드 타운
-영국은 왜 밤에 축구를 하죠?
-국축은 오후에 하는데 영국놈들 ㄹㅇ;
-오늘 맹구 4년 연속 무관 확정이라는 소식듣고 찾아왔습니다
-? 아직 리그남음
-아직 리그 남았대 ㅋㅋㅋㅋㅋ 남았으면 으쯜끈데~ 리그는 5위죠? 1위 아스날이랑 16점 차이나죠?
-파컵은?
-쟤들 파컵떨어짐 ㅋㅋㅋ
-와 놀랍지도않네
-라인업봐라 힘빡줬네 칼럼 헤이즈만 유망준데 요즘 기대주 아님? 사실상 베스트일레븐인가
-2부따리로 전력다하는 맹구봐라
-미친놈들아 결승인데 당연히 빡겜해야지
-2부 쟤네 좀 익숙한데
-작년 FA에서 맨시티랑 했던애들 감독 한국인으로 요즘 유명하자너
-한국인 아님, 한국계임
-암튼 백투백 우승하고 챔피언십에서도 리그 6위로 선전중 승격후보중 하나
-와 커리어 미쳤네 맨유 쉽지 않을 듯?
-ㅈㄹ ㄴㄴ 루이스 모라이스 갓동님 페예노르트 이끌고 챔스 8강 리그 4년 연속 우승 모름? 커리어 넘사임 2부따리 감독이랑 비교가 실례
-현실))맨유 3년 무관을 넘어 4년 무관 가는중 ㅋㅋ
-그래도 팀 차이가 있는데
-휘슬 울리자마자 콜란 벅의 패스 미스 ㅋㅋㅋㅋ 차이 있죠? 콜란 벅 주급이 맨스필드 3분의 2는 혼자 차지할 듯
-몸안풀려서 그럼
-응 노리스 드리블하다 턴오버
-ㅋㅋㅋ오늘 쟈들 왜 저러냐 한두명이 몸 안풀린게 아닌데
-얼씨구? 모리앙 그 슛을 놓치네? 슈팅연습도 안함?
-칼럼 헤이즈 볼 질질 끌다가 컷!
-ㅋㅋ
-흠
-뭐임;
-맨유 애들 공을 3번이상 패스를 못함;; 원래 맹구긴 한데, 이정도는 아니엇는데 쟤들 맨시티잡고 올라왓는데
-단체로 술마셨음? 뭐지 이거?
* * *
필드의 선수들은 모두 기이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뭐지? 오늘 몸이 덜 풀렸나?’
‘아닌데, 워밍업 빡세게 했는데.’
‘지금 컨디션 나쁘지 않은데?’
당혹스러움을 넘어서 희미한 위기감까지 감도는 방향은, 놀랍게도 절대적인 우세를 예상했던 맨유 쪽이었다.
하나같이 몸값은 물론, 맨유에 오기 전에는 빅클럽이 원하는 매물이던 이들은 맨유에서 막상 성적은 좋지 않지만 분명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갖췄음은 분명하다.
애당초 맨유가 비싼 값을 치르면서 맞춘 스쿼드에는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맨유에서의 성적이 어떻든 간에, 실력이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랬기에 그들은 당혹을 금치 못했다.
“이 새끼들아, 너희 뭐해!”
“단체로 어제 술이라도 진탕 퍼마셨냐? 무슨 패스 미스가 이렇게 나와!”
“정신 차려, 개자식들아!”
고작 전반 10분.
무려 맨유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온다는 건, 그만큼 심각하단 의미였다.
물론 전부가 야유로 돌변한 건 아니다. 어느 팬층이나 그렇듯 강성층, 라이트 팬은 나뉜다. 강성층은 늘 소수고, 저 야유도 일부만 그럴 뿐, 아직 나머지는 한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르곤 했다.
