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64)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63화(64/266)
63. 올드 맨스필드맨(Old MansfieldMAN) (3)
더비의 알렉스 콜러도 만만치 않은 수완가다.
큰돈을 받고 리그 원의 더비를 맡았지만, 본래 그의 커리어는 챔피언십에서 단단한 입지.
알롭이 챔피언십의 평범한 수준의 코치라면.
알렉스 콜러는 챔피언십에서도 수준급의 감독이었다.
종합적인 능력으로 따지자면 콜러가 압도하진 못하더라도 밀릴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더구나 선수단까지 훨씬 좋지 않은가.
하나 그가 잊은 점이 있었다.
알롭 특유의 친화력과 유연성.
언제고 각을 세우고 멱살이라도 잡을 것 같았던 그 험악했던 사이라고 하더라도.
“수석코치님의 혜안이 필요합니다, 허허. 부끄럽지만, 예. 저번 청백전에서 느꼈거든요. 아, 나는 이 젊은 전술가한텐 그냥 노인에 불과하구나.”
다가가서 허리를 굽히고 웃을 줄 안다는 것이다.
더비전을 준비하던 알롭은 더비와 알렉스 콜러를 이기려면 방법은 하나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러니까, FA컵 더비전에서 이기기 위한 전술이 필요하다는 거죠?”
바로 막스의 도움.
사이가 어느 정도 봉합됐다고 한들, 서로 친근한 관계는 아님에도 알롭은 망설이지 않고 허리를 숙였다.
“맞습니다.”
“유진 감독은 코치님께 대행을 맡겼는데요.”
막스의 목소리가 다소 날카로웠다. 수석코치인 자신이 아니라 알롭이 맡는 사실 자체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롭과 달리 까칠한 고양이인 그는 불쾌한 티를 팍팍 냈다.
그렇게까지 하악질을 하는데도, 알롭은 뻔뻔하다면 뻔뻔할 정도로 굽히고 들어갔다.
“수석코치님을 내버려두고 제가 대행인 이유가 뭐겠습니까? 설마 제가 코치님보다 뛰어나서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건 감독님이 잘 알고 계시겠죠.”
“…….”
“감독님이 강조했던 게 뭡니까. 선택과 집중. 풀 로테이션. FA컵 1라운드에서 말이죠.”
“FA컵을 1라운드에서 깔끔히 포기한다?”
“허허허. 예, 그렇습니다. 질 경깁니다. 져야 하는 경기니까 저를 내보내는 거죠.”
자신이 버림 패라는 사실을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자신을 낮추자, 천하의 막스라고 해도 까탈스럽게 굴 순 없었다.
막스는 다소 민망한 기색으로 말했다.
“으음, 그러나 코치님께서는…….”
“허허. 감독님에 대한 반발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왕 맡았으면, 해보는 것이 스포츠 아니겠습니까?”
막스는 한동안 알롭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곤 말했다.
“더비를 이길 방법은……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어요, 코치님.”
알롭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막스가 자신을 도와주기 싫어서인가, 싶어서 자세히 살폈지만, 막스는 진심이었다.
“지금 라인업으로는 방도가 없습니다.”
“…….”
“유진 감독이 정해준 로테이션 라인업으론, 못 이겨요. 이길 전술을 만들 수 있는 건 하나.”
“…….”
“주전 선수들을 내보내야 합니다. 유진 감독의 지시를 어기고요.”
막스의 질문은 하나였다.
당신, 유진을 거스를 수 있겠어?
그리고 알롭은 대답했다.
* * *
“해리 오스카, 대니 스콧, 존 젠킨슨, 제임스 후반전 모두 경기장에 들어간다.”
“……!”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라커룸.
벤치 명단에 올랐지만, 오늘 출전이 없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주전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알롭의 선언에 깜짝 놀랐다.
그들도 알았다.
이 경기는 포기한다는 것을.
