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44)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44화(44/266)
44. Power Game (3)
찾아온 두 코치를 바라봤다.
“네. 그래서 두 분이 원하는 건 뭡니까. 설마 다 큰 성인이, 저 친구 쫓아내 주세요. 라는 건 아닐 테고.”
침묵이 인다. 정곡을 찔렀다.
“뭐, 설마 그런 거였어요?”
“아니, 그건 아니라…….”
붉게 달아오르는 얼굴이 보인다. 남자의 싸움은 어른이 되어도 유치한 법이다. 애도 아니고, 그런 거로 싸우고 얼굴을 붉히냐고? 감정 상하는 데에 애, 어른 구분하는 건 냉철한 제삼자의 생각일 뿐이다.
“둘 다 계약되어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떠나면 됩니다. 계약을 해지하시고요. 다니는 직장에서 동료 직원이 마음에 안 든다, 별수 있습니까. 떠나야죠.”
침묵은 길어진다. 팀을 떠난다. 거기에 담긴 의미는 그저 사직이 아니다. 막스는 몰라도 알롭은 정확히 안다. 파워 게임에서 밀려서 패배를 시인하고 물러나겠다는 뜻.
“예. 내가 떠날 순 없다. 그 얘기겠죠. 좋아요. 정리합시다.”
“……?”
얼떨떨해하는 눈빛을 들여다보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구 코치가, 코칭 능력으로 따져야지, 언제까지 신경전 합니까? 나와요.”
둘은 멈칫거리다가 막스가 먼저 따라 나왔다. 알롭은 살짝 후회하는 눈빛을 보이면서 뒤늦게 나왔다.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모았다.
“자체 청백전입니다.”
막스와 알롭의 시선이 교차했다.
“자신의 전술 지향과 맞는 선수들을 구성해서 게임을 해보죠.”
“…….”
“심플하죠?”
두 명의 표정은 극명했다.
선수단의 여론을 주도하며 차근차근 압박하던 알롭.
오로지 전술적인 성과로만 승부하던 막스.
서로 승부 보는 판이 달랐다. 이러니 결판이 나겠는가. 한 사람은 체스를 두는데, 다른 한명은 포커를 치고 있는 꼴이니.
그래서 지금 결판을 낼 종목을 정했다.
전술 싸움이다.
“……좋아, 아니, 좋습니다.”
특히 막스는 내 눈을 바라보며 단단한 각오를 보였다.
자기 손을 들어 주려는 움직임이라 해석한 느낌이었다.
전술이라면, 자신이 알롭에게 밀릴 수가 없다는 자신감이다. 자신감은 늘 좋은 법이다. 꺾이기 전까지는.
막스는 당연한 승낙.
알롭은?
“……조금 유치한 결론이 아닐런지, 허허.”
“그런가요?”
“예, 허허, 코칭 능력이란 것이 어디 전술 하나로만 국한되는지요. 선수단의 조화, 균형, 화합, 정확히는 선수단 관리가 핵심인…….”
“그 관리를 저버려 두고 유치한 싸움을 펼치는 건요?”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려던 알롭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겉으로 드러난 양상은 전술적 견해 차이. 반박하기 어렵다.
알롭은 굳었던 표정에서, 예의 능청스러운 얼굴로 돌아왔다.
“좋습니다. 말로 끝나지 않는다면, 결판을 지어야죠.”
그 역시 녹록지 않은 베테랑.
축구판에서 25년간 구르고 구른 관록과 기백으로 살아남은 전술 코치.
막스는 내가 그의 편을 들어준 것으로 느끼고 있지만.
글쎄…….
“시작하시죠.”
* * *
삐빅.
30분간 진행된 자체 청백전은 청팀의 1:0 진땀승으로 끝났다.
승리했지만 막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청팀엔 대니 스콧, 해리 오스카, 브랜들리 스탠리라는 팀내 최고 자원이 있었으니까.
알롭의 백팀에는 젠킨슨이라는 중심을 제외하곤 기존 선수들, 일전에 알롭의 파벌이었던 선수들로만 구성됐다.
전체적인 퀄리티로 보면 청팀이 다득점으로 승리하는 것이 옳았다.
“뭐가 문제였지, 득점력? 아니 득점력 이전에 기회가 쉽게 열리지 않았어. 물론 완전히 내려앉은 수비였지만…….”
전술적 우위에 있다고 자부하는 막스로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막스는 적어도 3득점 이상을 자신했지만, 철저하게 막혔다. 겨우 넣은 한 골도 운이 따랐다.
