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81)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80화(81/266)
80. 내 팀에 베컴은 없다 (4)
클럽에 새로 이적한 선수는 팬들에게 많은 기대감을 품게 한다.
특히나 몰락하는 구단이라 핵심 선수만 줄줄이 방출되던 팀이라면 더욱이.
맨스필드의 이적 선수들은 그런 팬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해 줬다.
“해리 오스카! 오스카가 날아올랐네! 머저리들을 때려 부쉈네―!”
“오오, 대니 스콧― 슛-앤 스코어!”
득점 1위의 해리 오스카는 물론, 명성이 바라지 않은 대니 스콧의 활약. 둘은 맨스필드에서 뛰는 첫해부터 개인 응원가가 만들어질 정도로 기대에 부응은 물론, 사랑받았다. 심지어 이적하자마자 교체출전으로 모습을 보였던 쓰리 톰까지 팬들의 시선을 훔치는 데 충분했다.
―대니 스콧, 공을 소유합니다! 선수 압박, 오오오! 벗겨냈어요! 패스가 쏘아집니다! 해리 오스카, 뛰어요, 달립니다!
모든 이적이 성공적이진 않다. 실패하는 영입은 분명 존재한다. 이적료가 비싸다고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전년도에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해도, 거짓말처럼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어디 한둘이던가.
팬들은 경험상 안다. 기대감이 클수록 실망감이 크다는 것을. 하나 이 상황을 보라. 오스카와 대니 스콧, 거기에 쓰리 톰까지 제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지 않은가.
“이제야 팀이 제대로 굴러가는데! 역시 A급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오스카와 대니 스콧. 각자의 활약만을 따로 떨어져서 봐도 영입 대박이었다. 하물며 둘의 활약은 서로 같이 뛸수록 시너지를 발휘했다.
저 둘의 영입이 기대에 충족은 물론, 그 이상을 월등히 초월하면서 팬들은 머릿속에서 스탠리를 한편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꽤 킥은 날카롭단 말이지.”
“매서워. 저 크로스 좀 보라고. 해리 오스카랑 아주 절묘해. 그런데.”
“아, 경기를 좀 뛰어야지! 나이 많은 대니 스콧도 뛰는데, 오스카도, 젠킨슨도 말이야.”
“서른이면 한창 전성기에 있을 친구가 매 경기 결장이니, 이건 뭐.”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뛰질 않는데 어쩌겠어?”
스탠리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출전할 때마다 간간이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반짝이는 활약을 보여 주며 팬들의 기대감을 잔뜩 부풀렸다. 문제는 경기에 나오는 횟수가 극히 적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부상이 잦으면 소용이 없다. 맨스필드처럼 빈약한 선수단 뎁스를 생각하면 뛰지 못하는 선수는 치명적이다.
“오스카와 대니 스콧이 있어서 망정이지.”
“두 명 성공했으니, 한 명이 실패할 수도 있는 거지 뭐.”
“아무리 대단한 유진 감독이라 해도, 직접 영입하는 선수 전부가 성공할 수 있겠어?”
그나마 부상이나 빨리 회복해서 복귀하기를 바랄 뿐. 몇몇은 가난한 구단에서 뛰지 않고 돈만 받아 간다고 눈총을 보내기도 했다. 응원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스탠리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갈래였다. 그들에게 공통점은 하나였다.
“텄다, 텄어. 유리 몸이야, 유리 몸.”
더는 스탠리에게 기대를 품는 사람은 없었다.
기대감이 클수록 실망이 크다는 말은, 반대에서도 통용된다.
기대하지 않는 선수가, 더는 아쉬운 눈으로 쳐다도 보지 않던 선수가, 화려한 활약으로 부활한다면?
―스탠리! 브랜들리 스탠리가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로 달려옵니다! 맙소사! 엄청난 속도의 오버래핑에 반즐리 수비수들이 공황을 겪는 듯 혼란스러워합니다!
팬들은 그 심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느끼고 있었다.
스윈던전에서 보여 줬던 해트트릭.
거칠 것 없이 내달리며 해리 오스카와 보여 줬던 완벽한 호흡.
거기에 데이비드 베컴이 연상되는 환상적인 프리킥 골.
“맙소사! 스탠리가 부활했어!”
“빌어먹을! 스탠리 활약을 봤냐고! 그깟 부상 좀 있으면 어때? 쟨 진짜야, 잉글랜드에서 손꼽히는 유망주였다고!”
해트트릭으로 팀을 구해 내는 엄청난 활약에 팬들은 고무됐다.
