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43)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43화(43/266)
43. Power Game (2)
막스가 원래부터 알롭 코치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도리어 처음엔 약간의 호감을 품었다.
수더분하게 웃는 알롭의 첫인상은 누구에게나 호감이니까.
“반갑습니다. 허허, 알롭입니다. 독일에서 잔뼈가 굵으신 분이시니, 독일 축구를 이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네……막시밀리안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비단 인상뿐일까.
능청스러운 태도, 호의적인 표정,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까지.
팀이 무너지고 감독이 파리 목숨처럼 수없이 갈아 치워지는 동안에도, 팀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명확하다. 매번 오는 감독마다 함께 가기를 원했으니, 얼마나 처세의 달인일까.
그는 독일에서 온 외톨이 이방인에게도 스스럼없이 굴었다.
본래 사람 간의 커뮤니티 능력이 딱히 좋지 못한 까칠한 고양이 같은 막스도 마음을 열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막스는 그날 이후 알롭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백팔십도 바꿨다.
“아직도 소름이 끼쳐. 절대 버리지 않게 자신만 믿으라더니, 낯빛 하나 안 바꾸고 자식들처럼 생각한다던 선수들을 방출 명단 올리던 모습 말이야. 그리고 입을 싹 닫았지.”
“저번에 말했다시피, 내 지시였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충분히 수행한 거야.”
“알아. 그 방출 명단, 반박할 수 없는 일 처리였던 거. 하지만 인간적으로 그래. 다독이는 웃음, 자신만 믿으라는 눈빛, 어떻게 안색 하나 안 바꾸고 거짓말을 하고 저를 믿던 선수들을 기만해? 방출시킬 거면 단호하게 미리 말을 하던가, 속이는 건 아니지 않아?”
일전의 내가 지시해서 작성한 방출 명단이 결정적이었다.
분명 결과만 보면 흠잡을 것 없는 훌륭한 일 처리였다.
자신만의 식견으로 선수를 평가했다. 방출해야만 하는 정교한 논리와 충분한 논거를 댔다. 선수를 평가하는 룰이 확고했다.
축구를 보고 플레이를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단 뜻이다.
“방식이 어쨌든, 내 지시를 따랐어. 제 역할을 했을 뿐이야. 그리고 그 방식도, 팀에 잡음을 남겼나?”
“……아니.”
막스도 이 부분만큼은 부정하지 못했다.
나는 알롭의 수완에 감탄했지만, 막스는 달랐다. 그는 알롭의 이중성에서 혐오를 느꼈다.
선수의 믿음을 이용하고 거침없이 불쏘시개로 던져버리는 듯한 행동은 프로팀에 처음으로 일하게 된 막스에게 충격적이었다.
“정말 그게 최선이었을까? 알렌스키 코치를 봐! 알렌스키는 달랐잖아.”
“용서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리숙했지.”
“어리숙…… 알롭, 그 작자는, 지시한 일을 제대로 처리하겠다는 일념으로 한 게 아니야. 자기 자리를 명확히 지키려고 그런 거라고. 유진, 네 눈에 안 벗어나려고.”
“상관없어. 알렌스키든, 알롭이든, 내가 원한 결과를 만들어낼 줄 아는 업무 능력이면 충분해.”
“알아…… 하지만, 난 너처럼 그렇게 아무런 감정 없이 못 받아들이겠다. 겉과 속이 완전 다른 사람인데, 신뢰를 어떻게 가져?”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 온갖 방도를 강구하던 알렌스키와는 완전히 달랐다.
한번 사람을 의심하고, 꺼리면, 무슨 일을 하든 아니꼽게 보이는 것이 당연지사.
“마음에 들지 않아, 그 인간.”
인간적으로 싫어하게 된 것이다.
사람의 감정에 예민한 알롭이 막스의 까칠해진 태도를 느끼지 못할 리는 없었다.
알롭은 막스처럼 곧장 각을 세우진 않았다. 막스와 달리 알롭에겐 팀에서 오랫동안 지낸 영향력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존재했으니까. 세월과 알롭의 처세가 만들어낸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
“알롭이나, 알렌스키나. 팀에 오래 있으면서 선수들을 장악한 영향력이 사라질 수야 없지.”
