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95)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97화(95/266)
97. 짝사랑의 말로 (3)
“여전히 짜증 나, 엿같은 놈.”
유진의 생각과 달리 맥 헤럴드는 제 발로 유진에게 향한 거였다.
물론 그걸 뻔히 보고도 불독이 가만 내버려 뒀으니, 유진의 생각대로 음흉한 것도 맞는 말이었다.
“빌어먹을. 꼴찌 팀 나와서 우승하고 나면 나 쫓아낸 업보나 받으라고 비웃을 생각이었는데.”
맥 헤럴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에이스인 자신이 나갔다. 안 그래도 무너지던 맨스필드다. 자신마저 없으니, 팀은 필시 망해야 한다. 분명 그래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맨스필드는 어느새 우승을 목전에 둔 압도적인 강팀이 되어 있었다.
이해할 수도 없었고, 계속해서 부정했다. 자신을 쫓아낸 감독이, 몇 년을 헌신해 온 선수를 가차 없이 내버린 클럽이 잘나간다니, 그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 않은가. 세상이 정의롭다면 있을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막아야 했다. 자신의 눈앞에서 맨스필드가 우승 세레머니를 하는 꼴만큼은 정말로.
“……하지만.”
맥 헤럴드는 포지션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포르자! 맨스필드-! 나아가라, 맨스필드!”
“알레, 알레, 알레―!”
“숫사슴이 숲 사이를 거니네! 녹색 숲을 지배한다네!”
경기장 네 면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응원과 함성.
맥 헤럴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얼굴에 언뜻 떠오른 건 부러움이었다. 자신의 이름만을 외쳐 대던 저 팬들은, 지금은 누구도 저를 연호하지 않았다.
‘내가 있을 땐,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풍경.
스윽.
그때, 자신의 근처로 다가온 제임스를 보고 맥 헤럴드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너 왜 여깄냐?”
“제 위치인데요.”
제임스가 조심스레 말했다. 유스 시절, 성인팀의 맥 헤럴드는 누가 뭐라 해도 에이스. 어린 선수들에겐 공격진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맥 헤럴드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제임스는 맥 헤럴드에게 조금 기가 죽는 느낌이었다.
제임스가 자신을 어려워하는 눈치가 보이자 맥 헤럴드의 눈썹이 둥글게 휘었다.
“너 포지션 윙어…… 아하. 스위칭(Switching)? 얼마나 대단한 거 준비하나 했더니, 고작 스위칭이야?”
흘긋, 제임스와 위치가 바뀐 스탠리를 보면서 맥 헤럴드는 입꼬리를 올렸다.
“하긴 아까 슈팅을 보고도 공격수 자리에 계속 놔뒀다면…. 저 감독이 머저리긴 하지만 내 생각보다 더 멍청한 머저리겠지.”
“……감독님 훌륭하신 분이에요.”
“하. 그래, 이 경기장을 보니, 영 머저리는 아니었네.”
맥 헤럴드는 헛웃음을 켜고 관중석을 가리켰다.
“주위를 둘러봐. 저 꽉 찬 경기장의 함성을 보라고. 저 응원은…… 내 거여야 했어. 맨스필드에서 수없이 헌신해왔던 내 거여야 했다고.”
“…….”
그때였다.
삐이이익, 휘슬이 경기 재개를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동시에 공이 투웅, 날아왔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포레스트 공격의 축인 맥 헤럴드에게 도착하는 패스.
“막아!”
“……!”
동료 수비수 톰 뉴톤이 소리쳤다. 제임스는 그 소리를 듣고 나서,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맥 헤럴드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말 역시 자신의 정신을 빼놓으려는 속셈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투욱, 차악―!
발끝을 뻗지만, 맥 헤럴드는 유려하게 공을 트래핑, 그리고 곧장 중심을 향해 패스를 쏘아붙였다.
투웅―!
“Wuuuuuuuuuuuu!”