하지만 원래 좋은 말 천 마디보다, 나쁜 말 한마디가 머릿속에 가시처럼 박혀서 빠지지 않는 게 세상의 이치.
선수들 일부는 일부 팬들의 야유에 표정을 찡그렸다.
하물며 강성층은 원래 시끄럽기 마련이다. 더구나 맨유 관중이 8만 명이 넘는데, 그중의 소수라고 해도 엄청난 숫자니까.
“정신 차리라고!”
맨유 선수들은 점점 조급해지고 있었다. 서서히 늘어나는 야유 때문만이 아니라, 필드에서 벌어지는 상황 때문에.
고작, 전반 10분 만에 말이다.
―맨유, 또 한 번 패스가 끊겼습니다! 오늘 시작이 좋지 못한데요!
그건 선수들이 평소 리그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기이한 경험이었다.
맨유가 여기저기서 조롱당하는 처지라지만, 그래도 지금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두고 경쟁하는 클럽이지 않은가. 언제 이런 경험을 해봤단 말인가.
마치, 정말 마치-
‘우리가, 압도당하고 있다?’
‘아니, 아니야. 압도가 아니라, 그냥 우리가…….’
‘못하고 있다.’
그 같은 생각이 맨유 선수단에 거의 동시에 공유되고 있었다.
그 말은 곧.
공격수부터 최종 수비수까지.
모두 동일한 상황이란 뜻이다.
* * *
―콜란 벅의 패스 미스! 맙소사, 간지뉴가 또 한 번 공을 끊어냅니다. 이거 뭐, 청소기인가요? 절단기인가요? 닥치는 대로 패스의 맥을 족족 끊고 있습니다.
촤악!
“엿같은 새끼!”
간지뉴는 비명처럼 들려오는 욕설을 듣지도 않고 귓등으로 흘렸다.
그저 담담한 얼굴로 차단한 패스를 잡고, 좌우로 움직이다가 툭 패스.
몇 번이고 자신의 패스를 차단해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어내는 간지뉴의 모습에 맨유 미드필더, 콜란 벅은 열이 뻗쳤다.
―맨유의 잉글랜드 국가대표의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현재 전반 13분, 콜란 벅의 패스 성공률은 60%가 되지 않습니다! 간지뉴. 브라질 단어로 거위를 뜻하는 별명이 이해가 되는 장면입니다! 이 작은 거위가 그를 괴롭히고 있어요!
패스 차단은 생각보다 어렵다.
상대 선수의 패스 줄기를 완벽히 읽어야 함은 기본 전제다.
나아가 패스 타이밍은 물론, 본인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점유해야 한다.
아무리 대단한 수비형 미드필더라도, 상대의 패스 줄기를 족족 끊어낼 수도 없었다. 가위도 아니고 말이다.
한데 콜란 벅은 오늘 진기한 경험에 아예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대체 뭐지? 왜 이 자식, 어떻게 하는 거야?’
처음엔 운이 좋아서, 또는 상대가 부지런히 뛰어다녀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한두 번은 운일지 몰라도, 서너 번 반복되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치밀하게 계획된 거다!’
콜란 벅은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그게, 계획한다고 돼?’
그게 되면, 모든 팀이 그렇게 했겠지. 당장 4강전 맨시티전에서 그랬겠지. 그 전술에 미친 감독이나, 하나같이 무서운 선수들로 즐비한 맨시티가 그렇게 해서 맨유를 집어삼켰겠지.
‘말도 안 돼!’
터져 나오는 비명을 애써 참았다.
계획으로 될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아예 내 움직임을 전부 알고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그러니, 이 모든 건, 저 묵묵히 쫄쫄쫄 뛰어다니는 간지뉴의 실력이다. -라는 결론으로 귀납된다.
그러면 또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의문.
‘챔피언십 미드필더가?’
콜란 벅은 맨유로 이적하기 전, 토트넘에서 손꼽힌 선수였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승선했고, 빠짐없이 A매치를 치렀다.