선수단 파벌은 어느 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대표적인 명문 구단도 예외는 아니다. 출신 국가, 출신 리그, 같은 언어 사용자, 또는 어느 스타플레이어들 중심으로.
우리 팀은 좀 궤가 다르다.
가장 오랫동안 팀에서 일해온 코치, 알롭.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젊은 선수들을 장악한 알렌스키.
“선수의 중심이 되는 게 선수가 아니라, 코치라…….”
선수가 중심이 아니라, 바로 코치 중심으로 이뤄졌다.
막스는 두 명의 코치와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수석코치님이 독일에서 코치 생활하시다 온 건가?”
“아니라던데? 프리랜서였다고.”
“으응? 그런데 바로 프로팀의 수석코치야?”
“전술은 잘 짜시잖아.”
“전술은 알롭 코치님도 날카로운걸.”
막스는 밖에서 굴러온 돌.
심지어 전직 전력분석관. 소속팀이 없던 단기계약을 전전하던 프리랜서.
하부리그에서 전력분석관은 그저 코치한테 보고서나 재깍재깍 올리는, 일종의 업무 보조라는 인식이 강했다.
막스에게는 기존 코치진이 꽉 잡은 선수진으로 전술을 짜내고,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는 난관이 존재했다.
내가 다분히 그를 밀어줘도, 팀에 박힌 알롭의 뿌리 깊은 영향력은 막스가 단신으로 상대하긴 어려웠다.
그런 막스에게 선물이 왔다.
[저니맨, 해리 오스카, 맨스필드에 둥지를 트다!] [오스카-스탠리 맨스필드 이적, 핵심은 팀에 빠르게 녹아드는 시간!] [여러 팀을 겪어 본 해리 오스카, 새로운 팀에서도 빠른 적응력 선보일까?] [짐승의 새로운 둥지, 맨스필드!]해리 오스카와 스탠리, 그리고 대니 스콧.
기존 선수단과는 다른 외부 자원의 수혈.
알렌스키나 알롭의 영향력이 닿지 않은 자원임과 동시에 단숨에 팀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압도적인 실력자.
막스가 영입생 세 명을 중심으로 전술을 서서히 변경하는 것은 당연했다.
여기서부터 알롭도 그저 가만히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전술을 쥐락펴락한다는 것은 선수단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가져간다는 의미.
코치진 회의에서 보여 준 모습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내가 보지 않는, 훈련장과 현장에서의 갈등은 이미 진즉부터 더 뚜렷해지고 있었다.
“잠시만요, 그러면 선수들이 복잡해하지 않겠습니까? 좀, 지켜보시죠?”
“복잡해한다고요? 저길 봐요, 알롭 코치. 대니 스콧은 이해했잖아요.”
“대니 스콧 혼자 이해한 거지…….”
“핵심이 이해하면 되는 일입니다.”
“…….”
알롭과 막스의 충돌은 바깥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선수들도 이 흐름을 피부로 느꼈다.
* * *
“오스카, 수비 가담 좀 하지?”
“뭐?”
“압박, 하라고.”
젠킨슨의 목소리에 인상을 구기는 오스카.
그는 한참을 노려보다, 어느 쪽으로 힐긋 시선을 돌렸다.
감독. 자신을 보고 있었다. 옆에는 수석코치, 막스가 있었다.
오스카가 가라앉은 눈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내 주급이 얼마인 줄 알아? 댁의 두 배쯤은 되는데.”
“…….”
“거기에 수비에 대한 값은 포함 안 되어 있어. 친구.
젠킨슨의 눈매가 차가워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스탠리를 향해서도 똑바로 말했다.
“스탠리. 너도 마찬가지야. 방금 전 상황에서는 같이 내려와서 압박해야…….”
스탠리는 듣는 둥 마는 둥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모습에서 젠킨슨은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스탠리가 말했다.
“다 끝났어? 그럼 비켜. 트래핑 훈련해야 해.”
“말은 똑바로 듣고…….”
“비켜.”
다른 말은 모르는 것처럼 짤막한 대답을 이어 하는 스탠리.