“자리 잡아! 정신 차려!”
패스는 아름다운 궤적으로, 정확히 수비 틈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 틈에는 포레스트의 공격수 아드리안 사익스가 귀신처럼 움직였다.
뻐엉!
제임스의 슈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완벽한 임팩트의 타격음.
텅―!
다행히 공은 골퍼스트를 맞고 튕겨 나갔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뤄진 기습적인 공격. 제임스는 어떻게 반응도 못 해 볼 정도로 빠른 템포에 입이 벌어졌다.
헤럴드가 툴툴댔다.
“거, 떠먹여 줘도 골을 못 넣네. 뭐, 이런 건 맨스필드에 있을 때도 익숙했었으니까.”
“…….”
제임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자신과 대화하는 도중에도, 패스의 길을 보고, 거침없이 쑤셔 넣는 모습. 자신은 고작 말 한마디에 정신이 팔렸는데…….
맥 헤럴드가 이죽댔다.
“공격도 엉망이더니, 수비는 더 엉망이네? 다시 스위칭해. 아니면 너, 오늘 나한테 단단히 털린다?”
맥 헤럴드는 자신을 향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관중들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이게 재능이야, 이 친구야. 저 꽉 찬 관중의 함성을 들을 자격이 있는, 바로 이런 게 재능이라고.”
재능.
그 단어가 제임스의 가슴에 꽂혔다.
하나 그 순간, 문득 의문이 들었다.
재능은 절대적이다. 뼈저리게 체감해왔다. 스탠리를 보면서 재능의 벽을 실감했다. 어디 스탠리뿐일까. 맨스필드에 뛰는 핵심 선수들을 제외하고도, 제임스가 재능적으로 앞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조롱 가득한 눈빛을 피했던 제임스는 어느새 맥 헤럴드를 똑바로 바라봤다. 분명한 재능이다. 말로 주의를 분산시키고, 그 와중에 본인은 날카로운 눈으로 경기에 집중하면서, 골로 연결될 만한 패스와 플레이까지.
‘재능, 이 사람도 재능이야.’
스탠리만큼은 아닐지라도, 맥 헤럴드도 마찬가지였다.
유스 시절부터 선망해왔던, 맨스필드의 에이스.
“왜 쫓겨났어요?”
“뭐?”
별안간 툭 튀어나온 물음에 맥 헤럴드는 당황했다.
이 맹랑한 놈이 설마, 지금 트래시 토크로 한판 붙자는 건가? 싶었지만.
제임스의 눈을 본 순간 그 생각이 저편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맑은 눈을 똑바로 뜨면서 쳐다보는 그 모습에서 정말 순수한 물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능력 있는데, 그렇게 잘하는데, 왜, 감독님한테 쫓겨났어요?”
“이, 너, 쫓, 쫓겨나긴 누가……!”
“난, 팀에서 부름을 받아 뛰었는데.”
“!”
나직한 중얼거림에 맥 헤럴드가 당황했다. 그런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임스는 또박또박 말했다.
“재능의 차이가 여실하다면, 나는 콜업되지 않아야 했고, 선배는 맨스필드에서 뛰었어야 했죠. 그러니까, 감독이 재능을 따진다면요.”
“뭐라는 거야, 이 자식이.”
선발 출전. 그리고 스위칭 전략으로 오늘 제임스는 윙어와 수비수를 오가는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두 포지션을, 한 경기에서 계속해서 전환하는 건.
하물며, 공격도 스탠리에게 되지 않는다. 수비도 스탠리보다 부족했다.
조금 전, 맥 헤럴드의 패스를 막지 못했던 것부터가 증명한다.
한데도 유진은, 맥 헤럴드 같은 재능은 방출하면서도 아무것도 없는 자신에겐 막중한 일임을 맡겼다.
“나는 선배님 같은 재능은 없지만, 다른 하나는 있어요.”
