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7)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7화(27/266)
27. 감독 데뷔 (5)
―이번 시즌 첫 데뷔전을 치르는, 아니 본인 선수 경력 처음으로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17세의 어린 제임스가, 반즐리의 골문을 열어젖힙니다!
“텅텅 비었잖아! 상대 진영에서 박스까지 오는데 그걸 그냥 내버려 둬?!”
반즐리 감독 샘 홀튼은 격노했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벌어진 선제 실점이었다.
“제임스가 누군데!”
심지어 샘 홀튼은 골을 넣은 제임스가 누군지 감도 잡지 못했다.
“유, 유스 콜업 선수입니다.”
“알아, 안다고! 유스인 거 안다고! 그래서 누구냐고!”
코칭스태프의 말문이 턱 막혔다.
샘 홀튼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유스라는 거 누가 모를까. 라인업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챘다. 생소한 이름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빈약한 선수단이라서 유스라도 벤치에 앉힌 거잖아?”
불의의 부상을 비롯해 선수들이 갑자기 대거 이탈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때는 유소년 선수들이 벤치에 앉아 빈자리를 메꾸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유스를, 첫 데뷔전을, 개막전에서, 우승 후보를 상대로 치른다고?”
보통 유스 선수의 성인 데뷔는 약팀이나 버리는 경기에서 쓰기 마련이다. 풀 로테이션을 가동할 때 말이다. 개막전이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쓴다는 것은…….
샘 홀튼은 휘휘 머리를 저었다.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
“다들 약이라도 한 것 같군.”
샘 홀튼이 혀를 내둘렀다. 응원 소리부터 기세를 탔다. 이대로라면 추가 실점이 언제 튀어나와도 이상할 게 없을 따름. 샘 홀튼은 급히 상황을 정비했다.
그러나 상황을 정비하기도 전에.
투웅―!
센터서클 아래까지 내려온 대니 스콧이 공을 잡자마자 패스를 쏘아 보냈다.
“와아아아아아!”
“Yeeeeeeeea―!”
패스가 향하는 궤적을 바라보던 샘 홀튼은 차라리 경기를 일으키고 싶은 심정이었다.
너무도 긴 패스다. 길고 빠르다. 하지만 마법처럼 누군가의 발끝에 걸렸다. 제임스였다.
“저, 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한 제임스의 앞을 막는 건 없었다. 느슨하게 벌어진 공간을 그대로 파고들었다. 골문까지 전력으로 질주한 제임스는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아아, 슛이 살짝 뜨고 맙니다!
―엄청난 역습이었습니다! 일대일 찬스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졌지만, 마지막에 임팩트가 살짝 아쉬웠네요. 반즐리 원정 팬들,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립니다!
―아쉬운 슈팅이었지만 제임스 선수를 향해 홈 팬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지고 있어요!
“……이거.”
위험하다.
샘 홀튼의 동공이 흔들렸다. 사실상 실점이었다. 슈팅력이 아쉬워서였을 뿐. 완벽한 일대일 찬스였다. 샘 홀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자꾸 공간이 생기지?”
정확히는 제임스의 앞에 공간이 계속 생겼다.
“맨마킹을 지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수석코치 역시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말했다.
샘 홀튼은 답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쩐지 답답한 속이 풀리지는 않았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 * *
“그야 대니 스콧 때문이지.”
내 말에 막스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찔한 성취감이 표정에서 절로 드러났다.
처음이었으리라.
자신이 내놓은 전술이 중요한 경기에서 실제로 드러나는 그 모습이.
“공격수가 하프 라인까지 내려와서 공을 소유한다면, 상대 팀은 두 가지 선택뿐이야. 전진해서 가짜 9번을 적극적으로 방어한다.”
조금 전 실점 상황이 그랬다.
“이렇게 되면 조금 전처럼, 본래 마크해야 할 선수를 시야에서 잃어버리게 돼. 그러면 등 뒤를 공략하십쇼, 하고 말해주는 거거든.”
“그래서 대니 스콧에게 그렇게 지시를 내린 거야?”
가짜 9번이라고 슈팅하지 않는 건 아니다.
바로 두 번째 케이스다.