“단단했어. 솔직히 뚫어낸 것도 오스카의 개인 기량이야. 이렇게 조직적이었다고? 우리 팀 수비 라인이?”
백팀의 수비진은 지금까지 리그에서 몇 번이고 실점을 헌납한, 그 약해 빠진 수비다.
그 수비를 리그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공격진으로 뚫지 못했다.
막스의 얼굴에 충격이 번졌다.
막스가 미처 생각지 못한 점은 알롭과 기존 선수단에 이식되었던 전술과 플레이란 점이다.
몇 년간 맨스필드는 약팀이었고(물론 지금도 매한가지지만), 약팀의 최선은 수비적으로 역습을 노리는 것.
막스는 수년 동안 팀에 이식되어 온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전술과 싸운 셈이다.
스코어는 패배, 전술적 내용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지만 알롭 역시 속 시원한 얼굴은 아니었다.
“으음.”
정치적이고 능구렁이 같은 구석이 있지만, 그도 엄연히 축구판을 굴러온 코치였다.
25년이란 코치 경력은 포커판에서 딴 게 아니니까.
알롭이 막스와 한번 신경전을 펼쳤던 일도, 단순히 자기 영향력 유지라는 측면에서만 기인하진 않았다.
여느 조직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새 수석코치라고?’
굴러온 돌에 대한 박힌 돌의 텃세와.
‘코치 경력은 이번이 처음? 전에는 팀도 없던 분석관?’
코치 경력 없는 낙하산이라는 배경.
‘허, 새 감독 대단하군. 자기 사단 데려오는 거야 그렇다 쳐도, 친구라고 수석코치 자리에 앉히다니.’
감독 친구라는 인맥에 불과하고.
‘굳이 독일인 코치를 쓸 게 있나? 영어는 할 줄이나 알고?’
다른 나라의 낯선 외국인이기까지 했으며.
‘어리군. 선수랑 나이가 비슷한데, 저래 놓고 휘어잡을 수나 있겠나?’
자신보다 훨씬 어린 나이는 물론.
‘건방진. 자기 전술이 최고라는 거야 뭐야?’
나아가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건방진 태도까지.
전부가 뒤섞여 무서운 색안경이 됐다.
“실력 없는 운 좋은 애송이.’
대놓고 티를 내진 않았지만, 알롭의 심중에 박힌 생각인 분명 그랬으리라.
리그에서의 호성적?
‘새로운 선수들의 능력 덕분이지. 경기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것도 감독의 수완이고.’
특히 바로 직전 크루전.
막스가 준비한 전술은 시작부터 철저하게 무너졌다.
무너지는 전술을 유진의 대응으로 뒤집었다.
결국 막스가 짠 전술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감독은 다르다. 감독은 여기 리그 투에서 썩을 감독이 아냐. 난사람이다.’
오로지 유진의 능력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에 이르렀다. 감독인 유진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력임을 알겠지만, 차마 막스까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잠재의식에서 나온 극단적인 방어기제에 가까웠다.
‘영향력 때문이겠지.’
정치적인 인간 알롭은 팀을 장악한 영향력을 중요하게 여겼다.
유진에게 밀리는 건 이제 어쩔 수 없다고.
크루전에서 감독과 코치의 명백한 격차를 보여 주면서 강제로 이해시켜 버렸다.
그랬다.
알롭은 막스를 전술가로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만일 막스마저 인정한다면?
자신보다 더 뛰어난 코치고, 코치들의 우두머리인 수석코치의 권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
수년간 팀에 끼쳐 온 영향력마저 막스에게 잠식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우려와 불만, 온갖 것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졌다. 알롭은 온갖 선입견이 뒤섞여 색안경을 쓰고 막스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
하지만 지금 알롭은 느낄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현실이 고집과 아집으로 굳어있던 사고를 깨웠다.
‘숨이 막히는군.’
고작 30분.
막스의 외침에 따라 선수들의 위치와 지침이 바뀌고.
더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운 칼로 바뀌는 모습을.
수년 동안 팀에 이식해온 알롭의 전술이 파헤쳐지는 데 고작 30분.
자신이 수년간 머리를 굴리고 선수들을 다루고 같이 훈련했던 모든 것이. 고작 30분만에 걸레짝처럼 부서지는 걸 지켜보면서 알롭은 등골이 서늘해지다 못해 입안이 바싹 메말랐다.
