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68)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67화(68/266)
67. One-man show (3)
모든 것이 유진의 원맨쇼―라는 얘기는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었다.
이적 시장이 열리고, 리그 원의 스카우터들이 맨스필드에게 기웃거리기 이전.
이미 리그 투의 축구계는 유진과 맨스필드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감독, 이적 자금을 그렇게 써 놓고도 왜 맨스필드보다 순위가 낫죠?”
“……친애하는 구단주님, 맨스필드보다 순위 낮은 팀이 23개인데요.”
“그러니까요! 맨스필드는 이번 시즌 이적 자금 0원입니다! 한 푼도 안 썼어요! 그런데! 리그 1위! 저 선수단 가지고요! 대체 이유가 뭡니까?”
“그거야…….”
이 대화가 어느 팀의 구단주와 감독의 대화일지 유추할 필요는 없었다.
리그 투 팀의 절반. 나름대로 승격 욕심내고 야심 가득 시즌을 시작했던 구단에서 볼 수 있는 비슷한 광경. 이들은 모두 동병상련의 처지였다.
“내가 맨스필드보다 돈을 안 줬어요, 역사가 짧아요? 코치진이 부족해요? 선수가 없어요? 대체 부족한 게 뭔데! 맨스필드를 이기라는 것도 아냐! 쟤들은 1윈데, 우리는 왜 빌빌 기고 있냐고!”
몇몇 성질 급한 구단에서는 감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그저 그런 나쁘지 않은 성적을 유지하는 감독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마찬가지였다.
평소라면 음, 지금도 좋지만, 더 힘내주세요― 따위의 덕담을 들을 만한 감독도 지금은 구단주실에 불려 가 한 소리 듣고 나와 머리를 쥐어뜯었다.
“빌어먹을! 이게 다 그 맨스필드 때문이라고!”
“너무 명확한 비교 대상이 있잖아!”
“왜 쟤들만 특별하게 튀어 버리는 건데?”
구단주들에게 맨스필드가 어떻게 보이겠는가.
이적 자금은 물론 어떤 지원도 없음!
팀은 망가진 상태임, 강등 탈출이 최우선 목표!
그런데 이 모든 걸 뒤집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차라리 원래부터 강팀이었다면 모를까. 누구나 괄시하고 무시하던 팀이 잘 나가고 있으니까, 왜 우리 팀은 저 정도는 못 하더라도 그 발끝도 못 따라가냐고 성화였다.
그쯤 되자 감독들도 맨스필드를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됐든 리그 최고의 다크호스.
이젠 누구도 부정 못 하는 우승 후보.
리그에서 만나면 가장 두려운 상대.
철저한 분석만이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는 법.
“오냐! 철저히 분석하고 파헤쳐주마!”
“강점, 약점 전부 알아내겠어! 필요한 건 배우고, 쓸모없는 건 버리고, 약점은 후벼파서 이겨보겠다고!”
“그래, 너희만 잘났어? 우리도 한끗발 하는 감독이라고!”
호기롭게 달려든 감독들은 이내 질투와 시기, 짜증이 뒤섞인 시선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진짜…… 뭐지? 맨스필드의 선수들은 철강왕인가?”
“쟤들 신분증 까 봐! 나이 속인 게 틀림없어!”
“평균 연령 32세 선수단, 규모 20명, 경미한 부상자 1명…… 하?”
“그런데 리그 투에서 가장 많은 선수를 기용한 팀이라고?”
“그 말은 20명의 선수단을 골고루 다 써먹었다는 거 아냐?”
“로테이션을…… 이렇게 할 수가 있어?”
감탄과 탄식, 그리고 경외.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축구인으로서의 존중이 싹텄다.
그들도 비록 하부리그지만, 수년간 축구와 동고동락한 스포츠맨.
유진과 맨스필드가 만들어내는 과정과 결과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사실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쯤 되자 그들은 차라리 뻔뻔해졌다.
“맨스필드가 강한 이유요? 그야 감독 때문이죠.”
“왜 이적 자금을 맨스필드보다 많이 받고도 차이가 나냐고요? 아, 유진 감독, 그 사람은 수준이 다르다니까요?”
“그냥 감독 차이야…….”
압도적인 전술, 타고난 카리스마, 명성 높은 인망.
