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69)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68화(69/266)
68. One-man show (4)
에이전시는 현대 축구에서 빼놓으려야 빼놓을 수 없는 산업이다.
축구팀들의 스카우트팀이 대단히 정교하고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들. 한계는 존재했다. 그들의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축구의 무대가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아프리카 오지, 브라질 빈민가 골목, 아시아의 변방까지.
전 세계의 스포츠, 축구.
공 하나만 있으면 부자도, 상류층도, 빈민들도, 모두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보편성.
세상 어디에 가도 축구는 존재했으며, 공을 차는 찬란한 재능은 자신을 세공해 줄 클럽과 코치, 그리고 에이전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선수를 발굴하는 건 돈을 벌려는 목적도 있지만, 묻혀 없어질지도 모를 변방의 펠레, 아시아의 메시, 아프리카의 호날두와 마라도나를 찾기 위해서다!
―에이전시의 선수 발굴은 그런 숭고한 목적 역시 포함하고 있다!
선수 발굴이라는 임무는 단순히 축구 클럽만이 전부 소화해 낼 수 있는 부류가 아니었다.
에이전시들은 클럽보다 먼저 선수를 차지하려고 애를 썼다.
―지랄, 돈에 미쳐서, 포장하는 꼬라지.
―정말 선수 미래를 생각해? 돈만 생각하고, 선수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클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스라이팅 하잖아?
―빌어먹을, 여러 클럽 물 먹인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나?
에이전시를 비판하는 축구계 인사들은 꽤 많았다. 축구를 모조리 돈으로 해결하려는 자태는 눈꼴시지 않은가. 하나 어쩌겠는가.
축구 선수는 그저 공만 차는 선수가 아니다.
광고, CF, 모델, 그리고 국가의 영웅까지.
축구 선수는 하나의 산업으로서 역량과 가치를 지닌 세상이었다.
에이전시는 필수 불가결했다.
자연스럽게 에이전시 산업은 거대해졌고, 슈퍼 에이전트 같은 케이스가 생겨났으며, 그 업계에서도 경쟁은 치열해졌다.
슈퍼스타, 월드 클래스의 선수들은 그들 존재 자체가 갑이었다.
갑과 계약해서, 클럽들을 상대로 더 큰 갑질을 해내는 슈퍼 에이전트들이 존재했다. 사람들이 매번 욕하는 에이전시가 이쪽 부류였다.
이들과 달리 나름 착실하게 축구계에 파고들면서 욕을 먹지 않는 이들도 존재했다. 적어도 축구 클럽에게는 큰 피해를 주지 않을뿐더러, 무직의 선수들에게 클럽을 연결해 주는 부류
실력이 떨어지고, 뛸 수 있는 구단을 찾지 못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계약하는 에이전시.
TS스포츠매니지먼트 역시 그런 부류였다.
물론 자선 사업을 하지는 않았다.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어떻게든 클럽과 연결해 주면서, 대신 일반적인 에이전시 수수료 이상을 받아 가는 것.
그렇다고 전부 형편없는 선수로 사기 치는 게 아니다.
TS스포츠매니지먼트는 잉글랜드의 3부 리그, 리그 원 이하에서 방대한 선수 풀을 자랑했다. 거대한 풀을 고려하면, 그들 중엔 이런 선수가 왜? 이런 데하고 계약했지? 싶은 뛰어난 선수들도 종종 있다.
알롭은 그 선수들을 쟁취해 내기 위해 날뛰었다.
“이 프로필의 선수들, 우리 클럽에 데리고 가겠습니다!”
“아니, 갑자기 그렇게 쳐들어와서 다짜고짜 그리 말씀하시면……!”
“아니, 부대표님. 왜 이러십니까. 맨스필드에 꽂아 넣은 선수가 한둘도 아니고. 더 달라는 건데요.”
“그야, 그렇지만…….”
부대표는 말끝을 흐렸다. 에이전시의 이인자까지 올라선 그의 감이 미묘한 불안함을 토해 냈기 때문이다. 알롭은 허허 웃으면서 교묘하게 그 불안함을 한 꺼풀씩 벗겨냈다.
“다들 팀을 찾고 있는 선수들이잖습니까. 우리가 데려가겠다는 거죠.”
