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8)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38화(38/266)
38. Football Machine (1)
허리가 찌뿌둥했다. 침대에서 일어나며 허리를 잡았던 막스의 눈살은 창문 밖을 보고 더 찌푸려졌다.
“빌어먹을, 영국 날씨…….”
산뜻한 아침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했다. 동이 터올 시간에도 불구하고, 구름이 잔뜩 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축 처졌다.
“피곤하군.”
우중충한 하늘 때문일지, 아니면 며칠 내내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잘 수 있던 피로일지는 정확히 몰랐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고.
막스는 터벅터벅 클럽하우스를 나가 훈련장을 천천히 걸었다.
새벽이슬이 뒤섞인 잔디 냄새.
‘훈련장 컨디션……나쁘지 않고.’
8월. 한여름이지만 새벽 찬 이슬이 촉촉 내려앉은 공기는 목이 움츠러질 정도로 찼다.
찬바람이 잠기운과 피로를 밀어냈다.
선수도, 코치도 없는 고요한 훈련장의 정경이 시야에 담겼다.
막스의 눈빛이 찬찬히 가라앉았다.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유진이 확실히 팀을 바꾸고 있어.’
처음 유진의 부름에 맨스필드에 왔을 적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땐 진짜 내색은 안 했지만, 절망스러웠다고.’
인기척 없는 고요한 클럽하우스. 관리 안 된 잔디가 흉했던 훈련장을 둘러보고 나자, 이거 쉽지 않겠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맴돌았다. 다시 독일로 돌아갈까, 내적 갈등도 심했다.
자칫하면 커리어 시작부터 꼬여서, 영영 여기서 머무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일었다.
빈약한 선수단. 기대 이하의 수준과 레벨, 오래되고 낡은 훈련장과 장비, 구멍이 송송 뚫린 끔찍한 구단 재정.
‘미친놈인 줄 알았지.’
실소가 절로 나왔다.
‘유진, 이 미친놈.’
분데스리가의 감독이 될 기회가 유진에게 왔었다.
강등 탈출이라는 난관? 막스가 아는 유진이라면 어떻게든 이겨 냈으리라. 분데스리가의 감독이라는 커리어의 시작. 대단한 기회다.
하부 리그의 감독이 상위 리그에 진출하긴 어렵다.
한번 하부 리그에 몸을 담근 순간, 어지간해서는 비슷한 수준에 머무른다.
리그 수준 때문에 감독 실력의 평가 절하가 이뤄짐은 억울한 일도 아니다.
반면 상위 리그에서 시작한다면?
끔찍한 실수를 해도, 비슷한 수준의 리그에서 러브콜이 온다.
이것이 바로 커리어의 힘이다.
‘근데 그 전부를 던지고 여기로 왔어. 유진은.’
무슨 생각일까. 정말 이 팀으로, 터무니없는 포부를 이뤄내리라 생각했을까.
‘프리미어 리그, FA컵, 그리고……하하, 미친놈. 챔피언스 리그?’
막스는 아직도 포부가 허언인지, 진심인지 헷갈렸다.
딱 하나는 절실히 체감했다.
“…….”
터벅, 지그시 밟히는 훈련장 잔디의 감촉. 푸른 빛이 가득하다. 넘어지고 쓸려도, 몸에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잘 관리된 잔디의 감각은 축구인에게 보기만 해도 흐뭇함이 일었다.
고개를 들었다. 잘 정리되어 비치된 훈련 비품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낡은 것들은 전부 치워버렸다. 전부 새것이다.
녹이 슬어 보기 흉했던 골대와 벗겨진 페인트. 곳곳에 구멍이 가득했던 철조망. 흠집 가득했던 건물의 외벽은 마치 새 건물처럼 깔끔하게 탈바꿈되었다.
‘바뀌고 있다.’
변한다. 이 답도 없던 구단의 변화가 현장의 막스에겐 피부로 여실히 느껴졌다.
‘선수단 역시…….’