그 모든 걸 갖춘 감독이라면 차라리 그리 잘났어? 한번 해볼까? 하고 승부욕을 불태우겠지만.
“저런 맨스필드를 데리고 저렇게 팀을 운용한다고?”
“성적도 거두고?”
“유진. 저런 감독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거야, 대체?”
약팀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며 하나의 성채를 쌓아 가는 과정.
“고작 하부리그지만, 적어도 맨스필드의 역사에서 유진 감독 부임이 분기점이겠지.”
“맨스필드는, 유진 감독의 지휘로 팀이 체질부터 개선되고 있다.”
“유진 감독이야말로 맨스필드의 전부다!”
원맨쇼(One-man show)였다.
* * *
“―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시답잖은 소리를 하면서 내 사무실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둘이다.
막스, 그리고 릴리.
후자라면 반갑게 웃으면서 어울려 주겠지만, 나보다 나이 많고 까칠한 친구에겐 아니지.
“요즘 일이 편한가 봐? 이상한 소문이 귀에 들어올 정도고?”
“편하긴. 나 집에 들어간 적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안 나.”
“집 안 샀잖아. 클럽하우스서 숙식하면서.”
“그러니까. 집 사러 둘러볼 시간도 없다고.”
막스가 툴툴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우스운 얘기야. 축구는 감독 하나 바뀐다고 강팀이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막스는 아무래도 내 말을 겸양과 겸손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그는 가늘어진 눈으로 날 바라봤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팀이 잘나갈 수 있는 전술을 누가 짰는데? 네가 짜 놓고 그러기야?”
“전술을 짜는 조건과 지시는 모두 감독님이 말씀해 주셨죠.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짠 게 아니라고. 밑그림 다 그려 놨는데 채색도 못 할 사람이 어딨어?”
“선수들의 뛰어난 플레이도, 선수 개인 기량에 기댄 바도 많다고.”
“그 뛰어난 선수를 영입한 건 감독님 역량이죠.”
“운이야.”
“우우운―?”
막스가 말꼬리를 길게 늘이더니, 헛웃음을 켰다. 그리곤 정색했다.
“대니 스콧 한 명이면 운일지도 모르지. 은퇴했다가 번복하고 복귀했는데 기량이 전성기보다 더 뛰어난 건, 그래 운일지도 몰라. 그런데. 해리 오스카는?”
“원래부터 실력 있는 선수였던 건 다 알았지.”
“한 명이면 모를까. 이적 시장 손대는 족족 다 성공하는 건 운이 아냐. 그 영입을 주도한 유진, 네 선구안과 협상력이라고.”
선구안이라.
애석하게도 아니다.
오스카와 대니 스콧, 다 내가 앞으로 일어날 미래에서 봤던 선수였으니까.
‘아직은 내 미래 지식이 딱히 큰 쓸모가 없다.’
나는 보훔에서 감독 데뷔 후, 빅리그에서만 감독 생활했다.
분데스리가, 프리미어리그, 세리에A―
내가 아는 선수 지식도 다 빅리그 선수들이란 얘기다.
리그 투에서 영입할 수 있는 최고의 자원이 누구일지에 대해선 미래 지식이 큰 도움이 되기 어려웠다. 그 와중에도 찾을 수 있었던 선수들이 대니 스콧과 해리 오스카였다. 빅리그에서 감독하던 나에게도 어렴풋이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이름일 정도면서, 지금 맨스필드가 영입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이었던 셈.
이게 바로 운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 둘을 빼면, 내 머릿속에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은 선수가 없단 말이지.’
물론 축구팀 십수여 개는 채울 정도의 선수들 명단이 머릿속에 있다.
문제는 그들의 수준과 영입할 가능성이다.
당장 프리미어리그에서 저렴하게 영입할 수 있지만, 1~2년만 지나도 빅클럽이 다 침을 흘리는 1억 유로 선수들의 명단은 내 머릿속에 있다.
‘신 포도도 아니고 이거야 원…….’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영입만 하면 대박 날 선수임은 알면서도 건들 수 없는 처지라니.
맨스필드에서는 그림의 떡인데.
‘유망주 영입도 지금으로선 최선이 아냐.’
