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99)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100화(99/266)
100. 짝사랑의 말로 (6)
승부가 났다. 다만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시간은 꽤 남았지만, 관중들은 확신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필드 위 선수들까지도 그리 느꼈으니까.
포레스트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주저앉았다. 쾌감이 느껴지는 빠른 역습, 그리고 예상치 못한 드리블 돌파로 선수 세 명을 벗겨 내버리는 득점까지.
그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라는 눈만 끔뻑일 뿐이었다.
그건 의외로, 정작 골을 집어넣은 제임스도 마찬가지였다.
탈력감이라고 해야 할까.
모든 걸 쏟아낸 제임스는 골을 넣고 그대로 그 자리에 엎어지듯 쓰러졌다.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끔뻑거리며 생각했다.
“내가, 뭘 한 거지?”
“뭘 하긴, 이 애송아! 네가 개쩌는, 갓뎀, 그냥 미친 골을 넣었다고!”
오스카가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큼지막한 손에 매달려 제임스가 대롱대롱거렸다.
“애한테 무슨 그런 험한 말을 해?”
젠킨슨까지 달려와 오스카를 타박했다. 어디 젠킨슨뿐일까. 근처에 있는 선수들이 일제히 달려와 제임스의 머리와 등을 마구 두들겼다.
“이 새끼!”
“좀 치는 줄은 알았는데!”
“너 몇 살이야? 17살이 프로 판에서 라 크로케타로 선수를 제껴?”
“아…….”
그제야 제임스는 실감했다. 자신이 골을 넣었다고. 그것도 여기 이 자리,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아름다운 골을.
“야, 뭘 멍때려? 미친 골을 넣었으면, 세레머니를 해야지!”
오스카가 제임스를 내려주고 등을 밀쳤다.
“세레머니…….”
제임스는 잠깐 고민했다. 그의 전매특허 세레머니라곤 딱히 없었다. 기껏해야 저번에 난리한번 났던 칸토나의 턱을 치켜드는 세레머니 정도뿐.
하지만 제임스는 그리 하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걷다가, 천천히 뛰었다. 관중석을 향해서. 정확히는 자신을 보며 서로 껴안고 방방 뛰고 있는 어머니와 친구 엘라를 향해서.
‘뭘 하지?’
손가락을 높이 치켜들까? 어퍼컷을 해 볼까? 아니면 무릎 세레머니? 그런 건 좀…….
왜일까. 제임스는 고민 끝에, 자신이 두고두고 부끄러워할 세레머니를 펼쳤다.
* * *
“제임스! 와! 제임스, 이제야 이쪽을, 어, 어어? 어머!”
거의 본인이 골을 넣은 것처럼 방방 뛰던 엘라는 제임스가 이쪽을 바라보고 뛰어오는 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제야 이쪽을 봐 주는구나!”
두 개의 어시스트를 하는 동안, 응원하러 온 자신과 어머니를 한 번도 안 보더니.
골을 넣은 뒤에야 봐 준다니. 엘라는 내심 뿌듯한 얼굴로 기특하다는 듯이 팔짱을 꼈다.
“아주머니, 제임스 쟤가, 골 넣고 오려고 했었나 봐요! 은근 남자다운 구석이 있다니까. 어, 어어? 쟤…….”
싱긍벙글 웃던 엘라는 저희를 향해 두 손으로 하트를 그리는 세레머니를 펼치는 제임스를 보면서 말을 멈췄다. 엘라는 당황한 듯 굳었다가 광대까지 올라간 입꼬리를 애써 숨기면서 말했다.
“아주머니에게 보내는 건가 봐요.”
“흐응, 글쎄. 제임스가 엄마한테 저런 애교를 부리는 애는 아닌데.”
“그, 그럼…….”
좋아하면서도 당황하고, 질색하는 듯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간 엘라의 푼수 같은 모습에 릴리는 뒤에서 작게 웃었다.
‘이쪽의 짝사랑은…… 잘 될 거 같네.’
릴리는 축제가 벌어진 듯한 경기장 정경을 둘러보다가 맨스필드의 벤치에서 시선을 멈췄다.
벤치 선수들, 코치진들 모두 껴안으면서 환호하는 지금.
여전히 무심하게 필드를 주시하는 유진에게서 시선을 멈췄다.
‘하여튼. 제임스랑 비슷하지만 이런 건 확실히 다르다니까.’
