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45)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45화(45/266)
45. Power Game (4)
당연히 이어진 청백전의 내용은 개판이었다.
“막아! 선수를 보라고! 공에 매몰되지 마!”
젠킨슨이 지휘하는 백팀의 수비 라인은 라인조차 맞추지 못하고 허둥거렸다.
막스가 무어라 소리쳤지만, 그는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음을 절감하고 탄식했다.
그렇다고 수비가 완전히 무너졌느냐. 알롭의 청팀이 이기고 있느냐? 아니다.
“패스를 거기로 보냈어야지!”
오스카가 신경질을 부렸다. 대니 스콧이 대답 대신 어깨만 으쓱였다. 평소에 귀신같은 호흡을 보여 줬던 그들의 움직임에도 엇박자가 터져 나왔다.
분명 선수들은 그대로였다. 포메이션과 포지션도 똑같았다.
코치가 바뀌었다는 사실, 단 하나뿐이었다.
“허……선수들도 그대론데.”
“본인의 전술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선수들은 이미 그 전술 지침이며 다 숙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축구는 컴퓨터 게임이 아닙니다. 전술이나 지침을 경기 전에 알려주고, 숙지시켰다고 해도 필드에서의 90분은 다르거든요. 상대의 대응, 공의 흐름, 컨디션, 선수 간의 호흡……. 처음부터 구상하고 짠 전술이면,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감독님은, 경기에서 수석코치가 짠 전술로 직접 시시각각 대응하시지 않습니까?”
“막스만큼 그 전술을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
날 바라보는 알렌스키의 입가에 탄식이 흘러나왔다. 눈빛을 보건대, ‘뭔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하는 시선이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로.
청백전을 지휘하는 두 코치를 바라봤다.
핵심은 이해다.
바라보기만 하던 상대의 전술을 본인이 직접 개선해야 한다는 사실에 담긴 함의(含意).
전술을 파악해야 한다. 전술을 구성한 사람의 의도와 생각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서로의 뜻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 결과로 더 우위에 있는 사람의 손을 들어줄 겁니까?”
“아니요. 아무도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겁니다.”
“네? 그럼 이 청백전은……?”
“코치. 나는 계약서를 신뢰합니다. 계약서에 적힌 날짜까지 계약되어 있으면, 저는 어떻게든 같이 일할 겁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승패가 결정짓는 순간, 패자는 떠날 수밖에 없는 잔혹한 게임이다.
막스에게 밀린 알롭이 남아있을까.
한낱 코치에게 밀린 ‘수석코치’가 팀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저에겐 둘 다 쓰임이 있습니다. 못 보냅니다. 싫으면 떠나라고 말했지만요. 솔직히 안 떠나길 바랍니다. 둘 다 좋은 코치니까요.”
이 싸움이 끝나면 누군가는 떠난다. 필연이다. 하지만 이 싸움은 필요했다.
“그럼 대체 왜?”
“왜 싸움을 유도했냐고요? 유도까진 아닙니다.”
“하지만 두고 방관하지 않았습니까. 일부러 기다리셨잖아요?”
“예. 욕심 좀 냈습니다.”
“욕심이요?”
“한 가지 일로 두세 가지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해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두세 가지의 이득……?”
알렌스키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두 코치의 싸움으로 감독의 권위 강화는 이해했으리라. 그 외에 또 뭐가 있냐는 눈빛이었다. 대답 대신 청백전을 지휘하는 막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 이렇게 하면, 맞아. 전술적 변칙성보단 숙련도가 중요하다는 건가? 팀원의 케미스트리? 그 화합도가 선수의 위치와 구상보다도……그러면.”
번뜩이는 두 눈, 좌우로 찌르고 훑느라 바쁜 동공, 핑핑 돌아가는 머리.
어느새 그는 알롭과의 신경전 따위는 저 멀리 갖다 치운 듯했다.
그의 눈에서 뜨거운 열기가 흘러나왔다. 강렬한 안광이 멈추지 않고 번뜩였다. 선수를 바라보고 고개를 갸웃하고, 금세 소리치면서 외치기까지.
심지어 그는 청백전 도중에 알롭에게 묻기까지 했다.
“지금 왼쪽 수비수를 미드필더 라인으로 침투시키는 건, 중원 강화뿐만 아니라…….”
“……예, 중원을 강화하면서 포백의 부담을 좀 줄이고.”
“그런 의도였군. 오케이, 알겠습니다.”