흥분한 채 스탠리의 이름을 연호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진 않았다. 잦은 부상 덕분에 아직은 냉담한 눈으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스탠리, 오늘 공격과 수비 양 진영에서 활약합니다! 깔끔한 태클로 공을 뺏고, 곧장 상대 진영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려요!
그리고 스탠리는 반즐리를 상대로, 그 냉담한 시선마저 흥분으로 반짝이게 만들고 있었다.
터엉―!
대니 스콧이 토마스 캐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간을 파고들었다. 공만 잡으면 실질적인 위협으로 탈바꿈하는 대니 스콧에게 선수들이 쏠렸다. 전후좌우 숨 막히게 압박해 오는 틈에서 대니 스콧은 절묘한 틈을 발견했다. 선수의 발 사이로 쭉 빠져나가는 스루패스를 보냈다.
“스탠―리!”
“뛰어, 런, 런, 런!”
“Wooooooooaaaaa!”
팬들의 엉덩이가 흥분으로 들썩거렸다. 아니, 의자에 앉아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지팡이를 짚고라도 선 노인들까지 뜨거운 눈으로 경기장을 주시했다.
투웅, 퉁!
공간으로 가로지르는 스루패스. 그리고 거짓말처럼 불쑥 나타나 내달리는 스탠리. 분명 맨스필드의 수비 진영에 있었는데도 부지불식간에 반즐리의 어태킹 서드 근처까지 도달하는 포지셔닝.
스탠리는 거칠 것 없는 속도로 내달리면서 발끝에 공을 붙잡았다.
세우지 않았다. 그대로 투웅, 밀어내면서 달렸다. 공 없이 뛰는 것과 공을 소유한 채 달리는 속도가 차이가 남은 분명하다.
하나 정작 스탠리를 쫓고 막으려던 반즐리 수비수들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이 새끼, 왜 이렇게 빨라?”
누군가 비명처럼 외치는 경악성 뒤로, 투웅, 스탠리는 거칠 것 없이 공을 차 내달렸다. 쭉쭉 뻗어가는 경로, 그 앞에는 오직 골키퍼 하나뿐이었다. 스탠리는 달려오던 속도를 발끝에 담아 공을 말 그대로 후려 버렸다.
뻐어어엉!
읽었다. 정면이다. 손을 뻗으면 막을 수 있다―공이 발끝을 떠나는 순간 골키퍼의 머릿속에 떠오른 몸에 새겨진 본능과 근육의 작동.
골키퍼의 눈이 번뜩였다.
‘막았……!’
뻗어가는 손. 저 슈팅은 막았다. 분명하게도.
그리 생각했다.
철럭―!
“!”
골키퍼의 뻗은 손 그대로 멈췄다. 손끝에 스치지도 않았다. 공은 그대로 골문을 가르고 그물을 철렁였다. 골키퍼의 낯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엄청난 속도, 그 모든 속도가 실린 슈팅. 궤적은 완벽히 읽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손을 뻗는 것보다도 빠르게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는데.
“스탠리―!”
“스탠리! 스탠리! 스탠리!”
“맨스필드 골! 맨스필드 골! 맨스필드 골!”
시원한 슈팅으로 골문을 가른 스탠리를 향해 경기장을 채운 팔천 관중의 함성이 쏟아졌다.
이제 더는 없었다.
그 누구도, 스탠리를 냉담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이는 단 하나도.
브랜들리 스탠리, 그는 맨스필드의 사랑받는 선수가 되고 있었다.
* * *
“빌어먹을, 4대 0은 너무하지 않소, 감독?”
스탠리의 두 골에 이어 오스카와 대니 스콧의 추가 득점으로 경기는 4개 0으로 마무리됐다.
얼빠진 얼굴로 경기장을 쳐다보던 반즐리 감독은, 경기 종료 후에 악수를 청해 오면서 그렇게 툴툴대듯이 말해 왔다. 처참한 패배임에도 그의 목소리에는 악의 따위는 없었다. 도리어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얼떨떨한 기색이었다.
“왜 스탠리가 하필 반즐리랑 할 때 부활한 거요? 어?”
당혹스러움, 억울함.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부활이라뇨. 스탠리는 죽었던 적도 없습니다.”
“아니, 그게 그런 말이 아니잖소. 슬럼프, 부상 악령, 그게 왜 지금쯤에서 이겨 내냐고.”
“슬럼프도 아니었습니다. 잠깐의 휴식이었죠.”
“휴식……이라.”
“예. 스탠리가 재능을 피우기 전, 잠깐의 휴식이요.”