* * *
“맙소사, 봤어요, 감독님? 봤냐고, 유진!”
막스가 평소보다 더 흥분해서 날뛰었다. 내 어깨를 붙잡고 마구 흔드는 통에 시야가 어지러웠다. 냉혹하게 쳐낼 수 없는 게 안타까울 정도다. 비단 기쁨에 미쳐 날뛰는 건 막스뿐만 아니었으니까.
“제임스를 선발 기용한 감독님의 혜안은 정말…… 물론 두 번의 어시스트도 대단했지만, 저 쐐기골은, 스탠리의 수비적 재능을 알아보신 것처럼, 제임스의 저 재능도 미리 알았던 겁니까?”
알롭이 눈을 반짝였다. 저건 그저 처세술이 아니다. 순수한 진심이었다. 따지고 보면 제임스도 라이트백에서 윙어로 포지션을 변경했으니까.
그 변경한 결과 1골 2어시스트라는 기록으로 이 경기를 뒤집어 버렸으니.
알롭의 머리에는 스탠리의 포지션 변경이 불려 왔던 극적인 변화가 다시금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예, 뭐, 이정도까진 기대한 건 아닙니다만.”
솔직히 말해, 그래. 저 골만큼은 나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세레머니를 펼친 뒤 선수들에게 둘러싸인 제임스를 바라봤다.
뭐야, 여자친구야? 오올, 골도 넣고 여친도 챙기고? 막내 오늘 그냥 장난 아니네? 같은 놀림에 얼굴이 붉어져서 ‘엄마, 엄마한테 한 거예요!’라고 항변하는 제임스.
그대로다. 영락없이 순진하고, 어리고, 내성적인, 그 애다.
“…….”
무수한 단점투성이. 넘쳐 나는 약점 덩어리. 그리고 빛나지 않는 회색빛의 재능.
……분명 그랬는데.
나는 픽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축구의 신이 있다면, 그분께서는 참으로 냉정하신 분이다. 스스로 축구에 통달했다고 여기는 오만이 조금이라도 보일 것 같으면, 가차 없이 충격 치료를 해 버리시니.
“끝났군.”
“으응? 아직 30분은 남았는데?”
“이미 끝난거야. 저쪽은, 전의를 잃었어.”
가장 어린 제임스의 쐐기골. 포레스트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불독이 소리치고 외쳐 댔지만, 내 눈엔 그것이 처절하기까지 보였다. 불독도 알고 있으리라. 지금은 아무리 소리쳐도 이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없다고.
알면서도 외쳐야 하는 것이, 또 축구의 잔인함이기도 했다.
전의를 잃은 포레스트를 상대로, 오늘 공격 포인트가 없던 스탠리가 끝끝내 한 골을 추가하면서.
4대 0.
삐이이익―
심판의 휘슬과 함께, 맨스필드는 우승을 손에 쥐었다.
.
“We are the champions, my friends―.”
“And we‘ll keep on fighting till the end.”
“We are the champions―!”
벤치 선수들, 오늘 90분을 불태운 선수들 전부 필드에서 뛰고 또 뛰었다. 쏟아지는 환호와 흘러나오는 ‘위 아더 챔피언’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거, 진짜, 내 앞에서 우승 세레머니를 하는 꼴은 안 보려고 했는데.”
불독 감독이 툭 다가와 말했다.
왜 그의 별명이 불독인지, 그리고 그 별명이 이름보다 더 자주 쓰이는지 일순 이해가 갔다. 꾹 다문 입술, 심술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 전형적인 잉글리쉬 불독이었다.
“예, 운이 좋았습니다.”
“쓸데없는 겸손은 됐네, 이 사람아. 그냥 완전히 진 거야. 내가 별수를 쓰지도 못하고. 거참, 저 꼬마애는 또 어떻게 발굴하고 키운 거야?”
불독이 감탄한 얼굴로 제임스를 바라봤다. 어느새 필드로 내려온 선수단 가족들. 어머니와 껴안고는, 엘라가 무어라 말하자 얼굴을 붉히면서 ‘너한테 한 거 아냐! 엄마한테 한 거야!’라고 항변하는 제임스를 가리켜면서 말했다.
“저 친구, 얼마야?”
“……탐 나십니까?”
“암, 탐나지. 리그 5골 9어시스트인가? 17살에? 그래 뭐 그거야 자네 솜씨 덕분이라고 해. 근데 그 마지막 쐐기골은…… 알잖나, 자네도.”