대니 스콧, 해리 오스카, 브랜들리 스탠리…….
혀를 내두를 만한 영입 선수는 모조리 유진의 수완이다.
새로 온 선수의 퀄리티를 생각하니, 막스의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단순한 전술이 아니라, 좀 더 확실한 전술들을 짤 수가 있겠어.’
훈련장의 한 편,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낡은 자판기에 지폐를 넣고 버튼을 눌렀다.
‘유진이 팀을 바꾸고 있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온 수완에 응당 부응해 줘야 해. 전술 역시 단조롭게 갈 순 없지. 변화를 줘야 해.’
눈썹을 지그시 누르던 피로가 사라지는 듯, 의욕이 솟구쳤다. 애석하게도 의욕은 오래가지 않았다. 음료수를 내뱉지 않는 자판기 때문에 막스의 눈썹이 씰룩였다.
“……눌렀는데?”
음료가 나오는 구멍을 봐도 아무것도 없다. 막스는 살짝 차오르려는 짜증을 참고, 다시 돈을 넣고 버튼을 눌렀다. 불빛이 켜진 버튼은 하나였고, 나머지는 다 꺼져 있었다.
“……지랄.”
짜증이 나니, 도리어 헛웃음이 나왔다.
자판기는 반응이 없다. 넣은 돈의 숫자만 0이 되었을 뿐이다. 신경질적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잔돈은 없었다. 기분 좋게 시작하려던 아침이 팍 식었다, 며칠간의 피로 때문일지, 막스는 까칠한 고양이가 하악질을 하듯 예민해졌다.
쾅!
막스는 자판기를 쾅 치고 몸을 돌리는 찰나. 흠칫,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막스는 놀랐다가 이내 얼굴을 확인하고 적잖이 당황했다.
“허허허…… 옛날 물건이긴 하지만, 옛날 텔레비전처럼 때린다고 고쳐지지는 않더랍니다.”
허허로운 웃음소리, 알롭이었다. 어제 회의에서 서로 눈도 쳐다보지 못했던 어색함이 떠올라, 막스는 조금은 떨떠름하게 인사했다.
“일찍, 출근하셨네요?”
“예. 아침 운동 좀 할 겸 선선히 조깅하면서 왔더니, 일찍 왔네요. 어디, 잠 좀 주무셨습니까? 늦게까지 일하시는 것 같던데.”
“네. 좀 잤네요.”
“아침 기분이 썩 안 좋아 보이네요, 허허. 좀 도와드릴까요?”
알롭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자판기에 돈을 넣었다.
막스는 떨떠름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게 꽤 오래된 거거든요. 제가 오기 전부터 있었으니까, 십 년이 뭐야, 십 년이. 훨씬 넘었죠. 허허.”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서서히 쏟아지기 시작하기 때문일까.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햇빛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래된 물건이, 사실 새로 온 사람이 쓰기에는 늘 문제가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이 기계란 것들이 그렇더라고요. 무슨 부품이 들어갔니, 어떤 기능이 있니, 말은 많지만 결국 쓰던 사람이나 잘 쓰지. 주인을 탄다고 해야 할까요.”
알롭이 버튼을 눌렀다. 불이 켜진 버튼이 아니라, 바로 옆에 불빛이 꺼진 버튼이었다.
덜컹!
“…….”
“오신 지 얼마 안 되셨으니,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허허, 계속 사용해 본 사람의 경험이니까요.”
툭툭.
어깨를 가볍게 치면서, 알롭은 음료수를 건네줬다. 손안에 쥐는 감각이 차가웠다.
“그럼, 훈련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
막스는 조용히, 손에 쥔 콜라와 알롭의 뒷모습을 번갈아 봤다.
* * *
늘 그렇듯이 훈련은 치열했다.
아침만 해도 쌀쌀했지만,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은 여름의 무더위가 펄펄 끓었다.
더위 때문일까.
훈련에 임하는 훈련장의 집중력이 평소와 같지 않아 보였다.