그러니까 탑 티어 선수들과 수없이 경쟁하고 싸워왔다.
월드컵, 유로……그들 중 어느 한 명도, 이런 경험을 자신에게 선사하지 못했다.
그러니.
“시발, 대체 뭐야!”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콜란 벅에게 가는 패스가, 이런, 간지뉴입니다! 콜란 벅에게 아예 이제 패스할 기회도 주지 않는군요!
당연한 일을 한 듯이, 아무렇지 않아 하는 간지뉴의 얼굴에서 콜란 벅은 더 화가 났다.
“……!”
이런 대단한 짓을 벌이고 있는데, 차라리 눈에 띄게 좋아해 버리지. 저게 뭐란 말인가. 마치 오늘 자신을 막는 건, 정말 당연한 것처럼 취급하는 것 같지 않은가.
‘돌아버리겠군.’
콜란 벅은 점점 위축되고 있었다.
* * *
“간지뉴가 오늘 정말 좋은데?”
“콜란 벅이 중앙의 핵심인데, 힘을 못 쓰니 전체적으로 맨유가 고장 나고 있습니다. 허허.”
막스와 알롭은 필드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똑똑히 목격하고 고무됐다.
하나같이 터져 나오는 감탄과 상기된 얼굴은 그들의 심정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어디 그들뿐일까.
벤치의 대기 선수들도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좋아, 그렇지! 같은 소리를 내면서 몰두하고 있었다.
코치와 선수들도 그럴진대, 우리 팬들은 어떨까.
“Yeaaaaaaaaaaaaaa!”
“그렇게, 그렇게 해! 그냥 갖다 박아버려!”
“간-지뉴!”
예상치 못한 초반 향방에 즐거운 비명이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야유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맨유의 관중석과 확연한 대비를 이뤘다.
“정말, 계획대로네…….”
연신 감탄만 거듭하던 막스가 상기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유진, 정말, 네 말대로 움직이고 있어. 맨유 선수들이, 전부 다.”
“…….”
“심지어 사소한 습관까지. 패스할 때 그 방향보다 왼쪽으로 치우쳐서 보는 저런 습관까지…….”
평소에도 막스는 나를 향해 질시가 살짝 섞인, 선망 어린 눈빛을 보내곤 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달랐다. 질시 따위는 사라진 순전히 감탄만 뒤섞인 경외 어린 눈빛.
막스 혼자면 모를까, 심지어 알롭조차도 비슷한 눈을 하고 있어 약간은 부담이었다.
“허허, 정말 믿기지 않네요. 간지뉴의 단점은 창의적으로 생각 못 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인데……감독님이 아예 모든 방향을 설정해 주시니, 그대로 움직이기만 해도, 그 특유의 차단능력과 더불어 엄청난 시너지가……!”
“네. 여러분. 아직 경기 초반입니다.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세요.”
“……!”
“하, 하긴.”
“그리고 간지뉴 한 명만 짚고 호들갑 떨기엔, 다른 선수들이 섭섭해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두 명의 시선이 다시 필드로 향했다.
그랬다.
간지뉴는, 내 선수 중 한 명일 뿐이었다.
* * *
“내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클라라니는 와, 웃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전력으로 질주하는데 웃어버리면 호흡에 곤란하니, 꾹 참을 수밖에.
“이 개자식이!”
클라라니는 조금 억울했다. 웃지도 않았는데 맨유의 칼럼 헤이즈가 별안간 시뻘게진 얼굴로 욕을 던져댔으니까.
하나 칼럼 헤이즈로선 당연했다.
투웅-!
“씨, 개같은-”
발재간은 화려하다. 제법 볼만하다. 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집중하면 막을만하다, 더구나 자신은 윙어였고, 풀백을 도와주기 위해 내려와서 협력 수비를 펼치는 상황.