“…….”
“어허, 모른 척은. 재능이라고 재능. 내가 스탠리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재능 말이야.”
“재능을, 보셨습니까?”
“그 드리블, 그 돌파, 그 침착성, 아니 그 전에 노 룩 패스들도. 그게 재능아니면 뭔가? 그래서, 얼마야?”
은근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불독의 말에 나는 실소를 내뱉었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아니, 거 참.”
순간 불독이 부르르 떨었다. 오스카와 스탠리의 이적 건으로 내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거래 상대였음을 떠올린 그는 큼큼,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조금은 진지하네. 만일 감독이 생각이 있다면, 내가 단장한테 말을 해 놓을 테니까.”
“팀 로컬 보이입니다.”
“…….”
“맨스필드의 유스 아카데미가 배출한 보석이기도 하고요.”
“허, 그렇지, 팀 유스지. 그런 선수를…….”
“예.”
나는 담담히 말했다.
“안 팝니다.”
내 선수라고.
“끄응. 그럴 줄 알았네. 에휴, 그럼, 간수 잘해, 이 친구야.”
“……?”
“이 경기, 생각보다 관심 많이 받았어. 저기 관중석에 보이지? 기자처럼 보이는 애들? 저 친구는 리그 원의…… 쟤는 심지어 챔피언십…… 저 친구는 프랑스에서 왔고…… 쟨 독일에서 왔고.”
불독이 가르키는 사람들을 주욱 훑어봤다. 불독이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우승했다고 다 좋을 것 같지? 으흐흐흐. 하긴 자네 같은 1년 차인 감독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우승했다는 거, 그건 증명이야. 증명. 자네를 의심하던 시선도 사라지고, 그리고 자네의 선수단까지도.”
“…….”
“우승 팀의 핵심 선수. 탐나는 이적 대상 아니겠나?”
불독은 그리 말하곤, 껄껄 웃으면서 한번 잘 싸워 보시게! 소리치며 돌아갔다.
저 뒷모습만 보면, 오늘 패배를 겪은 팀의 패장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감독님, 감독님! 이리 오세요!”
조용히 불독의 뒤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수들이 속닥거리면서 이쪽을 향해 소리쳤다.
“저 소리 안 들리십니까, 감독님!”
젠킨슨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일만 명의 관중. 노래를 부르던 그들이.
“유―진!”
모두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일만 명이 내 이름을 연호하는 순간을 겪어 본 적 있는가.
없다면 말하고 싶다.
솔직히, 기분 좋다고.
터벅, 걸었다. 필드 위로. 선수들이 있는 데로. 한없이 웃고 있는 그들 사이로 젠킨슨이 불쑥 말했다.
“감독님, 약속 지키셔야죠.”
“……?”
“주먹 꽂을 기회.”
“아.”
그런 말을, 하기야 했지. 젠킨슨이 흉악한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내 어깨를 잡았다. 오스카가 뒤이어 다가오더니 내 양발을 잡았다. 아니, 주먹 한 대 꽂으라고 했지, 내팽개치라곤…….
“그래도, 다음 시즌에 선발 제외될까 봐, 주먹은 못 꽂겠고. 아, 터널에서 물었던 거, 기억났어요. 감독님. 13년 전에는, 다른 답변을 하셨던데?”
“……?”
나는 젠킨슨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던져!”
후웅, 둥실 떠오르는 몸. 높아지는 시야. 어둑해지는 하늘.
“유―진!”
“유진이 우승컵을 갖고 왔다네― 챔피언을 만들었다네!”
모두가 손뼉 치고, 연호하는 내 이름.
선수들의 헹가래 속에서,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내 말만 믿고, 날 배신하기가 싫어서, 내 믿음을 배반하기 싫어서, 억지로, 어쩔 수 없이 맨스필드에 남았다고?
성당에서 마주쳤던 테디 총괄의 탄식 어린 목소리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게 아님을, 유진, 너는 이미 알고 있잖느냐. 네가 맨스필드에 남아서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뛰었던 이유!
그래, 알고 있었다.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너, 이 맨스필드를 진짜로 사랑하냐?
13년 전, 젠킨슨이 했던 물음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울렸다.
그때, 사랑받는 선수는 되지 못했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선수로서 끝났다.
그럼 지금 나는, 이 맨스필드에게서 사랑받고 있는가?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짝사랑은, 아니었군.”