전반기.
감독은 늘 말했다. 시키는 대로 뛰라고. 하라는 대로 플레이하라고.
그래서 했다. 그렇게 하니까 골도 넣고, 어시스트도 차곡차곡 쌓았다.
재능을 가진 맥 헤럴드에겐 없는 것.
감독은.
“날 믿거든요.”
“뭐? 저깟 놈의 믿음 따위가…… 으억!”
무어라 소리치려던 맥 헤럴드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비틀거렸다.
저 뒤에서 드리블로 돌파해 오는 동료 선수와 눈이 순간 마주치자마자 약속했던 플레이로, 패스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임스의 말에 맥 헤럴드가 정신이 팔렸고, 그다음 제임스가 거칠게 몸을 밀어붙이면서 패스를 중간에서 끊어 먹었다.
“……!”
“Yeeeeeeeeeeeeeeeaaaaa!”
패스를 완벽히 차단하는 모습에 순간 터져 나오는 함성.
“이게 믿음의 차이예요.”
제임스는 그 말을 남기고 곧장 공을 몰고 전진했다.
그 뒤를 바라보면서 맥 헤럴드는 헛웃음을 켰다.
“허?”
뭐야, 저 녀석.
자신이 하던 것과 똑같이, 사람을 말로 흔들어놓고 동시에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그걸 금세 배워서 써먹고 있다고?
딱히 특출난 것도 없어 보이는 저 애송이가?
순간 맥 헤럴드는 고개를 돌렸다. 벤치. 맨스필드의 벤치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유진과 눈이 마주쳤다.
‘……재능은 없지만, 감독의 믿음이 있다고.’
선발로 내세우는 믿음.
평범한 재능을, 아니 어쩌면 그조차 부족할지도 모를 기량을 지닌 선수를.
끝끝내 믿어 주고 이런 중요한 경기에 출전시키는, 그 감독의 믿음.
맥 헤럴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무심한 눈을 바라보면서.
어쩐지, 질투가 솟구쳤다.
* * *
투웅, 툭.
공이 발끝에 달라붙는다. 치고 나가면서 공이 쑥쑥 뻗어간다.
일전엔 공을 치고 갈 때마다 1m씩 이상 공이 발끝에서 떠나는, 볼을 다루는 스킬이 정말 부족했던 제임스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간의 훈련. 혹사에 가까운 지독한 훈련이 지금의 드리블을 만들었다. 물론 환상적이지 않다. 투박하다. 자세가 불안정하다. 하나 그게 무엇이 문제인가.
―제임스의 오버래핑! 동시에 스탠리가 하프 스페이스로 빠집니다! 기습적인 깜짝 스위칭! 스탠리를 경계하고 마킹하던 수비진이 흔들리고, 그 사이로 제임스가 파고듭니다!
아무리 훈련을 거듭해도, 명백히 프로 레벨은 아닌 형편없는 드리블인데도, 거짓말처럼 그를 향해 몰아치는 수비수는 없었다.
있더라도 한 발짝 늦었다. 잠깐의 머뭇거림, 움찔, 그 공백 사이로 제임스는 질주했다.
―시키는 대로만, 닥치고 뛰라고.
일 년 전.
훈련장에서 처음 마주했던 그 목소리가 다시금 머리에서 울렸다.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감독도, 코치도, 그에게 자세한 전술이며 핵심을 알려주진 않았다. 그저 정확한 지침.
경기 전 제임스에게 감독이 했던 말들이 말풍선처럼,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공을 잡은 순간, 스탠리가 상대를 등지고 아래로 내려오는 순간. 그냥 치고, 달려.
오로지 시킨 대로만 한다. 늘 그랬다. 그렇게 전반기에 확실한 주전으로 활약했다.
―제임스 선수의 빠른 돌파! 중앙에 있던 대니 스콧이 소리칩니다! 제임스, 기다렸다는 듯이 패스! 대니 스콧, 우아한 움직임으로 공을 잡고 전진합니다!