슬쩍 시선을 돌리니 막스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훈련장을 바라보는 눈빛은 복잡해 보였다. 집중이 딴 데 가 있었다.
“그렇지, 이 친구야. 무작정 많이 뛰는 게 전부가 아냐. 흐름을 보고 뛰어야지. 흐름을. 공간을 정해 놓고 뛰란 얘기야. 자, 봐봐…….”
알롭이었다.
알롭은 베테랑임과 동시에 출중한 실력을 갖춘 코치였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남달랐다.
“잠 못 잤어?”
“……유진.”
“집중을 영 못하는 것 같은데.”
“아, 미안. 좀 신경이 여기저기 쓰이다 보니. 그건 그렇고, 내가 새로 구상한 전술은 어때? 기존 포메이션에서 조금만 변경했지만, 성격 자체가 다른데.”
“좋아.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단점?”
“알잖아. 오스카와 스탠리, 대니 스콧 셋 위주라는 거.”
“그거야…… 당연히 그 셋의 활약도에 따라 경기가 풀리는 정도가 다르잖아?”
“알지. 그래서 반려하지 않은 거고.”
“그럼 단점이란 말은…….”
말끝이 흐려지는 막스를 보자 실소가 새어 나왔다.
알롭이나 알렌스키 앞에선 괴팍할 정도로 자신만만하던 녀석이, 내 앞에서만큼은 용변 급한 애완견처럼 구는 꼴이 퍽 괴이했다.
“단점이야 분명해. 다른 선수들은 저 셋을 받쳐 주며 희생당해야 하니까. 수비적으로든, 조직적으로든…….”
세상에 완벽한 전술은 없다. 시대를 바꿀 전술이 튀어나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카운터가 나오기 마련이다.
“결국 전술은 완성이 아니라 최선이니까.”
현재의 전술. 명확한 단점이 즐비하다. 안다. 승리를 위해선 불가피했다. 팀의 현실이었다.
“오스카의 폭발력을 터뜨릴 수 있고, 그 폭발력이 곧 득점으로 이어지면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너무 커서, 단점은 감안하는 거지.”
“……어쩔 수 없어. 다른 선수들의 수준과 영입생 세 명을 맞춰 쓰려면, 오히려 세 명의 파워를 죽이는 꼴이라니까.”
“손에 든 콜라는 왜 안 마셔? 훈련 시작 때부터 들고 있던데.”
“마실래? 좀, 날씨 때문에 뜨뜻미지근해졌지만.”
“김빠진 콜라보다 더 죄악이 뜨거운 콜라야. 이 친구야.”
“자판기 저기 있어.”
막스가 자판기를 가리켰다.
돈을 넣고, 불이 들어온 버튼을 눌렀다.
“…….”
아무 반응이 없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막스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돈을 넣었다.
덜컹.
음료수를 뽑았다. 막스의 눈이 커졌다.
“……?”
“음료 뽑은 게 원시 시대에 불을 발견한 것만큼 놀라운 일인가? 왜 그런 눈을 해?”
“알고 있었어?”
“뭘.”
“불 안 들어오는 버튼 눌러야 나온다고.”
“알았다면 처음에 돈 먹은 일이 없었겠지.”
“근데 어떻게…….”
“안 나왔으니까. 아닌 걸, 알았으니까. 다른 걸 시도해 보는 거지.”
순간 막스가 멈칫하더니 중얼거렸다.
“나는 그냥 저걸 치워 버리고 싶었었는데.”
“그것도 틀린 건 아니지. 고장이 났으면 폐기하는 것도.”
“여기 사람들은 왜 그냥 내버려 뒀지?”
“문제가 안 되니까. 치우는 것도 돈이 들고 비용이 나가잖아. 있는 건 써먹고, 이용해도 되는 거야. 콜라만 마시고 싶으면, 이 자판기도 계속 쓸 수 있는 거니까.”
알 수 없는 묘한 막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막스.”
