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42)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42화(42/266)
42. Power Game (1)
[맨스필드, 지옥의 크루 원정에서 2 대 1 역전승!] [크루, 홈에서 처음으로 2실점 이상 헌납, 맨스필드 철벽을 무너뜨리다!] [맨스필드의 창, 방패를 뚫다―유진 감독, 완벽한 전술적 승리!]리그 6라운드, 크루전은 총 46라운드 중 하나였을 뿐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단지 평범한 한 경기의 승리가 아니었다.
“대단한 역전승입니다! 이른 선제 실점으로 끌려갈 수 있는 경기를, 단번에 뒤집었는데요!”
“일부는 운이 따른 것이 아니냐고 말하고 있지만, 의도한 전술 지시인지…….”
“이번 승리로 맨스필드는 리그 2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는데, 프리시즌에서 밝히신 포부는 여전히 유지하시는 것인지……!”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평소보다 많은 기자가 모인 것부터 그랬다.
세 명, 네 명쯤 다가오던 기자들은 무려 여덟 명이나 찾아왔다. 그중 하나는 영국 전국에 기사를 배포하는 일간지의 기자도 있었다.
[유진 감독의 마법이 크루를 침몰시키다.] [크루의 수비마저 무너뜨린 유진의 맨스필드, 무엇이 승리 요인인가?]기사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리그 투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더.
생각보다 과한 반응에 릴리에게 물었다.
“아니? 따로 보도를 돌리거나, 기자들 섭외하진 않았는데? 다 자기들이 나서서 기사 쓰는 거야.”
릴리가 환하게 웃었다.
“이게 다 대단하신 감독님 덕분 아니겠어요? 응?”
그녀뿐만 아니었다. 맨스필드 도시에 흐르는 분위기 자체가 들뜬 느낌이 강했다. 체감은 쉬웠다.
“오늘 신문은 우리 엄마가 공짜래요!”
늘 출근하기 전 들리던 가판대 앞에서 작은 꼬마애가 별안간 튀어나왔다.
머리를 빗지 않아 부스스했다. 주근깨가 광대에 콩콩 박힌 말괄량이였다.
“도로시! 머리는 빗으라니까!”
토스트를 굽던 엘레나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꼬마는 팔이 무겁다는 듯이 힝, 울면서 두 발을 배배 꼬았다.
“고옹짜! 꽁짜아!”
“…….”
내 눈치가 미심쩍어서였을까. 엘레나가 웃으면서 말했다.
“공짜 맞아요. 도로시 팔 떨어지겠다, 받아 주세요.”
“왜 무룝니까?”
“단골 관리랄까요? 매일 신문 서너 부를 동시에 사 가시는 분이시기도 하고…….”
“아저씨 얼굴 있으니까!”
꼬마, 도로시가 신문을 펼쳤다. 활짝 펼친 신문에 작은 몸이 다 가려졌다. 양쪽 끝을 앙증맞은 손으로 꼭 잡고 부르르 떨었다.
[파산 위기에 빠졌던 맨스필드, 유진 감독의 지휘 아래 거친 풍랑을 이겨내며 묵묵히 순항……] [모두가 패배를 예감할 때, 유진 감독은 승리의 초석을 쌓았다.] [무너지는 선수단을 규합하고 팀을 이끌어……]흔히들 대문짝만하게 실렸다는 말을 쓴다.
정확한 표현이다.
펼쳐진 신문의 양쪽 면 전체가 내 얼굴이었다.
“아저씨 대단한 사람이에요?”
신문 위로 빼꼼 내민 큼직한 두 눈이 반짝였다.
“대단한 사람일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감독은 맞단다.”
“우와!”
“……감독이 뭔지는 아니?”
“대단한 사람!”
“…….”
“이해해요. 얘 할아버지가, 하도 감독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걸 옆에서 들어서 그래요.”
“할아버지라면……올리버 아저씨 말입니까?”
“그럼요. 어휴, 축구 좀 못 보게 해놨었는데 분명, 친구분들 만나더니 온통 축구 얘기뿐이에요. 맨스필드요. 감독님 덕분이죠.”
조금은 탓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의사가 스트레스가 가장 큰 문제라고 단단히 일러 줬었거든요.”
“스트레스 안 받는 경기를 만들어드려야겠네요.”
“그럼 고맙죠. 자, 여기 토스트요.”
“토스트도 공짭니까?”
“아하하, 아니요. 이건 돈 받아야죠.”
“살 생각은 없었는데…….”
“옛날 맛이랑 똑같을 거예요. 아버지가 구워서 한쪽에 놔둔 거였거든요. 제가 뜨겁게 살짝만 다시 데웠어요.”
계산을 위해 돈을 꺼낼 때였다.
끼익.
고급 차가 가판대 앞에 정차하더니 멀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내렸다.
“안녕하세요, 엘레나. 오늘도 환한 미소가 보기 좋네요. 매번 이곳에 올 때마다 천국에 오는 것 같다니까요. 원정 경기 다녀오느라…….”
차에서 내린 사람은 알렌스키 코치였다.