“그, 이 여섯 명, 전부를요?”
“네.”
“……조금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허허, 문제라니, 그 무슨?”
아예 모르는 체하는 알롭을 보며 부대표는 높아지려는 언성을 꾹 눌렀다.
“한 팀에 한 에이전시의 선수들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면, 그쪽 감독님이랑 프런트들도 눈치채지 않겠어요? 이상한걸? 괜한 소문 나면 이 업계에서 우리 입장도 곤란해져요. 아실 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
“감독님 지십니다.”
“예?”
“우리 감독님이 선수 좀 데리고 오랍디다. 허허, 여기 TS스포츠매니지먼트에서요.”
순간 의자에 의욕 없이 기대어 있던 부대표의 등이 똑바로 세워졌다. 부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그게, 정말입니까?”
“제가 거짓을 왜 말하겠습니까. 저랑 부대표님이랑 몇 년을 함께 봤는데. 안 그래도 선수단 규모가 작아서, 이적 시장에서 선수가 필요합니다. 당장 접촉할 수 있는 데가 여기인 걸 아시는 거죠. 허허.”
부대표의 눈빛에 의심이 떠올랐다. 이내 그는 알롭의 능글맞은 웃음을 보고 한 가지 추론이 떠올랐다.
‘맨스필드가 잘 나가는 게, 지금 베테랑 코치인 알롭, 이 인간이 장악한 건가? 사실상 신임 감독이 바지사장인 거고?’
그럼 몇몇 부분이 납득이 간다.
초짜 감독이 저렇게 대단한 성적을 내는 것도.
십수 년 베테랑 코치 경력인 알롭의 보좌 아닌 보좌 덕분이지 않겠는가.
사실상 팀은 알롭이 이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고. 감독의 지시라는 것도, 사실상 알롭의 설득 아닌 설득으로 이뤄진 것이면.
생각이 이어지는 사이 알롭의 목소리가 상념의 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니 우리 협력하자는 거 아니겠습니까.”
“협력이라. 이 선수들, 지금 다 무직이에요. 이적료 없고요. 하지만, 나도 보는 눈 있어요. 지금 이 명단, 당장 팀 구하면 리그 원 하위 팀까지 노려볼 만해.”
“내가 데려갈 이유죠.”
“왜죠? 리그 투로 보내 봤자, 계약 시 수수료도 얼마 못 받을 테고. 에이전시 입장에선 썩, 그런데요. 맨스필드, 가난해서 지금 자유 계약 선수만 노리는 거잖아요?”
“가난하니까요. 그게 장점이죠.”
“장점?”
“허허, 가난하고 선수단 처참한데, 리그 1등을 달리고 있는 구단.”
“……그러니까, 그게 왜”
“언더독.”
“……!”
순간 부대표의 눈에 스쳤다.
알롭이 씩 웃으며 말했다. 푸근한 웃음이지만, 그 너머 눈빛은 날카롭다.
“당장은 손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팀 승격은 팔부능선 넘었어요. 리그 원 하위 팀, 거기 가서 뛰어도 주목받습니까?”
“!”
“안 받죠. 하지만 언더독 팀의 선수는, 주목받아요. 받을 수밖에 없어요. 저 언더독이, 어떻게 저 성적을 내지? 선수 덕분인가?”
주목도가 높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평가.”
부대표의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오는 단어에 알롭이 허허, 웃었다.
“몸값은 더 뛰죠.”
“용의 꼬리로 사라질 바엔, 뱀의 머리가 되어서 몸값을 높인다?”
“그 몸값 높인 선수들은 TS스포츠매니지먼트 소속이고.”
“몸값이 커질수록 이적료도 커지고, 그에 따라 우리 에이전시에 들어오는 수수료도 크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선수들을 먼저 포섭해서 재능을 만개해 줬다는 선수들 사이의 평가까지 받을 수 있겠지요.”
부대표는 침묵했다. 알롭은 더 채근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부대표와 손을 잡고 인맥을 다져 왔다. 그 인맥에 이런 먹음직스러운 미끼도 던졌다. 안 잡고 버티겠는가.
‘……이것까지 감독이 본 건가?’
일순 알롭의 입꼬리가 올라간 채 멈췄다.