“상대 수비가 적극적으로 달라붙지 않고 라인을 지킬 때. 공을 가진 가짜 9번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해당 선수가 드리블하면서 슈팅을 내주면 뜬금없이 당할 수도 있거든.”
사실 어느 방식을 선택하든 수비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안고 가야 했다.
하나 저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너무도 명확히 드러나는 약점.
바로 허약하기 짝이 없는 공격진의 실력.
그 치명적인 단점을 나는 숨기지 않았다. 도리어 드러냈다.
“대니 스콧은 내 지시대로 철저하게 득점 루트만을 살폈어. 본인이 절대로 돌파하지도, 틈을 보고 비집기도, 기회가 열려도 슈팅을 가져가지 않았지.”
“그걸로 상대의 대처법을 첫 번째로만 기울어지게 유인한 거고.”
“계속 적극적으로 수비하게끔. 어차피 우리 측 공격진이 대니 스콧의 패스를 골로 연결하기는커녕, 받을 만한 위치로도 파고들지 못하는 그 약점을, 저쪽에선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니까.”
시종일관 우리는 그렇게 경기를 치렀다.
저들은 경기전 예상했던 단점이 경기에서도 실제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집요하게 약점을 물고 늘어진다.
실제로 저들은 성공했다.
우리 공격진은 아무것도 못 했으니까. 특급 선수인 대니 스콧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공격진이, 꼭, 윙포워드든 센터포워드여야 할 이유가 있겠어?”
공간을 파고들며 질주하는 제임스는 실로 종횡무진이었다.
“수비 시에는 4-4-2로 두 줄 수비로 틀어막고, 대니 스콧이 공을 소유하는 순간 3-5-2로 변경하며…….”
“대니 스콧은 하프 라인으로 내려와 가짜 9번이 아니라, 가장 몸에 잘 맞는 옷을 입는 거야.”
“미드필더.”
“두 명의 윙어가 투톱이 되지만, 이들은 단순히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딱 그 정도일 뿐.”
“상대 팀은 대니 스콧을 적극적으로 수비하면서 라인이 저절로 올라갈 테고, 또 별로 위협지 않는 그 두 명의 공격진만 살필 때…….”
“3-5-2로 바뀌면서 하프 라인까지 접근한 윙백.”
바로 제임스였다. 나는 탄식하는 막스를 툭 쳤다. 뭘 그리 놀라는 건지,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 네가 짠 전술의 결과물이야.”
“네가 그렇게 짜라고 지시했던 전술이기도 하지. 하지만 궁금한 게 있어. 지금 포메이션이 바뀌는 장면을, 저들도 알고 있을 텐데 제임스를 내버려 두고 있거든. 저들이 눈치를 못 채서일까?”
“알고도 못 막는 거야.”
“뭐?”
“제임스를 막는다는 선택지는 당장 제일 우선순위가 될 수 없거든.”
제임스는 윙백이다.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에 도달할 수 있는 투톱과 달리 하프 라인에서부터 기나긴 질주를 해야만 한다.
“아무리 지금 투톱이 영 여의찮다는 걸 알아도, 텅텅 빈 공간에서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어. 저들이 허수아비가 아닌 이상.”
그렇기에 계속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대니 스콧의 패스는 언제든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것을 상대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당장 페널티 박스 근방에서 순식간에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투톱을 내버려 두고, 센터서클 아래에서부터 달려오는 윙백을 막는다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하지만 지금 위협이 되는 건 제임스라는 걸 알 텐데.”
“알아도 못 해. 지금 공격 루트를 결정하는 건 오로지 대니 스콧이니까.”
“으응?”
“아무리 실력이 부족해도 충분한 위협을 할 수 있는 투톱이든, 질주하는 제임스든, 그 선택지를 결정하는 건 오로지 대니 스콧의 마음이야.”
막스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그제야 그는 무슨 말을 이해한 듯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제임스를 막든, 나머지 투톱을 막든.”
아무 상관 없다. 3-5-2로 바뀌는 공격 상황에서 우리의 중원은 일순 강해진다. 대니 스콧부터 양 윙백의 투입까지. 즉, 잠깐이지만 하프 라인에서 숫자의 우위를 가져간다.
그렇기에 저들은 수동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다.
제임스가 질주하는 공간을 틀어막든.
아니면 뒷공간을 공략하는 투톱을 막든.
그들은 선택할 수 없다.