젠킨슨은 화가 나는 게 아니라 헛웃음이 나왔다.
저들이 저럴 수 있는 이유는 명백하다.
코치진에서 저들에게 젠킨슨이 주장하는 경기 지침을 강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필드에서 같이 경기를 뛰는 젠킨슨은, 특정 선수들을 위해 다른 선수들이 희생당하는 걸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수석코치가 중용한다고…….’
젠킨슨의 차가운 시선이 코치진을 향했다.
* * *
새로운 영입 선수에 대한 텃세는 어느 팀에나 존재한다.
프로 의식이 철저한 빅클럽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새로 온다는 건,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는다는 의미였으니까.
특히 유소년 축소 운영이 새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자금이었고, 오스카가 과도한 주급을 요구했었다는 사실이 선수단 사이에 퍼지자 알게 모르게 불만이 싹텄다.
“수석코치님은 너무 세 선수만 편애하는 거 아냐?”
“물론 실력이야 좋기는 한데…….”
“정작 그 전술에서 희생하는 건 우리인데. 개같이 뛰어서 수비하느라 온몸에 상처투성이라고.”
솔직히 말해 막스의 의도와는 멀었다.
그는 다른 의미로는 순진했다.
“이 전술에서, 대니, 오스카, 스탠리, 셋의 호흡이 가장 중요해. 알겠어? 역습이든 지공이든, 결국 득점 루트는 셋이 이끌 수밖에 없어. 그게 가장 확률이 높거든.”
순전히 그 셋이 막스가 구상하는 전술에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대단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알롭은 순진함과는 백만 광년쯤 동떨어진 노회한 너구리란 점이다. 알롭은 이걸 자신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했다.
“새 영입 선수들 위주로 전술을 짜겠다?”
한마디로 몇 년간 맨스필드 선수단이 뛰어온 플레이와는 다르다는 의미.
즉, 기존 선수들은 새로운 전술에 적응해야만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얘기였다. 문제는 새로운 전술. 누가 만드는가?
막스다. 막스가 전술을 짠다. 즉, 선수들의 선발과 후보에 막스의 영향력이 말도 안되게 커진다는 의미였으며.
“다른 선수들의 목에도 목줄을 채우겠다?”
바로 기존 선수단에 갖고 있던 알롭의 영향력에 대한 도전이었다.
알롭은 대놓고 막스를 공략하지 않았다. 음흉한 너구리답게 기존 선수단에서 슬그머니 나오는 불만을 도리어 이용했다.
“전술이 맞지 않으면 변경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허허.”
크루전에서 막스에게 대놓고 들이박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기존 선수단에게 자신의 태도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너희, 막스랑 새로 이적생들 좀 불만스럽지? 내가 너희를 대변해줄게―라는 확실한 메시지였다.
“감독님, 상황이 썩 지켜볼 만하진 않습니다.”
선수단과 격의 없이 친하게 지내는 알렌스키는 현장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더 확실하게 읽었다.
그는 알롭이나, 막스가 아닌 나를 찾아왔다.
“이게 지금 좀, 안 좋아요. 두 코치님이 신경전 펼치는 거면 그렇다 치는데, 선수들 사이에도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해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현 상황을 정리할 방법을 묻는 알렌스키에게 나는 가볍게 반문했다.
“제가 왜요?”
“……감독님이잖습니까?”
“서로 싸우는 학생들 화해시키는 선생님은 아니죠.”
“감독님. 이거 그냥 두고 볼 문제는 아닙니다.”
“조금 이상합니다. 어린애인가요?”
“예?”
“두 코치 다 어린애 아닙니다. 그런 취급 받을 사람도 아닙니다. 왜 제가 끼어들어야 합니까?”
“그야, 끼어들지 않으면 코치진 불화가…….”
“불화는 이전부터 있지 않았습니까. 알롭과 알렌스키 코치, 당신이요.”
“!”
“그때 그 파벌은 괜찮고, 지금 막스와 알롭은 안 괜찮다?”
알렌스키가 당황해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게 아닙니다. 파벌, 예, 뭐 그렇다 치고요. 경기 도중에 저렇게 부딪힐 정도면.”