유진은 알롭이 해 온 짓을 모조리 파악했다. 그 서류 뭉치가 증거였다.
에이전시와 손을 잡고 선수단 계약에 개입했다는 것.
거기서 어느 정도의 이득을 챙겨 왔다는 사실까지도.
자신이었다면 거침없이 쳐냈으리라. 한데 유진은 품었다. 그건 자비와 용서임과 동시에 목줄이었다. 알롭은 이제 유진에게 감히 대항할 수 없는, 순전히 그의 코치로 살 수밖에 없었다.
알면서도 알롭은 그의 코치가 되고 싶었다. 맨스필드에서, 팬들의 연호를 계속 듣고 싶었다. 그래서 지시를 따랐다.
‘이런 선수들, 계약하기 쉽지 않아. 찾기조차 힘들지. 에이전시의 선수 명단에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인맥이 있어서 찾을 수 있었고, 이렇게 협상 자리도 마련할 수 있던 거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알롭은 헛웃음이 튀어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유진은 이 점까지 두고 생각해서 자신을 포섭한 것이 틀림없다.
그것도 철저하게 목줄을 채우고.
온몸에 소름과 함께 마음의 여유가 동시에 들었다.
유진의 심계에 대한 경악과 동시에 그의 코치가 되어 함께하게 됐다는 든든함.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때, 부대표가 대답했다.
“좋습니다. 맨스필드와 협상하죠.”
“아, 협상은 없어요, 허허.”
“예?”
“줄 수 있는 주급은 정해 놨습니다.”
“……!”
알롭이 내민 계약서를 본 부대표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그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감정을 넘어 희미한 분노가 떠올랐다.
“아니, 이 정도 주급으로, 선수랑 계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거 너무 후려쳤잖아!”
“그거야 에이전시의 업무죠.”
“……!”
“선수가 주급을 적게 받든, 크게 받든, 무슨 상관입니까. 수수료만 더 받으면 되지.”
“…….”
“수수료, 챙겨드리겠습니다.”
순간 부대표의 눈이 흔들렸다.
“이면 계약 아니에요. 수수료가 좀 많은, 대신 선수 주급이 낮은 계약일 뿐이죠. 허허.”
“……선수들이 맨스필드와 계약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끔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 * *
[톰 브룩스(MF, 30) 맨스필드 타운, 자유 계약으로 이적!] [톰 브룩스, “맨스필드의 승격과 우승을 위해 힘껏 뛰겠다.”] [맨스필드, 톰 뉴톤(DF, 31) 자유 계약으로 영입하며 겨울 이적 시장 두 번째 영입 확정!] [톰 뉴톤, “유진 감독이 지휘하는 맨스필드에 매력을 느껴. 함께하고 싶다.”] [톰 도허티(FW, 27) 자유 계약으로 영입하며 맨스필드 공격진에 무게감 더해] [톰 도허티, “맨스필드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가 되겠다.”] [겨울 이적 시장 열리자마자 쓰리-톰(Three-Tom) 영입하면서 선수단 보강에 나선 맨스필드. 우승 향한 레이스 본격 포문을 열다!]* * *
일명 쓰리 톰은 서로 안면을 익힌 적도, 아니 서로의 존재 자체를 모르던 선수들이다.
우연일지 몰라도 똑같은 ‘톰’의 이름을 가진 셋이 같은 팀으로 같은 시기에 이적하게 된 결과. 셋은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셋 중 연장자, 톰 뉴톤은 맨스필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승격은 큰 문제가 없을 거야. 그러면 리그 원으로 바로 가는 거고. 무엇보다도 대단하잖아?”
톰 뉴톤은 맨스필드와 협상이 급물결을 타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맨스필드의 성적.
소규모 선수단으로 이룩해 내는 과정까지.
부상이 잦은 것이 스스로 약점이라 생각하는 팀 뉴톤은 맨스필드의 로테이션 시스템을 보고 감탄을 넘어 충격에 빠졌다.
“이 일정, 이 선수단, 그런데 부상자가 이렇게 적어?”
이 정도라면 선수들이 다 철인이라서가 아니다.
뉴톤의 눈이 반짝였다.