반즐리 감독은 잠시 멈칫했다가 말했다.
“그래도, 오늘 윙백으로 출전시킨 거, 너무하지 않습니까?”
반즐리 감독이 억울한 눈빛을 보였다.
하기야, 저 감독이 브랜들리 스탠리가 어떤 유형의 선수인지는 모를 리가 없다.
그 정도 분석도 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겠는가.
“진짜, 스윈던전 보고 깜짝 놀라서 단단히 준비했단 말입니다.”
반즐리 감독과 코치진은 충분히 스탠리의 킥과 크로스를 염려했다. 그에 따른 준비도 철저했다. 다만 포지션 변경이라는 수를 내세울지 몰랐다. 기책이었다. 일종의 도박수였고, 혼란을 주기 위한 목적에 불과했다.
결코 주 포지션으로 뛸 정도는 아니다. 평생을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 가끔 스트라이커 롤을 소화하던 선수. 아무리 현대 축구에서 윙백의 공격력과 파괴력이 중요해진다 한들. 기본은 수비다. 그래, 수비.
“아니, 언제부터 포지션 훈련, 아니 그 수비 훈련을 한 겁니까? 그거 예사 몸놀림이 아니던데?”
그저 공격적인 재능을 이용하기 위해 윙백으로 써먹은 변칙이라면 차라리 이해한다. 반즐리 감독도 그 점을 생각해서 몇 가지 수를 쓰는 것이 보였다. 공격에 특화된 윙백의 자리를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똑똑히 보였다.
“수비수로 출전했는데, 수비를 잘해야죠.”
“아니…… 허 참. 이거 당했소, 당했어.”
반즐리 감독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 실수야. 나름 대비한다고 했는데, 개막전의 맨스필드를 생각했던 거지.”
“…….”
“그때 패배가 하도 충격적이라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은 게 틀림없어. 그때 맨스필드랑 지금이랑은 또 다른데 말이오.”
반즐리 감독은 오늘 절실히 체감한 듯, 하소연하듯이 토로했다.
“그땐 오스카도, 스탠리도, 그래, 저 새로 영입한 쓰리-톰도 없었지?”
반즐리 감독은 피부로 느꼈다.
개막전에서 선수단 체급과 전력 차는 명백했다. 사람들이 괜히 이변이었다고 말한 게 아니다.
“가만히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냐.”
툭.
반즐리 감독이 내 어깨를 가볍게 쳤다.
“단순히 전술, 선수단 장악, 심지어 심리전, 뭐 이런 것들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했지.”
“…….”
“근데 아냐. 선수 보는 눈. 그것마저도 나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군. 대단하오, 감독.”
본래 우승 후보였던 반즐리의 선수단 역량이, 고작 몇 명의 선수들의 이적으로 인해 역전됐다는 것을. 반즐리 감독은 고해성사하듯 순순히 토로하고 인정했다.
그래봤자 리그 투 선수 아니겠느냐, 라는 중얼거림은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멍청이의 푸념일 뿐.
“저 선수들은 소위, 급이 달라. 오스카도, 대니 스콧도, 스탠리는 오늘 경기로 두말할 것도 없고, 쓰리 톰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그런 선수를 영입한.
“감독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로군.”
뭐랄까. 다른 감독의 인정을 받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을 주곤 한다.
여러 번 겪어 본 일이지만, 그래도 내가 ‘잘 해내고 있다’라는 스스로의 안도라고 할까.
나는 가볍게 고갤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반즐리도, 충분히 승격할 겁니다.”
“승격은 당연히 해야지. 아, 그런데 끔찍하네. 승격하면 다음 시즌에도 맨스필드 만나야 한다는 거잖아?”
그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말했다.
“그땐 스탠리 윙백 투입 같은 예상치 못한 수는 쓰지 마시오.”
“어, 그건 안 될 것 같은데요.”
“왜? 그런 기책도 한두 번 쓸 때 효과나 있지, 계속할 수 없는 거 알잖소. 제2의 데이비드 베컴이란 소릴 듣던 친구인데…….”
말을 하던 반즐리 감독은 일순 내 표정을 보고 말을 멈췄다.
그의 동공이 희미하게 떨렸다.
“설마…… 완전히, 포지션 변경을 하겠다는 거요?”
그의 얼굴에 희미한 당혹이 번진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팀엔 제2의 데이비드 베컴은 없습니다.”
“……!”
가장 적합한 포지션, 그리고 그조차 몰랐던 가장 뛰어난 재능.
“오로지 제 선수, 브랜들리 스탠리만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