맨유의 풀백과 윙어의 협력 수비라면, 챔피언십의 로테이션 윙어 따위의 드리블쯤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터인데.
“욕이 많아, 너. 어린놈이.”
“……!”
유유히 공간 사이로 두 명의 압박과 태클을 벗어나면서 달리는 클라라니의 모습.
그것도 히죽, 입꼬리를 올려대는 얼굴에서 맨유가 기대하는 유망주, 칼럼 헤이즈는 거의 반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반면 클라라니는 두 명을 제치고 라인을 파고들면서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게 이렇게 쉽다고?’
천하의 맨유 선수 두 명을, 이 클라라니가 뚫어내고 있다고?
솔직히 말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별수 없었다.
‘정말, 정말이잖아? 이 자식 수비할 때 발 뻗기보단 압박만 하고, 이놈은 발을 뻗을 때 방해만 하려는 게, 정말 습관이잖아?’
벤치나 관중석에서는 보이지 않을, 경기 중계 영상으로도 볼 수 없는.
현장에서 부딪치는 선수들도 겨우 간신히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습관, 총체적인 플레이 스타일……그 모든 것이 클라라니에겐 익숙했다.
열흘의 시간.
클라라니는 오로지 이 훈련만 해왔기에. 그리고 훈련으로 몸에 익힌 그대로, 필드에서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것으로 족했다.
정말로 상대는 계획대로, 훈련대로 똑같이 나왔다. 아주 미세한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게 큰 변수는 아니었다.
‘여기 감독, 정말 미친 게 분명해.’
소름이 돋다 못해 웃음이 터질 것만 같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비웃음도, 조롱도, 당혹도 아니다. 너무 놀라워서 믿기지 않아 튀어나오는 그런 웃음 말이다.
‘정말, 어떤 감독이, 이렇게까지 소름 끼칠 정도로 정교한 지침을 내릴 수 있을까.’
클라라니는 소름이 돋다 못해 헛웃음이 나왔다.
‘정말, 이런 감독을 이겨 먹으려고 했다니, 나도 어지간히…….’
클라라니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지침을 내린 유진을.
그건 클라라니에게 어떤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지금껏 여러 팀을 전전하며 벌여왔던 짓을, 이제는 모조리 끊어내 버리고, 감독을 믿고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그런 전환점.
“저 새끼 막아!”
“막으라고!”
클라라니는 히죽 웃었다. 황홀했다. 천하의 맨유 선수들이 자신을 보고 비명을 내지르는 모습이.
“내가 누구? 알바로 카스티노의 팀메이트, 카스티노와 일대일 훈련까지 하는 선수.”
“뭐라는 거야!”
“너는 카스티노랑 안 친하잖아?”
“그게 뭐!”
“너와 나의 차이다.”
“대체 무슨-!”
투웅!
매서운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갔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터져 나온 슈팅은, 맨유 수비들의 등골을 서늘케 만들었다.
창백하게 질려버린 낯빛으로, 그들은 의기양양한 클라라니를 바라봤다.
“내가 언젠가 카스티노 급이 된다는 소리지.”
* * *
“제임스의 자리에 출전시킨 클라라니가 저렇게까지 잘할 줄은…….”
“실력 있는 친구임은 알지만, 물이 올랐네요. 선수 한두 명만 제치니 거침이 없어요, 허허.”
“유진, 네 말대로 칼럼 헤이즈가 출전했고, 풀백과 조금은 어색한 협력수비의 빈틈을 노리는 방향의 훈련이, 정확히 통했어.”
“정말 계획대로…….”
그래, 모두 계획대로다.
다만.
“…….”
벤치.
무어라 말할 수 없이 복잡한 얼굴로 앉아서 필드를 주시하는 제임스를 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냐.”
“응? 아, 물론, 아직 우리가 골을 넣은 건 아니니까. 아직은…….”
머쓱하니 말하는 막스의 말을 흘리며, 나는 제임스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직, 계획의 완성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