“파벌은 나뉠 수 있죠. 알롭과 알렌스키 코치가 있을 때처럼.”
“그럼 안 좋지 않습니까.”
“폐해는 잘 알고 있으시네요. 그때와는 다릅니다. 그땐 제가 없었죠.”
“……!”
“지금은 제가 있습니다.”
알렌스키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모든 권한을 한 손에 쥐고 있는 감독이 존재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선수를 명단 제외하고, 훈련장에만 처박아 놓고, 영영 쓰지 않고 썩힐 수 있는 감독이요. 유소년 아카데미마저 해체하고 구단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절대적인 감독이요. 예. 접니다.”
“…….”
“선수들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코치 둘이 싸워 봤자, 선수들이 코치들 편에만 설 것 같나요? 모든 건 저로부터 결정된다는 걸 알아요.”
“그러면, 그걸, 저 두 코치가 왜 싸우는 겁니까?”
알렌스키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는 막스와 알롭이 팀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판단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영향력이 나를 넘어서는 것을 목적으로 두냐는 절대 아니었다.
알롭은 그런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크루전에서 보란 듯이 신경전을 펼친 것은 결국 나를 향한 공격이었으니까.
내 대응은 축구였다. 경기로 보여 줬다. 경기가 간. 날 바라보던 알롭과 막스의 눈빛을 똑똑히 기억했다. 끝나던 시그 둘은, 감히 내 위치를 넘볼 마음을 품을 수 없을 정도로 격차를 느꼈을 리가 틀림없다.
지금의 싸움?
“싸우는 데 이유가 있나요, 안 맞아서죠.”
“아니 그 무슨…….”
“갈등은 당연하고 언젠가 벌어질 일입니다. 특별히 문제 삼을 건 없어요.”
“막스밀리안 코치, 감독님이 데려오셨잖아요. 친구잖아요?”
“음. 막스를 걱정하는 건가요? 저번에 브리핑 이후로 좀 친해지셨나 보군요.”
“…….”
“막스가 파워 게임에서 밀리면, 그뿐입니다.”
알렌스키는 말을 잃은 듯 입을 닫았다.
“코치 경력이 하나도 없는 분석관을 수석코치로 데려온 것. 이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특혜로 보이지 않습니까? 그 이상은 막스의 싸움입니다. 제가 관여할 바가 아니죠.”
“……!”
“알롭의 반발은 당연합니다. 엄연히 전술 코치인데, 그 자리를 뺏긴 거니까요.”
알렌스키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두 코치의 갈등을 예상했다는 건가요?”
“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툭 튀어나오는 담담한 어투.
알렌스키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면 미리 서로 잘 융화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융화요? 될 것 같습니까?”
최대한 자제하려 했지만, 희미한 웃음기가 목소리 끝에 서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안 됩니다. 서로 상극이에요. 불과 물을 융화시키겠다고 섞으면, 수증기가 되어 전부 사라질 뿐입니다.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하게 되죠.”
“그럼…….”
“섞일 필요 없습니다.”
“허……그럼 대체 어쩌시려는 겁니까? 그냥 손 놓고 둘이 싸우다가 팀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꼴을…….”
“글쎄요.”
내 모습이 태평하게 느껴졌을까.
알렌스키는 과거 날 처음 봤을 때처럼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슬슬 때가 됐는데…….”
알렌스키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눈이었다. 굳이 말로써 그 의문을 풀어줄 필요는 없었다.
콰앙!
“감독님. 아무래도 감독님이 확실히 정리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알롭과 막스.
조금 전까지 신경전을 펼친 듯, 둘 다 얼굴이 붉은 상태였다.
알렌스키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승패가 가려지지 않으면, 결국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결정권을 넘기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거든요.”
“……!”
“네, 두 코치의 힘겨루기를 제가 결정하게 됩니다. 역설적으로 두 코치의 신경전은, 강한 감독의 권위라는 결과를 불러오겠죠.”
“자, 잠깐만요. 그러니까, 알면서, 계속 지켜본 건…….”
속삭임을 멈췄다.
알렌스키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설마, 전부 일부러 하셨습니까? 이 상황을 유도한 겁니까?”
싱긋,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