막스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는 이내 또 한 번 소리치며 포지션을 교정했다. 마치 알롭의 조언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 듯한 느낌이었다.
“적이 없으면 영웅도 빛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지금 저건…….”
“막스는 지금까지 제가 요청한 대로만 전술을 짰습니다. 제 딴에는 훌륭하고, 지시를 철저히 따른 것이기도 했죠. 하지만 생각해보니, 제가 막스를 죽이고 있던 거더군요.”
“죽이다니요?”
강한 단어에 알렌스키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심이었다.
“저는 매사 부정적인 사람입니다. 상대를 볼 때, 거짓말처럼 단점 따위를 먼저 잡아채죠. 눈에 밟히거든요. 그래서 상대 팀 지난 경기를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무얼 노려야 할지, 우리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감이 잡힙니다.”
“감이, 잡힌다고요?”
알렌스키의 입이 쩍 벌어졌다.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예, 압니다. 상대 팀에겐 끔찍할 정도로 무서운 상황이겠죠.”
“그야 당연한 말 아닙니까. 팀 하나 분석하는 데 들이는 노력하고 시간은…….”
“예. 그 시간과 노력, 없앴습니다. 그리고 그건, 전술을 짜야 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 치열한 고민을 덜어주는 일이었죠.”
“아…….”
“일종의 템플렛을 준 겁니다. 막스에게. 막스는 제가 요청한 대로만 전술을 수정하고 짜기만 한 것이죠. 그것도 썩 훌륭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겠더군요.”
막스와 알롭의 신경전이 펼쳐지고.
크루전에서 그토록 신념에 가득 찼던 믿음이 선제 실점으로 흔들리는 순간까지.
막스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알롭의 술수와 도발에 말려들어 선수단 앞에서 창피를 당했을 뿐이다.
“제가 막스의 재능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좀먹고 있던 겁니다.”
막스의 성장이 멈추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막스는 그 여느 때보다도 신난 듯 보였다.
고민과 분노, 혼란스러운 감정이 뒤섞인 얼굴에서는 저 청백전을 어떻게든 돌파해 내겠다는 각오와 함께 웃음기가 어렸다.
그래, 저 웃음. 고민과 혼란 너머에 담긴 저 미소야말로.
지고 있는 경기에서도 웃으면서 전술을 수정하고 끝내 역전해내고 말던.
그 괴팍한 천재 전술가의 얼굴이었다. 막스는, 내 기억 속의 모습과 닮아 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맞상대할 적이 있어야, 비로소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니까요.”
“결국 수석코치를 자극하기 위해서, 알롭 코치를 이용했다는 겁니까?”
“이용이요? 하하. 코치. 내가 인형극이나 펼치는 집시처럼 보입니까.”
“…….”
“저는 사람 조종 못 합니다.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상황을 이용하려고 할 뿐이죠.”
“좋아요. 감독님의 권위를 강화하고, 수석코치의 성장을 자극한다는 거, 알겠어요. 그러면 이 신경전, 해결할 수는 있어요?”
“해결 안 합니다.”
“……!”
“말했잖습니까. 나는 사람 조종 못 한다고. 들이닥친 상황을 최선으로 만들 뿐입니다.”
* * *
“잠깐, 그러면 젠킨슨을 커맨더로 쓰지 않는 이유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인 거죠? 애당초 정해 놓은 위치를 벗어나지 않게끔 해놨으니까?”
분명 청백전이 진행 중이다.
아직 둘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짜증 나고 신경을 톡톡 건드리던 신경전.
지금 그걸 결판내기 위해서 이 청백전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 인간은 왜…….’
알롭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안광을 번뜩이며 달려와 꼬치꼬치 묻는 막스를.
“허허, 예, 그런 의돕니다. 굳이 선수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단단한 수비력을 만들 수 있는 조치지요.”
알롭은 대답해 줄 수밖에 없었다. 막스가 뿌려 대는 안광엔 집념을 넘어 희미한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라 두 눈을 마주치면 질려 버릴 것 같아서였다.
알롭은 그런 막스를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그냥, 순전히 축구만 생각하는, 외골수잖아?’
알롭은 헛웃음을 켰다.
‘어리군, 어려. 이런 사람이 아직도 프로판에 있다니.’
막스의 실력을 정면으로 느낀 이후 벗겨지기 시작했던 색안경.
막스의 진면목이 서서히 보였다.
‘이 친구, 선수단에 대한 영향력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은데?’