선수에게 경기를 포기한다는 사실은 끔찍할 정도로 혐오스러운 얘기지만, 어느새 팀에 드리워진 유진의 그림자는 전부를 납득하게 만들었다.
하나 지금 알롭은 그 모든 걸 뒤집겠다고 하고 있으니.
선수들이 걱정과 우려가 섞인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도 당연했다.
감독과 각을 세운다.
이 구단에서 그것만큼 미련하고 멍청한 짓은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어느새 느끼고 있었기에.
알롭은 선수들과 전부 일일이 시선을 마주했다. 눈을 피하지도, 동공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도리어 선수들이 흠칫할 정도로 맹렬한 눈빛이었다.
“나는 패장(敗將) 따위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
“그리고 너희들을, 패배한 선수 따위로 만들 생각 역시 없다.”
“…….”
“유진 감독이 없어서 졌다, 이 말. 억울하지 않나?”
라커룸에 침묵이 가라앉았다.
“너희들의 승리가, 너희들이 만들어 온 이 성적이, 리그 1위라는 맨스필드의 성과는 너희가 해내 온 결과다.”
“…….”
침묵은 여전했다. 기이한 열기가 감돌았다. 끈적거리는 땀과 격한 호흡 사이로 꿈틀거리는 열감이 서서히 선수들의 피부에 스며들었다.
“유진 감독이 없어서 졌다, 선수들은 오직 감독 덕분에 이만큼 온 거다. 감독이 없으면 그저 그렇다. 이런 말들,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팬들에게서 흘러나올 거다.”
“……!”
“저들은 맨스필드의 팬들이야, 유진 감독 하나의 팬이 아니라고. 너희가 그렇게 만들어 줘야 한다.”
노인.
알롭은 노인이었다. 쉰여섯의 노인. 듬성듬성 새하얀 머리칼과 회색빛 수염의 올드맨. 작았지만, 지금 그를 바라보는 선수들에겐 마치 거인이 서 있는 듯했다.
노인이 흰 수염에 침이 튀도록, 손을 마구 흔들며 쩌렁쩌렁 소리치는 그 광경은, 지금껏 유진의 무미건조하고도 담담했던 라커룸에선 보지 못했던 광경.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특별한 상황은, 사람들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알롭은 그 사실을 완벽히 이해하며, 더 강렬한 목소리로 외치듯 말했다.
“나는 승장이 될 것이고, 너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리를 쟁취해 낸 선수가 될 것이다. 안다. 이 경기 어떻게 이길 수 있냐고. 감독도 없고, 수석코치도 없고, 늙은 코치 하나만 있는데 어찌 이길 수 있냐고.”
“…….”
“그거야 간단하지 않나.”
알롭이 처음으로 웃음을 보였다.
“나는 맨스필드에서 8년. 존 젠킨슨은 19년. 토마스 스틸은 6년. ……는 3년…… 그리고 이번 시즌 새로 온 영입 선수까지 모두.”
침묵 속, 또렷한 외침.
지금껏 자기 보전과 안위, 그리고 욕심 때문에 맨스필드를 떠나지 않고 남은 거라고, 본인조차도 그렇게 생각했던 알롭의 속마음이.
“우린 모두 맨스필드맨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 * *
많은 사람이 알롭의 능력을 특유의 친화성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한 코치가 8년 동안, 열 명이 넘게 바뀌는 감독 아래에서 버텨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정할 수 없다.
실력이 엄청 좋아서 다른 감독들이 함께하는 것 아니냐고 누군가 반문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릴리가 끝끝내 알롭을 감독 대행으로 선임하지 않았던 이유를 말했던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전문가는 아니야. 그냥 축구 팬이지. 그래서 잘 모르겠어. 알롭, 정말 실력 있는 코치 맞아? 그냥 특유의 친화력으로 선수단 장악하고, 새로 온 감독도 구워삶아서 자리를 보전하는…….”
“퇴물 아니냐고?”