가판대의 엘레나를 보며 환하게 웃던 그는 날 발견하곤 당혹스러워했다.
“감독님?”
“네, 코치. 좋은 아침입니다.”
“어……감독님도 토스트 사러 온 겁니까?”
신문을 살짝 들어올려 흔들었다.
“아, 신문, 네. 저도 뭐…….”
알렌스키는 멋쩍은 얼굴로 엘레나를 쳐다보더니 토스트를 주문했다.
훈련장에 출근하는 거치고는, 과하게 깔끔하고 정돈된 복장이었다.
그때 도로시가 톡 고개를 내밀었다.
“코치 아저씨 안녕!”
“오, 도로시구나! 못 본 새 키가 엄청나게 컸네! 이뻐지기도 더 이뻐졌고! 누굴 닮아서 더 이뻐지려나!”
알렌스키가 안아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반갑게 다가왔다. 도로시는 내 다리에 착 붙었다. 알렌스키가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도로시?”
배신감을 느낀 표정이었다. 동시에 날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희미한 경계심이 어렸다. 마치 처음 레스토랑에서 면담했을 때의 날 선 눈빛이었다.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뭡니까. 아이 때문에 질투라도 해요?”
“크흠, 아닙니다. 예……도로시랑 친한가 보네요. 하하, 제가 올 때마다 쪼르르 달려 나온 아인데.”
“응! 친해!”
대답은 도로시가 했다. 내가 언제부터 이 말괄량이 꼬마랑 친해진 줄 모르겠지만, 어쩌겠는가. 아이가 친하다는데.
“으음, 그래도 이 아저씨랑 더 친하지?”
“우움. 그럼 아저씨는 감독 아저씨보다 대단한 사람이야?”
“……!”
“푸훕.”
엘레나가 웃음을 참는 모습이 보였다. 알렌스키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말했다.
“이 아저씨도 대단한 사람이란다. 무려 코치거든! 코치!”
“감독보다 대단해?”
“아니, 그…….”
알렌스키는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차마 말을 못 했다. 내가 대신 대답했다.
“감독이 가장 믿는 코치니까 대단한 사람이 맞아. 둘 다 대단한 거야.”
“……!”
알렌스키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짓곤 묘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와아!”
도로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러니, 이제 가 볼게. 도로시. 대단한 사람은 할 일이 정말 많거든.”
“응응!”
“신문 고마워요. 엘레나.”
“아, 걸어가십니까, 감독님?”
알렌스키가 자신의 차를 가리켰다. 나는 무릎을 톡톡 쳤다.
“네. 걷는 게 좋아서요. 건강에도 좋고요.”
“음, 그래도 오늘은 같이 타고 가시는 게…….”
“괜찮습니다. 훈련장에서 뵙죠.”
“스읍, 타는 게 좋으실 것 같은데.”
알렌스키를 뒤로하고 먼저 걸었다.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절실히 체감했다.
클럽하우스와 훈련장은 맨스필드 도심과 번화가에서는 다소 떨어진 외곽이다.
매번 걸으면서 출근할 때도 비교적 인적이 드문 편이었다. 설령 사람이 지나가는 걸 봐도 그저 가볍게 인사를 나눌 정도였으니까.
“오, 유진 감독님! 감독님 맞죠?”
다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맨스필드를 리그 2위로 이끌어 주고 있는 유―진 감독님?”
동양인을 쉽게 분별하지 못해서 조심스럽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 맞다고 인사를 하면, 그는 오랫동안 사귄 친우처럼 양팔을 활짝 폈다.
정말 친구라서 격하게 포옹을 하려는 게 아니다.
“감독님 덕분에 요즘 경기 보는 재미가 살아났습니다! 지고 있어도, 이젠 질 것 같지 않아! 역전이든 뭐든 어떻게 이길 거 같거든!”
이 작은 도시에서 축구가 차지하는 삶의 영역은 컸다.
구단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한 푼씩 모아 조합을 설립하고, 끝내 구해낸 것부터가 이들에게 축구는 삶의 일부였다.
“어? 다른 팀들이 감독님이 우승하겠다고 할 때 얼마나 비웃었는지 몰라. 하지만 보라지! 지금 우리는 리그 2위야! 2위!”
“곧 1위가 될 테니 흥분 가라앉히세요.”
“무어? 으하하! 좋지, 좋아. 아, 잭슨! 이리 와 봐! 여기 감독님이 있어!”
“유진 감독? 오, 우리의 선장!”
실수였다. 적당히 덕담을 나누고 자리를 피했어야 했는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싸인이며, 사진이며 할 수 있는 건 다 해 줬는데 어디서 사람이 쑥쑥 나타났다.
빠앙―!
“감독님! 지금 훈련장 준비 끝났답니다! 훈련 시작하셔야죠!”
다행히 구해준 사람은 알렌스키였다. 도로에서 빵빵, 클랙슨을 울려주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훈련 얘기가 나오자 몰려들었던 사람들은 언제 끈적하게 달라붙었냐는 듯이, 쿨하게 손을 흔들었다.