오직 전술 하나에만 매달려서 다른 건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 대니 스콧이나, 오스카, 스태리 중심으로 전술을 짜서, 선수단 장악하고 영향력 확대하겠다는 건…….’
알롭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래, 오해였다.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알롭이라면 응당 그런 의도로 움직였을 테니까.
‘코치 경력 처음인 친구한테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건가.’
알롭이 웃으며 말했다. 예의,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특유의 서글서글한 웃음을.
“훌륭한 전술이군요, 이 부분은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하는 겁니까?”
“예? 아, 뭐……그 부분은 공격진의 활동량을…….”
색안경을 벗고, 막스가 자신과는 전혀 궤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알롭은 막스를 경계할 필요는 없어졌다.
‘축구만 광적으로 매달리는 외골수 스탠리나 오스카를 위주로 전술을 짰던 건, 그게 축구로서 확실하니까.’
알롭도 알았다. 세 명의 이적생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알롭은 섣불리 손을 대지 않았다. 그는 베테랑 코치다. 코치의 관록으로 보건대, 새 영입 선수와 기존 선수단이 서로 하나로 뭉치지도 않았는데, 저런 짓을 한다면 선수들 사이가 어떻게 되겠는가.
팀 전체에 잡음이 일 것이다. 당장 티는 나지 않아도 말이다. 갈등이 생기고 선수들은 부딪친다. 알롭은 그리되리라는 걸 알았기에 막스처럼 행동하진 못했다.
‘나는 그걸 감안하고도 자기중심으로 선수단을 재편하려는 건 줄 알았거늘.’
이해할 수 없는 행보였기에, 알롭은 자신의 입장을 대입해 생각했다. 자신이라면 영향력을 몰아내고 판을 짜기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착각이었다.
‘정말 그냥 외골수일 뿐이야. 축구, 전술, 이것만 아는.’
이 어린, 넓은 세상을 볼 줄 모르는 코치와 무슨 대거리를 했는가. 한심할 지경이다.
선수단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수석코치로서는 실격이다.
그의 능력은 오직 전술. 그것에 있다.
알롭은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유진과 눈을 마주쳤다.
‘그런가.’
차라리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면 막스가 아니라 유진이었다.
결국 선수단을 현장에서 관리해야 하는 건…….
‘그런 거였군.’
알롭은 깊은 웃음을 지었다. 그런 거라면.
“허허허. 알겠습니다. 제가 수석코치님의 능력을 다소 오해했네요. 대단하십니다. 이번 청백전은 제가 진 것 같네요.”
까짓것, 져 주는 척하는 거야 대수겠는가.
* * *
회귀 전, 괴팍한 천재 전술가로서의 면모를 찾아가는 막스.
너구리같이 능청스러운 미소를 짓는 알롭.
됐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부류라는 걸 인식했다. 그럼 됐다. 나는 두 사람의 신경전을, 거기서 끝냈다.
“예, 이쯤 하죠. 두 분 각자 느낀 게 있을 것 같으니까요.”
“…….”
“두 분이 찾아온 이유 압니다. 근데 그 이유대로 안 해 줄 겁니다.”
두 사람의 얼굴에 무어라 말해야 할지 우물쭈물하는 기색이 보였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전 두 분 다 함께 갑니다. 누구 쫓아낼 생각 없습니다. 그러니 변할 건 없습니다. 지금처럼 때때로 싸우고, 때론 고개를 끄덕이고. 이렇게요. 싸울 거면 계속 싸우시고요.”
“…….”
침묵한 두 코치의 얼굴에 당혹감이 묻어났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왜요, 뭐 여기서 힘 한번 합쳐서 팀을 위해 나아가 보자. 이런 말을 할 것 같았나요? 그런 타이밍이었나?”
“……!”
“왜 이러십니까, 두 분, 그렇게 대범하고 마음 넓으신 분들 아닙니다. 알아요. 느낀 건 딱 하납니다.”
두 명의 전술을 단점과 약점을 파헤쳐 건넸다. 저들은 그걸 바탕으로 끊임없이 전술을 수정하고 다시 짰다. 내가 시킨 대로 했다.
그랬다.
“두 분은 아주 제 말을 잘 들으신다는 것.”
둘이 무슨 생각을 품었든, 어떤 의도든, 아무 상관 없다.
결국 둘 다 내 코치다.
“네, 이렇게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는 감독이다.
* * *
훈련의 마무리는 늘 알렌스키의 소관이었다.
달아오르고 팽팽해진 선수들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
일일이 선수들의 동태를 확인하며 훈련의 긴장을 릴렉스시켜 주는 것.