지금 경기를 조율하는 자는.
우리 팀도, 시종일관 우위를 가져갔던 반즐리도 아니다.
오로지 한 명.
“대니 스콧이니까.”
* * *
공을 잡는 감각.
대니 스콧은 자신의 주위로 몰려드는 시선을 느꼈다.
솔직히 말해 대니 스콧은 각오하고 맨스필드에 왔다.
―프리롤 따위, 생각 따위를 버리세요. 오로지 내 지시만 따르면 됩니다.
난생처음 보는 유형의 감독.
선수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감독.
‘아무리 내가 노쇠했다고 한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의문을 품기도 했다.
자신의 장점은 경기를 파악하고 맥락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기에.
어디로 가야 수비가 되고, 어디에서 패스해야 매끄러워지며, 어디에 있어야 슈팅 찬스가 열리는지. 무수한 광경이 그의 시야에 잡힌다.
그 같은 사실을, 분명 유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유진은 그에게 자율성을 부여한 적이 없다.
오로지 정확한 위치에서 내린 지시를 철저하게 수행하기만을 강요했다.
답답하고, 망설였다.
―답답하실 겁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심정을 헤아린 듯 유진은 말했다.
대니 스콧의 발끝에 걸린 공.
투웅―.
가볍게 지그시 누르며 자신의 흐름에 맞게 컨트롤하며.
등 돌린 그의 뒤를 쫓아 달려드는 수비수의 거리감을 느낀다.
그 순간, 대니 스콧의 눈이 반짝였다.
‘망설임.’
상대 선수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는 흔들리는 시선까지 전부.
그 순간 뜻 모를 고양감이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솟구쳤다.
‘내 움직임을 쫓고 있어.’
주위를 살핀다. 미친 듯이 질주하는 제임스가 보이고, 수비수 사이에서 서성거리는 두 윙포워드가 보인다.
어깨를 튼다.
흠칫!
접근하던 수비수들의 몸이 움찔거린다. 다시 한번 반대로 상체를 숙인다.
“!”
“끅!”
역시나, 상대 선수의 움직임이 그대로 따라온다.
대니 스콧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쉬워.’
긴장했던 자신이 무색하게끔.
‘4부 리그의 수준이 이런 것일까.’
그도 아니면.
‘내가 뛰어난 건가?’
자신의 발끝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상대 선수.
비단 상대 팀뿐일까.
맨스필드 역시, 대니 스콧이 볼을 잡은 순간을 기점으로 움직인다.
그가 엔진이고, 추진체이자 동시에 본체였다.
분명 제한된 역할이다. 그저 내려가서 공을 받고 패스하고 공격 루트를 만드는 것이 오로지 그에게 주어진 역할.
기회가 열려도 슈팅은 없었고, 답답하다고 하더라도 돌파는 금지됐다.
하지만 단지 이것만으로도.
‘우리 팀이든, 상대든.’
모두 쥐락펴락하는 것인 오로지 대니 스콧의 의지였다.
그의 발끝과 어깨의 흔들림에 따라 상대도, 동료도 출렁인다.
필드 위.
22명이 부딪치는 치열한 전장.
그곳에서 서로 이빨을 드러내며 싸우는 전사들을 자신이 지배하고 있다.
―당신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이유 말입니까?
왜 그리도 제한된 역할로 자신을 쓰려는 것인지.
그 물음이 닿았을 때.
유진은 뭘 당연한 걸 묻냐는 투로 대답했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써서 됩니까?
그 권태로운 미소. 하릴없이 무심한 눈빛은, 단지 그뿐이었다.
―전력을 다하면서 체력을 소진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체력을 보전하세요.
―당신의 정열은 내년, 내후년, 아니 마지막, 프리미어리그.
투웅.
공이 또 한 번, 필드를 가로지르며 골문 앞을 향해 정확히 떨어진다.
그리고 그 끝.
“와아아아아아아!”
“때려, 때려, 때려!”
시뻘게진 얼굴의 제임스가 있는 힘껏, 발을 갖다 대며.
철럭―!
철렁이는 그물을 보며, 대니 스콧은 웃었다.
―수준에 맞는 곳에서 불태우세요.
맨스필드 2 : 0 반즐리.
맨스필드, 개막전 이변의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