“암, 훈련이면 감독님이 어서 가셔야지!”
“다음 경기도 기대하겠습니다!”
조수석에 타자 알렌스키가 피식 웃었다.
“차 타셔야 한다고 했죠?”
“그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팬들도 이젠 확신이 생긴 거죠. 특히 역전승이요.”
수년간 패배 의식에 사로잡힌 팀과 팬이었다.
시즌 초부터 기세가 남달랐지만, 아직은 미심쩍은 기색을 풀지 못했음이 당연하다. 늘 지다가 몇 경기 이겼다고 몸에 뿌리박힌 트라우마가 사라지겠나.
무엇보다도 내가 아카데미 해체 건을 갖고 오면서 팬들과 갈등을 한번 크게 빚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나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기엔 영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적어도 크루와의 경기 전까지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었어요. 리그에서 수비로는 대단한 팀이었고, 실점까지 먼저 내준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역전을 거두는 것. 일종의 상징이었죠. 이길 수 있으리라는 믿음. 그걸 다들 느낀 거죠.”
“믿고 볼 수 있는 축구. 네, 좋네요.”
“하하, 이게 다 대단한 감독님 덕 아니겠습니까.”
“……아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크흠, 아부는 아니고, 그, 매일 신문 사 가는 겁니까? 거기 가판대에서요?”
“네.”
“종이 신문 말고 그냥 구독하면 될 텐데.”
“제 성격 아실 텐데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하세요. 코치.”
“음, 그, 엘레나 씨, 이쁘죠?”
“팀 안 떠나고 남은 이유가 그거였습니까?”
“아니, 뭐 그런 것까진 아니고.”
“걱정하지 마세요, 코치. 코치가 염려하는 바는 전혀 아니니까요. 이 신문, 릴리, 예 회장님께 갖다 드리는 거라서요.”
순간 멋쩍어하던 알렌스키의 낯빛이 확 밝아졌다.
“아하하, 그쵸. 제가 섣부른 오해를 했네요. 회장님이 계시는데…….”
“…….”
“아, 음, 예. 라디오라도 듣죠.”
알렌스키가 뻘쭘한 얼굴로 라디오를 켰다.
―……최근 맨스필드의 경기력이 고무적이죠? 노팅엄셔 주의 대표 축구 칼럼니스트, 마이클 씨를 모셨습니다. 가타부타하고, 어떻게 보십니까?
―대단하죠! 4승 1무 1패! 시즌 시작 전의 예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성적을 보이고 있죠. 이 시작은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았던 자리에, 부임한 유진 감독부터입니다.
“역시, 지역 라디오도 다 우리 얘깁니다.”
“맨스필드 라디오니까요.”
“어, 이거 노팅엄셔 주 방송이에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팀이었고……선수단 리빌딩부터……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면면은…….
―누구도 부정치 않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의 승자는 맨스필드고, 주도한 유진 감독의 엄청난 수완이면서…….
―하물며 전술적인 변칙성은 지금 리그 투 어떤 감독도 따라가지 못하는 엄청난…….
꽤 괜찮은 분석과 내용이었다. 일방적인 칭찬이 아니라 확실한 요소만을 짚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대충 분위기 바꾸려고 라디오를 틀었던 알렌스키도 어느새 집중했다.
―시즌이 시작한 이후, 맨스필드는 결속력이 무엇인지 경기로서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루전에서 조금 염려스러운 부분이 눈에 띄더군요.
―바로 막시밀리안 수석코치와 알롭 코치가 좀 과한 언쟁을 하는 장면이 노출됐죠? 이건 아직 젊고 경험이 적은 유진 신임 감독이 코치진 장악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경기 중에 저렇게 언쟁을 펼칠 정도면, 훈련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선수단 분위기 역시 딱히 좋지 않을 수도 있고요.
―지금까지 보여 준 유진 감독의 능력은 확실하나, 아무래도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 긴 시즌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맨스필드의 유일한 약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저 문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문제요?”
“예, 알롭 코치하고 수석코치님이요.”
알렌스키가 다소 망설이는 기색으로 말했다.
“같은 코치다 보니, 좀 가까이서 느끼는 게 있는데, 두 분 그저 유치한 신경전 정도로 그칠 것 같진 않아요.”
“네. 공감합니다.”
“……그 감상이 단가요?”
“공감은 간다, 라는 감상에 더 부차적으로 붙일 게 있나요.”
“아니, 그, 문제를 인식하셨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렌스키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면서 물었다.
안전벨트를 풀고 내렸다.
차 문을 열고 훈련장을 바라봤다. 선수들을 모아두고 가볍게 몸을 풀며 얘기를 나누는 알롭. 그리고 이적 선수들과 함께 잔디를 걸으면서 대화하는 막스.
둘은 서로를 쳐다보지 않았다.
“걱정 마세요.”
“…….”
“코치진 갈등, 흔한 일입니다.”
매번 팀을 옮길 때마다 경험할 정도로 흔한 일이었고.
“그래서 어렵지도 않죠.”
늘 해결해 온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