아무리 청팀의 공격진이 파괴적이라는 걸 알지만……. 시시각각으로 파헤치는 광경에 자신은 대응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에 혼란이 왔다.
“어쩌면, 90분 풀타임의 경기였다면…….”
경기는 고작 1대 0이 아니었으리라는 사실을 알롭은 확신했다.
막스를 바라보는 알롭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인정하지 않았다. 무시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요소를 섞어 만든 색안경으로 일관했다. 지금은 색안경을 낄 수 없었다. 정면으로 부딪쳤다. 무시무시한 천재 전술가를 마주한 감각이 그의 심장을 무겁게 짓눌렀다.
제각기 감상에 빠진 그들에게, 유진이 다가왔다.
* * *
“좋아요.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극명하게 다른 두 분의 전술도 보는 재미도 있었고요.”
“…….”
둘 다 만족하고, 속 시원한 얼굴이 아니다.
이해한다. 서로 머리가 복잡하겠지. 아직 긴가민가하는 면도 있을 테고.
둘은 서로를 싫어하면서도, 서로에 대해서 극명하게 몰랐다.
자고로 싸움은 오해와 무지에서 기인한다.
“연습 게임 하나로 결정짓기에는 아쉽죠. 축구란 것이 이기다가도 지는 것이니까요. 일단, 그 전에 감독으로서 피드백을 좀 드리겠습니다.”
“피드백이요?”
고개를 갸웃하는 두 명을 보며, 나는 청백전을 지켜보며 벼려 왔던 칼을 꺼냈다.
코치에게 자신이 짠 전술은 자존심이다.
패배는 그래서 고통스럽다. 자존심을 찢어 버리는 행위니까.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자존심을, 더 후벼 팔 생각이다.
“우선 청팀. 오스카가 왼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가져갈 때, 중원하고 겹치더군요. 일시적이었지만 서로 약속된 움직임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스탠리와 대니 스콧이 스위칭하는 순간에 공간이 계속 열렸고, 이 공간에서…….”
막스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청백전에서 보였던 단점과 의문을 거침없이 까발렸다. 선수의 컨디션부터 해서 사소한 습관, 그 습관이 최악이 될 수도 있는 포지션 선정……세세하다 못해 발견할 수도 없는 약점들을 쏟아 내자 막스의 낯빛은 창백하게 질렸다.
“어떻게…….”
자존심이 먼저 날카롭게 가시를 세웠다. 그걸 다 알 수 있지? 고작 30분 본 게 전부잖아? 지금 지어내는 거 아니야? 헛소리하는 거 아니냐고.
뾰족했던 가시는 이내 부러질 수밖에 없었다. 까칠한 고양이처럼 세웠던 발톱도 쑥 들어갔다.
“그래서, 아, 그때 공이 그쪽으로, 아…….”
막스가 의문을 품고 궁리하던 내용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핵심이었으니까.
비단 막스만은 아니었다.
“백팀 역시 조직적인 건 있었지만 세세한 단점이 많았습니다. 가령 젠킨슨이 왼쪽을 보지 않는 습관이 있는데, 왼쪽 수비수는…….”
알롭 역시 헛웃음을 흘렸다. 막스와 달리 알롭은 수년 동안 선수를 지켜봤다. 선수의 세세한 습관 약점, 단점 따위를 파악한지 오래.
다만 알롭이 파악하는데 수년이었다는 그 내용을 나는 30분만에 풀어헤쳤다. 일일이 거론하고 지적하자 알롭은 무어라 말조차 하지 못했다.
“무슨, 인수분해 당하는 느낌이군요, 허허…….”
두 코치에게 충분한 피드백을 줬다.
“전술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선수단 구성과 상황을 바탕으로 두고 최선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전술이죠. 조금 전의 청백전은 최선이 아니었습니다. 차선, 차차선, 어쩌면 차악까지 될지도 모르죠.”
“…….”
시계를 보고 말했다.
“15분 드리겠습니다. 최선을 짜세요.”
“……!”
“청백전 후반전은 해야죠? 아, 그냥 하면 또 재미없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서로 팀만 바꿉시다.”
“……!”
“그러니까, 제가 막스에게 한 피드백은 알롭 코치가, 알롭 코치께서 들은 피드백도 막스가.”
당혹해하는 두 명을 보며 말했다.
“예, 둘이 서로 팀 바꾸고, 상대방이 전반에 보여 줬던 최선의 전술을 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