“……사실 능력이 있었다면, 팀이 이렇게까지 됐을까? 팀에 오래 남은 코치의 조언을, 감독이 무시할 수 없는 거 알잖아. 그러면 코치의 입김이 강했다는 거고, 팀 운영에 알롭의 영향이 컸다는 건데.”
릴리는 남의 뒷얘기를 하는 것 같아 무척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그래도 나에게만큼은 숨기지 않고 똑바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당시 알롭과 막스의 갈등이 격화되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 팀은 8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었어. 그 자리에, 알롭의 책임이 얼마나 있을 것 같아?”
당시 최선임 코치였음에도, 새로운 감독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릴리가 절대로 그에게 임시 감독직을 제의조차 하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챔피언십 출신의 코치야. 코칭 능력은 좋아.”
“좋다고?”
“물론 4부 리그니까. 챔피언십만 가도 평범한 수준이야.”
릴리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나는 단호히 말했다.
“이 팀이 무너진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냐. 무수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섞인 결과지.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뛰어난 항해사가 있다고 한들 멀쩡해지지 않거든.”
“그러면…….”
왜 알롭을 그토록 중히 쓰느냐.
막스와의 갈등을 보면서도, 은근히 나를 경계하던 그 시선을 알면서도.
“그 사람의 능력은, 코칭보다는 다른 데에 있어.”
“다른 데?”
나는 탁자를 톡톡 두들기면서, 말했다.
“선수들을 다루는 용인술.”
* * *
전술가가 코치로서 대성하는 경우는 많아도, 감독으로 완벽해지는 케이스는 적었다.
명장들이 최고의 전술가라고 치켜세운 코치는 한두 명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감독으로 데뷔한다. 온갖 기대와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 정작 감독으로선 죽을 쑤는 경우가 허다하다.
머릿속 구상한 전술과 지침을 선수들이 완벽하게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
축구는 게임이 아니다.
선수는 말 한마디에 절대복종하는 기계가 아니다.
필드 위 11명의 선수.
온전히 지시와 지침을 입력시키고, 철저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권위는 쉽게 생기지 않는다.
막스의 전술이 맨스필드에서 통해 왔던 것도, 바로 그 전술을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사람이 바로 유진이었으니까. 매끄럽다 못해 선수단 장악의 극치를 보여 주니, 막스는 자신의 구상을 마음껏 풀어내기가 가능했다.
하나 유진은 이 장악력이 언제고 통하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유진은 강력한 카리스마도 익숙해지고 친숙해지는 순간, 그 깊이가 얕아짐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감독님이 어리지만 무섭단 말이지.”
“괜히 시선 마주치면 긴장된다니까.”
“그래? 그래도 몇 번 대화 나누니까 그렇게까지 무섭진 않던데?”
아무리 무서운 사람이라도 자주 보면 편해지기 마련.
유진은 선수들과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방안이야말로 어린 감독으로서, 현저히 부족한 커리어를 가진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장악할 수 있는 ‘키’임을 잘 알았다.
“하지만 조금 독선적이지 않아? 지시나 지침이 틀린 건 아닌데, 뭐랄까. 조금…….”
“마음에 안 든다?”
“아니, 마음에 안 든다기보단, 떨떠름하다는 거지.”
“좀, 하긴. 저번에 전력으로 질주하라는데, 그게 경기 종료 5분 전에 내리는 지시인 게 맞기나 한가.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짜증 낼 뻔했다니까.”
그러나 거리감을 둘 수만은 없었다.
선수들에게 자신의 의견과 지시. 지침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선 가까워져야 한다.
심리적인 거리감이 가까울수록 조언은 더 강력한 마력을 품는 법이니까.
유진은 상반된 처지에서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여기서 유진은 알롭의 가치를 엿봤다.
“오스카. 내려오지 마라. 전방 압박도 필요 없다. 오직 앞만 보는 거야. 패스? 하지 마. 너에게 오는 공은 마지막 패스다. 너에겐 오직 슈팅뿐이야.”