투웅―
“라인 지켜! 라인 유지해!”
“거리 둬서 막아! 전열 재정비해!”
잠깐의 공백이다. 찰나다. 상대 팀은 만만치 않다. 순간적인 흩트림 정도는, 금세 복구한다. 하나 무엇이 문제겠는가.
―세상에 빠른 발은 많아, 빠르기만 한 선수는 수도 없이 많지.
그의 발은 빨랐다. 공을 달고 달리는 속도는 스탠리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공이 없을 때의 질주는, 제임스를 따를 수 없었다.
“뛰어!”
대니 스콧이 달라고 하니, 공을 줬다. 대니 스콧이 뛰라고 외쳤기에, 뛰었다.
―빠르기만 한 친구는 사실 경기를 못 뛰어. 공을 다루거나, 어디에 파고들어야 하고, 누구한테 패스해야 하고,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할지, 감을 못 잡거든.
그랬다. 솔직히 말해 제임스도 그랬다. 고개를 들어라, 공이 아니라 전체를 봐라. 상대와 동료 선수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라. 그게 프로다. 네가 유스가 아니라 성인 선수라면, 능히 그래야 한다.
―라며 젠킨슨과 오스카에게 들었던 무수한 조언들.
따랐다. 진짜 프로가 되고 싶어서. 그저 팀에 선수가 없어서 자리를 꿰찼다가 사라지는, 젠킨슨이 말했던 그저 그랬던 유스 콜업 선수가 되기 싫어서.
―그런데, 너는 전반기에 어땠지?
경기 전, 터널로 나오면서 말했던 유진의 목소리가 확신으로 울렸다.
―시키는 대로만 했어. 너는.
선수로서 자존심, 또는 창의성. 그 모든 걸 짓밟아 버리는 듯한 말이었지만.
아무렴, 무슨 문제겠는가.
“이 새끼, 왜 이렇게 빨라?”
뒤에서 비명처럼 들려오는 상대의 탄식.
그의 시선은 앞도, 뒤도, 주위도 아닌 오로지 바닥.
“제임스!”
휙, 외침과 함께 새하얀 궤적을 그려오며 발끝에 도달하는 공.
―대니 스콧의 쓰루 패스! 파고드는 제임스에게 정확합니다! 아아, 환상적인 대니 스콧의 발끝!
말 그대로였다. 달리다 보니 발 앞에 공이 ‘와 있었다.’
―제임스, 뒤에 수비수를 달고 뜁니다! 화려한 드리블은 아닌데도, 투박한데도, 모두 허를 찔렸습니다! 제임스 앞에 수비수 한 명과 골키퍼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발끝과 공. 녹색의 잔디뿐.
주위를 살피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 선수들이 모두 고치라고 말했지만, 그 단점 잘 알아보기로 유명한 유진이 알면서도 기용했다. 고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수염도 안 난 놈이, 왜 성인 선수처럼 굴어?
“하!”
알겠다.
자신은 재능이 없다. 평범하다. 스포츠라는 세상에서 범재(凡才)는 사라지곤 만다. 필시 그럴 것이다. 하나 그런 평범한 재능조차.
―그렇게 뛰고 뛰다가, 숨이 턱 막혀서 더는 못 뛸 거 같을 때, 앞에 있는 상대 선수를 드리블로 제칠 수 없을 것 같을 때, 최대한 길게, 최대한 반대편으로.
투웅―!
‘시키는 대로.’
그저 따르기만 한다면.
‘나는 그저, 하라는 대로.’
선수로서의 판단, 생각, 향상성. 다 필요 없다. 그런 건 재능 있는 선수에게나 허락되는 사치.
―패스를 해.
보지도 않았다. 그저 공에 머리를 처박고 패스를 보냈다.
“억!”