“이 팀엔 대단한 팀 닥터, 물리치료사, 마사지사, 체력 훈련까지. 시스템이 제대로 만들어진 게 틀림없어!”
팀 뉴톤의 강렬한 희망과 믿음 정돈 아니어도, 나머지 두 톰도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저것이 그들이 맨스필드의 이적에 에이전시에게 설득당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그들 같은 하부리그 선수들은 한번 부상을 당하면, 회복하기까지가 너무 더디고, 다시 복귀하기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하부리그 선수 한 명이 부상당했다? 그러면 다른 선수 영입해서 쓰지, 뭐. 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그것도 아마 감독이 오면서 만들어 낸 시스템일 거야.”
“소문만 들으면 리그 투의 펩 과르디올란데.”
“내가 듣기론 리그 투의 안첼로티 같던데.”
“인터뷰 보면 리그 투의 무리뉴 같기도.”
“아니야. 팀을 만드는 걸 보면, 퍼거슨이야.”
그들은 기대감 어린 마음으로 훈련장에 들어왔다.
이적 후, 처음으로 참여하는 팀 훈련.
그들은 기대하고 궁금해하던, 맨스필드의 저력을 확인했다.
“젠킨슨, 발꿈치가 조금 들리던데, 통증 있어요?”
“어, 그런가? 글쎄요.”
“검사부터 받고 와요.”
“아, 네.”
“대니 스콧, 전과 달리 전력 질주 한 번에 몸이 꼬이는군요. 휴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제 체력은 괜찮습니다.”
“허벅지 한번 만져 보실래요?”
“어…… 으음, 근육이 좀.”
“예, 계속 뛰다 보면 불편할 겁니다. 일단 하루 이틀 휴식 취하고,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지 결정하겠습니다. 뛰고 싶으면 제대로 쉬세요.”
“네, 감독님.”
“해리 오스카.”
“전 어깨가 약간 좀…….”
“기분 탓입니다. 다음 경기 풀타임 뛸 거니, 제대로 준비하세요.”
고분고분 그 말을 따르는 맨스필드의 핵심 선수들.
“…….”
그 광경에 쓰리 톰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저게 그, 시스템인가?”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 * *
“쓰리 톰, 어때?”
“좋은데. 알롭 코치는 어떻게 저런 선수를 찾아낸 거야?”
“에이전시의 소속 선수들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에이전시와 밀접하니까.”
“허어…….”
막스는 탄식일지, 감탄일지 모를 숨을 내쉬었다.
“나머지 세 명도 곧 영입 완료될 거야. 그러면 좀 숨통이 트이겠지.”
“저 친구들은 어때, 건강해 보여?”
어처구니없는 물음이었다.
“내가 의사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어?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없었으니 됐겠지.”
“이거 왜 이래? 선수 상태 보고 어디가 불편한지 바로 캐치해서 로테이션 가동하는 감독이?”
“그거야 보다 보면 눈에 익어서 그런거고.”
“그게 더 신기해요, 감독님. 후, 다행이다. 이제 숨통이 좀 트이네. 스탠리만 어떻게 돌아오면 좋겠는데.”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였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훈련장 저편, 알렌스키와 일대일 체력 훈련하는 스탠리가 보였다.
“스탠리는 훈련 세션보단, 일단 몸 상태를 점검해야 할 것 같아.”
막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몸 상태 문젠 아냐.”
“하지만, 근육이 너무 쉽게 올라오고 멈칫거리는데? 솔직히 말하면, 다음 경기부턴 쉬워 보일 것 같지 않아. 앞선 세 경기를 다음 팀 코치들이 분석했으면, 당장 봉쇄할 수 있어. 그러면 우리도 스탠리의 쓰임새를 바꾸든지, 전술을 다르게…….”
아니다. 그런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가만히 스탠리를 쳐다봤다.
앞선 이적 후 모든 경기.
그리고 훈련장에서의 모습까지.
이런 내 모습 덕분일까. 선수들도 하나같이 내가 스탠리를 주시한다는 걸 알았다. 굳이 숨기지도 않았다. 스탠리가 어색한 얼굴로 다가왔다.
“무슨, 저한테 문제 있나요, 감독님.”
“예,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건드려야 할지 고민 중이었습니다.”
“……!”
당황하는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왜 그따위로 공 찹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