험악해서 다루기 힘든 그 오스카조차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젠킨슨. 수비에서 걷어내는 공이 최대한 우리 팀에게 향해야 해. 아무리 급하고, 힘들고, 다급해도, 집중해. 집중하고 또 집중해서 선수를 보고 차. 너는 주장이다. 해야만 한다.”
주장인 젠킨슨에게 가혹한 요구를 받아들이게 했으며.
“제임스! 박스 안이나, 안쪽으로 플레이는 하지 마라! 무조건 라인을 타라! 네가 달릴 길은 오직 하나야! 직선! 곡선, 대각선, 그런 단어는 오늘 너에게 없어!”
흔들릴 수도 있는 어린 선수에게는 명확한 우선순위를 제시하며 집중하게 했으면서.
“대니 스콧. 오늘은 그 고삐를 풀어 버려. 나는 유진 감독이 아니라서, 그 사람처럼 명확한 지시를 너에게 전달하지 못해. 필드에서 경기 흐름을 읽는 너의 능력은 늙은 코치인 나보다 훨씬 뛰어나지. 프리롤로, 마음껏 날뛰라고.”
유진을 제외하곤 어떤 코치의 지침도 수용하지 않는 대니 스콧에게 따를 수밖에 없는 요구를 하기까지.
―존 젠킨슨이 걷어낸 공을 대니 스콧이 완벽하게 받아냅니다! 대니 스콧이 어느새 윙어 자리까지 올라왔군요!
젠킨슨이 걷어낸 공을 필드 전체를 자유롭게 오가던 대니 스콧이 무서울 정도로 정확한 위치에서 트래핑에 성공했다.
마치 공이 그쪽으로 떨어질 것 아는 사람처럼.
“빌어먹을! 공간 내주지 마!”
“저놈 드리블하게 내버려 두지 마! 압박해!”
동시에 대니 스콧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날카로운 시야가 필드 전체를 휩쓸었고.
―아아! 대니 스콧, 오버래핑하는 제임스에게 찔러주는 패스! 제임스 미친 듯이 내달립니다!
“Yeeeeeeeaaaaaaa―!”
“Run- Run- Run- Run-!”
오직 직선으로 내달리는 제임스에게 거짓말처럼 패스가 뚝 떨어졌으며.
―제임스, 길게 쭉 올라가는 크로스! 해리 오스카! 오스카의 발리슛이 골망을 가릅니다! 맨스필드,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추격골로 쫓아갑니다!
“오―스―카!”
“이것이 리그 투 최고의 득점 기계다! 너희들의 뒷문을 다 털어 줄!”
골문만을 갈망하던 오스카는, 제임스의 부족한 크로스라도 타고난 감각만으로 득점에 성공시켰다.
―고작 세 번의 패스, 한 번의 슈팅으로 만들어낸 맨스필드! 알롭 감독 대행이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4명의 선수교체를 단행했는데, 그 노림수가 완벽하게 통했습니다!
모든 행동과 지침이 전부 알롭의 뜻대로였다.
선수들이 알롭이 했던 말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완벽히 수행했다는 점.
유진이 알롭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선수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도, 유려한 말솜씨와 선수가 놓인 처지, 상황을 이해하면서 전부를 활용해 명확한 지침을 전달하고 따르게 만드는 것.
알롭의 진정한 능력이었다. 수십 년에 가까운 코치로서의 경험과 권위, 타고난 능력, 야망과 특유의 성격까지 모조리 복합적으로 섞인 알롭의 능력은, 유진의 구상을 채워 줄 퍼즐이었다.
막스가 전술을 구상하고 확립한다.
수년간 선수들을 장악하고, 선수단 관리와 다루는 용인술에 도가 튼 알롭이 그 지침과 지시를 철저하게 따르도록 전달하며.
그리고 정점.
가장 높은 곳에서 유진이 서서 선수단 위에 군림하며 지휘하는 것.
바로 유진이 꿈꿨던 유진 사단(師團)의 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