“어, 응?”
“물러서지 마.”
“……!”
“넌 내가 데리고 온 수석코치야.”
막스의 입이 일자로 닫혔다.
흔들리는 동공의 초점이 서서히 잡혔다.
“그러니까, 할 거면 똑바로 해. 어설프게 밀려나지 말고.”
“……!”
막스의 눈빛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 * *
리그 6라운드, 크루 알렉산드라 원정.
크루는 중위권 팀이지만 최소 실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단단한 팀이었다.
“크루 알렉산드라. 기계 같은 팀입니다. 수비에서만큼은 확실히요.”
코치진과 모여 이번 시즌 크루의 경기 영상을 확인했다.
두 줄을 이루는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 라인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모습에 회의장 곳곳에서 절로 탄식이 튀어나왔다.
“허.”
“기계 같네요. 정말로. 라인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조직력이 상당합니다. 우리 팀과는……허허, 너무 다르네요.”
알롭이 쓴웃음을 지었다. 막스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우리는 아직 팀을 맞추고 있는 단계니까요. 크루는 현재 감독이 3년 동안 차근차근 만들어온 팀이기도 하고요.”
맨스필드는 현재 만들어가는 과정에 놓인 팀.
팀의 명확한 전술적 컨셉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개성 있는 축구.
나쁘게 보면 난잡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면 크루는 정반대의 성향이었다.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인 크루 감독은, 3년 동안 팀을 조직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객관적으로 하위권 전력인 선수단을 이끌고, 최소 실점이라는 성과를 올렸죠.”
숫자로 나타나는 성적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경기 플레이, 전술적 형태, 그리고 선수단 구성.
자세히 파헤칠수록 코치진의 얼굴은 굳어졌다.
“선수의 개성을 철저하게 죽였습니다. 한 명, 한 명을 부품으로 만들어 기계를 구성했죠. 지금 크루에 선수는 없습니다. 열한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하나로 움직이는 기계가 있을 뿐이죠.”
팀의 조직력을 극한까지 구성했다.
축구 선수는 평범한 사람보다 승부욕이 강하다. 몸을 쓰는 직업이니 거칠다. 머리 굵은 선수 한명조차 관리하기가 힘들다. 당장 나보고 맥 헤럴드 같은 애를 끝까지 관리하라고 하면 벌써 넌더리가 난다.
크루의 감독은 했다. 개성 넘치는 선수 전부를 모아서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수완은 솔직히 말해 놀라웠다.
알롭이 조심스레 말했다.
“극단적으로 수비력에 기울인 팀입니다. 최소 실점, 그리고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득점력, 무리하게 공격을 펼치기보단 공수 밸런스를 맞추고,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리그의 모든 경기에서 다 이길 순 없다.
전승 우승은 전무후무하며, 앞으로도 없다.
무승부를 노리는 선택지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막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반론을 제기했다.
“안 됩니다. 최소 실점 팀이지만 중위권 팀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맨스필드에게 쉬운 상대가 있긴 합니까? 다 맨스필드보다 강팀 아닙니까? 지금 순위가 아니라 선수단을 생각해보자고요. 난해한 팀이라고 무승부를 노리고 들어가는 건 말이 안 되죠. 공격적으로 적의 수비를 와해해야 합니다.”
“허허허, 코치님. 이런 팀 많아요. 하부 리그에서 무작정 내려앉고 롱볼, 역습 한 방만 노리는 팀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제가 이런 팀을 한두 번 겪어 봤을 것 같나요?”
알롭에겐 경험이란 가장 강력한 창이 있다.
축구판 코치 25년.
1년 차 막스를 향해 알롭은 그 창을 사정없이 찔렀다.
“리그는 길어요. 엄청 깁니다. 저런 수비하는 팀을 상대로 이기려면 엄청난 활동량, 끊임없는 압박, 높은 점유율을 끌고 가야 합니다. 선수들이 90분 내내 모든 체력을 불살라야 해요.”
“…….”