미래에 대성할 유소년 선수를 데리고 오는 것도 방법이다.
하나 축구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면서 빅클럽의 스카우터망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프리카 오지까지 스카우터를 보내고, 세계 곳곳에 있는 에이전트사가 유소년을 발굴해서 먼저 계약하려고 덤벼드는 세상.
내 머릿속 대단한 유망주들도 이미 어지간한 빅클럽의 레이더망에 올라 관리받고 있으리라.
‘아닌 선수도 있겠지만, 데려와도 문제야.’
재능은 언제나 찬란하게 빛난다.
진흙이 묻었더라도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다.
그러나 세공사의 솜씨에 따라 다이아몬드의 가치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미래에 대성할 유망주들은, 어쩌면 빅클럽의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잠재력을 다 터뜨린 것일 수도 있지.’
반면 우리 팀의 유소년 체계와 시스템?
대단한 유망주의 재능도 묻혀 버리게 할 게 틀림없었다.
나 역시 유소년 육성에는 재능이 없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시스템 구축과 개선, 그리고 선수단 관리지. 유소년까지 손댈 정도는 아니다.
그쪽은 그쪽 방면의 전문가가 따로 있는 법. 순간 머릿속에 누군가 떠올랐지만, 고개를 저었다.
‘뭐, 유소년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바꿔야지.’
지금 유소년 아카데미를 사실상 폐지한 일도, 얼기설기 고칠 바엔 철거하고 나중에 다시 체계적으로 세우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론.
여하튼, 오스카와 대니 스콧과 같은 알짜배기를 넘어선 대단한 영입은 적어도 2부리그, 챔피언십서나 가능하다. 선수 영입으로서 내가 재미를 보기엔 운이 따라 줘야 한다.
“운이지. 운. 오스카와 대니 스콧은 운이 좋았던 거야. 반례로는 스탠리가 있잖아?”
“…….”
내 말에 막스의 말문이 턱 막혔다.
브랜들리 스탠리.
그 이름이 튀어나오자 막스는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선수의 부상은 선수 개인뿐 아니라 코치진에게도 고민거리를 잔뜩 안겨 준다.
전술적 선택지가 단지 하나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 선수 한 명으로부터 파생되는 무수한 활용도가 사라지는 셈.
“이거 참……. 그 친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박싱데이로 대표되는 극한의 일정.
8경기 중에 스탠리가 출전한 경기는 단 두 경기다.
이유는 부상이다. 잦은 부상은 나름 각오한 바였다. 하나 스탠리는 다소 방향이 달랐다.
“심리적인 문제가 그렇게 클 줄이야.”
“부상 트라우마니까.”
경미한 부상. 충분히 경기에 뛸 만한 단순한 부상에도 스탠리는 크게 몸을 사렸다. 마치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면 경기에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으면, 도리어 부상 위험도는 더욱 커진다.
억지로 스탠리를 경기에 내보낼 수 없었다.
“분명 킥도 좋고 재능 있는 선순데, 경기를 자주 나와야 빛나는 법이지. 스탠리는 아무래도…….”
실패한 영입에 가깝다, 라는 말을 막스는 애써 삼켰다.
아직 시즌은 남았다.
스탠리가 부활할 가능성이 있는데 초 칠 필요는 없단 뜻이겠지.
“만일 내가 정말로 사람들이 떠들어 대는 대로 혼자 팀을 뒤바꾸고 있다면, 스탠리 같은 사례도 해결했겠지. 그냥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러는 것일 뿐이야.”
“……왜 이렇게 겸손해? 안 어울리게?”
막스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나는 그 시선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대단하다는 걸 알면, 더 방심을 안 하니까.”
“……!”
“맨스필드는 세간에서 말하길 단점만 가득한 팀이라곤 해.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우리만의 무기가 있어.”
“무기?”
“바로 언더독이라는 포지션.”
“!”
“어느 스토리나, 언더독의 반란은 사랑받는 법이니까.”
특별한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당연한 얘기.
하나 가만히 듣던 막스의 눈이 점점 가늘어지더니,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
“……잠깐, 그러면 알롭 코치에게 지시한 게?”
“지시한 적은 없어. 단지, 알롭 코치는 그 정도는 충분히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알롭은 물 만난 고기처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