적어도 리그 투에선 꽤 수준 높은 루틴이었다.
“해산. 오늘 훈련도 수고했다. 이 자식들아. 바로바로 집에 들어가! 괜히 이상한 데로 새지 말고!”
“우우, 코치님이 그런 말 하니 좀 안 어울리네요.”
“참나, 조용히 쉬던 선수들 데리고 술집 갔던 사람이 누군데?”
“감독님이 보고 있다고 너무 티 내는 거 아닙니까?”
“뭐라는 거야! 어허! 썩 씻고 집에나 가!”
알렌스키는 선수들을 다그치곤 슬쩍 나를 바라봤다.
그는 뒷정리하는 막스와 알롭을 힐끔거리더니 다가왔다.
“뭔가, 서로 악수나 웃으면서 술 한잔하러 가진 않았는데, 해결되긴, 된 겁니까?”
“생각하는 해결이 서로 악수하고 화해하는 거라면, 아닙니다.”
“……그럼 또 언제든 부딪칠 수 있다는 거 아닌가요?”
“화해할 필요도 없는 사이고요. 그냥 서로가 다르다는 걸 알고 각자 자기 주관을 지금처럼 주장만 하면 됩니다.”
그것으로 족하다.
“결국 그 주장을 받아들이고 선택하는 건 저니까요.”
감독이 모든 걸 할 수 없다. 코치진의 여러 의견과 시선이 필요했다.
막스의 전술이든, 알롭의 관록이든, 나에겐 전부 필요하다. 고민하고 택하는 것은 내 몫이다.
“축구는 갈등을 바탕으로 두고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갈등을 극복하는 순간, 강력한 축구가 되는 것이고요.”
알렌스키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뭐, 싸우면서 크는 거다, 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요.”
두 코치의 갈등이, 결국엔 맨스필드를 더 강하게 만들 것처럼.
갈등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극복하고 이겨내서 더 단단해질 수 있냐가 핵심이었다.
“차 좀 얻어 타겠습니다.”
“예?”
“출근길처럼 여기저기 붙잡히고 싶진 않아서요.”
“아, 예. 그러시죠.”
“가는 길에 또 토스트 사러 갑니까?”
“네? 아, 아뇨!”
“들르시죠. 간식으로 먹게.”
“흠흠, 감독님이 뭐, 그렇게 드시고 싶다면야 들르죠. 하하. 좋네요. 화해는 아니어도 뭐, 상황이 이전보다는 나아진 거 같고. 팀도 순항하고 있고요. 좋아요.”
“글쎄요.”
“예?”
차에 오르려던 나는 서로 무리가 나뉜 채 라커룸으로 향하는 선수들을 바라봤다.
“갈등의 씨앗은 코치 사이에만 있던 건 아니니까요.”
* * *
두 코치의 싸움이 완벽하게 해결된 건 아니다.
애당초 화해시킬 싸움도 아니었고. 다만 이전처럼 경기나 훈련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서로 부딪치진 않았다. 적어도 ‘대화’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당장이라도 매섭게 부딪치던 둘이 잠잠해지자, 겉보기엔 팀은 누가 봐도 순항하고, 단결된 듯 보였다.
유소년 아카데미 해체와 같은 잡음도 있지만, 은행이라는 공공의 적이 나타나면서 팬과 팀은 도리어 하나로 단결하는 모양새.
그러나 내부의 곪아 가는 상처는, 외부인들이 알 수 없었다.
봉합되지 않은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주기는커녕, 더 곪아버리게 만드는 법.
가령.
삐빅―!
―어어, 무슨 일이죠? 맨스필드 선수들! 자기네끼리 싸움이 붙었어요!
―아, 해리 오스카와 존 젠킨슨! 서로 멱살을 잡습니다!
―이게 뭔가요! 경기 도중 충돌했습니다! 선수들 일제히 뒤엉켰어요! 상대 팀,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스탠리, 대니 스콧 선수까지 달려듭니다! 대체 이게 뭔가요!
―같은 팀끼리 필드에서 싸우고 있다뇨!
―맨스필드가 필드에서 기행을 보이고 있습니다!
터져 나오는 당황스러운 함성과 고함.
심판의 휘슬 소리와 우리 벤치에서의 당혹스러운 비명.
“저, 저 새끼들 왜 저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막스가 비명을 터뜨리며 날 바라봤다.
나는 벤치 의자에 깊숙이 등을 기대며 나직이 내뱉었다.
“싸우면서 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