* * *
[리그 투 41라운드, 맨스필드 4 : 0 포레스트 그린] [포레스트 감독, ‘모든 지표에서 밀린 완벽한 대패. 맨스필드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화려한 골 세례, 유진의 마법이 맨스필드를 우승으로 이끌다.] [유진 감독, ‘1년 전의 약속을 지켰을 뿐, 이제 다른 약속들을 지킬 차례다.’ 그가 한 다른 약속들은 무엇인가? 일각에선 프리미어 리그 진출이라고 말해.] [맨스필드 팬, 유진 감독에게 ‘영광의 독재자’란 호칭으로 경외해.] [리그 투의 좁은 무대를 벗어나는 유진의 맨스필드, 영광의 독재자가 이끄는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가.] [맨스필드 서포터즈 조합, ‘유진 감독을 부임이 맨스필드의 역사를 새로 썼다!’] [맨스필드, 66년 만의 우승컵, 쓸쓸했던 트로피 룸에 선물을 안긴 유진 감독.]* * *
우승이라는 기쁨은 오래갔다.
41라운드가 끝나고 잔여 경기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내내 도시는 축제 분위기였다.
“계속 저녁같이 먹어야겠어.”
릴리가 웃으면서 말했다. 왜인지 물어보니 답이 걸작이었다.
“너가 가는 곳마다 다 공짜로 모든 걸 대접해 주는데, 당연한 거 아냐?”
하긴. 한 달 동안 맨스필드 어디서든 내가 지갑을 꺼낸 적이 없다.
꺼내서 계산하려고 하면, 종업원부터 해서 사장까지 뛰쳐나와서 내 손을 붙잡았다.
“내가 돈 받으면, 여기 손님들이 다시는 우릴 가게 오지 않을 거요!”
조금은 당황하기도 하지만, 이것도 잠깐이니 그대로 즐겼다.
하지만 구단의 업무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고, 우승컵을 쥐었다 한들 계속해서 우승의 단꿈에 젖어 있을 수는 없었다. 애당초, 그렇게 내버려둘 정도로 세상일이란 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
“그러니까 이게…….”
나는 손에 들린 종이를 쥐고, 눈앞에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와 옆에 서 있는 릴리를 바라봤다.
남자, 이 팀의 몇 없는 프런트 직원.
선수지원팀, 론 팀장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아침까지 구단 이메일로 온 내용들입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는데…….”
“다음 이적 시장까지 많이 남았지만, 원래 탐나는 선수가 있으면 그 전부터 빠르게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
“정식 공문은 아닙니다. 일단은 영입 의사가 있다는 의향서 정도로…….”
“많군요.”
툭.
종이들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우승팀은, 그저 기뻐할 수만은 없다더니.”
어쩐지, 불독이 실실 웃으며 했던 말이 떠올라 피식, 실소가 새어 나왔다.
“이적으로부터 핵심 선수들을 지켜야 한다고…….”
그거야 뭐.
“평범한 일이군.”
수없이 해 왔던, 감독의 업무였다.
“우선 영입 의향에 불과하니, 두고 봅시다. 시즌 끝나고 다음 시즌, 여름 이적 시장 열릴 때면 또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정식 이적 요청 공문이 오기 전까진 선수들에겐 전달하지 마세요.”
“……네.”
“……론 팀장님, 따로 무슨 할 얘기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아, 회장님, 따로 보고할 게 있어서 자리를…….”
“아, 그래요? 유진, 조금 이따가 다시 올게!”
론 팀장은 그리 말하면서 릴리와 함께 사무실을 나갔다.
* * *
“저, 회장님.”
“네, 무슨 보고죠? 선수들 영입하고 싶다는 의향은 지금 다 감독님에게 전달한 거 아닌가요?”
“그…… 아직 하나가 남았습니다.”
“어, 혹시, 누구죠? 오스카? 아니, 저기 의향서엔 오스카도 있는데. 설마, 우리 팀 캡틴?”
“아뇨, 아뇨. 다름이 아니라…….”
론 팀장은 잠시 망설이다 목소리를 줄여 속삭이듯 말했다.
그 나직한 답변에, 릴리는 곧장 대답하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잠깐의 침묵. 이내 정신을 차린 릴리가 입을 쩍 벌렸다.
“……유진 감독하고 계약하고 싶다고, 위약금이 얼마냐는…… 얘기가 왔다고요?”
우승 팀 맨스필드가 지켜야 할 건.
선수만이 아니었다.