단단히 막아서던 수비수가 신음과 비명을 터뜨렸다. 탄식, 당혹, 당황, 모든 것이 뒤섞인.
제임스는 공이 발끝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머리를 바닥에 박고 있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오, 오, 이런! 노 룩 패스! 수비수들, 전부 속았어요! 공은 이미 발끝을 떠났습니다!
노 룩 패스(No Look Pass)를 전개해 버린 제임스는 왜 상대가 비명을 질렀는지 깨달았다.
“잘했다, 꼬맹아!”
신난 목소리로 외치며 파고드는, 포레스트에서 몇 년을 뛰고 훈련하면서, 그 누구보다도 포레스트 수비진의 약점을 아는 사나이.
득점 1위, 해리 오스카가 공을 잡지 않고, 달리던 속도 그대로 공을 후려쳤다.
뻐엉―!
―제임스 선수의 환상적인 어시스트, 해리 오스카가 선제 득점을 꽂아 넣습니다!
제임스 60m 돌파 후 환상적인 어시스트.
해리 오스카, 전반 14분, 선제 득점.
맨스필드 1 VS 0 포레스트 그린
* * *
“쟤 뭐야?”
불독은 당황스러움을 참기 어려웠다.
“무슨 선수가 저렇게 움직여?”
그의 흔들리는 동공에 헉헉대면서 바닥에 반쯤 엎드린 제임스가 담겼다.
제임스는 흔들리지 않는다. 옆에서 소리치고 뒤에서 압박하고 쫓아가는 와중에도 우직하다. 우직하게 뛰고 또 뛴다.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사람이 어떻게 그냥 앞으로만 뛰지?”
옆에서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오는데 움찔도 하지 않고 방향조차 바꾸지 않을 수가 있을까.
주위에서 선수가 압박해 오면, 그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선수가 아닌가.
수비수가 뒤에서 쫓아오면 조급함을 느껴서 방향을 틀어 버리거나 패스하려고 동료 선수를 찾아보는 것이 선수의 자세요, 당연한 일 아닌가.
그걸 하지 못한다면 프로가 아니다. 한데, 지금 제임스는 그랬다.
마치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뛰는 것처럼.
“그리고 저 어시스트는?”
오로지 공만 보고 내달리면서, 보지도 않고 패스를 쏘아붙였다.
노 룩 패스.
생각지도 못하게 허를 찔렸다.
오로지 시선을 공에만 두고, 그저 생각 없이 차 버린 듯한 패스가, 완벽한 어시스트가 됐다. 저게 단순한 운일까.
“아니야. 팀 전체가 만들었어.”
대니 스콧이 패스와 공간을 조율하고, 스탠리가 위치를 바꿔 가며 공간을 파괴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해리 오스카까지. 모든 것이 사전에 정해진 약속이었다. 제임스는 한 치의 의문도, 의심도 없이 움직인 것이다. 마치 반드시 그렇게 공격 전개가 이뤄지리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불독은, 감독 경력 내내 처음 느끼는 낯섦에 희미한 공포까지 느꼈다.
“선수에게 최면을 걸 수 있나? 아니, 세뇌를 한 거야? 어떻게 감독 말만 정확히 따르게, 저렇게 만들 수가 있는 거야?”
유진을 바라보는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하나 공포도 잠시, 그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정해진 대로밖에 움직이지 못한다면, 한번 막으면 계속 막을 수 있다는 거지.”
창의성 없는 선수, 시키는 대로밖에 못 하는 선수는 프로의 자격이 없다.
막기 쉬운 먹잇감에 불과하니까.
그래, 기습적인 한 골. 저것으로 제임스의 역할은 다했다.
결국 핵심은, 스탠리다. 스탠리에게 시선이 쏠린 사이 제임스가 기습적으로 움직인 거니까.
하나 이어지는 상황에 불독의 눈빛이 떨떠름해졌다.
“스위칭이, 무슨 저따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