“그런데 우리 팀 평균 연령은 높죠. 그렇게 해서 이길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만, 리그는 말했다시피 깁니다. 다음 경기는요? 그 다다음 경기는요?”
한 경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리그 전체를 보는 통찰.
“그래도 이기고 나서 다음 경기를 치르는 거면 기세를 살릴 수 있으니 괜찮죠. 만일 정말 힘만 빼고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도리어 저쪽의 뻥, 한 번 차올린 역습 한 방에 패배한다면?”
알롭이 허허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리그는 46경기. 그 경기 전체를 봐야 합니다. 코치님.”
알롭은 크루라는 하나의 기계처럼 움직이는 팀을 늘 그렇듯이 대응하자는 견해였다. 하지만 막스는 1년 차다. 1년 차의 또 다른 의미는.
“수석코치라고요, 코치. 그리고, 제가 공격적인 플레이만 지향한다고, 수비 대비도 안 했을 것 같습니까?”
패기가 넘친다는 뜻이었다.
“상대의 득점력은 그냥저냥이지만, 한계가 있어요. 4-4-2에서 투톱. 이 두 명만 봉쇄하면 손발이 묶인다는 겁니다.”
막스는 포메이션 자석판과 도표를 이용해 설명을 이어갔다. 선수의 위치, 커버, 포메이션 변경, 기존 주장한 전술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70%는 묶어요. 크루의 득점 루트 70%를 막아낸다는 거죠. 시간이요? 이 부분만 콕 집어 핀포인트로 집중적으로 훈련하면 충분히 숙달합니다. 70% 확률로 적의 득점을 막아 버리면서도 골문을 노릴 수 있는 전술, 이게 알롭 코치가 그렇게 주장하는 공수 밸런스의 조화 아닙니까?”
전술적 식견이나 역량은 미래의 완성형 막스가 아닌 현재라고 해도 알롭이 따라잡기엔 힘든 부분이었다.
막스는 단단히 준비해 왔다. 그의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한 치의 물러섬도 보이지 않겠다는 단호함. 남이 뭐라 하든, 자신이 만든 전술을 믿고 밀어붙이겠다는 결단력.
“리그는 길고, 상대할 팀은 많죠. 근데 저는 모든 경기를 다 보고 있습니다. 크루의 3년 동안은 모든 경기를 다 분석하고 봤어요.”
회귀 전, 온갖 언론의 포화와 서포터즈의 반대.
“다 분석하고 나온 결론입니다. 데이터가 있어요. 보고 싶다면 얼마든지 공유해드리죠.”
그 모든 것에 얻어맞으면서도 자신만의 전술학을 창안하여.
‘막시밀리안 축구’라는 고유어를 만들어 낸 전술가.
“감정도 없고 지치지도 않는, 한 몸처럼 움직이는 기계 같은 축구면, 그 기계를 망가질 때까지 때려서 가동할 수 없게 만들면 그만입니다. 네, 그럴 거예요. 코치처럼 그냥저냥 하던 대로 기계를 내버려 둘 생각은 없어요.”
자신감을 넘어 신념에 가까운 눈빛이 번쩍이는 순간.
입꼬리가 올라갔다.
슈퍼맨에게 렉스 루터, 배트맨에게 조커가 있듯.
영웅이 성장하려면 빌런이라는 장애물이 있어야 한다.
알롭과의 갈등.
지금 막스는 그 양분으로, 내가 알던 미래의 그 모습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 전술로, 크루라는 기계를 부술 겁니다.”
* * *
―리그 6라운드! 중위권 팀 크루 알렉산드라를 상대로 맨스필드가 득점을 내어줍니다!
―아, 이거, 예상치 못한 흐름인데요.
―크루에게 행운의 골이 뒤따릅니다! 튕겨 나온 공을 때린, 조금은 아쉬운 슈팅이었는데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어서 골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때론, 행운의 여신은 우리 편이 아닐 때도 있다는 것이.
바로 축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